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사진이란원하는곳이면어디든갈수있고,원하는것이면무엇이든할수있게해주는일종의허가증이다”“사진을수집한다는것은초현실주의자처럼현실을몽타주하고역사를생략해버린다는것이다”“사진은이세계를백화점이나벽없는미술관으로뒤바꿔놓아버렸다”“그사람의삶에끼어드는것이아니라방문하는것,바로그것이누군가의사진을찍는다는것의핵심이다”등등의논쟁적인주장이속사포처럼쏟아져나오는[사진에관하여]는1839년처음모습을드러낸이래모든것을그안에담은(혹은그렇다고여겨지는)사진의...
“사진이란원하는곳이면어디든갈수있고,원하는것이면무엇이든할수있게해주는일종의허가증이다”“사진을수집한다는것은초현실주의자처럼현실을몽타주하고역사를생략해버린다는것이다”“사진은이세계를백화점이나벽없는미술관으로뒤바꿔놓아버렸다”“그사람의삶에끼어드는것이아니라방문하는것,바로그것이누군가의사진을찍는다는것의핵심이다”등등의논쟁적인주장이속사포처럼쏟아져나오는[사진에관하여]는1839년처음모습을드러낸이래모든것을그안에담은(혹은그렇다고여겨지는)사진의본성을되돌아보게해준다.
실제로오늘날에는무엇인가를경험한다는것이그경험을사진으로찍는다는것과똑같아져버릴만큼사진은현대사회에있어서없어서는안될주요기록매체가됐다.“19세기의가장논리적인유미주의자였던말라르메는이세상의모든것들은결국책에씌어지기위해서존재한다고말했다.그렇지만오늘날에는모든것들이결국사진에찍히기위해서존재하게되어버렸다”라는손택의지적이전혀과장이아닐정도로말이다.그렇지만사진은이세계의모든것을피사체로둔갑시켜소비품으로변모시킬뿐만아니라미적논평의대상으로격상시킨다.그에따라결국사람들은카메라를통해서현실을구매하거나구경하게된다.사진덕택에,혹은사진탓에오늘날의사람들은삶을사는것이아니라(이런표현이가능하다면)‘살아지게’되는상황이빚어진것이다.
게다가그기술적속성상마음대로축소하거나확대할수도있고,수정하거나불필요한부분을잘라내버릴수도있는사진은초현실주의자처럼현실을몽타주함으로써역사를생략해버릴위험까지가져왔다.요컨대원하는모습만을볼수있게해주는사진은타인이겪는고통,참사등을도외시할수있게해줄뿐만아니라결핍·실패·불행·고통·불치병등을결코겪어보지않으려고하는사회,죽음을극히자연스러우며거역할수없는것으로받아들이려하지않고끔찍하고부당한재앙이라고만받아들이는사회를만들어낼지경에이르렀다는것이다.
맑스는세계를변화시키려고하기보다는세계를해석하려고만한다는이유로철학을질책했다.그렇지만초현실주의적감수성의테두리안에서만작업을해온여러사진작가는세계를해석하려는노력조차도공허할뿐이라고주장하면서그보다는세계를수집해야한다는제안을내놓았다.이런상황에서사진이단순한현실의기록이기를그만두고사진을보는사람들에게도덕적영향력을발휘할수있느냐는그에상응하는정치의식이존재하느냐에따라결정될수밖에없다.정치가없다면,역사를수놓은살육현장을담은사진일지라도고작비현실적이거나정서를혼란시키는야비한물건으로밖에여겨지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전례없이빠른속도로이미지를소비하는오늘날,사진이일종의약이자병病이며현실을전유하고쓸모없게만들어버리는수단이되어버릴위기에처한오늘날,사진이만들어낸이미지·세계가현실세계를이해하지못하도록가리는오늘날,[사진에관하여]가우리에게제기하는여러질문들은여전히유효한것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