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미감 (양장)

독일 미감 (양장)

$25.00
Description
모던의 미학과 예술의 본질을 좇아간 여행
그곳은 오롯이 독일이어야 했다!
왜 독일인가?
이 책을 쓴 박선영은 유행을 선도하는 여러 대중매체에서 예술과 관련한 글을 꾸준히 기고해온 알아주는 문화소비자다. 그녀의 미적 취향과 감각을 보여주는 인스타그램은, 현재 팔로워가 1만 6천 명으로 소위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녀가 올리는 피드를 보면, 자신의 아파트에서 의자나 조명을 보여주기도 하고,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모델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미술 전시를 기획하기도 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이 특별한 것은 요즘 핫한 문화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 데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의자와 테이블, 장식장이라도, 그녀가 포착한 시각에서는 색다른 매력을 지닌 사물로 다가온다. 아마도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내는 그녀만의 섬세한 감성이 더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그녀의 감성이 가닿는 지점은 디자인의 개념이 확립된 20세기 초반의 모더니즘이다. 저자가 빈번하게 독일을 여행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2015년부터 저자는 수년 동안 독일을 자주 여행했다. 한 번 가면 석 달 정도 머무는 긴 여정이었다. 베를린을 베이스캠프 삼아 한 달가량 지내고, 남독일의 뮌헨으로 내려가 호숫가에서 유유히 쉬다가, 다시 서쪽으로 올라가 쾰른, 뒤셀도르프, 뮌스터에 이르는 여행을 이어 갔다.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 바우하우스의 기숙사 숙소, 영국의 조각가 토니 크랙이 조성한 조각공원,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크 바젤리츠가 한때 은거했던 데르네부르크 성 등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독일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도 자주 만나 인터뷰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건축가 이은영, 사진작가 천경우, 화가 샌 정과 최선아, 그리고 조명을 만드는 그녀의 친구 샛별…. 그들과 나눈 이야기에는 일상적인 뉘앙스로는 표현되지 않는 특별함이 담겨 있다. 예술을 통해 한 나라를, 한 지역을 각별하게 체험하고 인식하는 여행! 그녀의 독일 여행은 늘 예술과 함께하는 ‘아트 여행’이었다.
2022년에도 독일로 긴 여행을 감행했다. 여전히 만나야 할 사람, 보아야 할 공간,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비밀스러운 숙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독일을 여행하며 예술적 영감을 얻은 공간, 사람, 사물 그리고 날카롭게 미적 취향을 가다듬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왜 독일인가? 어쩌면 그녀는 독일을 좋아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기 위해 독일 여행을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미감 속에 자리 잡은 예술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해서….

저자

박선영

instagram@misuleye

아트,디자인,건축,가구등매혹적인모든것들에대해지속적으로글을쓰고있는칼럼니스트.특히20세기초반의모더니즘에기반한취향과스타일을찾아가는여행을즐긴다.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미술이론을공부하고,『하퍼스바자』『보그』『노블레스』등예술과패션,디자인의트렌드를선도하는여러대중매체에꾸준히글을기고해왔다.이우환,알랭드보통,쥘리...

목차

프롤로그:독일곳곳에내재한매혹들
빛이된종이
오래된호텔
베를린의미스
도시의단서:아티스트최선아
바우하우스의하룻밤
슈피너라이와네오
램프를찾아서
낭만적공장풍경
부퍼탈의숲
회화라는아득한사유:아티스트샌정
렘브루크라는이름
시골콜링
유토피아를들춰내는남자
예술이점유한천년의성
하루짜리함부르크
하릴없는날의소요
그로피우스의방
수필이되는밤
쾰른을걷다:건축가이은영
인젤홈브로이히
알테피나코테크
내친구의집은어디인가
빌라폰슈투크
조각속을거닐다
피아니스트의도시:피아니스트김선욱
보트로프의요제프알베르스
마케의얼굴
코로나시대의여행법
십년전하루의다음날같은:아티스트천경우
DIRECTORY

출판사 서평

유럽을여행하는가장예술적인방법

한편이책은유럽을여행하는특별한방법을알려주기도한다.예술과디자인에관심이있다면그녀의여행법은더욱솔깃할것이다.저자는빈티지한가구나조명에애착을갖고있지만그렇다고무조건사모으지는않는다.그럼에도마음을사로잡는제품은기필코손에넣고야마는집요함을보일때도있다.특히램프가그렇다.이탈리아디자이너지노사르파티의No.566램프를쾰른에서발견하고가게주인을만나기위해하루반나절을기다리기도했다.그렇게맺은인연으로가게주인마틴과는오리지널램프를찾아내는여정에서친구가된다.디자인가구갤러리를운영하는울리히피들러와의인연도마찬가지다.20세기초반의디자인에담겨있는유토피아적의지를사랑하며,스스로가구탐정임을자처하는그와의만남은모던의시대를한껏탐구하고싶은욕망을부추긴다.

공간의미학에매료되는저자에게하룻밤묵어가는숙소는더없이중요하다.1930년대무성영화시대의여배우가살던집을개조한‘펜션풍크’는아르누보스타일의진면목을느끼기에손색이없다.데사우바우하우스의기숙사를스테이로개조한공간에는가구와램프,침대,패브릭등그옛날바우하우스학생들이사용하던제품들이그대로남아있어,아련한감흥을전달한다.편리성보다미학에방점을둔스테이선택!여행을수필처럼만드는매력적인방법이아닐수없다.

가끔은한장의사진이자극제가되어예전에는몰랐던생소한곳을방문하기도한다.안드레아스거스키의사진에서발견한렘브루크라는이름을좇아뒤스부르크의뮤지엄을찾아간경우가그렇다.헤르만로자아틀리에를발견하는여정도마찬가지다.미술사책에도등장하지않는아티스트를만나기위해,하나의단서만가지고홀연히떠나는일은순탄히흘러가는여행에서때로자극적인‘탐험’스토리를만들어낸다.

“언제부턴가여행의예측불가능성을끌어안게되었다.(…)꿋꿋했던방문계획은모두무산되었지만,대신에나는바트고데스베르크라는라인강변의호젓한동네와안락한도피처로제격인드레젠이라는느긋한호텔에서며칠을부유하지않았나.나를주저앉히지않았다면,내세계에들어오지못했을이름과공간과시간들….”

이처럼독일곳곳에는혁신적인디자인의원형과충돌적인현대예술이굳건히뿌리를내리고있다.겉으로는무뚝뚝해보이지만,그들의감성에는19세기낭만주의시대의미감이잔잔히깔려있다.여전히괴테와실러의문학을사랑하고슈만과브람스의음악을즐겨듣는이들.아픈역사를간직한만큼예술에수용적이고진보적인태도를갖게된독일.책을읽고나면저자가매번독일로여행하는이유에공감할수밖에없을것이다.

책속에서

6쪽
우리의커다란편견과달리,하나로규정되지않는다채로운미학이독일곳곳에흩어져있음을오랫동안독일을여행하며깨달았다.(…)이책은수년간의독일여행을정리하며내게사적인울림을주었던공간과사람,예술에대하여다루고있다.이책이누구에게든독일에덧씌워진편견의꺼풀을걷어내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

11쪽
복도한쪽에걸린족자는지어진지백년이넘은알트바우에서새로운미감을드러내고있었다.한국적인요소가곳곳에은유적으로배어있어서인지주방에놓인덴마크의그릇장마저조선시대의목가구로보일정도였다.

20쪽
한옆에는선이고불고불감긴유선전화기가놓여있고,천장에는그윽한샹들리에가드리워져있다.이런방에서는잠이올리없다.오래된것들에둘러싸여서느끼는이특별한기분의정체가무엇일까를생각하며뒤척인밤은그렇게길었다.

21쪽
실제로이호젓한거리가품은풍경은모든탁월한것들이만들어낸산물이다.무엇이든해도좋을아침이라면,무엇이든안해도되는즐거움이더욱커진다.

35쪽
늦은밤,작가의아파트를나와홀로걸었다.거대한거리에비해너무작고어두운가로등불빛,옛동독건물들의웅장한실루엣,조금전까지나누었던은밀한대화들이한꺼번에나를덮쳐왔다.그순간이완전무결한조각처럼느껴졌다.

42쪽
집요하게뜯어보면볼수록,게다가모든것들이1920년대에만들어졌다는걸상기하면할수록하나하나가놀라운‘모던의상징물’로다가왔다.오늘의우리가‘디자인’이라부르는것의집약된원형이이곳에서시작되었다는책속의한문장같은생각이스쳐갔다.

52쪽
슈피너라이를걷다보면기이한시각적,감각적경험을하게된다.시간을머금은축축한벽돌건물들의비현실적인규모,이름모를아티스트가남긴터프한그라피티들,어디론가신호를보내는듯한옛파이프라인과회로들….버려진공장풍경의멜랑콜리가온몸을엄습하는것이다.그것은일종의아름다움인동시에두려움이기도하다.과거의기억을호명하는듯한이런산업적풍경이야말로내가사랑하는종류의미감이다.

59쪽
결국,운명처럼여행의마지막날나는그토록찾던램프를갖게됐다.딜러인마틴은이렇게좋은컨디션의‘사르파티566’모델을갖게된건행운이라고말했다.에어캡으로몇번이나꼼꼼하게감싸서내손에들려비행기에오른조명은지금도우리집작은사이드테이블위에서밤을밝혀주고있다.

111쪽
시간은재빨리저물었다.먼길을다시떠나야하지만예술이점유한이초월적인영지는계속해서나를매혹하며,발길을붙잡았다.지나왔던방을다시되돌아나가는데,아까는보이지않았던창밖의나무들과허물어져가는돌탑이눈에들어왔다.야릇한흥분을느끼며,내안의어디에선가떠오르는레비나스의문장을힘껏끌어안았다.“여기에는환대가있고,기대가있고,인간적인영접이있다.”

185쪽
그녀와보낸며칠은예술의도시뮌헨이아니라그이면의일상적인뮌헨을마주한시간이었다.바깥을기웃거리며궁금해하기보다자신에게서발현되는창조적인욕구를진솔하게표현하는그녀.이웃과소소한유대를이어가기위해기꺼이자신의소중한시간을할애하는일상.내가가장이상적으로여기는삶을내친구소니아가이곳뮌헨에서담담하게살아가고있었다.

193쪽
슈투크의머릿속에서어지럽게꿈틀대었을모든장식,표현,상상과의지가어떤난관에도굴하지않고구현된유일무이한집.여기서만큼은‘기계로서의집’이라는모더니즘의거대한강령도무력해진다.불가능은없다는듯모든가능성으로열려있는우주.당대의미감이최대치로응축된빌라폰슈투크는한예술가의집요한욕망으로완성된서사시라는생각이들었다.

213쪽
이상한공백이전시장을메우고있다.더밝은초록색,더어두운초록색이일정한간격을두
고중첩되는사이,내눈은착시와후퇴를반복한다.네개의사각형과네종류의초록은눈앞으로다가오는듯하다가다시멀어지며무한한감각의소용돌이가된다.마침창문으로균일한햇살이쏟아져들어오자캔버스는신성한제단처럼보이기까지한다.

220쪽
그가남긴것과미처표현하지못한것사이에서많은이야기가솟아난다.마음속에복잡한형상이떠올랐다사라지는가운데서도눈앞에서보는그의그림은너무나아름답고감각적이
며본능적이다.마케의자화상은삶과죽음의완성,꿈과연민의표상이아닐까.내게새겨진가장완전무결한예술가의얼굴,그가자꾸만떠오르는이유다.

224쪽
오는줄도모르게4월이왔다.겨울에시작한여정이어느덧여기까지이어졌다.여행자인내게시간개념은대개하루단위다.어제는돌아볼겨를이없고,내일은계획할여력이없다.오로지오늘의일정에최대치의에너지와감정을쏟아부어24시간을완수한다.

233쪽
언젠가부터싹튼독일에대한애정으로빈번히긴독일여행을감행하는나에게독일에대한천경우의단상은알게모르게영감의씨앗이되곤했다.수개월,길게는몇년만에그를만날때면그간진행한작업과일상의소소한이야기,그사이다녀온서로의독일방문기가안부처럼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