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지선의 『여섯 달의, 붉은』. 끝없이 펼쳐진 아침 안개 속을 거닌 적이 있다. 까마득히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 안개 속을 거닐던 그 기억은 또렷하게 가슴에 각인되어 있다. 아침 안개 속에서 그림자처럼 이리저리 각기 걸어가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 새벽에 그들은 어디를 가고 있었을까. 뿌연 안개 속에선 길을 잃게 마련인데, 길을 잃으면서도 용케 어딘가 찾아갈 곳에 이른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안개 속을 헤매지만 결국 어딘가에 이르러 뒤를 돌아볼 수 있다. 한숨을 쉬고 다시 걸어갈 수도 있고, 미소를 띠며 헤쳐 나온 안개를 바라볼 수도 있다. 삶은 참 어렵다. 이윽고 어딘가에 도달한 사람들도 어느 지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에 봉착할 것이다. 안개가 휘감듯 슬픔에 휘감겨 바다를 표류하게 될 때도 분명 몇 번이고 올 것이다. 그럴 때 묘하게 마치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이 스미듯, 어딘가에 무언가가 손을 내밀 듯 지켜보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여섯 달의, 붉은 (한지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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