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의 언어 (이도연 비평집)

실재의 언어 (이도연 비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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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총 5부로 나뉜 평론집『실재의 언어』에서 제1~4부는 최근의 시 비평을 모아놓았고, 제5부는 등단 이후 소설 비평 중에서 선별된 글들이다. 세부적으로 제1부는 시 장르의 문제나 시 의식 등의 원론에 가까운 글들을 수록했고, 제2부는 시에서 리얼리티의 문제를 주로 서정시와의 관계 속에서 다루었다. 제3부는 삼간으로 지칭되는 관계의 동역학이 시작에서 구현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이어 제4부는 2010년대 전후로 등단한 젊은 시인들의 신작시들에 대한 현장비평 성격이 강한 글들로 이루어졌다. 끝으로 제5부는 등단작인 김애란론과 2000년대 이후 희극적 소설의 계보와 미학적 원리를 구명하는 글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저자

이도연

저자이도연은1971년서울에서출생하여고려대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2007년『정직과관대혹은욕망의자기윤리학-김애란론』으로문학동네신인상평론부문을수상하였다.저서로『채만식문학의인식론적지형도와구성원리』(2011),『현대문학비평의계보와서사의지형학』(2011),『경험과초월』(2007)등이있다.현재한국체육대학교교양과정부부교수로재직하며언어와문학을가르치고있다.최근한국근대비평사연구와서술에주력하고있다.

목차

제1부시의식과존재사유
시와장르
시의방법론
반복의문제
나와당신‘들’의이야기
시와현실성
시의식과존재사유

제2부시와리얼리티
서정의양감(量感)과농도(濃度)
시와리얼리티
텅빈발화와꽉찬발화-시에서의의미와상징화작용
풍경의깊이와리듬의진폭

제3부시작법과관계의동역학
방(房)의공간표상과관계의동역학
위험한家系?2013
공복의시작법과유리창의처세술
말과사물

제4부시의형이하학
반복의형이하학-이영재시의인식과관심
서늘한음기(陰氣)의점착성-강은진의신작시읽기
시간의순례자-이해존의신작시에부쳐
인화되지않은음화(陰畵)의기록-박성현시의존재론과정신분석
자연사(自然史)의이념-박종현의시세계

제5부의미의논리
의미의논리
세계의위력과주체의소멸-웃음의윤리학을위한미학적정초
몸의현상학혹은누항(陋巷)의마리아
윤이형과공선옥의단편읽기
정직과관대혹은욕망의자기윤리학-김애란론

출판사 서평

시에부쳐

문학평론가이도연의첫평론집이출간되었다.저자는2007년문학동네신인상평론부문을수상하며등단하였고,지난9년여의평론활동을갈무리하였다.‘시에부쳐(AndiePoesie)’라는부제가달려있는머리말에서저자의생각을읽을수있다.
정신분석이제시하는‘실재(theReal)’의개념은인간이가닿을수없는것으로,인간의무의식의기원같은것으로도이해된다.그런의미에서존재자의존재를탐색하는시적작업과도맞먹는일이라생각한다.그리고그것들의끝에서마침내발견하는것은궁극적무(無)이다.바로그곳에서우리는삶깊숙이내재된겸손과사랑이라는뜻밖의선물을받아든다.궁극적무(無)로서실재와마주하는것은고통을수반하는체험이지만누구라도실재와대면함없이는진실을들여다볼수없다.나는시의언어가실존적인것이든역사적인것이든은폐된진실에다가서려는시도라고생각하며,그런뜻에서‘실재의언어(thelanguageoftheReal)’라고생각한다.그리고그러한시가우리의삶과깊이얽혀있는한,시읽기의과정은마찬가지의월경(越境)의경험으로독자를이끌것이다.하여그것은존재의은밀한속삭임에귀기울이는일이다.

누구나시를읽었던시대가있었으나,지금아무도시를읽지않는다

문학에서윤리와정치의문제는근본적으로타자의문제로귀속될수밖에없는것이며,이를유달리새로운영역의발견이라언명할수는없다.전혀새로운것이아님에도2000년대이후한국시가이에가장민감하게반응했던이유는무엇인가.그해명을위한첫절차로서,먼저시를둘러싸고있는언어의물질성,결부된문화적환경으로서토대의변화를꼽는것이온당할듯하다.냉정하게말해현재한국에서시와시집을읽는사람은이미시인인자와앞으로시인이되려는자뿐이다.아무도서점에서시집을사서읽지는않는다.이는상당히오랫동안누적돼온문화적관행으로서부인할수없는목전의현실이되었다.소설이대중문화의확산을따라영상매체와의효과적결합을통해상품체계속으로스스럼없이진입하며거의속절없이타락해간반면,시와시집은상품체계바깥으로거의완전히빠져나왔다고할수있다.그렇다고시적발화가예전에지녔던문화적지배소로서의기능과강력한대중적영향력역시거의상실한상태이다.이는가장예민한문화적향수층인대학생들이시집을거의읽지않는현상에서확연히드러난다.그나마대학생들의눈길을끌고있는것은,하상욱의『서울시』와같은현저하게파편적이며단속적인시집들뿐이다.누구나시를읽었던시대가있었으나,지금아무도시를읽지않는다.역설적으로시가뜻밖에획득한지위와시인들의새삼스런깨달음은‘시는돈이되지않는다’는평범한속설이다.시가돈이되던시대가있었던것은물론아니지만,이러한시의급속한탈물신화,상품에내재된속성으로서교환가치의전면적상실이눈에띄게심화된것은비교적근래의일이다.시가시인에게돈이되지않는것처럼,젊은이들도자신들에게돈이되지않는,쓸모없는시를읽지않는다.이에따른부수적결과는매우치명적이면서도양가적인데,즉시의독자의유실과소진이라는사태는그것자체로서는불행한일이지만,그것의의미가시인들자신에게는이중적이라는것이다.다시말해시인들은명민한소설가들과는달리,상품소비자로서독자의눈치를더이상보지않는다.즉어차피시의독자들이소수로한정되는만큼,불특정다수의일반대중독자의취향과기호를거의고려하지않아도된다는점이다.시와시인은이제,더는대중의문화적트렌드를복사하지않아도된다는사실에안도한다.그리고궁핍한시대를노래하는가난한마음으로자신의예술가적신념과자부심을유감없이발휘한다.시인은드디어예술가로,참된시인으로다시금태어나는것이다.이처럼시의예술로서의위상의온전한획득과재천명은상품으로서의지위의전면적박탈과동시적인사건이다.

한국사회에서대략1990년대후반이후,상품질서로의단일적획일화경향은예술적표현에있어어떤면에서는상대적자율성을초과하는,마치절대적수준에육박하는미적자율성의동기를부여함으로써,시와시인은예술(가)로서자신의합목적적목적성을거침없이달성할수있는기회를얻게되었다.가령외부와의소통가능성을크게의식하지않는최근시의두드러진난해성과고도의내적편향성의일단은이로부터그일부가설명될수있을것이다.소설장르에서진정성의테제가사라진지오래임에도,장르로서시에서만유독윤리와정치,타자의문제가새롭게환기되고재차호명되는것은아마도이상의문학적상황과무관하지않은듯하다.다시말해소설이거리낌없는세속화의길로항진(亢進)해나가며점점감각적쾌락에봉사하는유희적오락물과같은것이되어갔던것에반해,시는비록자의에의한것은아니었지만불가피한탈속화의단계와조우하면서문학적자기정화를통한내적고양의계기를마련할수있었던것이다.이와같은문화사적전환이문학장르의차원에서서정의자기갱신,서정시의안온한자기동일성의파괴속에서함께진행된것은주지하는대로2000년대한국시가갖는특별한의의다.시적주체의자기동일성의완고한구조내에서액면그대로의타자,타자의투명한얼굴은발견될수없다.시적동일성의급진적해체와동시적으로무수한타자의흔적들이시의내부로기입되면서주체의자리바꿈은비로소가시화된다.그리고맨얼굴의타자와의마주침은필연적으로시장르에윤리와정치의문제를끌어들인다.

시와시인들의속살과밑뿌리들을만지작거리는일

총5부로나뉜평론집에서제1~4부는최근의시비평을모아놓았고,제5부는등단이후소설비평중에서선별된글들이다.세부적으로제1부는시장르의문제나시의식등의원론에가까운글들을수록했고,제2부는시에서리얼리티의문제를주로서정시와의관계속에서다루었다.제3부는삼간(三間:人間·時間·空間)으로지칭되는관계의동역학이시작(詩作)에서구현되는방식에초점을맞춘것들이다.이어제4부는2010년대전후로등단한젊은시인들의신작시들에대한현장비평성격이강한글들로이루어졌다.끝으로제5부는등단작인김애란론과2000년대이후희극적소설의계보와미학적원리를구명하는글등이중심을이루고있다.시와시인들의속살과밑뿌리들을만지작거리는일은우리들자신의은밀한구석과바닥까지를훑는일과도크게다르지않을것이다.하여실재의언어로서시읽기는깊이비어있어서충만한적멸(寂滅)의경험과결부된다.저자의말마따나시를읽으면서“스스로깊어지고넓어지는경이로운내면의확장”을우두커니지켜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