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주머니

행복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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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선서화 시집 『행복 주머니』는 求道의 간절함이 차별 없는 인간애와 천진난만한 童心으로 승화되어 그림과 시로 표현된 책이다. 이 책에 담긴 모든 그림과 시를 그리고 쓴 작가, 아니 수행자는 수안스님이다. 부처님을 닮고자 했던 수행자의 자비심이 세계 곳곳에서 열렸던 그간의 전시회를 찾아온 이의 마음을 움직였고, 오늘날 스님을 세계적인 선서화가로 널리 알리게 된 것이다. 선서화를 그리고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스승이라 하면 돌 하나, 나무 하나, 바람소리까지도 다 스승이고, 사방천지가 불법이요, 만물이 불법 문중의 일불제자이며 스승이라 한 대목에서 스님이 본인의 마음에 비친 일체 대상을 어찌 여겼고 어찌 대했으며 어찌 담아내어 어찌 드러내 왔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래의 시를 보면 그러한 스님의 활짝 열린 마음이 고스란히 읽힌다.
저자

수안

저자수안.스님.1940년경남통영에서태어나진주에서성장했다.1957년출가이후평생선수행과그림그리기,전각,시쓰는일을해왔으며,지금은통도사문수원에서수행정진하며작품활동을하고있다.1979년이리이재민돕기선묵전을시작으로,1981년부산에서첫개인전을가진이후한일중고승선묵초대전,이재민돕기선묵전,프랑스곽온박물관,파리뤽상부르궁초대전,모나코몬테카를로전시회,모로코카사블랑카전시회,독일의서베를린과퀼른초대전,러시아모스크바크렘린궁마네주전시홀,이르쿠츠크,블라디보스토크초대전등
수많은국내및해외전시회를가졌다.지은책으로는산문집[참좋다정말좋구나],[아름다운선물]과시집[산이텅빈날],[오소라],[나의노래]가있다.

목차

참선
기쁨
부처님오시는날…
깨달은이는
지금기쁘면
덕을지으면
선행과예절에능숙하면
·
·
[중략]
·
·
산소같은여산재
날마다새론날
춘광
영축산통도사·…
기다림
바닷가
양산박보살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그림을그리거나시쓰는것을업으로삼는사람을흔히전업작가라고한다.
그러나수행이삶자체였고지금도한결같은모습으로그길을걷고있는누군가가자신의그림과시를모아한권의책으로엮어세상에내놓았다면그를수행하는작가라해야할까아니면작품활동하는수행자라해야할까.

상구보리하화중생.
여기,求道의간절함이차별없는인간애와천진난만한童心으로승화되어그림과시로표현된책한권이있다.
그리고이책에담긴모든그림과시를그리고쓴작가,아니수행자가있다.
선서화가수안스님.
먼저,스님께서직접들려주신불교와의인연에대해들어보기로하자.

경남통영에서태어나진주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
어느날오후,나는어른과아이들이어우러져왁자지껄한풍경을뒤로하고,한쪽모래밭에서탑을쌓았다.
정성을다해쌓은모래탑이무너지면다시쌓기를여러번,문득주위를둘러보니아무도없었다.온세상이적막강산에빠진것같았다.
모두떠나고남은것은모닥불이타다남은재와,그곁의자갈과모래,그리고흐르는강물뿐이었다.나는오랫동안적막한강가에서노을을받아반짝이는강물을바라보며앉아있었다.
내가열살때전쟁이일어났다.6.25전쟁을거치는동안형편은굉장히어려워졌고,아버지가돌아가신뒤모든재산이차압당해이모네신세를져야했다.이모네이웃집은목공소였는데,어느날그집의목수아저씨를따라해인사를가게됐고,거기에서인곡스님을만났다.스님께절을하니스님은벽에붙은그림에도절하라고하셨다.올려다보니배를턱내밀고웃고있는두남자(한산과습득)와동그란눈을커다랗게뜨고앉은달마대사그림이었다.순간웃음을터뜨리고말았다.큰스님앞에서절을하다웃었으니혼나고도남을일이었다.그런데혼나기는커녕인곡스님은내게과자와홍시를건네주며“내일또오너라.”하고말씀하셨다.이튿날친구들을여럿데리고스님을찾아갔다.그때스님은마치이솝우화와같은재미있는얘기를들려주셨는데그것이바로6근과6식을설명해주신거였다.
이후에도인곡스님을찾아갔다.스님은여려경전들을옛날이야기하듯알아듣기쉽게설명해주시곤했다.가랑비에옷젖듯,서서히불교물이들기시작한것이다.도인이뭔지불법이뭔지도몰랐던나는그때부터불교와절에매료되어절에서먹고자고스님들의심부름도하며지내게되었다.
당시진주에는어린이법회와청년회가매주일요일새벽시내를다니며도량석을했는데,내가목탁을들고앞장서걸었던기억이다.인곡스님의상좌인운문스님이어린이포교를하기위해시작한것으로,운문스님곁에서명함없는어린이법회지도법사를하며스님께들은법문을모아두었다가아이들에게들려주는역할도도맡았던것이다.
그러던어느날설봉스님의법문을듣던도중문득‘참선수행을해야한다’는인연이찾아들었고,그날이후줄곧화두참선에매진해왔다.
그리고나이열일곱에세상말로‘입산출가’를하게되는데,내게는출가전과후가크게다르지않는생활이물흐르듯흘러가는것뿐이었다.어찌되었든출가를하여산과절에깃들어사는‘행자’의삶이시작됐다.승도예비승도속도아닌어중간한신분으로행자비슷한시간을보낸세월까지보탠다면꽤오랜행자생활을거친셈이다.
난꽤나괴짜였다.공부를하다가도불현듯국수를삶아갖다두고공부중인대중들을불러내한술뜨게하기도하고,법회중에기운이없고졸려하는사람들이보이면이것저것약초를한솥에넣고탕을끓여나누어주곤했다.
그러고보니,지금도옛이야기를하다보면회자되는것이‘수안이음식을잘한다’는것이다.어떻게요리를하는지배운적은없었지만,호기심이많아어느것도이리저리뜯어보고살펴보며궁리하는성품인지라,한음식을맛보아도다음을생각하곤했었다.
하루는석정스님과일타스님을모시고두분스님의도반스님이주석하던절에가게되었다.무슨이유에서인지나는스님들몰래국수를사서몰래걸망에넣고뒤를따랐다.가는길에눈에보이는제피잎도몇개따서주머니에챙겼다.절에도착해보니아무도없었고,어른스님들을모신처지라공양은해결해야했기에살림을살펴보니,쌀독에쌀만있을뿐된장독은말라있고반찬하나없는게아닌가.생각끝에우선물을끓여마른된장독에넣어말라붙은된장을우려냈다.거기에제피와소금을넣어간을하고그물에국수를삶아급히한상을차려냈다.두어른은연신맛있다고칭찬을하며남김없이다드셨다.
그저해본것이었다.밖에서맛을본것을궁리하고생각하고필요에따라응용을한것이다.글도그렇고,그림또한그렇다.내삶이그런모습이다.
내겐졸업장하나없다.절에서도참선만했고,강원도다니지않았다.향곡,일타,경봉,석정,인곡스님등당대의선지식을지척에모시며살았지만,스승이라하면돌하나,나무하나,바람소리까지도다스승이다.사방천지가불법이요,만물이불법문중의일불제자이고스승이었던것이다.
그렇게나는출가승이되었고,10년,20년,30년,조주선사의무無자화두를들고‘조주는왜無라했는가’묻고또물었다.언젠가부턴빈종이가보이면그곳에틈틈이無를그려넣었다.
난지금도종이위에無자를그린다.無위에無를쌓아탑을세운다.그럴때면진주남강에서의적막했던저녁이떠오른다.그저녁의황혼과흐르는강물과무너져내린모래탑이눈앞에선하다.내게있어無는이렇듯번잡하고철저한화두이다.

[영축총림통도사사보‘등불’2017년3월호,맑은소리맑은나라김정은기자취재정리]

쌀,말라붙은된장,소금,국수,그리고길가에서딴제피옆몇장만을가지고두어른스님께올린근사한한끼저녁공양을만들수있었던이유는그저밖에서맛을본것을궁리하고생각하고필요에따라응용했을뿐이었다.지금까지의글도,그림도이와다르지않은과정속에서나온것이라는스님의진솔한고백에서제대로된학교교육을받은적이없어그흔한졸업장하나없고,출가후에도오직참선수행만을해온,강원조차다니지않았다는승려가선서화가가되기까지의과정은순탄치않았을것이다.그저궁리하고생각하고필요에따라응용하는과정을지금까지우직하게해왔을뿐이라한다.
그누구의가르침도받지않고무소의뿔처럼홀로선서화가의외길을걸어왔기에작품하나하나엔짐작조차하기힘든남모를땀과눈물이배어있음을어렵지않게짐작할수있다.
하지만비뚤배뚤한서툰글씨와엉성하게까지보이는그림들을처음접하는독자라면의아해할수도있을것이다.코웃음을치며실소할수도있다.그러나한장한장책장을넘길때마다시끄럽던머릿속분별은잦아들고어느새가슴가득차오르는뭉클한따스함에찡함을느끼게된다.왜이런기분이들까?선서화가이기전에출가이후지금까지이어져온수행자로서의치열한구도수행의결과가스스로그모습을드러내고있으며,눈에보이는겉모습은세상의기준으로봤을때,그저울긋불긋한서툰낙서로비춰질지모르나,그안에담긴세상과사람들에대한스님의사랑과관심이있는그대로담겨있기때문일것이다.
부처님을닮고자했던수행자의자비심이세계곳곳에서열렸던그간의전시회를찾아온이의마음을움직였고,오늘날스님을세계적인선서화가로널리알리게된것이다.
선서화를그리고시를쓰게된계기가무엇이었는지밝히진않았지만스승이라하면돌하나,나무하나,바람소리까지도다스승이고,사방천지가불법이요,만물이불법문중의일불제자이며스승이라한대목에서스님이본인의마음에비친일체대상을어찌여겼고어찌대했으며어찌담아내어어찌드러내왔는지충분히알수있다.
아래의시를보면그러한스님의활짝열린마음이고스란히읽힌다.

바다를바라보면
마음이바다다
엄마아~
불러보면
아기가됩니다

일체대상을대함에,바다를보면바다가되고,하늘을보면하늘이되고,엄마를떠올리면아기가되고,부처님을생각하면불제자가되는것이다.스님에게는세상만사만물이곧스승이고도반이며,부모형제이고,일가친척이아니었겠나.
특히,스님의시에자주등장하는단어가,아니인물이있다.바로‘어머니’‘엄마’이다.
일찍아버지를여읜스님에게는아마도엄마가세상전부였을지도모른다.

누가지었을까
어머니이름석자
기쁠때불러봐도어머니
슬플때불러도어머니
아무리불러봐도
싫지않은그이름어머니
어머니
매화꽃띄워
차한잔대접하는
아기가됩니다

얼굴에주름가득한스님일지라도엄마앞에선그저엄마를그리워하는아기가되고만다.세상에부모아닌사람은있어도,자식아닌사람은없다.누구든부모의자식이다.부모와의인연이어땠던건간에마음저깊은곳엔부모님를그리워하는애틋한정을간직하고있다.그리하여스님은어머니에대한사무치는그리움을아기가되어써내려간다.지금곁에계시지는않지만단한순간도잊어본적없는엄마를기억하며.

엄마등에코를묻고
나는엄마냄새가좋다
땀에젖은엄마냄새가머그리좋노!
그래도
나는엄마냄새가제일좋다

엄마랑
막내랑
큰나무아래앉았다

바람한점지나간다
그바람참시원하다,그자
그래
그바람시원하다

그리고이어지는다른시에선어렸을적가보았던외갓집기억이새록새록하다.

어머니고향은바닷가갯마을
할아버지,할머니
이모두분그리고
개구쟁이외삼촌

갈매기울음소리도있고
하얀파도알도있다
그가운데나도있다

그리고아버지를그리워하는마음가득한시를찾아볼수있다.

아버지
당신은깎아지른절벽위에앉아있는
그런분이다생각도했습니다
제생각이짧았습니다
잘못했습니다용서해주세요

아버지작은연못가에꽃이피었습니다
빙그레웃으시는
아버지모습닮은꽃이피었습니다
아버지감사합니다
또감사합니다

한때아버지를어렵고도두려운존재로만여겼던지난어린시절자신의짧은생각을반성하며용서를빌고있다.그리고작은연못가에핀꽃에서아버지를떠올릴만큼돌아가시기전의아버지보다더나이를먹었고,아버지의마지막모습보다더주름진얼굴이된지금,미처몰랐던아버지의참모습을깨닫게되었음에감사를드리고있다.

책에실린다른여러시들가운데엔부처님,관세음보살님,도반,입재,회향,영축산통도사등佛家와관련된내용이많은데승려로서,수행자로서한평생을살아온모습그대로의깊은신심이전해진다.년단위로매년반복되는행사와한결같은수행의나날이이어지는사찰생활이지만한결같은처음그마음을간직하고있기에늘보고접하는똑같은대상일지라도환희심가득한시선으로바라볼수있는것이다.이러한시들은일상에빠져굳은살박히듯주변에무감각해진스스로에게다시한번새롭게주위를돌아보게하는계기가된다.

스님의또다른시가운데엔절로미소를머금게하는따뜻한장면들과피식웃음이이는장면들이여럿담겨져있다.

동냥온거지와말벗이되고
世上事이야기저이야기
첫버스타려고네시에일어나
아침일찍찾아온거지아저씨

위시의제목은‘도반’이다.스님에겐신분고하빈부귀천을막론하고누구든언제든담소를나눌수있는함께하는수행도반이다.첫버스시간에맞춰새벽4시에일어나보니,때맞춰아침일찍찾아온거지아저씨손님(!)그러나세상사이야기저이야기를나누며곧말벗된다.어느새거지아저씨를도반으로맞이하여공양중의제일으뜸인법공양을나눈다.(아침공양은함께하셨을까?)

집에서몸조리하세요
병원의말씀이다
큰북같은배를안고집에왔다
......(중략).....
반야심경이백칠십자한획한자씩
검지손가락이닳고닳도록
배꼽위에다사경이다
시간과날짜도잊고
무아지경의사경기도뿐이다
묵직하게느껴지던아랫배가움직이더니급하다
정낭으로급히가서날것같은기분의시원함이다
뱃속이다비워진상쾌함이다
따뜻한차한잔공양올리며
부처님고맙습니다
이순간나는누구일까?

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