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앞에서의 기도 (이승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 (이승하 시집)

$9.00
Description
생명에 대한 연민, 존재에 대한 사색
15년 동안 쓴 시들을 묶었다는 이 시집의 도처에서 나는 거듭, ‘착한 이승하’를 본다.
어린 시절 여동생 사건으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되긴 하지만, 20여년 세월 정신병원, 교도소, 구치소, 요양원 등지를 찾아다니며 그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을 다 하고 있는 이승하. 그는 그 일을 ‘봉사’라고 하지만, 왠지 갑의 냄새가 나는 ‘봉사’든, ‘동참’이나 ‘연대’든, 그것은 어쨌거나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실천이다.
두 달도 2년도 아니고 수십 년이면 이것은 장난이 아니다. 실천하는 이 앞에서는 누구나 말을 멈추고 그 실천의 세월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승하를 시인으로서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거의 경악하고, 탄복하는 마음이 있다.
―최성각(작가ㆍ환경운동가)
저자

이승하

저자이승하
1960년경북의성출생,김천에서성장
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및동대학원졸업(문학박사)
1984년〈중앙일보〉신춘문예시당선
1989년〈경향신문〉신춘문예소설당선

시집『욥의슬픔을아시나요』『생명에서물건으로』『인간의마을에밤이온다』『천상의바람,지상의길』『감시와처벌의나날』등

소설집『길위에서의죽음』

평론집『한국문학의역사의식』『욕망의이데아』등

현재중앙대문예창작학과교수,한국문예창작학회회장
『문학나무』『불교문예』『문학에스프리』편집위원

목차

제1부나무,생명
벌목
고사목을위하여
聖나무앞에서의목례
가로수와노인
포도주예찬
할머니의청국장
나무앞에서의기도
방화
산불
물의반란
툰드라의아침
바다직박구리는지금어디를날고있을까
돌탑앞에서
여자의젖가슴에대한생각
봄날풍경
아름다운부패를꿈꾸다
나의똥과오줌
한강은소리를내지않는다
병나은뒤
그사슴의눈


제2부문명,죽음
새들은죽어도묘지가없다
물에서뭍으로
고래들은왜집단자살하는가
고래들,사람의배로사라지다
전화
해창갯벌에와서바다를보며
무거운것과가벼운것
허리케인카트리나
컴퓨터
사람들사이에서사라진다
인공합성바이러스
인간복제
인간의마을에또다시밤이온다
다함께울다
하비에이어어마가
다시,기를세우며
황사바람속에서
저녁식탁에오른것들
이세상에낙원은어디뇨
지상의남은날들1
지상의남은날들2

제3부인간,아픔
지상의남은날들3
지상의남은날들4
지상의남은날들5
병마에대한기억
비창제3악장
말과침묵
비닐탈출
검노랑해변쇠맷새를아십니까
부화장에서
송전철탑아래서
뇌에관한연구1
뇌에관한연구2
투견장에서
소가싸운다
짖지않는어느개의죽음
염치
지하로내려가는다섯사람
시베리아횡단열차
간이역에서내리다
내마음의실크로드
바이칼호수에두고오다
알흔섬가는길

우정의글'생태시'는다시발명되어야한다

출판사 서평

지난10년동안시인은두세달에한번은반드시요양병원에갔다고한다.서너달에한번은교도소나구치소에갔다고한다.세달에한번,재소자들의100여편수필을읽고심사하는일을7년째해오고있다.정신병원에는30년째면회를다니고있다.인간에대한연민의정을담아『감시와처벌의나날』을냈고이번에는생태환경에대한시를모아서시집을묶어냈다.아래는시인이쓴산문의일부이다.

{몇달에한번씩인간의생로병사에대해이런저런생각을해보게되었다.인간의일생,별의일생,나의노후,별의노후를.시간은미래를향해직진하는가영원회귀하는가.지구상에생명체는어떻게생겨나서번식하고생존하게되었는가.지구도달도태양도수명이있는가.언젠가는폭발하는가.소멸하는가.『지구에서사라진동물들LostAnimals』을보니이런대목이나온다.

“1600년이후,오늘날까지분명한기록이남아있는절멸생물종의수는알려져있는것만해도726종이나된다.그가운데포유류는59종으로,현재절멸위기에처해있는포유류는505종에이르러있다.절멸한포유류의대부분이1900년이후1백년동안집중적으로사라진것들이다.”

18년이지난지금,505종중100종정도가사라졌다.최후의한마리가.21세기에들어서서는멸종하는동식물의종이기하급수적으로늘고있다는데(어폐가있는말이지만)우리인간이지구마지막날까지살아남을동물의종인가.바퀴벌레보다도메타세쿼이아보다도더오래지구상에남아있게될까.나도저할머니들처럼요양병원에서생의말년을보내게될것이다.내아버지,어머니처럼암발병4개월만에세상과이별하게될수도있다.두분은유언도하지못했고,병원중환자실에서한밤중에눈을감았다.즉,아무도임종을지키지못했다.나는화장을할텐데,유골함에넣어져납골당에안치되면자식에게짐이되지않을지.

문병을가면이런생각을하며귀가하게된다.하지만일단귀가하면현실의온갖복잡다단한일들이기다리고있기에시간과죽음,지상의삶과사후,생명과우주에대한일은잊고지낸다.시를쓰려고하면,불현듯이요양병원에서보았던할머니들의모습이한분한분떠오른다.나도곧저렇게될것을.시간앞에장사없고죽음앞에용사없거늘.그래서성경이며불경을꺼내읽게된다.
중학생때본[십계]라는영화에는모세가홍해를열어이스라엘백성을구하는장면이나오는데성경출애굽기제12장에서15장까지의내용이다.성경에서도가장극적인장면이다.

여호와께서모세에게말씀하셨다.“너는어째서살려달라고내게부르짖고만있느냐?이스라엘사람들에게앞으로진군하라고명령을내려라.그리고지팡이를들고네손을바다위로내뻗어라.그러면바다가갈라지리라.그때에이스라엘사람들이바다한가운데를마른땅처럼건너게되리라.”

우리나라진도앞바다가그렇듯이성경의이장면은기적이라기보다는신기한자연현상이다.하지만영화의장면이연상되어성경을읽을때면신이난다.쫓아가던애굽의병사들이떼죽음을당하는데도말이다.화엄사상과정토사상의융합을꾀한의상(625?702)의『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를30구210자로요약한『법성게法性偈』에는좋은말이많이나온다.

一中一切多中一하나안에모든것이있고모든것안에하나가있다.
一卽一切多卽一하나가곧모든것이며모든것이곧하나다.
一微塵中含十方하나의먼지가곧우주전체다.
無量遠劫卽一念한량없는시간이곧한생각이다.
一念卽是無量劫한생각이곧한량없는시간이다.
初發心是便正覺처음발심이곧깨달음이다.(초발심으로살아라.)
生死涅槃常共和생사라는중생의세계와열반의세계가늘함께어울린다.

나자신시방먼지에지나지않는존재이고,때가되면먼지로돌아갈것이다.그래서시를쓰면서생명과우주의신비에대해골똘히생각해보게된다.지금은시를쓰고있지만억만년동안,혹은그이상침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