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한 움큼 캐러멜 한 개

그리움 한 움큼 캐러멜 한 개

$12.00
Description
인터넷 언론과 독립 미디어를 통해 정치 시사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해 온 작가가 ‘그리움’을 테마로 한 글들로, 우리로 하여금 저마다 간직한 앨범을 한 장씩 넘기며 희미한 옛 그림자 속 그리움으로 잠겨들게 한다. 더 이상 나의 그녀가 아닌 그녀,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서 하나씩 불러내는 풍경들, 그 풍경들을 수놓은 생활의 단상 60여 가지를 단행본으로 묶었다.
저자

이지혁

<브레이크뉴스><한국타임즈><국민뉴스>등의인터넷매체에서칼럼니스트로활동.
한때는음악이인생의전부라고여겼던LP수집광.
영어영문학을전공했으나영문학과는담을쌓은어설픈영문학도출신.

목차

차례

책을펴내며

강강강강
불면증
보온병
초인종
권태기
속도때문에잃어버린것들
콩깍지
스피치의타이밍
손목시계
사랑
나쁜남자
Videokilledtheradiostar
마무리는확실히
섬을걸었다
빌머레이BillMurray
밤비
한송이꿈
섹시마일드Sexymild
현장을두려워말아야
언제까지살아야할까
간판에책임을지자
오만한외제차
짐모리슨
새장속새두마리
곤충과미래식량
프레디머큐리열풍
정치판의객기
퍼스트클래스승객은펜을빌리지않는다
교육기득권을질타한강력한영상물
친환경의함정
몹시도그대가그리운날엔
무인점포의시대
도깨비
금연
추억의그룹징기스칸
고객만족
카지노
접촉사고
신규상담
고용주의갑질
고향집
산에오르며
어느친구
약속
해외대중음악의국내수난사
옹졸함
재개봉관의추억
필기구의생명력
반려동물
개인정보이야기
BobDylan을생각하며
Tip(봉사료)의추억
석조전대한제국역사관
종이책을보면서
햄버거주문도못하는영어
프랜차이즈에관하여
고양시화전벽화마을
역술,여론조사,그리고정치
이미지정치
발효된삶을산다는것

출판사 서평

<풍경1>동두천을흐르는완행열차
인생의어느시기,아직길이먼데걸음을멈추고지나온길을돌아볼때가있다.뒤돌아본어느자리,그리움에사무친내가있다.미군부대옆을달리던완행열차의칸과칸사이로보이는꼬마가땅바닥에주저앉아흙을쌓고,약간의긴장된낯빛으로나를찾던어머니가환히웃으며다가오던풍경.어머니도완행열차도잔뜩기교를부린채미군부대옆에길게늘어선가게들의영문간판들까지도풍경이다.

<풍경2>그리움이재가되다
의대를나와평생을소도시개인의원의사로일해온아버지가셀프은퇴를선언했다.은퇴와함께살던집도이사를하기로했다.병원집기들을고물상에넘기고고가의의료장비들마저중고물품이되어헐값에처분됐다.아버지는당신이걸어온인생의모든것을,심지어한곳에모아불태워가면서까지지우고자했다.그뿐만이아니다.이사를도우러간나에게집에남겨진나의물품들을치우거나없애라고했다.거역할수없어서아버지가시키는대로했다.몇가지남지않은물품들을정리폐기하고,남겨진책이며앨범들을불태웠다.한장한장뜯겨진앨범의낱장들이모닥불속에서일그러지며재가되어스러졌다.그리움도저렇게재가된다는사실을그때처음알았다.

<풍경3>낙서가나를끼적이다그녀때문이다
밤늦게걸려온그녀의전화를짐짓심드렁하게받는다.그녀는어떤기대감으로대화를계속이어가려하고,나는약간귀찮다는듯성의없는추임새로그녀의김을뺀다.그녀의목소리에서찰기가빠져가며이내‘잘자!’하는마지막말과‘응.’이라고대답할틈도없이폰의통화창이꺼진다.잠을이룰수없다.문자라도보낼까?‘날밝으면전화하지.’하는동안날이밝고늦잠을잔나는무거운머리를이고다니는내내그녀의음성을기다린다.거래처김부장의전화도,대출권유스팸전화도,공과금독촉전화까지도그녀의전화가아니란사실에실망을넘어화가난다.낙서장을펼쳐놓고아무렇게나끼적인다.그녀의목소리가모스부호처럼끊어진다.

<풍경4>프레디머큐리보다는짐모리슨
영화<보헤미안랩소디>의인기에편승한록그룹‘퀸’의리드보컬프레디머큐리열풍이식을줄모른다.인도태생의영국싱어송라이터프레디머큐리.그는아티스트로서의정체성을,천년전인도를떠나14세기무렵체코보헤미아지방에잠시머문집시들로부터찾았다.동성애자로서의정체성과마흔여섯이라는나이로멈추게한에이즈투병까지,4옥타브를넘나드는폭발적인무대매너는<보헤미안렙소디>가사에서극적으로드러나는반항적감수성까지더해당대의젊은세대뿐아니라우리시대의중장년층들을다시금매료시켰다.

시인윌리엄블레이크의시구절‘지각知覺의문이깨끗이닦이면/모든것이무한히드러나리라’에서인용,밴드이름으로삼은‘TheDoors’.1960년대말,활화산같은록으로젊은이들의우상으로군림했으나,밴드의핵심짐모리슨은약물과다복용과극심한알코올중독으로사망했다.당시스물여덟.영원한청춘으로기억될수밖에없는나이.대표곡는초겨울에한동안비가오지않고날씨가따스한기간을뜻한다.잔잔하게파고드는기타선율과반항아짐모리슨의나지막한목소리는그의인생에서가그리길지않음을예감케한다.

<풍경5>인생을살아본자의맛,삭힌맛을아십니까?
먹을것들은일단익어야맛있다.과일도익어야하고곡식도익어야맛있다.밥도빵도고기도익어야맛있다.그모든익은것들중에서도발효되어익은맛은과일이나곡식이시간이지나익는것과는전혀새로운각별한맛이다.발효된맛을안다는것은인생을안다는의미와맞닿아있기때문이다.김치와장류,요구르트의맛이그렇다.그러나역시익힌맛의최고는삭힌맛이다.삭힌홍어가그렇고북해연안사람들이즐겨먹는삭힌청어가그렇다.단맛,쓴맛,(매운맛),신맛을다본뒤에알게되는삭힌맛,그러나그삭힌맛은누구나즐기지못한다.삭힌맛으로서의인생,나이듦의미덕이그런게아닐까?제대로깊이발효될수록그맛을아는사람들만찾게된다는사실.나이들어어중이떠중이의하나로휩쓸린다는것만큼부잡스런것도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