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저자:김지수 컬럼비아대학교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조지워싱턴대학교역사학과교수겸동대학의한국학연구소소장으로재직중이다.본저서로JamesD.PalaisBookPrize를수상했다.스승인김자현의유고작『임진전쟁과민족의탄생TheGreatEastAsianWarandtheBirthoftheKoreanNation』의편집을윌리엄하부시,마르티나도이힐러와함께맡았다.논문으로「Neo-Confucianism,Women,andtheLawinChos?onKorea.”,“FromJealousytoViolence:Marriage,Family,andConfucianPatriarchyinFifteenthCenturyKorea」외다수가있다. 역자:김대홍 서울대학교법과대학을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UNIST초빙교수를거쳐2020년현재숭실대학교국제법무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한국법제사연구와비교법에관한시야를넓히고있다.조선시대의법을분석한『조선의법추론인율비부(引律比附)』는2018년세종도서학술부문에선정되기도했다.
한국어판머리말감사의글들어가며새로운역사기록학의패러다임을향하여원의감정:젠더,신분그리고법법의기록보관소:장르,서사그리고소원1장유교국가,법그리고감정국왕의정의와원의정치화제도적질서와신원사이의긴장결론2장젠더,글쓰기,법적퍼포먼스소원의연극공간신문고에서격쟁으로소원의두방식:서면소원(상언)과구술소원(격쟁)18세기‘억울함’의의미확대법적글쓰기의이중언어와여성들의언어선택결론3장여성들의억울함과그들의젠더화된원의내러티브법적내러티브의젠더화여성의개인적인억울함들결론4장살아있는자를대신하여무죄를입증하거나용서를간청하기희생자의가족구성원에게공유된고통의사회성가족구성원들을위한소원:사건사유형의이전과이후투옥된남편들을위한소원결론5장망자를위한정의의추구부정의와원의결합부정의의공적행위:수령의고신남용죽은딸들을위한기생의소원죽은남편을위한양반여성의소원죽은남편을위한하층민여성의소원부정의의사적행위:속량된노비의착취결론맺으며옮긴이후기참고문헌찾아보기
"한국은동시대중국이나유럽과는달리,조선시대여성이억울함을호소하는청원서인소지를써서관에제출하는등남성과동등한법적주체로권리를행사했음을이책은처음으로밝힌다"조선과같이양반,중인,상민,천민의신분구조와남녀차별까지있던사회에서심지어여자종까지국가에법적으로원통함을호소하면서억울함을표출하는것이어떻게가능했을까?젠더나신분에관계없이모두에게법적능력을부여한것은어떻게가능했을까?그것을가능하게만든원천은무엇이었을까?여성들은자신의부당함을호소하기위해어떤방식의소원과서사전략을활용하였을까?이러한질문을탐구하기위해저자는소지류,공문서,범죄기록,법률규정과교본등을포함한다양한자료를읽고해석한다.김지수교수는특별히여성소지에주목한다.단조로운어조로된이야기만을담은심리록이나검안같은형사기록과달리소지는송자의성별,나이,사회적신분에따라다면적인이야기를전달하며,다양한서사를읽어낼수있기때문이다.현존하는600여건의조선시대여성의소원과관련된기록(155건은조선후기군현과도에제기한여성소지)을독해한끝에수많은이름(여성노비),조이(평민여성),씨(양반여성)들의사연과법적공방을이책은소개한다.책의첫머리에등장하는여종말금의소원에서처럼그녀들의서사는원통함이나원의감정으로시작되었고또끝을맺는다.저자는조선시대법적담론과법적서사의핵심이‘억울함(원?)’이며,원의감정을잘풀어주는것이정의를확보하는하나의기제였고,평범한민이사법제도에기대도록만든주된동기였다고주장한다.백성들이북을치며억울함을공개적으로표출함으로써원통함을해결할수있도록한신문고의등장은국가입장에서각개인의목소리가권력구조의정점에까지도달할수있도록허용한첫조치였다.백성은소원을했고국가는원이풀어지도록힘쓰는것이법적관행의근본이었다.이는자비로운통치자,유교적성군의정치에필수적이었다.이렇듯조선의사법제도는신분과젠더를차별하면서도동시에그런차별을최소화하는방식으로자기모순적으로작동했던것이다.저자는젠더나신분에관계없이법적주체라는권한을부여했던이면의국가역할과논리를인식하는것이전근대의사법관행을이해하는핵심이라강조한다.젠더,글쓰기,법적퍼포먼스조선에서소원은감정은물론젠더정체성까지드러낼수있는연극적공간을창출했다.원을호소하는방법에는서면소원(상언)과구술소원(격쟁),두가지가있었다.앞은소지로청원하는것이고,격쟁은문자그대도징을치다라는뜻으로,임금이행차할때그길에서억울함을호소하는것이다.중국에서황제순행때의격쟁은불법이었고일본은아예불가능했다.서면소원은글쓰기,구술소원은몸짓,말투,표정이감정을표현하는매개체로기능했다.여성과남성이감정을표현하는방식에도차이가있었다.남성의경우원과관련된분노를표출한반면,여성들은고통과고난을강조하였다.여성들은여성젠더를강조하기위해사회내에서자신들의연약함과취약함,종속적인지위를강조하는연민의내러티브를활용해원을표상했지만,동시에국가에자신들의원을해소해줄수있는국가본연의권한을따르라고과감하게요구하였다.특히한글로작성된여성들의소지는여성의젠더정체성이어떻게고유의글쓰기로드러났는지보여준다.저자가연구대상으로삼은155건의여성소지중30건이한글소지인데16건은양반여성이,14건은평민여성이썼다.여성들은한자와한글로소지와상언을제출함에따라두문자를연결하는매개체가되어공적인글쓰기영역에이중언어의문화를반영할수있게되었다.또한신분에따라서소원의내용이달랐다.양반여성은주로가족의신원과입양,재산분배,노비소유등이었는데하층민여성들은세금,토지,채무,묘지,혼인,구타등훨씬더다양했다.175쪽에서서조이는채권자로서소원을하고배상을호소했다면다음쪽의소개하는황조이는채무자로서부당하게이자를뽑아내려던채권자를상대로소송을제기했다.여성들은개인이나가족의억울함말고도집단의억울함을호소하기도했다.예를들어1422년시각장애여성29인이신문고를집단으로쳐서환자〔還上〕를지폐로갚도록해달라고했다.이들소원은등장(等狀)혹은공동소원으로알려져있는데세금과같은사회적문제에관한것이었다.조선시대소원제도는초기엔개인적인억울함에한정하였으나16세기에이르면친자관계,아내나첩의가족지위또는평민이나노비의사회적신분에관한문제로확대되었다.그리고18세기는가족구성원들을대신해소원하는것이두드러진법적관행의특징이었다.이책의후반에는투옥되거나죽은가족구성원을대신한기생과노비,양반과하층민등다양한신분의여성송자들의호소를다룬다."조선시대여성들은가족들,특히남편을위해서뿐만아니라자기자신을위해서도법정에서억울함을소원하였다.그들의정소관행은남편을대신하여발언하였을때,여성들로하여금권력관계를뒤집으면서집안의가장에도전할수있게하였다.여성들은소원할수있는법적능력을활용함으로써이해관계를추구하고,사건을바로잡고,사면이나호의를청원하기위해공권력과협상할권한을얻었다.조선의법적공간은사회적화합을유지하기위해구제되어야할필요가있는새로운유형의억울함이생성되는국가와사회의협상장소로활용되었다."본책273~274쪽그런데왜조선시대여성은남성에게종속되었다는관념이지배적일까?앞에서여러차례기술한바와같이20세기이전조선시대의여성들은법적주체로인식되었으며,남성상대방에비해열등하지않은권리능력을행사하였다.그런데왜남성에게종속된조선시대여성이란관념이지배적으로남아있을까?김지수교수는일제강점기조선민사령과해방이후한국법제사연구의경향성이두가지에서기인한다고본다.우선일제강점기의법적변환을살펴보자.조선민사령의근거가된조선관습조사보고서에서일본인들은조선에서아내의권리능력을잘못이해하여여성이남성에게종속되었다고보고아내가권리능력을행사하려면'전적으로'남편에게의존했다고보았다.이는전근대에서근대적사법제도로의근본적인구조변경의틀이되었다.해방이후학계에서는일본의조사보고서를무비판적으로수용하였고,실증연구보다는추정에따라조선시대여성의법적'무능력'을사실처럼받아들여논의하였다.나아가조선민사령의예외규정을근거로식민지시대여성의법적지위가향상되었다는주장까지나오게되었다.일제식민주의자의오류는그렇다하더라도한국법제사연구는어떻게봐야할까?저자는이전의한국법사학이(내재적발전론에의거하여)조선의사법체계가서구의법적기준에필적했는지를규명하는데초점이맞춰져있었다고비판한다.조선의법체계는서구와다르게작용하였을뿐아니라조선인의감정인식또한서구와달랐다.조선에서권리와연관될수있는민법이나사법의서구적개념을찾는것을목적으로하게되면,성리학이지배한조선사회의사법관행을잘못이해하게된다는것이다.조선의법사를연구할때서구법을기준으로삼아서는안되는이유는단지무의미한논쟁만불러일으킬뿐이기에역사속으로들어가실제적용된그대로설명하는것이중요하다고저자는강조한다.김지수교수는조선의법문화를분석하면서여성을무대중앙에서게한다면,그들의목소리를복원할수있을뿐만아니라법의영역에서젠더와신분간의복잡한상호관계에대한관심을환기할수있다고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