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족 이야기 (만주의 눈으로 청 제국사를 새로 읽다)

만주족 이야기 (만주의 눈으로 청 제국사를 새로 읽다)

$26.50
Description
“만주는 내륙아시아를 들여다보는 창문”

『만주족 이야기』는 14세기 부족 시기의 이동과 충돌, 그리고 융합부터 17세기 초 만주의 탄생을 거쳐, 18세기 청 제국의 극성기까지 만주족의 역사와 생활 모습, 문명적 특질을 생생하게 살펴본다. 모두 28개의 이야기들은 만주족과 청대사의 거시사적인 골격을 세우고 살을 붙여 가면서도 만주족의 성명, 말구종(쿠툴러), 놀이(가추하), 화폐 등 작은 소재 같아 보이지만 만주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주제들을 망라하여 상세하고 흥미롭게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통사나 청대사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이 책 『만주족 이야기』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주족(여진)으로 설정한다. 그동안 청 제국을 다루는 시각은 그 건설자인 만주족의 국가라기보다 중국 왕조의 하나라고 보았고, 또한 여진을 언제나 명과 조선을 침략하고 약탈하는 야만인으로만 그려 왔다. 조선이나 중국 중심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만주족이 남긴 기록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서술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저자 이훈 선생은 이른바 만주족의 '중국화(한화漢化)'라는 통설을 반박한다. 그동안 만주족이 청 중기에 이르러 상무성과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상실하고 한화되었기 때문에 청사에서 만주족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 중심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는 저자는 팔기, 만주어, 만성, 샤머니즘, 장백산 신화, 수렵, 각종 놀이 등의 주제를 통해 만주족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을 만주, 한인, 몽고, 신강, 티베트의 5개 부분으로 보았던 청의 시각을 지금 중국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중국은 청제국의 유산이라 주장한다. 다만 다른 점은 지금 중국의 중앙정부가 소수민족에 미치는 영향이 만주족 정부의 그것보다 더욱 강력하고, 한족 문화가 다른 민족 안으로 침투해가는 양상이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만주족과 청대사를 전공하고 일생의 역작, 만주어를 한국어로 대역하고 뜻풀이를 더한 국내 최초의 대형 만주어 사전『만한사전』을 낸 바 있는 저자 이훈 선생은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한국인이 만주족과 청에 대해 아는 것은 이웃 민족과 국가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것 이전에 자국과 자민족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을 의미한다.”
몽케테무르가 남하해서 거주했던 회령을 앞으로 부산에서 출발한 철도가 지날 것이다. 또한 그곳은 만주로 북상하는 철도의 한반도 기착지가 될 것이므로 한반도 북부와 만주지역에 대한 지식의 요구가 급팽창할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

이훈

저자이훈

고려대사학과에서「17~18세기청조의만주지역에대한정책과인식」(2013)으로박사학위를취득했고,현재고려대사학과강사로근무하고있다.주요논문으로「청대건륭기만주족의근본지지만들기」(2011),「청초기장백산탐사와황제권」(2014),「1635년후금의와르카공략」(2018)등이있다.
저서로『만한사전』이있고,함께번역한책으로『만주족의청제국』,『여진부락에서만주국가로』,『만주실록역주』,『만문노당역주(태종조)』가있다.

목차

머리말

1_여진부족에서국가로
강의이름에새겨진역사
건주여진의몽케테무르
또다른맹주,해서여진
후금의팽창과동해여진

2_새역사의시작,만주의탄생
사르후전투와후금의비상
해서여진의최강자여허의마지막날
만주의탄생
심양의궁궐건축과정치
두곳의닝구타,청의발원지를둘러싼의도적혼동
장백산신화만들기

3_만주족다움
만주족의성명과씨족
수렵과군사훈련
청황실의샤머니즘제사
만주족의말구종,쿠툴러
얼음위의만주족
만주족의놀이,가추하
만주어의유지와쇠퇴
18세기만주어의역설

4_국가를넘어제국으로
권력의재편
청제국의비공식수도,열하
제국의상징,외팔묘
화폐와중국지배
전쟁기념관,자광각
황제의보디가드,시위
관우신앙

5_청제국의변경인
토르구트의귀환
청제국의극동부변경인,허저
시버족,만주에서신강으로

부록_만주어사전,제리노먼을기리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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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눈에보는만주,강의이름에서역사의실마리를찾다

서쪽의흥안령산맥부터동쪽으로동해까지,북쪽의흑룡강에서남쪽의백두산까지를포함하는광활한만주에서부족이나씨족단위로흩어져살았던여진은14세기후반원이몰락하면서움직이기시작했다.이주는명과조선,몽골의공격에의해서든내부의상쟁의의해서든활발했는데이동의방향은대체로만주의북동부에서남부나서부를향하는것이었다.이들은2세기에걸친이산끝에16세기후반이른바건주여진,해서여진,동해여진으로정립하였다.이책의초반은건주여진의전신인오도리부의역사를조명하고,해서여진4부가형성되고건주여진에의해멸망하기까지복잡하게전개된그들의이동과충돌,융합의과정을추적한다.
흥미로운점은강의이름과만주어지명의원형에서그들역사의실마리를찾는다는것이다.강이름이그연안에거주했던집단이자신들의부족이나초기국가의이름으로사용하는경우가많았기때문이다.만주의척추이자어머니강으로불린흑룡강의만주어는검은큰강이란뜻의‘사할리안울라(울라는큰강,비라는일반적인크기의강)’이고,지금도조선인이많이살고있는사할린도만주어로원래는‘사할리얀올라앙가하다(검은강어귀의산봉우리)’가축약된것이다.해서여진의종주국격인‘울라’는숭가리울라(송화강)에서나왔고여허부는여허강,호이파부는호이파강에서이름을땄다.또한누르하치의숙수후부는숙수후강이다.동해여진후르카가살았던무단강의‘무단’은모란꽃과는무관하고‘굽은’혹은‘구부러진’을뜻하는만주어다.다른말로후르하강혹은후르카강이라고도불렸다.
송화강과함께백두산에서발원하는대표적인강인압록강과두만강이한(漢)어에서유래한것같지만실은만주어다.압록은만주어로'경계'를뜻하는‘얄루'이며강변의여진족을얄루강부라칭했다.두만은만주어나몽골어에서‘만萬'을의미하는‘투먼'에서나온말이다.이처럼이책은만주에관한인문지리입문서로서도의미가있다.

왜만주족,청제국은오랫동안끝없이정복전을벌였을까?

건주여진의숙수후비라부출신의누르하치는1583년일개소부락으로기병한후1588년건주여진을통일하고차례로여진세계를병탄하여,1616년에마침내아이신구룬(금국)즉후금을수립했다.신생국가후금은1619년에국가의존망을걸고명과조선의연합군과격돌했다.이사르후전투는동아시아역사의향방을바꾸었다.누르하치의후계자홍타이지는1635년에족명을주션(여진)에서만주로개칭하고1636년다이칭구룬(대청국)의수립을선포했다.청은그후100여년간영역을끝없이팽창해갔다.만주,중국,타이완,동몽골칼라,서몽골준가르,티베트동투르키스탄신강,카자흐남부가차례로복속되면서18세기중엽에청은수많은민족을지배하고광활한강역을경영하는대제국이되었다.
왜청은오랫동안끝없이정복전쟁을벌였을까?저자는정복전쟁을벌인동력의하나로청의군사문화를짚는데,지배민족인만주족전체가팔기에속한군인이자군인가족이었다는전제를아는것이핵심이라한다.만주족은남녀노소를막론하고모두가팔기에속한기인이었다.심지어만주족가족에속한노복까지도기인이었다.바꾸어말하면만주족의모든성년남성은전업군인이었고,그에딸린모든가족은군인가족이었다.하나의민족구성원전체가농업,공업,상업등의생산에종사하지않고전업군인으로생계를영위하며,수백년의장구한시간동안자신들을먹여살리는방대한인구의타민족을지배한사례가인류사에더있을까?
저자는팔기제라는조직력에관대함을더한것이만주족의탁월한능력이라한다.팔기제라는조직으로국가를건설하고,중국을지배하면서팔기제를중국의행정조직과결합해서새로운조직을만들고,몽골인과한인을일정부분지배의파트너로인정했던관대함이제국건설과경영의동력이었다는것이다.

청은중국보다내륙아시아로부터영향을받았다

“열하의위치가몽고를제어하기에유리한곳이고열하에서몽고를제어하지못하면요동이혼란스러워질것이고,그것은청이천하의왼팔을잃는것이다.그리고황제가열하에서묵는명분은피서이지만사실은그자신이변경지역을직접방어하고있는것이다.”

연암박지원이『열하일기』에서기록한위의글처럼열하의피서산장은청제국이포괄하는모든민족들에대한청의지배를확인하고그들과의연대를강화하는정치중심지였다.저자는근래서양학계에서신청사학파로불리는일군의연구자들의연구를적극소개하면서,청을중원왕조만이아닌내륙아시아의전통선상에위치한왕조로파악한다.과거에는청이역대중국왕조가운데강력했던왕조정도로인식되어왔지만저자는청의강역에서내륙아시아에포함되는만주지역,몽골,티베트,신강이중원에비해차지하는비중이컸을뿐만아니라청이라는국가의기본적인통치시스템이중국보다내륙아시아의전통에더많은영향을받았고그것을지배에지속적으로활용했다고주장한다.그러한통치시스템이가시적으로드러나는공간이열하였다고보는것이다.다시말해저자가이책에서열하를하나의큰주제로선택한이유가이러한청의내륙아시아적전통에대해피력하고싶었기때문이다.

만주족의문제도,청나라의문제도만주족의시각에서

앞에서도말했듯이청제국사에서만주족의중요성을강조하기시작한것은서구학계이고근래들어서이다.그동안청을건국하고지배한집단이만주족이라는사실은청의초기역사를다룰때에만중요하게고려되었고그후의시기를고찰할때는흔히무시되었다.만주족이청중기에이르러자신의문화와언어를상실하고한화되었기때문에청사에서만주족의문제는중요하지않다고생각해왔던것이다.만주족이한화되었다는‘중국중심적시각’과함께청말기에서구세력의침입에만주족지배층이효과적으로대응하지못한무능력에대한비판과경멸이현대에이어진점도역사가들에게청사에서만주족의요소가중요하지않다고인식하게만든원인이었다.
이책에서는만주족이자신을한인과구분되는존재로인식하게하는‘만주족다움’의요소들에대해많은분량을할애하여기술한다.만주족이중국에들어온지100여년이지난18세기중후기에대다수만주족이만주어를말하지못하고한어를모어로사용하게되었다.그래서우리는한어가만주어속으로침투했고그결과만주어가쇠퇴하고결국소멸해버렸다고생각한다.그러나저자는엄밀히말해서한어의침투가곧만주어의쇠퇴를의미하는것은아니라고한다.예컨대외국어의유입이곧한국어의쇠퇴가아니며,오히려외국어의유입은한국어의부족한부분을보완해주어서한국어를발전시켜준동력이된다는이치이다.만주어에없는한어를번역하여새로운만주어어휘를만드는작업이꾸준히진행되었지만,그작업이가장활발하게이루어진것은만주어상실에대한위기감이최고조로증폭된건륭기였다.저자는만주족이남긴방대한문헌들을검토하다보면모어를지키고발전시키려는그들의노력에경탄하게된다고한다.또한만주족이자신들의언어와문화를그나마지킬수있게방어한것은각주둔도시에만성을쌓고한인과분리되어살아간폐쇄적거주형태였다.
만주족이만주어와고유의관습을상실해갔어도다수민족인한족에완전히동화되어버린것이아니라만주족으로서의정체성을계속유지했다고주장하는저자는,언어와혈연과관습을민족의구분선으로간주하는시각에서탈피하여만주족의정체성을그들의자신에대한인식이나제도에서찾는데서출발해야함을강조한다.예컨대만주족은팔기제나만성등의제도적틀덕분에‘만주’라는정체성을청이멸망한후까지계속유지했다.만주족의문제와그들이건국한청나라의문제를만주족의시각으로바라보는것이중요하다는설명이다.

청제국의변경인

만주에는만주족외에도몽골,다구르,솔론,에벤크등여러민족이살았다.이책에서주요주제로다루는토로구트,허저,시버는청제국의변경을구성한민족가운데일부이다.비록일부이지만변경민족의역사를책에서소개한이유는제국의중심보다변경이제국의모습과속성을더욱잘보여준다고보았기때문이다.이들민족은청과러시아제국의형성과정에서유난히역사의굴절을심하게겪은민족들로,세민족의역사를통해독자들이제국의장대한모습뿐만아니라제국의역사가전개되는과정에서힘겹게이동하고부침해야했던민족들의애환까지돌아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