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의 길 (양장)

혼백의 길 (양장)

$19.00
Description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메도루마 슌의 십 년 만의 신작 소설집
오키나와 전쟁을 둘러싼 다섯 가지 이야기
치열하게 소설을 쓰는 ‘행동하는 작가’ 메도루마 슌이 십 년 만에 내놓은 네 번째 소설집이다. 1997년 일본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고, 2023년 한국의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하며 동아시아에서 가장 주목할 작가로 자리를 굳힌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오키나와인들의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진 전쟁의 기억과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중편 「신(神) 뱀장어」를 포함해 다섯 편이 실렸다.
80년 전에 벌어진, 주민 네 명 중 한 명이 희생된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오키나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의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흔이 여전하고, 오키나와 섬을 점령하고 있는 미군 기지들로 인한 폭력 사고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메도루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장의 참상을 펼쳐 보이며 여전히 진행형인 오키나와 전쟁을 예리하게 가시화한다. 탁월한 묘사와 유려하고 단호한 필치로 그려낸 소설들은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쳐흘러 숨을 멈추고 몰입하게 만든다.

저자

메도루마슌

저자:메도루마슌
현대오키나와문학을대표하는작가메도루마슌은1960년오키나와북부나키진(今?仁)에서태어나류큐대학법문학부를졸업했다.1983년「어군기」로작품활동을시작하며류큐신보단편소설상을,1986년「평화거리로불리는길을걸으며」로신오키나와문학상을,1997년「물방울」로아쿠타가와상을,2000년「혼불어넣기」로기야마쇼헤이문학상과가와바타야스나리문학상을수상했다.그리고2023년제7회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수상했다.
지은책으로『메도루마슌단편소설선집』(전3권)과장편소설『무지개새』,『기억의숲』등이있다.그외산문집으로『오키나와―풀의소리뿌리의의지』,『오키나와―땅을읽고시간을본다』,『오키나와'전후'제로년』,『얀바루의깊은숲과바다로부터』등이있다.

역자:조정민
일본규슈대학에서일본근현대문학및문화연구를전공했으며현재부경대학교일어일문학부에재직중이다.저서로『만들어진점령서사―미국에의한일본점령을어떻게기억할것인가』,『오키나와를읽다―전후오키나와문학과사상』등이있고,역서로사키야마다미소설선『달은,아니다』,오시로사다토시장편소설『생명의강,시이노가와』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에붙여

혼백의길
이슬
신神뱀장어
버들붕어
척후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아쿠타가와상수상작가메도루마슌의십년만의신작소설집
오키나와전쟁을둘러싼다섯가지이야기

치열하게소설을쓰는'행동하는작가'메도루마슌이십년만에내놓은네번째소설집이다.1997년일본의아쿠타가와상을수상하고,2023년한국의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수상하며동아시아에서가장주목할작가로자리를굳힌그는이번소설집에서오키나와인들의가슴에깊이아로새겨진전쟁의기억과상처를정면으로마주한다.중편「신(神)뱀장어」를포함해다섯편이실렸다.
80년전에벌어진,주민네명중한명이희생된역사상가장비극적인오키나와전쟁은아직끝나지않았다.살아남은자들의지울수없는고통과상흔이여전하고,오키나와섬을점령하고있는미군기지들로인한폭력사고가지금도끊이지않고있기때문이다.메도루마는이루말할수없는전장의참상을펼쳐보이며여전히진행형인오키나와전쟁을예리하게가시화한다.탁월한묘사와유려하고단호한필치로그려낸소설들은시종일관긴장감이넘쳐흘러숨을멈추고몰입하게만든다.

오키나와안팎의폭력을겨냥한결연한문학적응전

메도루마는십여년전부터주4회카누를타고바다에나가항의시위를하고있다.헤노코미군신기지건설저지운동에나서고있는것이다.미군기지에서비롯하는폭력의연쇄를끊어내기위해사투하고있는그는턱없이부족한시간에도불구하고틈틈이이소설들을썼다.오키나와가직면한역사적,사회적,군사적문제들을현장에서직접응시하며써내려간소설들은오키나와안팎의폭력을겨냥한결연한문학적응전이다.
그는일찍이"문학에사회적현실을바꾸는힘이있다고생각하는것은환상에지나지않으며문학을자신의정치적수단으로삼는것도잘못된일이다"라고말했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의문학의힘은강하고그가내건문학적반기는파급력이크다.전쟁을직접체험하지않은세대이지만전쟁을'기억'하고전쟁폭력을'증언'하고자독창적인문학적상상력을펼쳐보인다.그의소설들은과거와현재를연결시키며말할수없는고통으로각인된생생한상처를들춰낸다.
전쟁이초래한상처는수십년이지나도피해자의기억밑바닥에서되살아나삶을송두리째바꿔놓는다.안정적인것처럼보이는지금의생활에서도끔찍하고어두운그림자를짙게드리운다.다섯편의소설에등장하는각각의주인공이모두고령자인것은,그상처가살아남은피해자의가슴에결코지워지지않는문신으로남아있다는점을강조한다.메도루마는피를토하듯쏟아내는그들의절절한육성으로전쟁의기억을잊지않고계승하겠다는의지를강력히피력한다.

쓰라린상처에서피처럼쏟아지는말"잊어서는안돼"

표제작「혼백의길」은오키나와전쟁에서남부로후퇴하던와중에한여성과갓난아기를죽음에이르게한'나'의지울수없는트라우마를다루고있다.숨이끊어지기직전인여성의"죽여줘"라는간절한부탁을차마거절하지못하고칼을빼어들었다.그로인해현재86세의고령인'나'는평생자책과후회,우울로얼룩진삶을이어가고있다.이소설에서모자를죽음에이르게한'나'의행위는전쟁이인간을얼마나비인간적으로전락시키는지를적나라하게증명하고있다.메도루마가「한국어판에붙여」에서말한것처럼"세상의지옥이란이런것이다".
「이슬」은항구에서하역작업을하는일꾼들이종군경험을털어놓는구성으로되어있다.그중야스요시의고백은충격과비애를불러일으킨다.전장에서한방울의물이없어수많은이들이죽어갔다.새벽에기온이내려가면사람몸에서나온수분이이슬이돼바위에떨어지는데그이슬을핥아먹고겨우살아남았다는경험이다.벌거벗은시체주위에떨어진이슬을핥고있는군인들의모습은전쟁의비극을여실히보여준다.
가장긴분량의「신(神)뱀장어」는전쟁중일본군대장아카자키에의한마을주민가쓰에이의죽음과긴시간이흐른후가쓰에이의아들후미야스와일본군대장아카자키간에벌어진긴박한언쟁이주내용이다.전쟁중에는아버지가,전후에는아들이일본군대장과맞선것이다.아버지가살해된지40년이흐른후가쓰에이는본토에서우연히아카자키를만나사과를요구하지만아카자키는사과는커녕살인행위에일말의가책도느끼지않는다.이작품은본토와오키나와의충돌,전쟁의갈등이세대를거듭해도해소되지않은채오늘날까지이어지고있다는점을선명하게보여준다.피해자의입장은무엇인지,가해자의태도는어떠해야하는지다시금생각하게하는작품이다.잘짜인구성에탄탄한서사를갖춘소설로걸작이아닐수없다.
「버들붕어」는오키나와전투당시북부에살던어느가정의비극과현재의헤노코미군기지건설현장을교차시키며폭력의연쇄를환기시킨다.전란을피해산속으로몸을숨긴가요는불의의사고로남동생을잃고만다.혼자살아남았다는죄책감에시달리던가요는남동생이죽기전우물에무심코던져둔버들붕어의존재를다시목격했다고믿으며미군기지가존재하기이전의오키나와를상상하고평화를기원한다.이작품은메도루마가처음으로헤노코앞바다에서의시위활동을소설화한것으로주목할만하다.
「척후」는열다섯살에전쟁에동원된주인공이마을을살피는척후병이돼친구의아버지를고발한기억을다루고있다.의도하지않았으나그의첩보로인해친구의아버지는스파이로몰려죽임을당한다.지금아흔살이된그는친구에게도가족에게도그때의일을말하지못한다.이작품은미국과일본,오키나와의삼각구도속에서배태된불신과의심이결국은오키나와인을희생양으로만들고마는비극을잘보여준다.

메도루마슌이전하는위대한인간의존엄!

현대오키나와문학을대표하고일본문단에서도주요한자리를차지하는작가메도루마슌은오키나와의비극적인역사와일본본토와미국인에대한오키나와인의의식을예리한시각과돋보이는상상력으로써왔다.이번소설집에서는한층탄탄한이야기구조와숨을멈추고몰입하게만드는문장으로읽는이를사로잡는다.주인공들이한결같이털어놓는것은"말하고싶지만말하지못했다.하지만말하지않으면안된다"는것이다.오키나와전쟁의비참한기억과괴롭고억울하고불합리한체험을증언하고재현함으로써결코잊지않겠다는절박한외침이다.잊지않음으로써깊은상처를스스로치유하는위대한인간의존엄을발견하는것이야말로이번소설집의가장뚜렷한특징이라고할수있다.
그의소설이보여주는또하나의큰특징으로오키나와어와시마고토바(오키나와의여러섬의말),일본어가뒤섞여사용된다는점을들수있다.당시의복잡한언어상황을그대로보여주는장치다.특히시마고토바는각소설에서화자의입을통해노골적으로사용된다(책에서는이탤릭체로구분해표시했다).메도루마는이기법을통해상처를치유하기위해서는우선'그때그장소'로돌아가마주해야한다는점을강조하고있는듯하다.
메도루마소설의힘은폭력을감지하는예리한감수성에서비롯한다."불안과강박,공포와광기로넘쳐난전장을마주하는것은불편하고충격이지만,어정쩡한거리에서타협하지않고철저하게그끝을겨누는방식은메도루마슌의변하지문학적방법론이다."(조정민,「옮긴이의말」)이책은오키나와문학이이뤄낸값진성취일뿐만아니라'행동하는문학'이라는숭고한가치를오롯이보여주는메도루마슌최고의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