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대가 : 기후위기와 물가 그리고 명제국의 붕괴 -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8

몰락의 대가 : 기후위기와 물가 그리고 명제국의 붕괴 -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8

$26.50
Description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기후의 힘을 보여준다”
_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소빙하기의 절정이었던 1640년대 초 중국, 기후위기와 팬데믹, 치솟는 물가와 인플레이션의 치명적 조합이 명제국을 한순간에 몰락시켰다. 많은 역사가들이 명의 멸망을 만주족의 침략과 정치적 파벌주의, 행정 실패, 세수 감소, 농민 반란 등의 도덕적 실패 때문이라 해왔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깊은 원인이 있었다. 기후문제다. 저명한 중국사가 티모시 브룩 교수(UBC)의 신작 『몰락의 대가_기후위기와 물가 그리고 명제국의 붕괴』(원제 The Price of Collapse)는 명 말의 정치사가 아니라 어찌 보면 평범한 자료인‘물가’에 초점을 맞춘다. 물가가 기후 변화의 결과만이 아니라 환경 재앙을 감지하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이다. 기후사와 물가사를 동전의 앞뒤처럼 결합하여 기근 시기 곡물 가격이 환경사적 증거로 왜 중요한지, 단기적인 환경 충격이 시장과 사회를 어떻게 붕괴시킬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은 기후위기가 재앙으로 치닫는 과정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는 곡물 가격의 압박을 받았던 서민들의 경험을 재구성한다. 저자는 흩어져 있던 당대의 여러 기록에서 찾아낸 정보를 토대로 4세기 전 중국 사회의 생필품 값이 얼마인지, 서민들이 어떻게 비용을 감당하려 애썼는지, 그리고 기후 변화가 수확을 파괴하고 가격을 상승시켰을 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또한 명 말의 극단적인 가격이 은의 유입과 화폐 공급량 때문이라는 종래 통설을 반박하며 지구적 무역 때문이 아니라 환경 재앙임을 분명히 밝힌다. 명대 중국이 정치, 경제, 사회, 인구 부양 등에서 당시 세계에서는 가장 선진적인 체제로 위기에 대응하는 회복력이 있었음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1640년대 같은 외부적인 환경 재난 앞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생존 가능과 불가능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자연’이었다.
기후위기와 팬데믹, 치솟는 물가로 서민의 삶이 몰락하는 이 책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문제 상황과 다르지 않다. 티모시 브룩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태평양의 격동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고 광활한 시베리아 대지 아래에 위치하여 기후 영향에 취약한 반도에 거주한다는 것은 기후 재난이 항상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한국 독자의 기후 문제에 대한 우려에 공감한다. 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선생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기후의 힘을 보여준다.”며 이 책을 권한다.

저자

티모시브룩

저자:티모시브룩TimothyBrook
1973년캐나다토론토대영문학과를졸업하고1984년미국하버드대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스탠퍼드대와토론토대교수를거쳐현재는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의중국사교수이자캐나다왕립학회회원이다.그의주요관심분야는명대의사회·문화사,2차세계대전시기일본의중국침략,세계사와인권에대한역사학적관점이다.저서로『쾌락의혼돈-중국명대의상업과문화』『근대중국의친일합작』『베르메르의모자』『셀던의중국지도』등이있다.『하버드중국사시리즈』(전6권)의책임편집자로편찬을이끌었으며,그중『하버드중국사원명:곤경에빠진제국』을썼다.

역자:박찬근
1987년원주에서태어났다.2022년연세대에서「19세기전반기淸朝화폐정책의원칙과운용」으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숭실대,연세대등에서강의를하고있다.근세동아시아의화폐경제,중국변경지역의사회와경제에관심을가지고연구하고있다.『만문노당역주』(공역)편찬에참여했고저서로『중국지역지식의재구성과로컬리티』(공저)가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서문_물가사연구자로서나의이력

1장천치더의이야기
명대의물가이해
국가의존재
자료로서의가격
가능한것의한계
기후변화의지표인재난물가

2장태평한날들?만력연간의가격체제
장부관리
두명의주현관
은1냥,1돈,1푼의가치
광저우의스페인사람들
화북평원의지방관
만력가격체제에서의생활비
소득
부유한사람들사이의물가
사치품경제의물가

3장은,물가,그리고해상무역
해외무역
조공과무역
남중국해의물가
도자기무역의물가
대외무역이물가에미친영향
무역에대한지지
마젤란의교환?

4장기근시기의곡물가격
곡물가격
지방지에기록된기근시기의곡물가격
기근가격의분포
하늘,기후,그리고기근
여섯번의위기
물가상승의압박

5장숭정연간의가격급등
명대장기물가변동
만력연간의단기물가변동
숭정연간이후의가격안정화
숭정연간의가격급등
명의몰락과기근가격,그리고기후의역할

후기_기후와역사

옮긴이후기
부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기근시기곡물가격은기후변화의지표이자기후(환경)사의최고증거,기후사가물가사없이서술될수없으며,물가사도기후사없이는서술될수없다”

명말‘숭정위기’(1638~1644)동안중국에서는전례없이심각한수준의한파와가뭄,전염병,돌풍,지진,메뚜기떼피해가복합적으로발생하여전국적으로수백만명이사지로내몰렸다.‘천년만의가장심각한7년’이었고그중1642년은최악의해였다.양쯔강삼각주부근퉁샹현의사대부천치더는이렇게썼다.“이시기에는시장에도구매할수있는쌀이없었다.곡물을가진상인이있어도,사람들은가격을묻지않고지나쳤다.부유한자들은콩이나밀을찾아헤맸고,가난한사람들은왕겨나썩은음식물을찾아헤맸다.몇두의왕겨나나무껍질을얻을수있는것만도기쁜일이었다.”명제국은2년후붕괴되었다.
중국벼농사의특성상한파와많은강수량보다한파와가뭄의조합이훨씬위험했다.여기에팬데믹이겹치면서물가는치솟았고인플레이션은명의경제와사회체제를무너뜨리며정치체제도함께무너졌다.티모시브룩교수는명제국을몰락시킨극단적인곡물가격과인플레이션을설명할수있는유일한요인은‘기후’였다고단언한다.수백개의가격데이터를수집한후,그시점이소빙하기기후변화시기와일치한다는것을증명한다.중국을사로잡은것은정치적실패가아니라기후적실패였다는것이다.

그런데저자는왜물가에초점을맞출까?기근시곡물가격을기후(환경)사와연결짓는이유는무엇일까?과학자들이기후변동을물리적지표를통해추적하지만어떠한기후시뮬레이션도1640년대가격재앙으로“사람들이완전히지쳐버린”그순간을정확히포착할수없다.이것이명대기후사가물가사없이는서술될수없으며,물가사도기후사없이는서술될수없는이유인것이다.곡물이한파나가뭄으로망가질때,그영향은인간이기근을겪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곡물의기근가격을형성했다.기근시곡물가격이기후변화의척도이고,우리가가진환경사적증거중최고라는것이티모시브룩의통찰력있는설명이다.이책은천치더가기록한1640~1642년의재난상황과물가자료(「재황기사(災荒記事)」를명대역사를이해하는도구로삼아이야기를확장해간다.

“서민들가정이한해를버티기위해서는은14냥,중산층의가정은23냥이상”

저자는명과청그리고민국시대의약3천권에달하는지방지와수필,일기,회고록그리고영국동인도회사의장부까지모았다.777건의방대한기근시기곡물가격자료를추출하여쌀,보리,밀,콩등곡물과72개상품을더해광범위하게가격을비교했다.물가를기후변화의결과로서만바라보지않고,그관계를바꾸어명대의물가를기후변화를감지하는대리지표로서활용하는전략을취함으로써물가변동과기후변동의상관관계를추적한것이다.여기서물가가기후변화의대리지표로서기능하려면,기후변화의충격이없는상황에서는물가에눈에띄는변동이없어야한다.하여저자는,이책의2장에서명대의물가가외부충격이없는한일정한가격범위속에서평준화압력이작동하는‘가격체제’속에자리잡고있었으며(저자는명대연평균인플레이션율을0.3퍼센트로추정했다)‘공정가격’이라는관념이작동하고있었음을증명한다.

특히이책에서티모시브룩의빼어난학술적공헌은명대서민가정이먹고살고자녀를양육하기위한연간생활비와벌이를추정한점이다.노동자,군인,자영업자,장인,어부등가장가난한가정이한해를버티기위해은14냥이조금넘는돈이필요했고,중산층의생활비는23냥이상이었다.서민들의연간임금은은5냥에서12냥사이였으며부족분은텃밭에서먹거리를생산하여해결했다.중산층의임금은14냥에서22냥사이였고이들역시텃밭같은부수입이조금더있었다.또한저자는명대의가격체제를재구성했는데은1푼,1돈,1냥으로살수있는각각25가지물건을추출하여제시하는데무척세세하고흥미롭다.역사가단순히위대한통치자나강력한군대에관한것만이아니라사람들이생존해야했던조건에관한것임을보여주는것이다.

명말의극단적물가상승은지구적‘은무역’때문이아닌‘기후’문제였다

티모시브룩은명말의기록적인물가상승의원인이화폐공급량때문이었다는일부역사학자들의주장에대해반기를든다.중국사가세계사의일부가되는데큰역할을한것이은의전지구적유통이었음은틀림이없다.문제는물가가급등하기전에이미은이중국으로유입되었고,‘숭정위기’동안곡물가격이은의이동에영향을받았다는증거가없다는것이다.또한명제국의경제는유럽전체경제와비슷한규모로충분히컸기때문에유입된은을상업적교환시스템에통합할수있었고,그로인해불안정해지지않았다.이렇게은의유입때문위기를초래했다는견해에대해조목조목반박하고사치품물가와곡물물가의변동을구분하며당시중국의시장가격이어떻게형성되고변동하는가를재조명한다.

중국이라는농경사회의곡물가격은농업번영과인간생존,그리고정치적안정의가장신뢰할수있는척도였다.그경계를무너뜨린것은화폐공급이아니라소빙하기동안농업생산의자연조건이악화된것이었다.곡물가격은태양에너지와인간의수요사이의관계를매개하는장치다.경제가에너지원으로태양복사에의존할때,‘자연’은사회나국가의생존가능성을결정하는요소임을인식해야함을강조한다.요컨대저자의주장은전지구적무역때문이아니라전지구적기후가명나라의곡물가격을치명적인수준으로끌어올렸다는것이다.

여섯차례의기후위기,장기적인회복력과한순간의붕괴사이

저자는명대의가격체제와기근시기의곡물가격을종합한끝에3세기에걸친명제국의역사중물가폭등과환경재앙이일치했던대기근기간을식별해냈다.저자가전작『하버드중국사원명_곤경에빠진제국』에서소개한여섯번의‘위기’로,영락위기(1403~1406),경태위기(1450~1456)가정위기(1544~1545),만력위기1(1586~1589),만력위기2(1615~1620),숭정위기(1638~1644)다.

명대대부분의시기에쌀1두의정상가격은은3~4푼,만력연간과그이후는4~5푼정도였던것이환경위기가닥친기근시기에는은10푼에서30푼사이로뛰었다.특히숭정위기에는1두당은1냥에서2냥으로,어떤지역에서는4냥에달하기도했다.지방지에기근시곡물가격이기록된777건중32퍼센트가1638년에서1644년사이의숭정위기7년에집중되어있었다.명대에기후변화는수차례있었지만숭정이전의위기때물가변동폭은일정수준을뛰어넘지않았다.일부‘위기’는1456년겨울경태제에대한궁정쿠데타와같은정치적재앙으로끝났지만대부분은‘회복력’이발휘되어다시안정화의길로나아갔던것이다.

그렇다면앞선다섯차례의위기때회복력을발휘한것과1640년대의붕괴는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숭정위기’는여러차례환경위기의단계적축적의결과였던가?여기서티모시브룩은장기적인기후혼란과단기적인기후혼란,즉기후변화와날씨를구분하는것이필요하다고한다.명대중국인들은환경압박에대해두드러진회복력을보였다.관개및배수로와같은인프라구축,벼의조기숙성같은작물변이,곡물창고및곡물시장과같은제도개발,양수펌프와같은기술고안,식량공급압박을완화하기위한인구조절등의혁신들은하루아침에이루어진것이아니었다.장기적인혼란은인간이새로운상황에적응하도록강요했다.그러나‘숭정위기’는환경재앙의규모가달랐다.갑작스럽고심각할경우적응을촉진하기보다는압도하는경향이더컸던것이다.저자는숭정위기같이극단적인재앙이닥칠때의역사적자료들에서는적응에관한묘사가없고그저단순히대규모기근이발생했으며아무도할수있는일이없었다고간단히언급한다했다.4세기전그들은압도당했던것이다.

중국의소빙하기중최악의시기동안한파와가뭄이곡물생산에미쳤던부담은1850년대까지재현되지않았다.청대사람들은숭정이후의가격에적응하고18세기에새로운가격체제로이행했지만,19세기중반소빙하기가끝날무렵에발생한기후변화는기근,내란및그에따른왕조의붕괴로이어졌다.몇십년전부터기후위기의경고가있었음에도불구하고최근까지환경압박과그규모에대해외면하거나크게주목하지않지않았나?최근의식료품가격폭등은적극적이고근본적인해법과행동을요구하는것이아닐까?지금이라도이책을펼쳐읽어야하는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