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차례
1부:봄이,내몫,살구꽃,떠나버린후에야,대추차한잔,망해사,~
2부:어리연꽃,해무리진석양,비어버린둥지,친구야,해바라기의석양,~
3부:좋았던날들,가을날,엄마의장독대,물망초,가을이오는길목,~
4부:오랜그리움,첫눈내리던겨울밤,그리움의조각들,씀바귀나물,~
5부:늦깎이국화꽃,동백정의봄,라일락꽃,희미한그림자되어,봄꽃,~
시인의에스프리.
김태경(전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교수,철학박사)
1.들어가기
철학자하이데거는‘언어는존재의집이다.’라고말했습니다.우리시인의마음에는추억,그리고계절,꽃과같은아름다운자연등이떠올랐습니다.비록마음에떠오른것들이어도이것들은존재들이며,또한언어로표현될것들입니다.그러므로마음의표상들은언어를통해존재의자격을얻습니다.
우리는삶에서그런존재들을무수히만납니다.그러나그것들가운데서도특히시인의마음에와닿는것들이있겠지요.그것들은아마시인의인생연륜과깊이덕에그의관심의대상이되는행운을얻었을것입니다.그것들은시인의삶의깊이에서우러난언어들을통해시들로탄생합니다.그러니그렇게모습을드러낸시들은오롯이그의인생의깊이를반영한것들이며또한그의섬세한감정이이입된아름다운언어이기도합니다.주변의존재들이시인의감정언어인‘시’라는집에거주하게되는순간이지요.시인의그런감정은주관적인것이지만그것이시인의아름다운언어로표현되는순간그것은타인과소통할수있는상호주관적인시가됩니다.
이지점에서시인과시를읽는타인과의감정의공유가이루어집니다.물론서로감정을공유하더라도개인차는있겠지요.그렇더라도‘시’는존재와감정을언어로표현하는최고의수단입니다.시인의자유로운마음은그것이가는대로마음에와닿는것들을아무런구속도없이진솔하게표현합니다.그래서더공감이갑니다.
그마음은어떤것들에대해서는그리움을그리고애틋함을가지면서도또한그것들에서희망과행복을품기도합니다.80여년연륜의세상을보는눈이이런작품들을만들어냅니다.특히시인의눈에비쳐진것들은사계절의변화,즉봄의벚꽃,여름의해바라기,가을의억새,겨울의동백꽃등이며그것들을섬세한감정으로그려냅니다.이에더해추억,고향집,친구,계절,세월,그밖의자연에있는것들도묘사합니다.이것들은크게두범주로분류될수있을것입니다.‘추억’과‘자연’입니다.
2.추억
우리는시간속에던져진존재입니다.그러니우리는시간으로부터자유로울수가없습니다.지나간시간에얽매이고앞으로올시간을설계합니다.특히앞으로살아갈시간이많은젊은시절에는미래만을바라보며달려갑니다.과거를되돌아볼여유가없습니다.그러나인생의노년에이르면살아갈시간보다살아온시간이훨씬더길어서지금까지살아온삶을반추합니다.살아온삶을되돌아볼때,나에게서과거는그리움,아쉬움,회한등의대상이됩니다.
그런것들이감정으로승화되어타인과대화를나누게되면그대화는인생의깊이를담은아름다운서정시가될것입니다.그런시들에대한느낌은저마다다를수있습니다.그래도아름다운시를창조할수있는시인의섬세한감정은인생의깊이에서묻어나오는향기와도같습니다.그향기가가져다주는감동은누구에게든자신의인생을돌아보게만들며또한짙은여운으로남을것입니다.그시들은시인이흘러간시간속에서그때그때의모티브들을통해인생을바라본것들이기때문이지요.계절,그리움,꽃,찻집,엄마의장독대등이그것들입니다.
이를테면계절의시작인봄은시간의흐름을알려주는동시에그흐름을안타까워하게하는마음,즉그리움을안깁니다(「봄이」).그러면서도시인은그그리움을자신의몫으로받아들이는성숙한마음을보여줍니다(「내몫」).더나아가그리움마저행복을만들어준다고합니다(「그리움은」,「추억도행복인것을」,「행복」).
그리고한해가가버리는빈둥지같은가을날의눈물도역시감사함으로받아들이고있습니다(「세월」).흘러가는시간을봄의꽃샘바람과아지랑이(「봄이오는길목」),‘겨울의노을빛’(「겨울의해질녘」,‘밤안개’(「밤안개」)등에서느끼면서거기서안쓰러운마음과동시에행복을노래합니다.
무엇보다도엄마의장독대에대한그리움은누구나보편적으로느낄수있는어린시절의아름다운감정입니다.과거로돌아가엄마의장독대를생각하는마음은누구나공감할수있다는뜻입니다.추억을되새기는시하나인용합니다.
뒷마당에
자리잡은엄마의장독대
엄마의행주든손
반짝반짝빛이나던항아리들
정갈함이묻어나는장독대
항상구수한된장냄새
맨드라미빨강꽃이피어있던
장독대한쪽옆
부엌뒷문열면닿을거같은
엄마의장독대
「엄마의장독대」전문
3.자연
우리는공간적제약하에살아가는존재입니다.그공간은넓게는우리를둘러싼자연과그안에있는것들이고구체적으로는내가살아가는생활공간일수있습니다.인생의깊이가깊어지면질수록이전에보지못한주변의것들이삶의눈에포착되어들어옵니다.꽃도새도바다도,일출과노을도,찻집도고향집도이전과는다르게새롭게보이기시작합니다.노년의시인은이런것들을그냥보아넘기지않을것입니다.어느하나아름답지않은것들이없을것이고어느하나애틋하지않는것들이없을것입니다.시인은자연스럽게그런것들에마음을쓸것이고그것들에서그리움과희망,그리고소소한것들의소중함과행복등을읽어냅니다.그리움을단순히과거의감정이아닌,현재의삶을더의미있게만드는희망과행복으로바라봅니다.
이를테면바다의파도소리를겨울밤과연결지으면서(「할미섬의해질녘」)자연의경이로움과쓸쓸함과그리움을표현하며거기에서또한행복을바라보는미래지향적인마음을펼칩니다(「그리움은」).인생의긴여정을거쳐온시인은고향을찾아날아가는철새들의날개짓에서인생을보며그힘든인생의여정을희망의시선으로보기도합니다(「철새들의고향가는길」).마찬가지로꿀을찾아날아다니는나비의모습도안타까운시선으로바라보지만(「하얀나비」)그런힘든나비의모습에서도희망을잃지않고노력하는긍정마인드를표현합니다,
이름모를풀꽃에대한고마움과사랑(「이름모를풀꽃」)을노래하는시에서우리는살아가며마주치는작은것들의중요성을되새기게하는시인의따뜻한시선을봅니다.
그런따뜻한마음외에도계절의변화를느끼는섬세한감정을보여주는시들도있습니다.이를테면가을을바람과색을통해느끼고(「가을이오는길목」),그느낌을눈으로보지않으면서도생각할수있게합니다.봄의아름다움을바람꽃을통해감각적으로노래함으로써(「변산바람꽃」)자연의섬세한변화에대한경이로움을느끼게하기도하지요.
또한봄은매화꽃에안겨서온다는표현(「눈속의봄」)에서우리는겨울의차가움속에서피어나는봄의생명력을느낄수있으며,계절의변화가가져다주는깊은감동을경험할수있습니다.더나아가매화꽃은그자체로봄의전령사로서,기다림끝에찾아오는새로운계절의기쁨과희망을전해줍니다.
자연을노래한아름다운시하나를인용합니다.
잎새도없이
붉은꽃잎만들어
하늘만바라보는꽃
그리움에사무쳐
한맺힌서러움들
하소연하는
목메임인가
승화된아름다움이
처연한슬픔으로
되돌아나오는한인가
붉게물든아름다운꽃산
머나먼하늘어느날
한서린서러움이
하늘가에가닿을까
「상사화」전문
이런시들외에도노을(「노을」),일출(「일출」)석양(「석양」)등을묘사하는작품들도있습니다.
우리는일출을통해새날을감사와사랑의시선으로바라보면서행복해하는마음을,석양과노을을통해시각적아름다움과지나가는시간에서느끼는감정의여운을공감합니다.이런서정은아쉬움과그리움에서희망과행복을그려내는인생의깊이를보여줍니다.지나온긴시간을되돌아보며희망으로미래를바라보는시하나인용합니다.
바다가운데작은산
올라앉은해님은
하늘빛들도
강물빛들도
고운노을빛으로
아름다운노을빛에
보고또봅니다
저노을빛에
흠뻑젖어보고픈마음
바닷가에서만난
석양의고운노을들
「석양」전문
4.나가기
이런시들은시인의삶에서우러난정서들의표현들일것입니다.그표현들은살아온삶만큼그폭과깊이를갖고있어헤아리기어렵지만그래도독자들은인생의깊이에서읽는아름다운서정에공감할것입니다.그렇기에여기에수록된시들은우리에게삶에서마주하는일상과자연을한껏상상하면서그것들을긍정하는마음을읽게합니다.이렇듯이시들은희망과행복을노래함으로써잔잔한위로와공감을주며,또한각자의삶속에서자연과추억의아름다움을재발견하게도와주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