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제3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 『나는 자존감 높은 우편화물 기사』 출간
전태일의 노동해방, 인간해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에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은 2025년 올해로 33회를 맞이했다. 올해부터 전태일문학상에 두 가지 변화가 있다.
평화시장 재단사로 일하던 열여덟 살부터 사회의 모순과 고민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썼던 전태일처럼, 노동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진솔한 글을 모으고자 공모 부문을 에세이로 집중하기로 했다. 덕분에 150명의 응모자가 보내준 300편의 글을 모아볼 수 있었다. 노동하는 평범한 사람의 삶을 그린 글이 사라져간다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일하며 읽고 쓰고 말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여전히 있었다. 이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이번 수상 작품집은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이웃의 안부를 묻는 글을 모아 만든 축제 같은 지면이다.
삶의 현장을 나눠주신 소중한 글 중에서도 심사위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여덟 분의 뜨거운 글을 지면으로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특히 다양한 세대, 연령, 젠더, 직업, 장애, 섹슈얼리티…… 등을 망라한 수상자들의 글을 모은 이번 수상 작품집은 우리 공동체 동료들의 삶을, 그 슬픔과 기쁨을 생생하게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심사로 수고해 주신 서고운, 천현우 작가와 오혜진 평론가께도 감사드린다.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에서 ‘액화 노동’이라는 동시대 노동 문제의 최전선을 선별해 주셨고, “언제나 ‘나중’으로 밀려나던 사회적 소수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주체”임을 새삼 확인하는 글들을 모아주셨다.
최우수작 「우편화물차량 운전기사가 되기까지」는 더없이 솔직한 회고록이다. 인간은 본래 자신을 과대평가하도록 설계된 존재다. 아무리 못해도 평균, 적어도 평범함을 전제하곤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동 수기는 ‘자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함’을 털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인간 본성을 거부하면서 시작한다. 화물차 기사로서 많은 실수를 했으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줄곧 받아왔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계약직, 즉 액화노동의 종사자였지만 세상을 탓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정규직을 따낸다. 글쓴이는 기어이 원하던 자리에 올라갔음에도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는다. 노동조합 지부장 자리에 출마하여 자신의 과거와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 뇌성마비 장애를 그저 비관하는 통념과 달리 장애와 더불어 살며, 암담한 노동 현실을 노동자 간 연대로 돌파해낸 뜨거운 글이다.
우수작 「언덕 위의 선생님」은 액화노동이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마저 녹여버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글쓴이가 인솔 교사로 일하며 보낸 시간은 고작 닷새이지만, 노동시장의 모순을 드러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기간이었다. 고용 주체는 노동자에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다그치지만, 정작 그만한 대우를 할 생각이 없다. 제도가 따라가 주질 못하니 처벌할 방법도 없다. 여기서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은 기껏해야 ‘눈치껏 적당히 하기’뿐이다. 작품 속에선 불합리 속에서도 내 노동에 최선을 다하려 하는 태도, 내 노동을 잘 수행하려는 마음이 짓밟히는 현실이 몇 번이고 교차한다. 일한 만큼의 보상이 따르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면 유난 떨기로 치부하는, 청년들이 처한 현재 노동 현실 전반을 관통하는 작품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전태일작가상’을 신설하여 전태일문학상의 진폭을 더 넓히고 더 많은 독자와 전태일 정신을 나누고자 하였다. 지난 한 해 동안 출간된 시, 소설, 에세이 등 단행본을 대상으로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고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하는 성취를 담은 작품을 기리기 위함이다. 첫 수상작으로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선정하였다. 김기태 작가의 소설은 지나간 시절의 정치적 구호에 대한 향수에 젖거나, 동시대의 잔인함에 굴복하지도 않는다. 그 어느 쪽에 쉽게 매몰되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장면에서 우리 시대의 연대를 찾아낸 작품이었다. 우리 시대의 인터내셔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김기태 작가의 수상 소감을 읽어보는 감동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김기태 작가의 에세이 「공터 아닌 공터에서」는 평범한 시민인 동시에 작가로 살아가는 개인 김기태가 ‘전태일 정신’을 품고 산다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담고 있다. 진지한 운동이나 현실 정치에 헌신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의자와 맥주 한 잔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해 줄 적지 않은 이들, 양심이라고 부를 만한 모종의 감수성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전태일 정신이 없지 않다. “정치적 실천의 계기나 방법을 발견할 수 있기를, 누군가 등을 살짝 떠밀어주길 기대하면서”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어봐 주시길 바란다. 작가의 고백처럼, 문학은 그런 일을 해내는 최적의 자리다.
전태일문학상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 일구어 가는 용기와 깨달음을 모아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일은 때로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그 이상으로 기쁘고 즐겁고 아름답기도 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평화시장 재단사로 일하던 열여덟 살부터 사회의 모순과 고민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썼던 전태일처럼, 노동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진솔한 글을 모으고자 공모 부문을 에세이로 집중하기로 했다. 덕분에 150명의 응모자가 보내준 300편의 글을 모아볼 수 있었다. 노동하는 평범한 사람의 삶을 그린 글이 사라져간다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일하며 읽고 쓰고 말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여전히 있었다. 이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이번 수상 작품집은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이웃의 안부를 묻는 글을 모아 만든 축제 같은 지면이다.
삶의 현장을 나눠주신 소중한 글 중에서도 심사위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여덟 분의 뜨거운 글을 지면으로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특히 다양한 세대, 연령, 젠더, 직업, 장애, 섹슈얼리티…… 등을 망라한 수상자들의 글을 모은 이번 수상 작품집은 우리 공동체 동료들의 삶을, 그 슬픔과 기쁨을 생생하게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심사로 수고해 주신 서고운, 천현우 작가와 오혜진 평론가께도 감사드린다.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에서 ‘액화 노동’이라는 동시대 노동 문제의 최전선을 선별해 주셨고, “언제나 ‘나중’으로 밀려나던 사회적 소수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주체”임을 새삼 확인하는 글들을 모아주셨다.
최우수작 「우편화물차량 운전기사가 되기까지」는 더없이 솔직한 회고록이다. 인간은 본래 자신을 과대평가하도록 설계된 존재다. 아무리 못해도 평균, 적어도 평범함을 전제하곤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동 수기는 ‘자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함’을 털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인간 본성을 거부하면서 시작한다. 화물차 기사로서 많은 실수를 했으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줄곧 받아왔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계약직, 즉 액화노동의 종사자였지만 세상을 탓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정규직을 따낸다. 글쓴이는 기어이 원하던 자리에 올라갔음에도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는다. 노동조합 지부장 자리에 출마하여 자신의 과거와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 뇌성마비 장애를 그저 비관하는 통념과 달리 장애와 더불어 살며, 암담한 노동 현실을 노동자 간 연대로 돌파해낸 뜨거운 글이다.
우수작 「언덕 위의 선생님」은 액화노동이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마저 녹여버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글쓴이가 인솔 교사로 일하며 보낸 시간은 고작 닷새이지만, 노동시장의 모순을 드러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기간이었다. 고용 주체는 노동자에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다그치지만, 정작 그만한 대우를 할 생각이 없다. 제도가 따라가 주질 못하니 처벌할 방법도 없다. 여기서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은 기껏해야 ‘눈치껏 적당히 하기’뿐이다. 작품 속에선 불합리 속에서도 내 노동에 최선을 다하려 하는 태도, 내 노동을 잘 수행하려는 마음이 짓밟히는 현실이 몇 번이고 교차한다. 일한 만큼의 보상이 따르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면 유난 떨기로 치부하는, 청년들이 처한 현재 노동 현실 전반을 관통하는 작품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전태일작가상’을 신설하여 전태일문학상의 진폭을 더 넓히고 더 많은 독자와 전태일 정신을 나누고자 하였다. 지난 한 해 동안 출간된 시, 소설, 에세이 등 단행본을 대상으로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고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하는 성취를 담은 작품을 기리기 위함이다. 첫 수상작으로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선정하였다. 김기태 작가의 소설은 지나간 시절의 정치적 구호에 대한 향수에 젖거나, 동시대의 잔인함에 굴복하지도 않는다. 그 어느 쪽에 쉽게 매몰되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장면에서 우리 시대의 연대를 찾아낸 작품이었다. 우리 시대의 인터내셔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김기태 작가의 수상 소감을 읽어보는 감동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김기태 작가의 에세이 「공터 아닌 공터에서」는 평범한 시민인 동시에 작가로 살아가는 개인 김기태가 ‘전태일 정신’을 품고 산다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담고 있다. 진지한 운동이나 현실 정치에 헌신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의자와 맥주 한 잔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해 줄 적지 않은 이들, 양심이라고 부를 만한 모종의 감수성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전태일 정신이 없지 않다. “정치적 실천의 계기나 방법을 발견할 수 있기를, 누군가 등을 살짝 떠밀어주길 기대하면서”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어봐 주시길 바란다. 작가의 고백처럼, 문학은 그런 일을 해내는 최적의 자리다.
전태일문학상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 일구어 가는 용기와 깨달음을 모아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일은 때로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그 이상으로 기쁘고 즐겁고 아름답기도 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자존감 높은 우편화물 기사 (제33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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