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강화도답사,보고듣는도보여행의즐거움
강화의눈으로한국사를바라보다
지붕없는박물관강화의시작과현재를말하다
“강화의길은자연의길이아니라사람의길입니다.눈보다
는귀와마음을열어놓고걸어야그참맛을알수있는길입니다.”
『강화도의기억을걷다』는강화도답사의새로운방법을담고있다.저자는강화도구석구석을돌아다니는도보여행의즐거움과‘강화사람의눈으로’발견하는강화도의매력을들려주며,그속에서한국사의굴곡을함께해온강화도의역사를통해우리역사를바라보자고이야기한다.
오랜시간강화에살면서산마을고등학교역사교사로일하고있는저자는,지역에살면서서울중심의문화와역사를공부하는아이들이점점고향과멀어지는것을애석해한다.역사유적지를만나면서안내문에만의지하여정작답사의즐거움을잃어버리고마는답사객의처지도안타깝기는마찬가지다.그러한마음을모아지역사에대한애정과답사여행의묘미가함께하는이책이탄생한것이다.
강화도는제주올레길,지리산둘레길처럼우리눈을즐겁게해주는여행길은아니라고한다.강화도는‘눈’과함께‘귀’로듣는여행길이라는것이다.발딛는곳에얽혀있는이야기와함께하면더더욱재미가살아나는길,눈과귀그리고발이어울려만들어내는여행길.그길이강화도의기억을걷는길이다.
평화와생태,그리고역사를한눈에바라볼수있는강화도답사
강화는청동기고인돌유적부터단군신앙,대몽항쟁,병자호란,병인양요및신미양요그리고개항으로이어지는한국사의큰흐름과맥을함께해왔다.오늘날에도강화를찾는여행객의발걸음에는강화의지형적아름다움과수도권과의거리등답사목적과편리함이외에도‘역사학습’이라는특징이포함되어있다.
강화도의겸손한산과포용의질서가비롯되는강화바다를사랑하며기꺼이강화도답사의길잡이가되고자하는저자이기에,이책의의미가더욱소중하다.
“연미정에서바라본한강하구.강을경계로나뉜북녘이보이고,저어새의번식과서식을알려주는유도,한양에이르는마지막관문으로많은외세의침략이있었던염하가보인다.이제새롭게만나는강화도답사의절정은평화와생태,그리고역사를한눈에바라볼수있는연미정이아닐까?해마다많은아이들이강화도를찾는다.그들과함께하는부모님혹은선생님의손안에강화도를들려주는책한권있으면어떨까?”
청동기/삼국시대와강화,역사의시대가열리다
저자는가장먼저,한국사와강화도가만나는첫번째통로이자세계문화유산인고인돌,고려산에다섯개의절이세워지며강화에불교가들어오는길을따라간다.
“강화사람은행복합니다.교과서속유물과유적을강화에서는사진이아닌살아있는생명으로언제라도만날수있기때문입니다”라고말하는저자는특히강화에서고인돌이많이보인다는것은고대인들이옛날부터강화에자리잡았다는것이고그만큼강화가살기좋은곳이라는증거라고한다.
지붕없는박물관강화에서가장유명한문화유적인전등사에이르러서는단군,삼한시대의성,고려의가궐지와원간섭기의정화궁주,조선의실록보관지였던사고,일제강점기의은행나무,전등사범종이야기처럼이땅의역사와맥을같이한전등사에얽힌사연들과가을밤우리의귀를황홀하게만드는산사음악회와전등사숲해설이야기까지를소개해준다.
고려와강화,섬(島)에서수도(都)가되다
고려궁지와강화행궁을만나는길에서는역사공부가더욱깊어진다.수도와가깝고,수로교통의요지이며,세곡운반제도인조운의기착지라는장점으로고려와조선은위기에처하면강화로발길을옮겼다.몽골이침략했을때고려정부가,두차례에걸친호란을경험하면서조선정부가강화행을선택했다.그래서강화에는방어시설뿐만아니라왕실의거처를만들었는데,고려궁과강화행궁이바로그것이다.
또한저자는걸을때마다온몸으로받아주는숲속흙길을걷는즐거움을알려준다.전등사,삼랑성,온수리성공회성당,이규보묘,곤릉,석릉,가릉을향하는강화나들길3코스를연결하는숲길.무신정권기고려왕의권력과비례해서인지호사스럽지않은무덤들이지만,고려왕릉길을따라걷는재미는줄어들지않는다.그가운데살던강화사람들이더애틋하게떠오르기때문이다.
조선과강화,유학의씨앗이퍼지고자라다
이제,우리나라에서처음으로문묘의기능을행했다는교동향교를찾아간다.원나라에서공자의화상을처음으로받아오던안향일행이고려의첫땅교동에서첫제사를드렸다는곳.교동향교는성리학중심조선역사의공간적출발점인셈이다.
연산군유배지를찾아나서며고려의희종,안평대군,임해군,광해군등이유배를왔던그옛날강화역사를떠올리며,지금은끊긴인진나루와교동의호두포뱃길,민간인통제구역이되어서길은있으나갈수없는그곳을따라서언젠가교동답사길을개척하기를꿈꾸는저자의마음이아로새겨진다.
정수사(精修寺)의이름을정수사(淨水寺)로바꾸어숭유억불정책에대처한함허대사의유연함을배우고,정제두묘에서시작해서강화외포리까지시골마을과해안을거쳐가는‘해가지는마을길’은조선의양명학,곧강화학을살펴보는길이다.마음밖의현상이아닌내안을살피며걷다보면나들길의맛이더싱싱하게살아나리라는저자의안내가여행의피로를씻어준다.
강화의근대,외세의침략과저항
일본침략의기원을따지자면운요호사건과강화도조약인데,두사건이모두강화도에서일어났다.저자는염하를따라걸으며초지진,덕진진,광성보,연미정에서외세침략과저항의역사를,근대한반도의역사를살피고기억해낸다.
강화도조약체결의조인식이있었던연무당옛터에서는일본의과거역사에대한반성은물론한일관계의평화와이를바탕으로세계평화를기원하는기념비하나세웠으면좋겠다는생각도해본다.
‘평화’와‘공존’을꿈꾸는한국인들에게소개하고싶은강화의종교유적인성공회강화읍성당에서는외래종교와한옥이라는전통건축이어떠한방식으로서로를품고있는지를발견해내는저자의혜안이드러난다.
일제강점기그리고분단시대의강화,시대의아픔을품다
강화의근대문화유산을찾아가본다.근대산업의발달과정을배울수있는조양방직공장과사무동,1960년대이후종교계(가톨릭)의사회참여와노동운동역사가담긴심도직물공장터와상징탑(굴뚝),하와이이민1세대황국현과김두래(김구)의이야기가얽혀있는1928주택사연을듣는재미도쏠쏠하다.
조봉암선생생가터표지석과‘죽산조봉암선생추모비’에서진보당창당이우리사회에서의미하는바를생각해보고,제적봉평화전망대에서는분단을넘어평화의시대로향하는마음이절실해진다.
“이렇게철책이계속해서경계를짓고있는상황에서세월이흘러세대가바뀌어간다면어쩌면저강은지금도답답함을주고있는‘경계’의의미를넘어오갈수없는‘장벽’이되어버릴지도모릅니다.평화전망대에서북녘을바라보며평화의첫길이서로의화해를바탕으로인공적인철조망을걷어내는일임을새삼느끼게됩니다.”
공동체,곧한몸의다양성이숨쉬는산마을고등학교에서아름답고뜻깊은건물과생동감넘치는학생들을만나고나면,강화도사람들의살아가는이야기가한층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