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시절 : 가장 안전한 나만의 방에서

책방 시절 : 가장 안전한 나만의 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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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도시를 떠나 시골 책방에 정착,
한 시절을 보내는 다정한 편지
어쩌다 서울에 나가면 오래 알던 동네도 낯설기만 합니다. 때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점점 뒷걸음질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따라갈 수 없는 것들. 나만의 호흡을 갖고 살아야지요.
이곳 책방에서 가끔 읽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들과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가와 음악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음악을 듣습니다. 시골이어서, 책방이어서 누릴 수 있는 호사지요. 이곳은 가장 안전한, 나만의 방이니까요.

오늘도 이곳에는 밝은 햇살이,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이 햇살을, 이 바람을 당신께 보냅니다. -서문 중에서

시골 책방을 운영하면서 아름다운 책방 시절을 보내고 있는 임후남 시인의 다정한 편지들이 『책방 시절』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그동안 『시골 책방입니다』,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등 책방에서의 생활을 꾸준히 책으로 펴내고 있는 그는 이번 책에서 더욱 정제되고 소박한 언어로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일상의 소소한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가 시골에서 작은 책방 문을 열고 보내는 하루가 그대로 보인다. 하루와 또 하루, 또 하루를 살아내는 그의 일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풍요롭다. 고독하지만 평화롭다.
한적한 시골 책방에서 그가 만나는 자연과 책과 작가와의 만남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생활은 때로는 번잡하지만 활력이 된다. 덩달아 시골 마을이 북적이기도 한다.
그가 일상에서 건져올리는 작은 기쁨은 읽는 이로 하여금 덩달아 소박한 세상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가 지향하는 단순한 삶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삶이 저만치 물러나고, 잠깐의 평화가 마음을 적신다.
『통영』의 작가 반수연은 『책방 시절』은 그가 차려내는 소박한 밥상과 같다며 덧붙인다.
‘그가 세상의 현란한 자극을 떠나 무위에 이르는 길은 이토록 치열한 사색과, 쓰고 읽는 즐거움과, 자연이 안겨주는 평온으로 가득 있다’라고.
그가 만든 가장 안전한 방은 자신의 방이기도 하고,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방. 소소한 일상의 편지가 전해주는 다정한 위로는 독자들에게 안전한 시골 책방을 함께 누리게 한다.

저자

임후남

저자:임후남
2018년도시생활을접고경기도용인시골마을로이주,책방생각을담는집을차렸다.그동안펴낸책으로는시집『나를아껴준당신에게』,『전화번호를세탁소에맡기다』,『내몸에길하나생긴후』,동시집『시간택배』,산문집『내꿈은신간읽는책방할머니』,『시골책방입니다』,『나는이제괜찮아지고있습니다』,『아들과클래식을듣다』,인터뷰집『살아갈수록인생이꽃처럼피어나네요』,엔솔로지『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곳,동네책방』등다수가있다.

목차


1부
1.조금게으름을피우는것도좋지요……10
2.나만의숨구멍을찾아서……15
3.지금나를흔드는것을위하여……20
4.맨발로흙길을걸었어요……26
5.마음풀어놓고살아볼까요?……31
6.욕심이없었으면하는욕심이라니요……36
7.안전한방을찾아서……41
8.천천히봄이오는소리를들어요……45
9.몸에봄을들이는일……48
10.음악을듣는것도한권의책을읽는것처럼……54
11.혼자떠나지않아도혼자인……57

2부
1.나무는햇빛을보고가지를뻗고……66
2.‘책읽기는가장나태한소일거리’……70
3.우리도딸기따러갈까요?……74
4.속깊은가을햇살을누려요……79
5.오늘딴모과향을보내드립니다……83
6.아직곳곳에슬픔이있는데도좋다고말하네요……89
7.어린나를가끔한번씩만나놀고……94
8.겨울엔역시두툼한소설책이최고지요……99
9.혼자모래성을쌓으면서도즐거워요……103
10.혼자보다는함께가,그래도좋지요?……108
11.아픈후에야멈추는……113

3부
1.지금계절에맞는힘으로……120
2.나의결을따라돌아누워요……126
3.제몫을다하고피고지는들꽃처럼……132
4.한달에한번보름달을보고살아요……136
5.심심한시간을즐기며……142
6.부모의옛날이야기가그리운순간들……147
7.그곳의겨울은어떤풍경인가요……152
8.힘든날은다시오지않기를소망하며……157
9.해마다다른봄을맞이하며……162
10.저마다의때를기다리며……168
11.단순한생활속에서……175

출판사 서평

추천사

소박한밥상같은,무위에이르는길

일부러찾지않으면발길조차닿기힘든,용인의한숲속에‘생각을담는집’이라는책방이있습니다.책방의너른마당에는온갖종류의꽃과채소가자랍니다.그는그곳에서책을읽고,글을씁니다.씨를뿌리고,그씨가싹틔운것들을돌보며봄,여름,가을,겨울하루도같지않은날을보냅니다.오래길들여졌던도시의편리함과역동성을자진반납하고,마침내당도한그곳에는고요가있습니다.너무고요해서외로워보이기까지하지만그는기꺼이그적요를반깁니다.적요속에서유난히뚜렷한생명의소리를사랑하기때문입니다.
책과식물속에둘러싸여그것의일부인양조용히앉아글을쓰다가,간혹손님이문을밀고들어오면차를만듭니다.손님과책이야기를나누다가인생이야기로흘러갑니다.손님이돌아가면마당에엎드려잡초를뽑습니다.출출해지면텃밭에서순한채소를따서밥상을차립니다.자극적인양념없이원재료의맛을살린소박한밥상입니다.그밥상은화려한수식을거부하는그의글을닮았습니다.어쩌면그의글이밥상을닮았는지도모릅니다.
그가세상의현란한자극을떠나무위에이르는길은이토록치열한사색과,쓰고읽는즐거움과,자연이안겨주는평온으로가득있습니다.이책은그시절을이야기하고있습니다.
-소설가반수연

책속에서

마음에음악을들이는일,마음에비를들이는일,그래서젖어드는일.이런저런일들이저만치물러나는순간,잠시마음이뜨끈해지는순간들.
이렇게살다80쯤되었을때누군가어르신이라고하면아이고,어르신이라니,기분나쁘다고말하면서요즘나오는신간이야기를하고싶어요.제꿈은신간읽는할머니이니까요.
계신곳에서잠깐마음을내려놓고,무엇인가에젖어보세요.그래서80쯤되었을때나는무엇에젖어있을까생각해보세요.우리그때까지,젖은마음으로있어요.25

내가딛고있는땅은어디인가,돌아봅니다.흔들리지않겠다고생각할때가있었는데,흔들리지않고어떻게살아갈수있나싶어이제는바람부는대로흔들리는것도좋을때가있습니다.어쩌면사는동안내려진뿌리가웬만한흔들림은잡아주고있어서그런게아닌가싶네요.간신히지나온시간인데그세월에는무게가담긴모양입니다.30p

마당을한바퀴돌았습니다.이제곧해가바뀌고나이한살더먹고,어제와다를것이없는새해아침이밝아오겠지요.매일살아가는데,그래서이젠좀뭔가알기를바랐는데여전히알수없는길을가네요.그래도마음에소망을품습니다.봄이면돋는새순처럼마음에뭔가터질것이있기를,내안에가득한욕심을떨어뜨리도록노력할수있기를.39-40p

책방한구석,책상에앉아있으면서이책상이내방이라는것을깨닫습니다.밥벌이하면서여러책상을거친끝에다다른방.세상으로나가기위해애쓰던시절을지나고,세상을살아가기위해애쓰던시절을지나거나혹은놓거나한지금.세상으로부터숨어든공간에서세상의주변을돌며몸을배배꼬던저를토닥입니다.43-44p

내가모르는세계,현실의내세상에서미처보지못하는세계,혹은내가잊고살았던세계를잠깐이라도고개숙이고들어가는것.그것은앎의순간이지요.앎이찰나에지나지않아도알아가는것.그리고위로를받는것.그것으로책읽기는족하지요.‘세상의유익한,쓸모있는’일을하다보면‘나태한소일거리’가그리워집니다.그럴때책을집어들면숨이자연스러워집니다.내숨소리도가만들을수있지요.73p

물론시골책방에서의생활이한가로운것만은아닙니다.그래도빗소리를듣고,젖은흙냄새를맡고,익어가는보리를바라보고,마을을산책합니다.더는새로울것없는풍경으로들어가낯선나를봅니다.그렇게오늘을살아갑니다.지금계절에맞는힘으로책방에서의한시절을보냅니다.125p

어쩌다서울나들이를하러나간날에는이곳이그립습니다.이곳의나무가그립고,물소리가그립고,흙냄새가그립습니다.그리고밤늦게돌아오면비로소안심됩니다.돌아왔구나.아마도이곳이집이어서그렇겠지요.집이란나갔다돌아올수있는곳,쉴수있는곳이니까요.
이곳에서저는심심하게살아갑니다.종일혼자있는날도있고,그러다사람들이와서함께노는때도있고.그러다이렇게가끔편지를쓰면서.
지금,어떠신가요?
심심한시간에만만날수있는그무엇.
그곳으로각각가서,우리만나요.146p

저는몸을웅크리며종종걸음을내디디고,핫팩을들고,동상이라도걸릴까두꺼운양말과털신을신고,코끝에끼치는겨울냄새를들이마시고,쏟아지는눈을온몸으로맞기도하고,몸벗은큰나무들의위용을바라보기도하고,장작난로앞에앉아동치미국물을마셔가면서고구마를먹기도하고,타들어가는난롯불에빠져들기도하고……,
대단할것도없고특별할것도없는,그냥소소한일상들.고요가약간의분주를멀뚱히바라보는그시간들.이것은겨울에만가질수있는시간이지요.(집이좀크지만)마치숲속오두막에있는듯말이지요.계신곳의겨울시간은어떤모습인지요.156p

매일아침운동을하고,책방문을열고,화초에물을주고,컴퓨터를켜고,시디를골라음악을듣습니다.책을읽고,자판을두드리고,동네를산책하고,먼산을한없이바라보고,큰나무를오래올려다보기도합니다.그러는동안책방에다녀간사람은말합니다.
“변함없네요.”
책도다른책이놓여있고화초도다르게가지를뻗었을것이며책방온도도어제와다른데.물론저도어제보다주름이더늘었는데.어떤날은마음이요동치는데.그래도여기이곳에있습니다.그곳에그대로계신것처럼.160-16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