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머니 세상이 조용해서 좋구나 (시를 닮은 에세이 정병국 사부곡)

귀가 머니 세상이 조용해서 좋구나 (시를 닮은 에세이 정병국 사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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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병국

일간 내외경제, 코리아헤럴드 등 언론사와 출판사에 근무하며 '인조인형의 집', '안개비', '외다리 춤', '불타는 아스팔트', '황사바람', '꿈을 줍는 여자', '타인의 얼굴', '바다노을의 침묵', '가슴속으로 흐르는 강' 외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다. 현재는 도서출판 '지식과 사람들' 대표로 계간 '시와 수상문학' 발행인으로 꾸준히 작품발표를 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잡초도 꽃을 피웠으니 화초렷다
귀가 머니 세상이 조용해서 좋구나
가슴속에 소리가 살아 있느니라
잡초도 꽃을 피웠으니 화초렷다
고구마가 언제부터 화초더냐
밭이 바로 채소 강보니라
모내기 한 번 했으면 싶다
잡초는 귀한 생명이 아니더냐
울타리도 소중한 밭이었다
어디 제 땅만 하겠느냐
인분이래야 튼실하게 자라니라
세월이 유수 같은 게 아니다
햇살이 참 곱구나
장기훈수는 산신령도 날 못 당한다
산바람의 으뜸은 솔바람이니라
개구리도 울지 않는 동네구나
애들 엄마들이 고생께나 하겠다

제2부 요즘 그 할머니가 안 보인다
요즘 그 할머니가 안 보인다
주신 모습대로 조상님들을 뵙고 싶구나
옷 색깔에도 나이가 있느니라
소피가 급하니 저리 비켜라
낮잠을 시원하게 잘 수 있겠다
매운 것을 먹어야 기운 차린다
종일 오리나 걷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게 별거냐
소만 닮아도 사람노릇 하는 거다
그새 여자 손보다 더 곱구나
참아도 소피를 지리는구나
늙은이 소피냄새는 지독하니라
물 내리는 걸 자꾸 잊는구나
가장 두려운 게 노망이다
너무 오래 사는 것도 죄구나
하늘의 자비가 너무 넘치는구나
하늘이 주신 큰 복이니라
너희들 살 일이 걱정이다

제3부 날 네 어미에게 데려다 다오
혼자만 오래 산다고 욕하겠다
네 어미는 안 그랬다
내 말을 거역한 적이 없다
무덤 앞쪽을 훤하게 터야 한다
잠자리가 편안해야 한다
모진 고생만 하고 갔다
아저씨는 누구신데 옆에 있수
할머니가 보고 싶지 않느냐
당장 어미 사진부터 걸어라
네 어미의 침묵은 언제나 무서웠다
어미에게 데려다 다오
합장을 반대하진 않을게다

제4부 장맛은 햇살 맛이니라
물과 소금보다 맛있는 건 없다
술만큼 어려운 음식이 없구나
아예 속살을 도려내는구나
조선간장이어야 제 맛이 나니라
걸쭉한 시골 막걸리는 없냐
이 애비가 귀신인가 보구나
식으면 맛이 없으니라
장맛은 햇살 맛이니라
친정아버지가 보고 싶다더라
빈 그릇으로 보내는 게 아니다
밥알이 곤두서야 힘을 쓰느니라
새벽공기가 생명을 살찌운다
바위도 소화시킬 녀석이다
녀석들 얼굴들이 안개 같다
이 지팡이가 더 좋구나
홍시는 손대지 말거라
그 흰머리 염색 좀 하시게
내일은 사람 조심해라
어찌 밤낮 그 모양이냐

제5부 아버지가 그리워하십니다
아버지가 그리워하십니다
비오는 날이면 더욱 그립습니다
십자수의 바늘 끝
어머니의 식솔사랑
어머니도 용서하실 겁니다
꿈에 오시렵니까
어머니의 바늘사관
나무비녀의 어머니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