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재혼 (나이듦에 대한 공감 에세이)

아내와의 재혼 (나이듦에 대한 공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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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은퇴 이후, 이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오랜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막’을 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자,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좌충우돌 부딪히고, 실수하고, 깨지면서 새롭게 배워가는 지은이의 모습 속에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한다.
저자

백문현

저자백문현은인생에대한깊은사유와자신을성찰하는일에많은시간을보내고있다.‘아내와의재혼’도그가운데생각해낸의미있는프로젝트다.걷기를좋아하며책읽다가잠드는것을로망이라생각하는,일손을놓고나서야일상의소중함을다시돌아보게된베이비부머세대다.상주고,경북대,연세대행정대학원을졸업했으며,한국석유공사에서30년간일했다.이책은《물속의달》,《거울속의꽃》에이은지은이의세번째책으로,은퇴후의일상에순응해가는이시대아버지들의일상을보여준다.

목차

작가의말

1장그렇게한막이끝났고,다른한막이시작되었다
회사를떠나다/어느연말/어떤만남/비자금/여우와신포도/공자가라사대

2장나는밖에서안으로들어왔고,아내는안에서밖으로나갔다
제국의쇠퇴/아내와의재혼/그해겨울/점/아름다운꽃노래

3장당연한줄알았는데당연한것이아니었다
어머니와고향/어버이날/뿌리/마당넓은집/아내의환갑잔치엄마와딸/할머니제삿날

4장끊고,버리고,떠나다
계륵/귀향/잃어버린모자/우정

5장다시,길을걷다
텃밭에서/27시간/운수좋은날/둔한/해장국집풍경/개같은세상/길을걷다

백수노트
영화/청첩/유혹/노화/서글픔/무궁화열차/넥타이/이등병/호칭/술/둘레길/백수초기그리고

에필로그_인생의황금기에들어서서

출판사 서평

“젊은날엔상상하지못했던,또다른일상이시작된다”
홀연히다가온‘은퇴’,
이전과는다른새로운현실에
좌충우돌적응해가는우리사회베이비부머들의이야기

“그렇게한막이끝났고,다른한막이시작되었다”


“긴세월을몸담았던곳,이제다시는돌아갈수없는곳에서집으로오는길은가깝고도멀었다.토요휴무제가시행된이후로벌건대낮에집에온것은처음이었다.그렇게세상이달라졌다.아내가꽃다발을들고맞이했다.이날을두고두고기념하고싶다며생화가아닌화려하고풍성한조화를선물했다.그렇게한막이끝났고,다른한막이시작되었다.”(13쪽)

회사를떠나게된동료들의소식을듣고,지은이는자신이은퇴하던날을되돌아본다.회사를그만두었다는것외에는달라진것이없는데,모든게달라졌다.벌건대낮에들어온것도낯설고,아내가꽃다발을들고맞이하는것도낯설고,집안의모습도모두가낯설다.이제앞으로어떻게살아가야할까,기대수명이길어져남은인생이적지않은데,어떻게그시간을살아내야할까.만감이교차하는그순간의지은이의기억과감정들이생생하게전달된다.

“나는밖에서안으로들어왔고,아내는안에서밖으로나갔다”

“집에있는날이밖에나가는날보다더많아지면서자연스럽게아내의생활을들여다보기시작했고아내를다시보게되었다.무쇠인줄알았더니아플줄도알았고,집에만처박혀있는줄알았더니밖에도나가고,먹는것이고입는것이고가리지않는줄알았더니좋아하는것도있었다.……나들이라해야기껏시장이나다니며장보기나하고가끔애들학교나오가는줄알았던아내가그나름의생활이있고나를두고도외출을할줄알았다.평소와다름없이행동하였을뿐이고내가그런모습을처음본것일뿐인데도처음엔전차에머리가박힌듯멍했다.나는밖에서안으로들어왔고아내는안에서밖으로나갔다.”(54~55쪽)

은퇴후지은이가가장먼저발견한것은아내의낮선모습이었다.30년동안자신의삶을희생해서남편과자식들을돌보아온아내의또다른모습을마주하게된것이다.그동안가지고있었던아내에대한왜곡된인식에놀라며아내역시한사람의존재로서살아왔다는사실을다시금깨닫는다.그러고는마음을먹는다.아내와재혼을하기로.
은퇴후자신과아내의위치가조금씩바뀌며,자신이가정에서쌓아온‘제국’이조금씩허물어지는것을느낀지은이는이러한변화가‘제국의쇠퇴’라고말한다.‘제국의종말’이라는표현을사용하지않는것은지은이의마지막자존심이다.

“당연한줄알았는데당연한것이아니었다”

“여자였다.세월이무덤덤하게만들었을뿐이다.가슴에쌓아온이야기를듣고보니구구절절이옳은말이었다.구절양장처럼길었다.여자의심정을이해하지못했다.내가매사에낫고,내가행동하는것이크게틀리지않다고생각해왔다.……내가아무리힘들고어려워지더라도아내만은내곁을지켜줄것이라는굳은믿음이있었고그걸당연하다고생각해왔는데당연하다고생각한것이당연하지않을수도있다는걸깨닫게되었다.”(65~66쪽)

시간을두고돌아보니그동안당연하게생각해왔던것들이당연하지않게느껴졌다.항상곁에서함께해줄거라고믿었던아내가곁을지키는일도당연한것이아니었고,재능,외모성격등아버지로부터물려받은모든것도당연한것이아니었다.아내,부모,자녀,가족이라는이름에는당연한듯당연하지않은그런관계가숨어있다.지은이는가족이라는이름안에숨어있는소중한관계를발견하고,이를통해우리가지향해야할가치가무엇인지를생각한다.

“끊고,버리고,떠나다”

“언제부턴가물건을두고오는경우가가끔있다.그럴때마다알짝지근한게며칠씩간다.하찮은물건이라도누구든지자기가쓰던물건을잃어버리면아깝고애석하기마련이다.물건도그런데하물며사람은오죽할까.내또래중에서도다시못올길을가는사람도생겼고무슨연유인지소식이두절되거나뜸해지는사람도점차많아지고있다.물건처럼사람도유통기한이있는건지,가을바람에낙엽이되어하나둘씩떨어지듯내주변에서가까운사람들이사라지고고목에새순이돋듯아주가끔,아주가끔새로운만남이있을뿐이다.잃어버린감색모자처럼다시는안돌아오는거야어쩔수없지만간혹은이번처럼되돌아오는모자도있었으면좋으련만그리쉽지가않다.”(195쪽)

지은이는집을이사하면서아까워서버리지못한물건을두고서사람과의인연도버려야할때가있다고이야기한다.아까워버리지못하면나중에짐만될인연들을하나씩지워나가는일도때론필요하다.그리고언제부턴가심심치않게잃어버리게되는물건들이생기면서는세상을떠나간사람들,소식이두절된사람들을그리워한다.지워야하는사람들,그리고지워져안타까운사람들의이야기는우리가가진인간관계의끈을다시금돌아보게한다.

“다시,길을걷다”

“영화<히말라야>의장면이투영되었다.내가거기까지올라가는데는닷새였는데내려오는데는이틀걸렸다.오르면서는내려오는사람들을부러워했는데내려오면서는올라오는사람들을격려했다.올라가면무조건내려오게되어있고예외는없다.오직걸으며여기,지금같이하는사람들에게집중했다.……과연지금나는어디에서있는가.앞이빤히보인다.간혹오르막은있을지라도전체적으로는내리막길이다.거스르지말아야한다.하늘을나는새처럼바람을거스르지말아야평온하다.‘바람속의새’가되어어느방향으로가야할지알아야한다.”(255~257쪽)

제법백수로서의삶에적응해가고,새로운인생을즐기는시기가되었다.운동을위해수영도꾸준히하고,다섯평남짓의작은텃밭도가꾸고,손자손녀들을데려다돌보기도한다.하나하나쉬운게없지만그렇게조금씩적응해가고,새로운것을배워가면서앞으로의인생을배워나간다.히말라야트레킹을하던중지은이는‘하늘을나는새처럼바람을거스르지않는삶’을깨닫는다.젊었을적에는호기롭게바람도,파도도거슬러오르려노력했지만,이제는바람에,파도에몸을맡기는삶을살아가는것이현명하다는것을깨닫는다.그것이제2막의인생을‘골든타임’으로만드는길이라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