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과 의로운 민족 : 한중 관계 600년사 하버드대 라이샤워 강연

제국과 의로운 민족 : 한중 관계 600년사 하버드대 라이샤워 강연

$20.00
Description
한반도와 중국의 관계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제국과 의로운 민족』(원제 Empire and Righteous Nation)은 냉전사의 대가로, 전작 『냉전의 지구사』, 『잠 못 이루는 제국』을 통해 제국의 작동 방식을 풀어낸 오드 아르네 베스타 교수(미국 예일대)의 신작이다. 한반도에 학문적 관심을 기울이며 600년 한중 관계의 핵심과 의미를 밝힌 이 책에서 중국이라는 제국을 제국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한 것은 한국이었다는 요지를 펼쳐낸다.

베스타가 던지는 첫 질문은 수백 년이 넘은 시간 동안 중국에 존재했던 여러 제국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한국이 어떻게 단 한 번도 중국 제국의 일부가 되지 않았는가이다. 티베트와 몽골,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많은 나라를 비롯해 오늘날 중국의 남서부 지역이 되어버린 많은 나라들이 그 기간이 길든 짧든 중국 제국에 편입되었다. 하지만 한반도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왜 항상 독자적 국가로 유지되었을까? 한국이 제국 바깥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베스타가 이유로 제시하는 두 가지,‘정체성’과‘지식’은 도대체 무엇일까?

책의 헌정 문구로 “평화와 통일을 이룬 미래의 한반도를 위해”를 넣었을 만큼 베스타는 앞으로 올 한반도의 통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수십 년에 걸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국제적 성취에도 마치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긴장 관계 자체가 아니라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면 16세기 일본의 침략이 그랬듯이 동아시아에서 운명의 순간이 도래할 수 있다. 이때 중국이 자국의 이익보다 지역의 이익을 우선시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권위주의적인 중국이 민주주의 정부하의 한반도 통일을 수용하고 이를 촉진할 수 있을까? 베스타는 통일 한반도와의 관계 설정이 역사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다시 ‘제국’이 될 수 있는 길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기술한다.

역사는 폭발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현재의 대안이 무엇인지 관한 지침을 제공하지만 확실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오직 현재와 미래의 정책 입안자들과 지도자들 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도자를 선택할 권한이 우리에게 있는 한 한국 사회와 그 지도자들에게 더 세련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저자

오드아르네베스타

1960년노르웨이에서태어나오슬로대를졸업했고,미국노스캐롤라이나대역사학과에서「냉전과혁명:소련-미국의대립과국공내전의기원,1944~1946」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런던정경대와하버드대교수를거쳐현재는예일대사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영국학술원(BritishAcademy)회원이다.밴크로프트상을받은『냉전의지구사(TheGlobalColdWar)』를비롯하여『냉전의세계사(TheColdWar:AWorldHistory)』,『잠못이루는제국(RestlessEmpire:ChinaandtheWorldsince1750)』,『세계사(TheHistoryoftheWorld)』(공저)등냉전사,중국사,국제사분야에서다수의책을썼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들어가며

제1장
중국과조선:중국-한반도관계의형성,1392~1866

제2장
동아시아의국제화:중국,한반도그리고세계,1866~1992

제3장
오늘날중국과한반도

맺으며중국-한반도관계사를통해우리는무엇을배울수있는가?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한중관계600년역사,하버드대라이샤워강연

하버드대라이샤워강연이기초가된『제국과의로운민족』은‘제국’,‘민족’,‘의로움’을핵심개념으로하여책의전반부는역사상의분기점이었던14세기원-명교체와조선의건국이후오랫동안중국제국옆에서사대를통한‘독립’를지켜왔던조선과명·청제국의깊고오래된관계를간결하게개관한다.19세기서구열강의침탈로그질서는결국허물어졌다.특히청제국은서구열강이나메이지일본의군사적위협이고조되는상황에서조선을지지할의사나능력이없었다.

책의후반부는19세기후반부터20세기말까지두나라가경험한극적인변화를살핀다.20세기내내제국주의,민족주의,혁명,전쟁이아시아전역의국가와민족을휩쓸면서한-중관계는더큰변화를겪는다.한반도와중국의관계가일본침략기와그뒤에이어진냉전기에어떻게변모했는지그윤곽을그린베스타는한국전쟁이이지역의국제관계에미친참담한영향을묘사하고,오늘날남북한의한반도와중국의상호작용,특히한반도통일이라는간단치않은문제를다룬다.한반도-중국관계의특징인유대와긴장을조명하는『제국과의로운민족』은오늘날의중요한지정학적동학을이해할수있는의미있는토대를제공한다.

한반도만의독특한민족정체성,의로움이국가,민족,공동체를묶어내는기치

저자가모든것을흡수하는제국의옆에서‘독립’할수있었던이유로제시했던두가지,한국인의‘정체성’과‘지식’을살펴보자.『제국과의로운민족』에서베스타는중국과대비하여한국을‘의로운민족’으로칭한다.한국인이특별히더의롭다는의미는물론아니다.600여년간한국의역사에서그연결고리가의로움을포함한유교사상이었다는것이다.조선의유교화프로젝트는매우성공적이었다.

저자는거의전인민이참여했으며(일부소외된계층이있긴했지만)한국인들에게역사내내무척깊은각인을남길수있었다는점을강조하며이는동아시아의많은유교국가들과전혀달랐던점임을밝힌다.그저윤리적수준에서‘우리는누구인가’를정의하는것을넘어서서의로움이국가이자민족이자공동체를묶어내는기치(슬로건)가되었다는것이다.이것이한반도만의독특한‘민족’정체성을형성하는토대였다.

특히임진왜란과병자호란의경험이중요했다.이때조선에서는중국,일본과구분되는민족적정체성이강하게형성된다.베스타는(고)김자현교수(미국컬럼비아대)의유고작『임진전쟁과민족의탄생』의요지를인용하며적어도19세기와20세기초유럽인들이‘네이션’이라부른것과비슷한민족(국가)가16세기말에조선에들어섰다고한다.민족이란기치는예컨대1590년대일본의침략과17세기만주족의침략에맞서일어났던의병이라불린군대로,20세기초반일본에저항하는움직임에서도나타났으며,20세기후반,한국에서일어난여러정치적대변동속에서도소환되었다고본다.

이정체성이야말로임진왜란과병자호란때명제국이무너지고토요토미히데요시의실험이패배속에사라졌지만조선은살아남을수있었던능력이었다고저자는말한다.유럽에서‘민족’은배제에관한것으로경계를나누어누군가를국가에서소외시키는형태였다면한반도의경우누군가를배제하는문제보다도민족의명확한속성이더중요했다.주로문화·언어적으로정의되었으나정치적으로독립을누렸고국가라는제도적인실체로작용했던것이다.베스타는어쩌면한국이제국이아니었던그이유때문에오히려눈에띄게응집력이있고강하게장기지속할수있는국가와사회를창출할수있었을지모른다한다.

한국인들은중국이그들을알고있는것보다제국을더많이알고있었다

한반도가중국제국과밀접한관계를맺고있었지만,중국제국바깥에남아있었던두번째이유인‘지식’이시사하는바는오늘날에도중요하다.제국옆에사는건언제나어렵고위험하다.늘존중하면서동시에조심스레다뤄야했다.한국의엘리트들은중국이스스로아는것보다제국을훨씬더많이알고있는전문가였다.제국의수도에매년몇차례의사신방문을통해이익을챙기는솜씨가좋았고,그곳에서논의중인사안,첩보등을알아내조정에보고했다.

따라서조선의위정자들은중국에서새로운제안이올때마다대응방안을세울수있었다.명이든이후의청제국이든중국은조선을모범적인동맹국으로봤다.즉중국을누가집권하든지협력해줄상대로간주했다.조선은그렇게별개의나라가될권리를얻었다.티베트,신강,몽골,대만처럼제국의일부가되어중국처럼살라는지시를받을필요가없었다.

바로그렇기때문에역설적으로조선은청을제국으로존재할수있게하는존재였다.베스타는명·청제국과조선의관계에서조선통치자와엘리트들의이지식과수사의능력이역사적언설에서잘언급되지않고과소평가하는것이매우이상하다했다.조선이제국옆에서성공적인국가로서아주오랜기간건재할수있었던이유였는데도말이다.

베스타는‘한반도는중국에게무엇인가?’를물으며한국인의태도와경험이중국에영향을주었다는점을강조한다.중국에비교하면작지만,무시할수없는주변인한국의역사와미래에세계인이관심을가져야할이유라는것이다.이는‘한국에게중국은무엇인가?’란질문에만매몰되어있는우리에게낯선유형의질문이지만,우리가함께고민해봐야할중요한문제라할수있다.

민족주의적관점에서항상폭발성을지닌쟁점으로변화할위험성에노출,
통일한반도와의관계설정은중국이다시‘제국’이될수있는길

베스타는현재한반도위기를불러온남북한의분단과북핵문제,나아가한반도의통일까지커다란문제에서중국의관여없는해결책은있을수없다고분명히말한다.20세기초중반을포함하여중국이역사적으로분열이일어나약화된몇몇기간을제외하면늘그래왔다는것이다.한반도문제와관련하여중국이긍정적역할을하도록끌어들이기위해서는중국이한반도와관계맺어온역사적배경을깊이이해할필요가있음을주지한다.

그런데문제는양국이과거공유했던역사와문화그리고지리에기초한관계가20세기를경과하면서현재의강렬한‘만족주의’로변환했다는데있다.한반도와중국에서모두민족주의적시각이강해지면서저자가다룬시기의이른바‘복합주권’과‘복합특수성’에대한이해가어려워졌다는사실이다.한국에서중국과관련된문제는‘사대주의’의그림자를벗어나기쉽지않으며,역사와문화를공유했던경험은민족주의적관점에서항상폭발성을지닌쟁점으로변화할위험성에노출되어있다.과거중국제국들을명민족,청민족이라누구도떠올리지못하듯이현재의중화민족주의론에대해서도베스타는매우비판적이다.

한반도의위기가전면적으로노출될때중국은한반도문제에어떻게개입할까?베스타가예측하는가장현실성있는시나리오는북한정권이갑작스럽고,예기치않게붕괴하는경우이다.북한의붕괴는외부적압박으로일어날수도있지만,북한의내부적인국가기능실패로일어날가능성이더크다고본다.『제국과의로운민족』은중국의현재적또는장기적인한반도정책에서의핵심딜레마를최신정보와함께소개한다.

역사가길잡이의역할을한다면지금한반도에서바랄수있는최선은우선군비통제,남북간긴장완화,마지막으로북한정권이무너지기시작할때북한을포기하겠다는중국의정책이라썼다.왜냐하면중국이만약통일된한반도를포용력있게받아들일수있다면,이는중국이국제문제를다루는방식에있어서넉넉함과성숙함을갖추는일이될것이다.통일한반도와의관계설정은중국이다시‘제국’이될수있는길과도깊이관련된문제이기때문이다.

저자는언제나세계최강국옆에사는것이얼마나어려운일인지이해하는것이문제해결의출발점이라했다.특히중국이국제관계속에서부상했고세계적으로중요성이커진상황에서어떻게대처하는가는오늘날한국에게힘든과제다.단순히국제정치학에서말하는국가대국가의관계가될수는없다고한다.정치,경제,군사전략심지어문화적측면에서도어떻게대처해야할지역사로부터많은걸배워야함을강조한다.

마지막으로베스타는한반도의분단이영원할가능성은매우낮게본다.인위적으로분단된나라,특히한국처럼민족정체성이강한나라가오랜기간분단되어있는것은역사적으로유례를찾기힘든사례라는것이다.역사적으로자주있는일이지만어떤일이갑자기벌어지기전에는불가능하다고말하는경우가많지만.언젠가는가까운미래에한국은통일이될것이라본다.

지은이의말

대부분의중국의전문가들은내심현상황보다는통일되고번영하는한반도가중국에장기적으로더좋으리라고생각하고있다.대다수의중국의한반도전문가들은북한이현재의형태로는장기적으로생존할수없다고보고있다.북한이생존하기위해서는김정은은지금까지거부해왔던국내개혁을시도해야하지만김씨왕조체제에서는불가능하다고보고있다.

그러나한반도정책에서현상유지를금과옥조로삼고있는현중국지도부는중국에손해를입히는경우를제외한다면,북한에서일어나는모든변화를두려워하고있는듯보인다.이딜레마로인해일부동아시아인은중국정부의변화가있기전까지과연한반도의근본적인변화가가능한지의문을품기시작했다.

옮긴이의말

중국이단순한강대국이아니라,포용력있는제국이되기위해서도한반도에살고있는우리의역할이매우중요하다.중국과한반도의관계를외부자의관점에서고민한이책이21세기의『청한론』이될수있지않을까감히상상해본다.옮긴이의노력을통해중국과한반도의미래를한층더깊게고민하는21세기의유길준이나올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