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동 이발소 (양장본 Hardcover)

만리동 이발소 (양장본 Hardcover)

$18.32
Description
“여기, 마음에 온기를 전하는 100년 된 이발소가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어느 이발소에 관한
특별하고도 낯선 기록들
《만리동 이발소》는 100년 가까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 온 ‘성우이용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3대째 가업을 이어 온 이발사 아저씨는 매일 아침 이발소 곳곳을 말끔히 청소합니다. 햇살과 바람에 잘 마른 수건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먼지가 내려앉은 화분도 깔끔히 닦고 나면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납니다. 이발사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깨끗하게 빨아 놓은 흰 가운을 입습니다. 9시, 성우이용원이 영업을 시작합니다.

이곳에는 미용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낯선 도구들이 가득합니다. 사오십 년도 훌쩍 넘은 이발 가위가 있고 린스 대신 식초를 사용하며 면도 스프레이 대신 전분가루를 뿌립니다. 분무기가 있을 자리에는 거품 솔이 놓여 있고 머리를 감는 곳은 누워서 머리를 감는 샴푸의자 대신 물뿌리개와 양동이가 자리를 지키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발소를 찾아와 이발 의자에 앉는 손님들은 꾸벅꾸벅 졸고, 머리를 깎는 이발사 아저씨도 말없이 쓱쓱싹싹 머리 깎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향긋한 비누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리는 ‘만리동 이발소’에서 사람들은 어떤 머리를 하게 될까요? 또 1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손님들은 이곳에 어떤 이야기들을 남겨 놓았을까요?

이제는 사라져버린 오래된 장소와 물건들에 관심을 가져 온 한주리 작가님은, 성우이용원의 정겨운 모습을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 담았습니다. 100여 년 동안 비바람을 막아 온 삐뚤빼뚤한 지붕과, 50년 넘게 이발사로 살아 온 아저씨의 주름진 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손님들의 편안한 얼굴까지……. 만리동 이발소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위로와 정겨움이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만리동 이발소》는 어린 시절 아빠 손을 잡고 이발소에 간 경험이 있는 아버지 세대에게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미용실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낯설고 생소한 이발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합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오래된 이발소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낡고 오래된 것’ ‘그동안 우리가 잊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깨닫기를 희망합니다.
저자

한주리

서울에서태어나유년시절을보냈습니다.서울외곽의신도시에살게되면서오래된장소와시간의흔적에관심이생겼고,의미있는장소들이우리곁에서영영사라지기전에그림으로남기고싶었습니다.
그무렵알게된성우이용원을화폭에담아《만리동이발소》를엮었습니다.

이책을통해우리아이들이일상속작은것의가치를알게되면좋겠습니다.대학에서시각디자인을,대학원에서일러스트레이션을공부했습니다.그린책으로는《에비,용을깨우는주문》《똥국장청국장》《아우네장터에유관순이나타났다》등이있습니다.일본군‘위안부’피해자할머니를기억하기위한‘함께프로젝트’전시에참여했습니다.

목차

이책은목차가없습니다.

출판사 서평

1.
그림책《만리동이발소》는1927년에처음문을연‘성우이용원’을그림으로기록한책입니다.일제강점기시절,조선에서두번째로이발사면허를취득한1대이발사가터를잡은후100년가까이대를이어온특별한장소지요.이곳에는먼길을마다하지않고찾아오는단골손님들이많습니다.그중에는국회의원도있고,재벌회장님도,값비싼외제차를타고오는관광객도있습니다.그러나문을열고들어서는순간모두같은‘손님’이됩니다.손님들은어린시절의추억을소환하는이발소의분위기덕분에긴장을풀고속마음을꺼내놓지요.바짝날이선면도칼을보고잠시얼어붙다가도,부드럽고따뜻한이발사의손길에긴장을풀고하루의피로를씻어냅니다.

50여년의세월이흐르면서찾아오는이들은바뀌었지만,이발방식만큼은한결같습니다.18살에이발사가됐던그시절,할아버지와아버지가전수했던전통방식그대로입니다.솔에비누를묻힌다음양동이에쓱쓱문질러거품을내고,한여름더위에도수건을푹푹삶아말리고,면도칼과가위를피대에싹싹갈아둡니다.조금은불편하고투박하고오래걸리는옛방식을고집해온덕분에그의손은언제나상처투성입니다.하지만이발사는붕대를감으며생각합니다.건강이허락한다면,여기서오래도록이발사로남고싶다고말입니다.
100년가까이묵묵히자리를지켜온이발소,쇠가흘러내릴만큼오랜시간쓰였던이발가위,지문이닳도록성실히일해온이발사.수많은사람들이‘만리동이발소’를찾는까닭은낡고닳은외관에대한연민이나오래된것들에대한호기심이아니라,오랜세월흔들리지않고최선을다하는모습에위로와깊은감동을얻기때문입니다.

2.
《만리동이발소》를쓰고그린한주리작가님이이발소를처음찾아간것은스무살무렵의일입니다.‘오래된것들에관한기록’을취재하는과제를준비하던중에서울역주변에아주오래된이발소가있다는걸알게됐지요.아버지뻘남자들만드나드는이발소를찾아가는일에도용기가필요했지만,당장무너질것같은지붕과삐걱삐걱소리가나는허름한문을마주한그순간엔주저하는마음도조금들었습니다.숨을고르고,이발소문을열었습니다.그런데이게웬일일까요?이발소내부풍경은밖의세상과전혀딴판이었습니다.

이발소를붉게물들이던저녁노을과코끝을간질거리던비누냄새,무척낡았지만날카로운이발가위,돌아가신할머니를떠올리게했던레트로한색감의커튼까지.경계하던마음이한순간에사라졌습니다.얼마나편안한지,이발사아저씨가면도를하는동안손님들은잠이들었고,머리를감고물기를털어내던사람들의얼굴엔잔잔한미소가피어올랐습니다.취재를허락받고사진을찍는동안,한주리작가님은직접머리를해보고싶다고생각했습니다.72쪽에수록된그림은취재를하던작가님이머리를자르고거울을보던모습을담은자화상입니다.그렇게시작된그림책《만리동이발소》의그림들은성우이용원을촬영한수만장의사진과수십번의취재끝에완성된특별한작품입니다.


3.
이발소에도변화가찾아왔습니다.100년의세월을거스를수없었던낡은이발소건물이서울시의노후건축물리모델링사업으로새옷을입게됐기때문입니다.새로단장한이발소에서는이제더이상예전자취를찾아볼수없지만,《만리동이발소》를통해옛모습을기억할수있어서다행입니다.
이렇게시간이흐르는동안우리주변의‘낡은것’들은소리소문없이자취를감춰갑니다.누군가에게는젊은시절을희생한일터였고,누군가에게는소중한추억이담긴장소였겠지요.오랜역사를가진수많은이발소들이현대식미용실에밀려사라졌듯말입니다.‘오래된것은그존재자체로의미가있다’는저자의말처럼,우리곁의소중한것들을돌아보면어떨까요?그림책《만리동이발소》가부모님들에게는추억을소환하는기록저장소가되고,아이들에게는‘낡은것은쓸모없다’는선입견을깨는한편,이발소에대한기분좋은경험을안기기를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