나와 평등한 말 - 너머학교 오늘의 교실 1

나와 평등한 말 - 너머학교 오늘의 교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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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보미

2006년부터신문사기자로일하고있습니다.사회부,교육팀,시청팀,국제부,산업부등을담당했고,얼마전까지뉴콘텐츠팀에서근무하며기성언론과SNS를비롯한뉴미디어의관계를연구했습니다.다양한세상을보고기록하고싶어서20여개국을여행했고,1년간일본에서연수하며와세다대학방문연구원을지냈습니다.PC통신에서시작해틱톡까지소셜네트워크의세계를20여년째누비고있는디지털여행객이기도합니다.매일적잖은시간을함께하는소셜미디어를어떻게하면오랫동안,잘사용할수있을지고민을담아이책을썼습니다.여성서사아카이빙플랫폼‘플랫’(@flatflat38)을만들고운영했고,지은책으로《슬기로운언어생활》《나와평등한말》이있습니다.

목차

들어가는말6
1장사람의‘표준’은남성?
고등학교와여자고등학교13
김영희(25)←김영희(25·여)17
나답다←여성스럽다/남성스럽다20
운전미숙자←김여사25
배우←여배우30
사라져야하는말,○○녀35
미소거부←애교42
humanbeings←men48
성인지관점←성인지감수성53
Q&A미소지니(여성혐오)란?57

2장
내몸을왜다른사람이평가하나요?
먹토대신건강한돼지63
성희롱←꿀벅지69
정혈←생리72
완경←폐경77
질막←처녀막80
성적자기결정권←정조84
임신중단←낙태90
포궁←자궁93
Q&A미러링이란?95
Q&A탈코르셋이란?99

3장시대가바뀌는데호칭은그대로?
파트너←집사람105
가족관계등록부←호적110
○○씨←도련님,○○삼촌←서방님115
고○○○의배우자←미망인120
비혼←미혼122
Q&A성소수자(LGBTQ)란?125

4장아이는가족과사회가함께키워요
저출생←저출산,출생률←출산율131
임신·출산해고대상자←경단녀135
유아차←유모차,녹색학부모회←녹색어머니회138
재생산권←모성보호143
Q&A백래시란?148

5장그건사랑이아니라폭력이에요
불법촬영←몰카155
디지털성범죄←리벤지포르노160
데이트폭력←사랑싸움165
성적불쾌감←성적수치심169
그루밍과가스라이팅174
Q&A페미사이드란?180
Q&A미투운동이란?184

나오는말188

출판사 서평

『나와평등한말』은일상과몸,관계와호칭,폭력등여러영역에서여성에대한편견과차별을담은말대신평등하고서로를존중하는말을제안하며그말을만들고널리알리기위해싸워온사람들의이야기를담은책이다.여러해동안기자로일하며여성서사아카이빙플랫폼‘플랫(@flatflat38)’을만들고운영해온저자는풍부한사례와간결한문장으로이야기를펼쳐나간다.구정인작가의직관적이고풍자적인만화일러스트는책을더욱풍성하게해준다.
최근등장하는새로운말이종류와의미,성별과연령대에따라너무나다를뿐더러,서로혐오라며공격하는일들을보면우리사회가전환기에있음이깊이실감된다.그나마소통의가능성은서로의말을배워보는것에서출발해야하지않을까?이책『나와평등한말』은특히여성과젠더에대한불평등과차별을드러낸말들을새롭게바꾸자는움직임이‘정조’를‘성적자기결정권’으로,‘호적’을‘가족관계등록부’로,‘몰카’와‘리벤지포르노’등을‘불법촬영’과‘디지털성범죄’로바꾸는과정을생생하게들려준다.여전히,안경쓴여성아나운서를별나게본다거나,여배우가아니라배우라고불러달라고하면조롱하거나짧은머리라는이유로‘페미’라고공격하기도하는현상의배경을차근차근생각해보며,‘미소거부’,‘정혈’,‘재생산권’등더바뀌어야할새로운말들을제안하기도한다.또‘Q&A’코너를두어,미소지니(여성혐오),미러링,탈코르셋,성소수자,백래시,페미사이드,미투운동의개념을청소년눈높이에맞게쉽고친절하게설명해준다.
저자는새로운말을만드는것은‘불평’이아니라‘권리’를주장하는일이며,보이지않았던존재들을드러내는것임을설득력있게들려준다.무심히쓴말들중‘불편’하거나‘상처를주는’말을알아차리고,더평등한말을하고,더새로운말을찾는다면존재를존중하는더나은사회가될것이다.
이책은십대를위한‘너머학교오늘의교실’시리즈의첫번째책이다.‘좀더나은삶,좀더나은사회’를위해,우리사회가당면한문제들에대해교실에서,또어디에서든차이를넘어소통하기위한교재가되기를바란다.『나와평등한말』에이어‘나와능력주의’가나올예정이다.


사람의‘표준’은남성?
『나와평등한말』은먼저남자를기본형,우선순위로설정하는습관이얼마나일상적이며,오랜역사적차별속에서생겨난것인지들여다본다.남성의평균손크기로제작된스마트폰,남성의체형에맞춘실내적정온도,여학교와달리성별을표시하지않는남자학교의이름.주민등록번호에서1과3은남자를,2와4는여자를나타내는숫자이다.몇년전까지만해도출석부에남자학생을먼저줄세운뒤여자학생을뒤에배치하기도했다.‘남녀’,‘부모’,‘신랑신부’처럼두가지성별을함께부를때도남자가먼저등장한다.특정한성별을기본형으로두게되면다른성별은기준에서제외되는데,이것이바로차별이다.세계인권선언에서인간을뜻하는영어단어‘men’을‘humanbeing’으로바꾼것도이런문제의식의연장선에있으며많은여성들의문제제기가받아들여진결과임을짚어준다.
여성에게‘여성스럽다’라는말은칭찬일까?남자에게‘남자답다’라는말은어떨까?타고난나의모습이아니라사회가정해놓은모습에맞춰야인정받을수있다는경고일수있다.여배우,여교수,여교사,여경(여자경찰),여의사,여류작가,여기자…….직업이름앞에‘여’가붙는경우도많다.직업보다여자라는성별을더강조한단어다.또한상대를칭찬하는마음을‘너답다’,‘매력있다’는말로표현하자고한다.‘남자는파란색,여자는분홍색’‘아들은로봇,딸은인형’이런공식을편견이라고느끼게하는‘성인지감수성’은‘성인지관점’이란말로바꾸어쓰는것이더정확하다고제안한다.


내몸의주인은바로나!
‘먹고토하기’를줄인‘먹토’,음식을‘씹기만하고뱉는다’는‘씹뱉’.십대청소년들이많이쓰는단어다.청소년들은왜빼빼마른몸을위해굶거나토하면서까지살을빼려고할까?한국사회는유달리날씬한몸을강조하며남의평가와시선에민감하기때문일것이다.『나와평등한말』은우리몸이다른사람이평가할수없는자신의것임을분명히하자며몸과관련된새로운말을살펴본다.
이제는‘꿀벅지’가건강에대한칭찬이아니라여성의신체를성적대상화한성희롱이라는것을누구나알고있지만처음으로이문제를여성청소년이제기했을때는예민하다며받아들여지지않았다는것도짚어준다.‘처녀항해’,‘처녀우승’,‘처녀출전’,‘처녀등반’,‘처녀공연’,‘처녀출판’등의단어를보자.‘순결한여성’을뜻하는‘처녀’를통해‘처음’이라는의미를전달하는것인데,저자는이러한단어가남성중심의시각이만들어낸성차별적표현이라고말한다.여자라는존재를성적인대상으로바라보는오랜관습이언어에도영향을준것이다.‘처녀작’은‘첫작품’과‘데뷔작’으로,‘처녀림’은‘원시림’으로바꿔쓰자고제안한다.
나아가저자는생리,즉월경을‘정혈(精血)’이라고부르자고한다.‘깨끗한피’라는뜻의‘정혈’은월경이라는생리현상이더많이세상에서이야기될수있도록하려는여성들의의지가담긴단어이다.마지막월경을‘폐경’이아닌‘완경’으로,‘자궁’대신‘포궁’으로부르는것도단어에뿌리깊은성차별문화를바꾸려는의지가담긴것이다.‘성적자기결정권’은자신의가치관에따라성적인결정을내릴수있는권리를뜻하는데,나의권리가소중하듯이다른사람의권리와결정도존중할의무가있다는뜻이다.


시대가변하면호칭도바꿔야죠
말은시대에따라바뀐다.가치관도관계도변화하게마련이다.예전에는부부사이에서로를‘여보’,‘당신’이라부르기도하고,다른사람에게소개할때는‘아내’,‘남편’혹은‘집사람’,‘바깥사람’,또는‘○○엄마’,‘○○아빠’로부르기도한다.이런호칭에담긴부부의역할에대한고정관념에반대하며평등한부부관계를위해‘파트너’라는말을쓰는사람들이늘어나고있다.『나와평등한말』은이처럼변화하는시대에맞는새로운호칭을살펴본다.
호적은언제부터‘가족관계등록부’가됐을까?2005년호적제도가폐지됐고,2008년가족관계등록제도가시행됐으니그리오래된일은아니다.가족관계등록부는가족구성원한명,한명각자가주인공인서류이다.누군가의아들,누군가의배우자,누군가의며느리가아니라모두가본인중심으로자신의가족을설명한다.남편의남동생이연령대가비슷하고친한사이라면‘도련님’이나‘서방님’대신서로이름을부르거나남동생이아이가있으면자녀의이름을붙여‘○○삼촌’이라고부를수도있다.또엄마와아빠의가족을구분지어부르는것보다‘제주할머니’,‘통영할아버지’와같이지명을붙여부르는것이더평등한호칭이될수있다고설명한다.남편이사망했다는사실을담아야한다면‘고(故)○○○의배우자’라고쓰면된다.


아이는가족과사회가함께키워요
아이를낳고키우는것이주로여성의일이라는고정관념과구조적문제는현재우리사회의심각한저출생문제와직결된다.‘출산’이라는단어부터바꿔야한다는것이저자의주장이다.‘출산’이라는말은여성들이적게낳는것을문제로보는말이다.여성만등장했던통계를아기를중심으로‘출생’으로바꾸면아기가태어나는사회와아이를키우는환경을생각하게될것이라는것이다.
‘경력단절여성’,줄임말로‘경단녀’.이단어의존재가이미여성이처한현실을보여주는셈이다.‘아이는엄마가키워야한다’라는낡은개념으로결혼한여성에대한선입견을만드는줄임말이다.이를‘임신·출산해고대상자’,‘육아해고대상자’,즉아이를낳아키우면서하던일을더는할수없게된여성들을나타내는단어로바꾸는것이현실을정확히표현하는말이다.요즘은‘경력보유여성’이라는단어도등장했다.
아기를태우는수레라는뜻의‘유모차’.교통안내를하는‘녹색어머니회’.두단어에는공통점이있다.둘다‘엄마’가들어있다.‘엄마’라는단어와조합된말은‘맘카페’,‘마미캅’,‘직장맘’등많다.대부분육아와관련된말인데,이단어들은변화되고있다.유모차는유아차로,녹색어머니회는녹색학부모회로,맘카페는육아카페로,마미캅은아이안전지킴이로.
나아가저자는‘재생산권’이라는다소낯선단어를제안한다.사전적으로임신과출산,양육과관련해서여성이어머니로서갖는정신적,육체적인본능을뜻하는‘모성’,아낌없는위대한사랑으로표현되는‘모성’과‘모성애’는여자라면당연히가지고있는기질이라는것은주변의사례와드라마나영화등의예에서보듯신화에가깝다.그보다는누구와언제몇명의자녀를가질지를결정하는‘재생산권’이라는말을통해‘부모’가되는것은부모당사자가결정하고국가는보장해야하는권리라는,깊이생각해볼문제를제기한다.이렇게접근할때우리사회의저출생문제에대한제대로된방안이나올수있다는것이다.


그건사랑이아니라폭력이에요
마지막으로책은무겁지만,너무가까이있어모를수있는‘폭력’의문제를짚어본다.불법촬영이‘몰카’라는잘못된이름으로방치된사이카메라와촬영기술은급진적으로발달했다.카메라는더작고눈에띄지않게진화했고스마트폰으로언제어디서나촬영할수있는세상으로바뀌었다.불법촬영은사건횟수만많아진게아니라더심각한형태의범죄가되고있다.
사람들은범죄의수단이희화화돼가볍게생각되지않도록‘몰카(몰래카메라)’와‘야동(야한동영상)’대신‘성착취물’로바꾸어쓰기로했다.또복수의‘리벤지’와음란물의‘포르노’를합친‘리벤지포르노’는피해자의고통은지워버리고,가해자의행동에이해를구하는모순이숨어있다.성폭력을가해자의시각에서부르는말인‘리벤지포르노’의이름을‘디지털성범죄’나‘이미지성착취’라는말로바꾸어야하는이유이다.
불법으로유출된비디오가‘야동(야한동영상)’으로불리며세상에퍼지는동안피해자들은보호받기는커녕마치자신들이범죄를저지른것처럼비난을받았다.데이트와폭력.어울리지않은두단어를합친말,‘데이트폭력’은데이트중에발생하는폭력을뜻한다.‘사랑싸움’이아닌폭력의심각성을이야기하기단어다.‘성적수치심’은남녀사이의육체적관계나여성과남성의육체적특징과관련해서느끼는감정이다.성폭력범죄와관련된법률에서도‘성적수치심’대신‘성적불쾌감’등을써야한다.소매치기나폭력을당했다고피해자가수치심을느끼지는않듯이,수치라는감정은피해자가아니라범죄를저지른가해자가느껴야하는것이기때문이다.또한‘길들인다’는뜻의‘그루밍’.상황을조작하고판단력을흐리게만들어상대를지배하는‘가스라이팅’.사람의심리를나타내는두단어가성범죄사건에사용되면피해자의마음을조종해저지른성폭력을의미한다.이런일이반복되지않기위해서는이름부터정확하게불러야한다고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