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의저자이며잠언시집을소개해‘엮은시집’이라는새로운지평을연류시화시인이이번에는힐링포엠(HealingPoem,치유의시)을주제로한권의시집을엮어출간했다.
힐링포엠은21세기에들어와서양의여러명상센터에서마음을치유하기위한한방법으로‘시’라는도구를사용하면서새롭게등장한장르.시를쓰고읽는행위가닫힌마음을열고상처를치유하는데훌륭한촉매제가될수있음을인식한심리치료사들이소규모그룹들을만들어이른바포에지테라피(시요법)를시도한데서출발했다.
‘테라피(therapy,치료요법)’란말은그리스어에서온것으로본래춤과노래,시와연극을통한치유,즉표현예술을의미한다.시요법은비교적알려지지않은새로운예술분야이지만,원시시대부족사람들이모닥불주위에모여부르던노래만큼이나오래된것이다.그때의노래,주문,시가바로인간의마음과영혼을치유하는과정이었다.프로이트는“무의식을발견한것은내가아니라시인이다.”라고말했다.
힐링포엠의선두주자는미국에서활약하고있는텔레비전저널리스트빌모이어스다.그는콜맨바크스,로버트블라이,조이하르호,나오미쉬하브니예,옥타비오빠스등과‘시가갖는치유의힘’에대해각각의텔레비전토론을벌임으로써“시인들은우리모두를대신해삶이안겨주는상처에대해말하는사람들이며,우리는치유에접근하기위해그들의말에귀를기울여야한다.”고일깨웠다.
영국과미국을순례하며시낭송회를갖는로저하우스덴역시시를치유의관점에서읽는다.그의독특한시해설서는베스트셀러가되었다.
미국의대표적인시인이자소설가스티븐도빈스는힐링포엠에대해이렇게말했다.“나는시가감성적,지성적,물리적구조로되어있어읽는이의마음에가닿고,읽는이로하여금다시경험하게만든다고믿는다.나는시가두개의방사이에놓인창이라고생각한다.그창이없다면사람들은어두운방안에서홀로살아가야할것이다.”사람들은누구나마음속에시를만들어내는기능을갖고있다.즉,시가나오는‘비밀의장소’가있으며자연스럽고편안하게그곳으로들어갈수있는능력이있다.흔히들시를감상적인문학장르로치부하지만,시는감상이아니라이불가사의한삶에대해인간의가슴에던지는질문이다.시는그질문을통해자기자신과세상에대해많은것들을가르쳐준다.다른사람의입을통해자신의경험을듣게될때사람들은위로받으며자신이세상에홀로가아님을,모든존재는서로연결되어있음을깨닫는다.
시는시인의개인적인경험을바탕으로씌어지지만,읽는사람으로하여금자기자신의이야기에귀기울이도록돕는도구이다.시는다름아닌읽는사람자신의이야기를하고있는것이다.시인은상처받은치유자이다.“시는단어들이아니라추위를녹이는불,길잃은자를안내하는밧줄,배고픈자를위한빵”이라고미국시인메리올리버는말한다.
치유와깨달음의시
에는고대이집트파피루스서기관에서부터노벨문학상수상자에이르기까지41세기에걸쳐시대를넘나드는유명,무명시인들의시가포함되어있다.메리올리버,비슬라바쉼보르스카,장루슬로,옥타비오빠스,이시카와다쿠보쿠등현대를대표하는시인들,잘랄루딘루미,까비르,오마르카이얌등의아랍과인도의중세시인들,그리고이누이트족인디언들,일본의나막신직공,티베트의현자등의시77편이실려있다.
잠언시집이후8년에걸쳐모은이시들은치유와깨달음이그주제다.
삶이란수많은병고와사건이밀려오는것,온갖불필요한충고와소음이들려오는것이다.또한외로움과후회,불안으로가득차있는것이삶이다.이시집속의시들은상처와슬픔,상실을이겨내기위한방법으로포기와망각이아닌초월을권유한다.그리고초월에이르는길은먼저삶을충실히사는일이라고말하고있다.
루미는시에서‘인간이라는존재는여인숙과같다/매일아침새로운손님이도착한다/기쁨,절망,슬픔/그리고약간의순간적인깨달음등이/예기치않은방문객처럼찾아온다/그모두를환영하고맞아들이라/설령그들이슬픔의군중이어서/그대의집을난폭하게쓸어가버리고/가구들을몽땅내가더라도”라고노래한다.왜냐하면“그들은어떤새로운기쁨을주기위해/그대를청소하고있는것인지도모르기때문”이라는것이다.
나짐히크메트는감옥에서쓴시에서“가장훌륭한시는아직씌어지지않았다/가장아름다운노래는아직불려지지않았다/최고의날들은아직살지않은날들/가장넓은바다는아직항해되지않았고/가장먼여행은아직끝나지않았다/어느길로가야할지더이상알수없을때/그때가비로소진정한여행의시작이다”라고노래하고있다.
이시집에실린시들은한결같이사람은삶은생존하는것이상임을일깨우고있다.시인들은말한다.세상의다른모든것들을포기하라고.자신이진정으로살고싶은삶그하나만을제외하고.에서시적화자는‘인간에게서가장놀라운점이무엇인가요?’라고묻고있다.신은이렇게대답했다.‘어린시절이지루하다고서둘러어른이되는것/그리고는다시어린시절로되돌아가기를갈망하는것/돈을벌기위해건강을잃어버리는것/그리고는건강을되찾기위해돈을다잃는것/미래를염려하느라현재를놓쳐버리는것/그리하여결국현재에도미래에도살지못하는것/결코죽지않을것처럼사는것/그리고는결코살아본적이없는듯무의미하게죽는것.’
진정한삶은바로지금부터이며,너무늦기전에자신의삶을살기시작해야한다.류시화시인은시집의해설에서말한다.
“한편의좋은시가보태지면세상은더이상전과같지않다.좋은시는삶의방식과의미를바꿔놓으며,자기자신과세상에대한이해를돕는다.시는인간영혼으로하여금말하게한다.그상처와깨달음을.그것이시가가진치유의힘이다.우리는상처받기위해사랑하는것이아니라,사랑하기때문에상처받는것이다.얼음을만질때우리손에느껴지는것은다름아닌불이다.상처받은자기자신에게손을내밀라.그리고그얼음과불을동시에만지라.”
시는인간영혼의목소리
시는인간영혼의자연스런목소리다.그영혼의목소리는속삭이고,노래한다.그목소리를듣기위해서는잠시멈추고귀를기울여야한다.‘삶을멈추고듣는것’이곧시다.영혼은본래완전한존재이며,인간은다만육체를가지고이행성에서불완전함을경험하고있을뿐이다.즉,이삶은영혼여행의일부이다.이여행에서사람들은삶그자체이기도하며,동시에삶에상처받는자이기도하다.하지만그상처로마음을닫는다면,그것은상처준이와의절교만이아니라,세상전체와의단절을초래한다.삶과의단절이고,고립이다.이고립은서서히자신의영혼을시들게한다.스페인의철학자미구엘드우나무노는‘슬픔의습관을떨쳐버리라.그리고그대의영혼을회복하라’고말한다.
좋은시는치유의힘,재생의역할을하며읽는이의영혼의심층부에가닿는다.인간의가슴은돌과같으며,그것은다른돌에의해서만깨어질수있다.비슬라바쉼보르스카가썼듯이삶에‘두번일어나는것은하나도없고/일어나지도않는다.그런까닭으로/우리는연습없이태어나실습없이죽는다/어떤하루도되풀이되지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