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 : 나치 독일, 소비에트 러시아 그리고 산업화를 향한 경쟁

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 : 나치 독일, 소비에트 러시아 그리고 산업화를 향한 경쟁

$30.00
Description
대공황에서 전후 시기까지 포드주의의 새로운 세계사
나치 독일과 소련이 일으킨 ‘거대한 전환’의 물결
20세기의 첫 십 년 동안 전 세계의 관찰자들은 미국의 급격한 부상과 자동차 산업이 밀접하게 관련됨을 포착했다. 1930년대에는 전 세계의 엔지니어들이 미국을 본받고, 도전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로 몰려들었다. 그들 중 가장 열정적이었던 이들은 자동차 대량생산기술, 즉 ‘포드주의’를 연구하고 모방하고 때로는 훔쳐내고자 한 나치 독일과 소련의 전문가들이었다. 『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원제 Forging Global Fordism)은 경제 위기와 이데올로기적 혼돈 속에서 독일과 소련이 포드주의를 수용하는 과정을 낱낱이 추적한다.
1930년대는 세계 각국이 자유시장의 확대와 세계화라는 발전궤도에서 잠시 이탈한 예외적인 시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바로 이 시기에 글로벌 대량생산체제의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이데올로기적으로 미국의 반대편에 서 있던 나치 독일과 소련이 그에 앞장섰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러한 반전의 역사의 배후에는 미국 중서부에서 탄생해 전 세계를 매료시킨 ‘포드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스테판 링크(미 다트머스대 교수)는 포드주의의 기원을 미국 중서부 포퓰리즘에서 찾아내고, 헨리 포드의 반자유주의적 전망이 어떻게 나치와 소련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포드주의는 20세기에 새로운 시대정신이 수혈되어야 한다고 믿은 포스트 자유주의자들에게 ‘자유주의’를 대체할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동시에 포드주의 기술 이전은 전시 체제를 확립하고, 미국의 패권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기도 했다. 이 책은 윌리엄 베르너, 페르디난드 포르셰, 스테판 다이베츠와 같은 디트로이트 방문객들이 포드주의를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그것을 총력전에 동원하도록 조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은 미국의 부상과 대공황을 계기로 촉발된 포드주의를 향한 산업화 경쟁이 명백하게 반자유주의적인 궤적을 따라 진행되었음을 논증함으로써 20세기 글로벌 대량생산체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의 산물이라는 관념에 도전한다. 이렇게 포드주의와 전간기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칼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의 역사를 새로 쓰는 데 성공했다.
저자

스테판J.링크

저자:스테판J.링크(StefanJ.Link)
2012년하버드대에서“TransnationalFordism.FordMotorCompany,NaziGermany,andtheSovietUnionintheInterwarYears”로박사학위를받고,피렌체유럽대학연구소연구원을거쳐다트머스대교수로재직중이다.세계정치·경제사와자본주의사상사에정통하다.2020년『ForgingGlobalFordism』(한국어판:글로벌포드주의총력전)을출판하고,미국역사협회가수여하는허버트박스터아담스상,미국외교사협회가주관하는스튜어트L.버내스상등다수의상을받았다.사회이론,정치,이데올로기,개발국가를기업사와연결짓는연구를계속진행하고있다.

역자:오선실
서울대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과정에서과학기술사를공부하고,식민지시기부터해방이후1980년대까지한국의전력체계의형성과정을다룬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숭실대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HK+사업단연구교수로일하고있다.사회의뼈대가되는기반시설기술체제와그기술정치에큰관심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들어가는글:디트로이트,20세기자본주의의수도
포드주의란무엇이었을까
미국에대한반란
적대적개발과기술이전그리고경제적독립추구
맥락:전략적산업정책과개발체제
근대화너머의20세기역사

1장포퓰리즘에서찾는대량생산의뿌리
기계공과금융업자
대량생산의복합적요소들
동부와중서부
포드사대제너럴모터스사
결론

2장포드,근대사회의바이블
『나의삶과일』
백인사회주의:포드를읽는바이마르우파
막간:그람시의미국주의와포드주의를대하는소비에트의맥락
사회주의합리화:소비에트의포드읽기
결론

3장소비에트의자동차거인
소비에트산업화와기술이전:신경제정책에서제1차5개년계획까지
니콜라이오신스키와소비에트연방자동차보급의기원
포드협정:맥락들
디트로이트의다이베츠위원회
인력교류
기술이전과외환
자동차거인의작업장
결론

4장나치의포드주의
나치의정치경제안에서미국의다국적기업
미국기업들의도전과인민의차
폭스바겐의기수
미국기업들이협조하게만들기
포드,지엠그리고나치의산업고도화
포르셰의미국인들
결론

5장공장들의전쟁
윌리엄베르너:괴링의미국인
나치전쟁기계에포드주의강제하기
흐름생산과노동강압
포드주의와나치의군비기적
가즈와소비에트생산의기적
결론

마치는글:미국헤게모니아래개조된포드주의

감사의글
옮긴이의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미국중서부의포퓰리즘에서글로벌포드주의의기원을찾다

『글로벌포드주의총력전』은제1차세계대전이후전세계적으로나타난포드주의기술이전이글로벌대량생산체제로이어지는과정을그린책이다.대공황으로얼룩진1930년대10년동안포드주의의세계화가이루어진까닭은무엇일까?전쟁과대공황으로세계가고립된블록으로쪼개진듯한시기에풍부한교류가일어난사실을어떻게설명할까?포드주의가경제적독립을추구한나치독일과소련까지매혹시킬수있었던이유는무엇일까?이책은이러한질문들에서출발한다.

포드주의의기원을미국중서부의포퓰리즘이라는독특한이데올로기에서찾는스테판링크는20세기자본주의의수도라명명한디트로이트로독자들을초대한다.자동차대량생산의역사는산업과금융의중심지인뉴욕을비롯한미국동부가아니라오하이오,인디애나,일리노이,미시간,위스콘신같은중서부지역에서시작되었다.오대호유역과그인근지역은19세기중반이후“농산업혁명”이일어난지역으로,농업과산업이상호보완적이고공생하는관계로자리잡고있었다.이러한경제지형은농부들에게생산자-포퓰리즘이라는독특한정치적정서의기반이었다.제조업자와기계공도이생산자주의를공유했다.그들은동부의금융지배에격렬히반발했으며,진보의원천은생산적노동에있다고주장했다.미국중서부의정치경제안에서행동했던헨리포드도예외는아니었다.그는이지역에만연했던포퓰리즘적정서를기반으로자동차사업을시작했다.

당시자동차는고급마차처럼수공생산방식대로만들어소수의부자에게비싸게팔아그만큼의수익을남기면되는사치품이었다.반면포드와기계공,엔지니어들은기술은공공재이고기업은생산자의이익에복무해야하며,자동차는모든대중을위한것이어야한다는‘도덕경제’의믿음에따라‘자동차대중화’즉‘자동차대량생산’에나섰다.최종조립라인길이가‘1킬로미터’에달했으며,재료로사용되는광석이배로도착한지정확히28시간만에자동차가굴러나오는대량생산체제가구축되었다.포드자동차회사는‘T형모델’이라는단한종을싸게팔고,특허권없이기술을공유하며,노동자들에게당시로서는유례없는‘1일5달러’,8시간노동제를보장하고,수익을주주에게배분하는대신공장에재투자하는이른바‘포드주의’를탄생시켰다.단일목적기계제작,순차배치의실현,조립라인설치등의기술적문제보다더어려운것은자금운용문제였다.이익을생산자와공유해야한다고믿은포드와주주의이익실현을우선시한동부의금융엘리트는필연적으로충돌할수밖에없었기때문이다.『글로벌포드주의총력전』은포드의경영철학을분석함으로써조립라인으로설명되는포드주의의근저에포퓰리즘이있다는점을명확히밝힌다.이렇듯미국자본주의의자연스러운발전국면으로인식되어온포드주의가근대화과정혹은자본축적의결과로이뤄진것이아닌오히려그반대편에서미국중서부기계공,농부들의생산자-포퓰리즘에기반한적극적인기술선택의결과였음을보여준다.이책의가장큰성과중하나다.

글로벌포드주의,전간기를보는새로운시각

링크는우선그람시를비롯한유럽의좌파와우파양진영의포스트자유주의자들이어떻게포드주의를1920-30년대의경제적,이데올로기적혼란을헤쳐나가는나침반으로삼았는지를살펴보며포드주의가전세계로확산되어가는과정에대해새로운관점을제시한다.

링크는이를논증하기위해포드의자서전『나의삶과일』이전세계적으로일으킨반향에주목했다.이책은특히나치독일과소련에서열렬한호응을얻었다.미국의부상을경계했을뿐만아니라반자유주의를기치로내걸었다는점에서공통분모를가지고있던양국이포드주의의교과서에열광한이유는두가지로요약된다.첫째,나치독일과소련은『나의삶과일』을통해미국이패권국으로떠오른비결을두려운시선으로파악하고자했다.둘째,사업은사익이아니라집단의목적에복무하기위해존재한다는포드의신념이양국의반자유주의적영감을자극했다.포드주의로부터미국과자유주의에대항할실마리를찾은나치독일과소련은즉각행동에나섰다.자국의엔지니어들을디트로이트로파견한것이다.

『글로벌포드주의총력전』의매력적인특징중하나는전간기를보는새로운시각을제공하는데있다.전쟁과대공황으로세계가쪼개지고국제적고립이강화되었다고여겨지던전간기에이미포드주의는전세계를활발하게이어주고있었다는것을밝힌것이다.

전간기,그중에서도1930년대는‘단절’의시기로불린다.산업혁명을계기로확산된‘자유무역’이라는이름의연결고리가1929년대공황을계기로끊어졌기때문이다.영국의금본위제이탈은세계경제가‘자립경제(autarky)’의국면에접어들었다는것을알리는신호였다.일본,이탈리아,독일은제국주의적팽창을통해일종의경제권역을건설한뒤견고한무역장벽을쌓았으며,서유럽국가들은자국내미국기업을압박했다.소련또한전세계적인무역수지악화로더이상곡물수출에의존할수없게되자경제적독립을달성할방안을모색해야했다.레벤스라움,임페로이탈리아노,대동아공영권,소비에트연방등으로각기이름이달랐지만말이다.

하지만자립경제의물결에도불구하고세계각국을잇는경제적연결고리는그리쉽게끊어지지않았다.링크는이국면에서전세계가포드주의기술이전총력전에뛰어들면서국가간의경제적결속이오히려더강화되었다는점을밝힌다.나치독일과소련뿐만아니라서유럽국가들과일본에도해당된다.이들은자동차산업과이를뒷받침하는대량생산기술덕에미국이우위를점할수있다는판단하에포드주의기술을모방하는데앞장섰다.자유무역과해외투자의붕괴에도불구하고전세계적인기술이전은가속화될수있었다.

포드주의를옮겨심기위해세계각국이벌인경쟁은총력전양상을띠었다.전방에는디트로이트로향한엔지니어들이,후방에는산업가·정치가들이있었으며,이들은모두세계시장에서미국이점하고있는우위에도전한다는공동의목표하에조직되어있었기때문이다.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1930년대의기술이전은제2차세계대전이후미국주도의글로벌대량생산체제가완성되는데크게기여했다.링크는광범위한문헌조사로이과정을치밀하고집요하게추적함으로써역사의역설을밝혀낸다.

소비에트의자동차거인과나치의‘인민의차’

『글로벌포드주의총력전』의후반부는1930년대에소련과나치독일이미국의대량생산기술을배워자체포드주의를만들어내려고기울인노력을탐구한다.그리고두체제가제2차세계대전동안포드주의를어떻게활용했는지살펴본다.

전간기에‘경제적독립’이라는목표를추구한소련은단절과고립대신세계시장속으로더욱깊숙이들어가는길을택했다.이들에게‘경제적독립’이란곧기계를수입하는후진적인농업국가에서기계를생산하는산업강대국으로거듭나는것을의미했는데,이를위해서는반드시서방의선진적인기술을수입해야했기때문이다.절박한심정으로여러서방기업의문을두드린소련을맞이한데는바로포드자동차회사였다.포퓰리즘적신념으로기술을공유하는데거리낌이없었던포드는대서양을건너온소련의엔지니어들에게설계도,생산기술,엔지니어링노하우와같은비법을스스럼없이전해주었다.덕분에소련은니즈니노브고로드에‘가즈’라는이름의포드식자동차공장을건설할수있었다.저자는포드자동차회사와의교류를주도한니콜라이오신스키,소비에트기술단대표로서6년간디트로이트에머문스테판다이베츠,‘가즈’를진두지휘했던세르게이디아코노프,이반로스쿠토프등여러경제관료와엔지니어의활약상을그림으로써포드주의기술이전의과정을생생하게보여준다.저자는이과정의이면에있는어둠을포착해내는것도잊지않았다.‘자동차거인’이라불렸던가즈는그규모에비례하는희생과억압으로가능했다.소련지도부는기계와기술수입을위해동원할수있는모든자원을끌어모았는데,여기에는굶주린농민에게서강탈한곡물이포함되어있었던것이다.이렇듯소련지도부는대외적으로는활발한기술교류를,대내적으로는폭력적인집단화정책을펼쳤으며,교류의폭과억압의강도가커질수록소련이세계경제에편입되는속도는더빨라졌다.

소련이강력한국가주도산업화를통해‘가즈’를건설했다면,독일은포드주의기술이전을통해인민의차‘폭스바겐’을탄생시켰다.‘인민의차’프로젝트에뛰어든것이다.이러한인민의차기획은오늘날까지선도적인세계자동차제조업체로이름을날리고있는폭스바겐이성장할수있는발판을마련해줬을뿐만아니라,‘라인강의기적’을가능케했다.

제1차세계대전이끝난후,농업국가에가까웠던소련에비해상대적으로선진적인산업기반을갖추고있었던독일은소련처럼디트로이트에서기술체계전반과기계모두를들여오는대신산업정찰활동과미국인전문가고용에주력했다.동시에나치당국은독일에진출한포드사와GM사가독점기술을공개하고수익을독일자동차산업의발전을위해재투자하도록적절하게회유와압박을하는전략을택했다.

포드주의로무장한독일과소련은제2차세계대전에서맞붙었다.이른바“공장들의전쟁”이벌어진것이다.승기를잡은것은소련이었는데,저자는소련이자원과노동력을더욱강하게통제했기에승리할수있었다고보았다.대량생산의도입을둘러싼강제력이전쟁의승패를결정했다는것이다.포드주의의기원을밝히는것으로책의포문을연저자는포드주의의영향력이전쟁의형태를빌려전방위적으로확산하는과정까지그려내는데성공했다.

‘인민의차’폭스바겐과‘시민의차’포니,그리고미래산업의향방

소련과나치의포드주의를향한노력은결국1930년대후반전쟁과재무장경제라는맥락에서모든것을쏟아붓고서야비로소실현될수있었음을보여준다.소련에서대량생산체계는‘동원’으로구축할수가있었고,독일에서는미국기술인이라는인장을등에업고재무장경제의전권을쥔윌리엄베르너와같은‘독일계미국인’엔지니어들에힘입은바가컸다.

『글로벌포드주의총력전』에서밝힌나치와소비에트의포드주의수용사는전간기의일본과이탈리아,전후한국과브라질그리고20세기후반의중국등후발산업화전략을조망하는지도이자비교사이다.한국의자동차산업의궤적은1930년대적대적개발경쟁의산업화전략을연상케한다.이책이던지는질문들은향후세계체제안에서한국의자동차산업은물론미래산업의도입과도약에관한여러문제상황에대해풍부한성찰을제시한다.링크는한국어판서문에서독일의인민의차,폭스바겐이전후서독경제기적의중추가되었다면1970년대‘시민의차’가기획되었던한국은1980년대‘포니’출시가산업화의토대가되었다는것을지적하면서추격산업화에대해두가지를강조한다.하나는지속가능한산업화를위한국가의역할이고다른하나는모방을벗어나과감한자체혁신으로전환해야한다는점이다.이책에서추적한기술-산업경쟁은미래에도계속될것이며오늘날녹색에너지,정보처리,생명공학,로봇공학같은분야들또한이러한산업화경쟁속에배치되어있음을주지시킨다.

옮긴이의말

스테판링크는전쟁으로완숙한대량생산체계를갖추게된두국가가전후미국의패권이명확해진상황에서처하게된명암도언급한다.패전국이었던서독이미국의원조아래자동차를미국에수출하며‘라인강의기적’을이룰수있었던반면,승전국인데도미국과적대적관계에있던소비에트연방은여전히기술력에서미국에대적하기엔부족한채고립되었다.이러한통찰을바탕으로링크는현재에도유효한국가주도의경쟁적산업화가전간기세계체제에대한위기인식과그대안으로지목된포드주의로촉발된활발한기술교류에뿌리를두고있으며,그로써1930년대이미‘거대한전환’이시작되었음을풍부하고설득력있게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