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그 시작과 끝에 관한 탐험!
마치 철학적 탐정 소설과도 같은 이 책은 20여 년간의 모험을 통해
시간과 인생의 비밀을 풀어 나간다.
이 책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가’의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철학자인 저자는 20여 년 동안 사람들의 생생한 인생경험과 사상가들의 인생철학을 오가며 시간의 비밀을 풀어 나간다.
인생에 대한 의문은 청소년뿐 아니라 20대, 30대, 40대… 등 매 시기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흔들어 놓는다. 어느 순간, 삶을 이끌어 가기보다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고, 무력해진 자아에 생기를 불어넣고, 인생을 새롭게 변모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기도 한다. 또 사상가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젊음이 지나고 나면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과거로 시선을 돌린다고 했다. 과연 그들의 성찰은 옳은 것인가? 철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수많은 의문을 안고 사람들의 구체적인 인생경험 속에서 해답을 찾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 모험은 20여 년 이어졌고, ‘인생을 새롭게 이끄는 비결’ ‘시간과 경험의 비밀’ ‘유머와 사려의 깊은 속’ ‘누군가에게 속한다는 것’ ‘세대와의 관계’ ‘세상에 속한 삶’ ‘인생의 끝에서 발견하는 것’ 등 인생의 주요 테마들을 음악의 변주곡처럼 자유롭게 펼쳐 보였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삶의 목소리와 더불어 니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쇼펜하우어, 융, 프로이드, 보부아르, 엘리엇, 노턴, 피아제, 부버 등 유명한 사상가들의 인생철학도 재미나게 들을 수 있다.
1. 세상에 속한 삶 -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의 의미!
- 단 한순간의 대화로도 상대방을 영원히 기억하게 된다.
저자는 백발의 친구들 가운데 힐더가드와 함께한 시간들을 조명한다. 그녀는 저자에게 인생의 역할 모델 같은 존재였다. 저자는 그녀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의 자아가 뒤섞이는 경험을 한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수업을 준비하고 글을 쓰면서 문득문득 그녀를 떠올린다. 기억 속의 힐더가드는 저자가 어디에 있든, 무슨 생각을 하든 예상치 않은 순간에 언제든 만날 수 있고, 그럴 때마다 서로의 외곽선이 허물어져 하나로 용해되어 버린다.
저자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 서로에게 속한다는 것의 의미를 들춰 내기 위해 서술적 자아, 언어적 자아, 관계적 자아 등의 개념을 불러낸다. 서술적 자아는 말이나 몸짓, 손짓 등의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나눠진 자아를 말한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경험과 자아가 오고가는 것이다. 나는 내 경험의 일차 저장소이고 상대방은 내 경험의 이차 저장소가 되는 셈이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경험 속에 속해 있다.
언어적 자아는 ‘시공간의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개인의 관점’이라 할 수 있으며, ‘나’ 혹은 개인성을 지칭하는 다른 단어들을 통해 표현된다. 언어적 자아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중증 환자에게서도 발견될 만큼 일상 속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속하는 가운데서도 자기 자신으로 계속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관계적 자아는 교감을 나눌 때 일어나는 일체감이라는 포괄적 의식을 가리킨다.
공유한 경험은 기억의 형태로 있으며, 기억이란 시공간을 초월하는 속성을 지닌다. 개인적 경험이 타인에게 전달되듯,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먼 과거의 일도 내게 전해지고, 어릴 적 들었던 이야기도 내 입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역사와 기억은 수많은 인생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계속 이어진다.
2. 인생의 끝에 이르면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 거꾸로 보는 지도는 현재의 삶을 좀 더 분명하게 만든다.
독일의 낭만시인 노발리스는 ‘철학은 고향을 향한 향수’라고 했다. 누구나 인생의 방랑자이길 그치고 세상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힘차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저자 또한 그와 같은 간절한 바람을 갖고 20여 년의 모험을 감행했다. 그 모험은 인생의 최종 단계에 이르게 되고, 인생의 끝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되는지 탐구한다.
인간 발달 단계에 관한 이론들은 인생의 최종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계속되고, 존재의 무한한 사슬의 한 부분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자아를 실현한다거나, 자기 능력을 발휘한다거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목적 속에서 미래를 설계했지만, 인생의 끝에 이르면 이와 같은 미래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동시에 지금까지 적용시킨 모든 종류의 인생 규칙이 사라지게 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규칙에서 자유로워진 노년은 자신의 과거가 시작된 출발점을 다시 회복한다. 보편적인 인간성, 즉 연대감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끝은 죽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인생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세상을 처음 경험했던 순간을 회복하는 시기다. 인류의 역사 이래 계속 반복되었고, 현재도 반복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반복될 인생의 영원한 과거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끝을 경험하는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신이 이끌고 있는 삶의 방향을 좀 더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3.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통해 풀어 보는 인생의 비밀!
- 누구나 삶이 의미로 충만하기를, 인생이 생기발랄하기를 바란다.
고대나 현대의 철학자들은 젊었을 때는 시간이 길다고 느끼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현상에 주목했다. 오래전의 일이 어제의 일처럼 느껴지고, 모든 일이 영화를 보듯 한순간에 일어난 것 같다. 철학에선 이것을 동시성이라 하며, 시간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기도 하다.
모든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으며, 죽음의 순간까지 이어진다. 최초의 기억을 여전히 떠올릴 수 있듯이 과거의 기억이 현재 속에 살아 있고, 현재의 기억 또한 미래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우리가 현재 부딪치는 문제들, 그것이 두려움이든, 공포든, 나약함이든, 슬픔이든, 무료함이든, 현실을 힘겹게 하는 모든 것들은 방금 전의 시간을 포함해 과거로부터 온 것들이다. 그것을 그대로 떠안고 미래로 나아간다면 또다시 동일한 경험들을 반복하게 된다.
저자는 인생을 새롭게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시간 여행자란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지난 경험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경험은 세월이 지나면 의미가 변하고 새 옷을 갈아입게 마련이다. 책에서 읽었든, 직접 겪었든, 누구한테 들었든, 경험으로 얻은 지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기꺼이 몸을 던져 알아보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