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처음, 신화

모든 것의 처음, 신화

$23.00
Description
일만 팔천 신들의 고향, 제주
신화 이야기를 통해 보는 제주의 오늘
문학, 연극, 미디어아트 등 제주 신화를 중심에 두고 전방위적인 예술 활동을 벌여온 한진오 작가의 신화책이다. 이 글은 본격적인 신화담론이 펼쳐지는 학술서도, 신화의 신비로운 감성에 기댄 에세이도 아니다. 분명 ‘신화’책이지만 사회비평서에 가깝다. 이곳에 쓰인 신화 이야기는 제주의 현실을 곱씹기 위한 것이다.
‘일만 팔천 신들의 고향’이라는 제주, 이곳이야말로 모든 것의 처음 자리에 신화가 있다. 저자는 현실적 입장에서 제주의 무속과 신화를 해석하며 최근 제주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를 대입했다. 신화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 4부에 걸쳐 32편의 글이 실려 있다.
1부 ‘주술과 예술 사이’에서는 제주의 굿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을 ‘주술적 사실주의’라는 단어 속에 담아, 주술과 예술의 관계를 다뤘다.
2부 ‘돌의 애니마, 생명을 낳은 섬땅’은 제주섬 어디에나 지천인 돌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도 무속에 나타나는 원초적 신앙의 한 갈래인 돌 숭배의 양상과 이력을 살폈다.
3부 ‘바다를 일구는 풍요와 고난의 바람’은 해양문화를 바탕으로 제주의 내력을 무속과 신화를 통해 헤아리는 일종의 정체성 탐문이다.
4부 ‘신성한 힘은 젠더 너머에 있다’에서는 이른바 ‘여신의 섬’으로 널리 알려진 제주신화 속의 젠더 담론을 다룬다. 생물학적 젠더이분법의 시선 너머에 있는 신성을 살펴보았다.
신병을 앓아 무당이 되지 않길 바라는 누름굿을 두어 차례나 치러야 했던 저자. 팔자를 그르쳐야 심방이 된다는 제주섬에서, 그의 운명은 눈물과 웃음이 그득한 굿판에 이미 붙박여 있다.
‘굿처럼 아름답게’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그에게 제주는 섬 전체가 굿판이다. 저자는 이 섬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작가로, 때로는 배우로, 때로는 거리의 연사로 나선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난개발과 국가폭력으로 피폐해진 제주의 오늘을 다시 굿처럼 아름답게 설연할 방도를 골몰하게 된다.
저자

한진오

저자:한진오
제주도굿에빠진제주토박이다.굿을직접사사받고연구를병행하면서문학,연극,음악,미디어아트등전방위적예술작업을벌여왔다.2005년‘한국민속예술축제’대통령상·연출상,2008년‘1만8천여신을활용한스토리텔링전국공모전’대상,2011년‘한국방송대상지역다큐멘터리라디오부문작품상’등을받았다.『이용옥심방본풀이』(공저)를비롯한여러편의연구서저술에참가했고,2018년미디어아트퍼포먼스<사라진것들의미래-사남굿설문대>등의총연출을맡았다.2019년제주의신화이야기를담은책『모든것의처음,신화』를펴냈다.

목차

1부|주술과예술사이
남면의시선과식민의역사14/비유와비약의주술적사실주의22/주술에담긴서사와역사29/신성을드러내는이미지속의이야기38/노래와춤에깃든제주의신성48/비결정성의놀판굿,굿놀이59/신화는곧돈?스토리텔링의난맥69

2부|돌의애니마,생명을낳은섬땅
제주의돌은시원과영원을품는다80/천지개벽으로부터설문대가지상에납시기까지91/여신이남긴사체화생의메시지100/살아숨쉬는돌,생명을잉태하다112/바다를건너온돌이품은신성121/주술적사실주의는아픈역사를돌에새긴다130/또다른세상을잇는경계의어귓돌140/억압과저항의상처를품은제주의돌152

3부|바다를일구는풍요와고난의바람
최고의신성은날씨를조정한다164/바람타는섬제주의바람신,영등174/영등바람은바다를일으켜파도를만든다183/엇갈린사랑의안개는산과물을가르고195/풍운조화를일으키는열두가지요술주머니205/신성의공간동해용궁과전설의이상향이어도212/쿠로시오의물결이실어온사랑노래222/태운조상과태운잠수질230

4부|신성한힘은젠더너머에있다
모성과신성사이242/생불꽃에담긴대칭성사유와법지법의원리251/젠더를넘어선신성은모든성을아우른다263/하늘에베틀걸고바다위에물레놓아273/신과사람의동거,집과터의지킴이285/격랑을헤쳐온풍요의여신들294/주연같은조연,신화속의트릭스터305/본을풀고한을풀어314/풍요와무병의담지자,칠성신324

출판사 서평

서문중에서

태어날때부터가슴께에묵직한먹돌하나달고나오는사람들이원악遠惡의제주섬토박이들이다.응어리진먹돌가슴이한때는세상어떤것보다뜨겁게솟구쳤던용암의유산임을모르는이도없다.이때문인지섬사람들은쥐죽은듯잠복해끝모를망연한나날을보내다가도어느순간활화산처럼걷잡을수없는용암의불꽃으로되살아나곤했다.나또한천생섬토박이인탓에묵직한먹돌하나품은채살아왔다.그먹돌이벌겋게달궈졌는지더는가슴에만묻어둘수없는열꽃이피어나이글로나를이끌었다.
내인생의지그재그행보가궤적처럼담겨있는이글은제주의무속과신화를주제삼은예술과사회에대한비평이며르포다.문면마다국가폭력과난개발로인한제주의정신문화와자연환경의파괴를고발하는사회적시선이관통한다.소위판타지열풍의시대라불리며오락과흥미일변도로신화를바라보는오늘날의시선을비판적으로바라보았다.신화라는것은당연히신앙의부속물이다.세상모든신앙과종교는현실의고난과문제를초월적인힘을빌려해결하려는기원의산물이다.다시말하면신화야말로현실을반영하지않은채존재할수없다는말이다.


후기중에서

제주가꿈꾸는하와이는낙원도휴양지도아닌지상최악의원악도遠惡島였다제주가겪게될미래가펼쳐지는그섬에서보았던하와이왕국의깃발은아직까지도눈에선하다.성조기와맥도날드기틈에갇힌옛왕국의깃발은말그대로햄버거사이에끼어있는고깃덩어리였다.묻고싶다.제2의하와이제주는과연누구의입으로들어갈고깃덩어리가될것인가?
나는고깃덩어리만은되고싶지않다.해서모든것을처음으로되돌릴굿을꿈꾼다.무왕불복無往不復이라하였다지나간것은반드시되돌아온다.이대로간다면제주는물론온세상이멸망을맛볼것이다.신성한힘이외에영원한것이란없으므로멸망은예정된미래이며사람의힘으로막지못한다.
허나막을수는없어도늦출수는있다.제주사람이라면누구나지녔던굿판의영성을잊지않았다면말이다.사람또한자연의일부이며섬안팎의모든생명과공생했던주술의심성을놓치지않는다면우리는멸망의시간을태초의시간으로되돌릴수있다.
뭍의벼는따스한봄날에태어나겨울이오기전에누렇게익어고개를숙인다.벼를대신하는이섬의보리를보라.겨울을코앞에둔가을에태어나엄동을버틴다.그것도모자라발로짓밟히며자라나익어갈수록고개를빳빳이치켜든다.보리는그렇게봄을부르며익어간다.
제주사람이며제주의자연도생명의봄날을부르는보리를닮았으니,우리는모든것의처음을여는굿판을설연할수있다.
굿처럼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