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그림 여행

후회 없이 그림 여행

$22.00
Description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화가의 길을 따라가며 걷고 또 걸은
무모하고 아름다운 그림 여행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었다. 연차를 모으고, 차곡차곡 적금을 부어서 때가 되면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하늘 길이 막혔다. 한두 달이면 끝나겠지 했던 팬데믹 상황은 일 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백신이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자유로운 해외여행은 언제 가능할지 아무도 점치기 어렵다.
갑자기 조바심이 생긴다. 이러다가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영영 못 보는 게 아닐까. 고흐와 세잔과 마티스의 흔적이 가득한 남프랑스는 아예 가보지도 못하는 건 아닐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었다. BTS의 RM조차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은 오르세 미술관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그림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라며…….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여행지가 있다. 고흐의 아를, 세잔의 생트빅투아르 산, 마티스의 니스……. 미술사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이라면 살인범이 되어 로마에서 나폴리, 시칠리아까지 도망 다닌 카라바조의 길을 따라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혹은 클림트가 정사각형의 캔버스를 가득 채운 꽃과 물과 하늘을 보러 아터 호수에 가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책에 실린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열망, 직접 원작을 보고 싶은 열망은 언제나 그림 여행을 꿈꾸게 한다. 어쩌면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림 여행은 어느 퇴락한 마을의 성당, 아틀리에, 낡은 집으로 이어진다. 화가의 구체적인 삶의 흔적을 좇는 여행이야말로 그림의 성배를 찾아가는 진짜 여행이므로.
저자

엄미정

이화여자대학교에서사회학을,동대학원에서서양미술사를전공한뒤예술서편집자로출판사에서일했다.지금은프리랜서번역가이자편집자로일한다.매일예술과지식의숲에서그림과글자사이를오가며고군분투한다.주말에는박물관과미술관,유적지를답사하는여행자로살고있다.책을만들면서예술가들역시여행을통해영감을얻었다는사실을새삼발견하고,그들의삶과예술에한걸음더다가가기위해‘그림여행’을떠났다.『후회없이그림여행』이그첫결실이다.
옮긴책으로『그림을본다는것』,『판도라의도서관-여성과책의문화사』,『죽음과부활,그림으로읽기』,『모던아트-인상주의부터포스트모더니즘까지의역사』,『조지아오키프』,『살바도르달리』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언제다시떠날수있을까?

1부괜찮다,다괜찮다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편
01화가,여행을떠나다:뒤러의길
02일상의아름다움을찾아서:페르메이르의길
03괜찮다,다괜찮다:클림트의길

2부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이탈리아·스페인편
04스크로베니에서보낸15분:조토의길
05최초의세계적인여성화가:앙귀솔라의길
06오만한불한당의영광가도:카라바조의길1
07끝내돌아오지못한용서받지못할자:카라바조의길2
08그리스인,스페인을꽃피우다:엘그레코의길

3부원하는건오로지빛과바람뿐/프랑스편
09넹페아,모네의우주를열다:모네의길
10고흐의빛속으로한걸음더:고흐의길
11길위의화가:세잔의길
12원하는건하늘,바다,저무는해:시냐크의길
13마침내찾은안락의자의위로:마티스의길

에필로그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떠날수있을때떠나라!

이책을쓴엄미정은‘떠날수있을때’떠났다.미술사를전공한뒤미술책을번역하고편집하는일을한터라,화가의눈으로그림을보고,풍경을보고싶은열망은그어느누구보다강했다.아는사람들은알겠지만대부분의프리랜서번역가는살림이넉넉지않다.프리랜서라는이름이무색하게마감을맞추느라시간에도늘쫓긴다.
처음출판사에그녀가서른곳이넘는도시가표시된지도를내밀었을때이‘무모한여행’에제대로마침표를찍을수있을지내심걱정스러웠다.하지만그녀는유레일패스와항공권을무사히손에넣은것만으로도다행이라는표정을지으며여행을떠났다.그녀를배웅하고올려다본하늘위로날아오른비행기를보며,걱정은이내질투로바뀌었다.그래,당신이위너다!
엄미정을그토록무모한여행길로이끈것은무엇이었을까?그녀가쓴책1장첫구절은이렇게시작된다.
“나의그림여행은‘뒤러의길’에서시작되었다.더정확히말하면인터넷을검색하다가홀연히나타난‘뒤러의길’사이트를발견하면서부터다.정말이길이남아있다고?눈이번쩍뜨였다.”
뒤러가첫이탈리아여행을떠난그길,그가이탈리아르네상스를온몸으로배우기위해떠난그길을따라걷고싶은열망이그녀를이여행으로이끌었다.스포일을무릅쓰고말하자면,그녀의여행에서뒤러의길은고난이라부를수있는모든것의이름이된다.그래도어떤가.이제그녀에게뒤러는도판으로만보던화가가아니라살아숨쉬는육체를가진화가로가슴속에각인되었을테니말이다.

뒤러의길에서마티스의로제르소성당까지

뒤러의길에서시작된그림여행은이후델프트로,아터호수로이어진다.마르셀프루스트가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그림이라고극찬한페르메이르의〈델프트풍경〉을보고,클림트가빛나는윤슬을그려낸호숫가를거닌다.
조토의스크로베니소성당은중세가가고르네상스가시작된현장이지만누구나쉽게갈수있는곳은아니다.이책에는스크로베니소성당에입장하기전15분을대기하며저자가느낀설렘이생생하다.소포니스바앙귀솔라는르네상스최초로세계적인명성을얻은여성화가지만,유명한남성화가들과달리정작그녀의그림을보기는어렵다.그래서일까,저자는단한점의초상화를보기위해시에나까지달려간다.카라바조의도피행로는두장에걸쳐이어진다.도망자를좇아가는여행이라그녀의여행도긴박하다.사하라의모래바람이부는그곳에서카라바조의최후를이미알고있는그녀는내내안타까움을감추지못한다.
프랑스는과연인상파의천국이었다.모네의지베르니정원을보러간길에마주친폴시냐크의회고전은이번여행최고의수확이다.우연히보석같은작품을만날수있기에여행은늘짜릿하다.가장놀라운것은그가요트여행을즐긴뱃사람이라는사실!
“내집과올랭피아(요트)를정박할곳만있다면,원하는건하늘,바다,저무는해뿐입니다.”
머리로는대단한화가라는것을이해하지만마음으로는좋아하기힘든화가가있다.바로세잔이다.아마대부분의미술애호가들도이말에머리를끄덕일것이다.저자도그랬다.하지만생트빅투아르산과마주하면서세잔은어느덧그녀의마음속으로걸어들어온다.
“숲속에좁게난길을따라홀로걸었던세잔을이제나는근대회화의아버지가아니라‘길위의화가’로먼저기억할것이다.”
그림여행은마티스를찾아떠난니스에서끝난다.처음마티스의그림을보았을때세상물정모르는화가의그림이라며경원시했던저자.하지만니스에서마주친마티스는전혀다른이야기를들려준다.결국그녀는2019년에다시방스로떠나마티스최후의걸작이라는로제르소성당까지보러간다.‘편안한안락의자같은그림’의진실을마침내발견한것일까.

길위에서발견한또다른미술사

“그림여행을하는동안책에서도판으로만보던그림들의이미지가도미노처럼넘어졌다.도미노가쓰러진자리엔구체적인공간에서존재감을내뿜는실제그림의이미지가들어섰다.말하자면이여행은기존에내가알던미술사를전혀새로운각도에서바라보게해준중년의그랜드투어였다.”

엄미정의그림여행이야기를읽다보면,빠듯한일정에쫓겨여행내내고군분투하는모습에애가탄다.산속을헤매다길을잃고,기차가연착되어일정이꼬이고,연간3백일이상파란하늘을볼수있다는아를에서는세찬비바람에울상이된다.여행을하는동안하도걷고걸어서파스냄새를향수처럼달고다녔다는그녀.그럼에도보고싶었던그림앞에만서면,화가가그린바로그풍경과마주하게되면,여행길의모든고난은한순간에사라졌다.
책을덮고나면,무모하지만아름다운그녀의여행에절로박수를치고싶어진다.그리고장담하지만,책을읽어가는동안독자여러분역시그고난의여행길에오르고싶은강렬한열망에사로잡히게될것이다.질투는충분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