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의 계절

공방의 계절

$15.19
저자

연소민

소설가이자방송작가이다.2022년「게으른킨코」로한국소설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유자」로소설미학신인상을받았다.『이달의장르소설6』(고즈넉이엔티)에「너만을위한플레이리스트」를발표했다.2019년부터브런치작가로활동하고있으며,SBS,MBC,YTN등에서프리랜서방송작가로일했고,지금은EBS에서활동중이다.소설을쓰지않을때는도자기를굽는다.

목차

여름보다뜨거운것
딱,60%만
흙이그릇이되는순간
어차피마주칠사람
늦은장마와고양이
원데이클래스의부활
중심잡기
코발트유의푸른화병
도예가아내와플로리스트남편
슬픈전설이야기
방향
동굴에서나오는법
첫눈
말하고싶어
크리스마스플리마켓
하필밤가시마을
초록빛바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신예작가의눈부시고따뜻한첫장편소설

2022년한국소설신인상을수상하며주목받는신인으로떠오른작가연소민은,자신의도예경험을바탕으로이소설을썼다.실제로일산에거주하며,소설의배경인소요공방도실제로존재한다.흙은틀려도되고실수해도괜찮았다.다시할수있고고칠수도있으니까.작가는소설을쓰지않을때면도자기를굽는다.

이소설은내면의상처를딛고한걸음앞으로나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다.정민은우울증과난독증으로방송작가일을그만두고집에틀어박혀히키코모리생활을하는무색무취의인간이다.집에식기라고는플라스틱그릇밖에없고먹는즐거움도모른다.그런그녀가오직자신만을위한도자기를구우며‘일상에서소소한행복을누리는방법’을배워나간다.물레위의도자기가중심을잡듯이,일상의중심을잡아가기시작한다.

나아가그녀는‘혼자만의세상,홀로숨어들어간동굴’에서벗어나기위해타인들그리고고양이와관계를맺는법도배우게된다.1,250도라는높은온도를견뎌낸도자기,완성된‘나만의그릇’에어떤음식을담을지고민하는즐거움,무엇보다그곳에서만난사람들과의따뜻한대화가그녀의탈출을돕는다.그리고아무예고없이정민의일상에훅들어왔으나서로가서로의완벽한보호자가되어정민에게따듯한변화를일으켜준고양이호야까지.

정민은이들을만나‘정성을들이다’라는말의의미를깨닫고,가족과친구와의불화를이겨내며,방송작가시절에‘글’로인해받았던상처를치유해나간다.도자기는사람의마음과도같다.손으로다듬으면다듬을수록,정성을들이면들일수록,반듯해지고소중해진다.사람의마음도꼭그러하다.고단한삶에지친일상이회복되는건,조그만정성에서시작되는것일지도모른다.기식과의사랑도마찬가지다.

읽는내내위로와치유를주는힐링소설
잔잔하지만삶의아픔을꼭보듬어주는소설

주인공정민외에이소설에등장하는여러인물들은우리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고민과상처를품고사는사람들이다.저마다마음속에아픈사연을간직하고있다.공방선생님조희는사랑하는남편을교통사고로잃었다.기식은선천성백내장이라는가족병력때문에언제시력을잃을지모르는두려움속에서산다.술과음식을좋아하는장기취준생지혜는진정자신이원하는인생의길을찾느라고심한다.대학입시를앞둔준은부모가바라는도예과와자신이원하는동양화과사이에서갈피를못잡는다.정민자신을닮은초등학생예리는가족을돌보지않는못된아빠때문에남몰래눈물을삼킨다.

그들모두에게는아무리시간이흘러도아물지않는상처가내면에앙금처럼가라앉아있다.그런그들이공방에서함께도자기를구우며조금씩마음의물꼬를트고서로의깊은속이야기에귀를기울인다.삶의균열은서서히메워지고,정서적공감이꽃송이처럼피어난다.이소설은누구나마음속에꼭하나는가시처럼박혀있는상처(이소설의배경은밤‘가시’마을이다),그런상처를가진사람들에게따뜻한위로의손길을내민다.상처를보듬고내일을살아갈힘을준다.읽다보면조용한공감과따뜻한위로가찾아오는소설이다.

너무차갑지않게.또너무뜨겁지않게.
한김식힌마음을도자기에담아내는작은공방,
소요는오늘도문을연다.

사람과사람사이에벌어진틈새는누구에게나있다.흙은망치면뭉갰다다시할수있다.도자기를굽는동안은실패해도상관없다.다시시도하면되니까.사람과의틈새도그렇게메우면된다.작가연소민은사람과사람사이의관계문제를명징하게들여다볼줄안다.이소설의곳곳에서인간관계의핵심을건드리는섬세하고명쾌한문장이빛을발한다.

“소요공방의회원들은서로에게지나치게묵직한관계는아닌것같았다.반대로영양가없이부피만큰관계도아닌것같았다.서로가서로에게보통인관계,딱히깊이를재지않아도되는관계,그것으로족해보였다.‘개인사는마음의거리가1미터이내인친한사람에게만’과같은관계의조건따위는없었다.정민은오히려이아리송한관계가더마음에들었다.”(44~45쪽)

게다가희로애락의감정을담백하게묘사하는솜씨는이소설에더욱빠져들게한다.주인공정민과어릴적친구주란과의갈등은특히돋보인다.정민의아빠는운전‘기사’이고주란의아빠는택배‘기사’라는공통점으로급격히친해진둘은그공통점이그들을불행속으로빠뜨릴줄은꿈에도모른다.의처증이심한정민의아빠가택시를몰아친구주란아빠의택배차를고의로들이받아교통사고를일으키는대목은충격적이다.오랜세월정민과주란이겪은내면의고통에대한묘사는예사롭지않은감각과통찰력있는시선을보여준다.

도자기처럼천천히,하지만뜨겁게
삶을구워낼당신께이소설을보낸다.

반복되는일상에지쳐돌파구를찾고싶은사람들,갖은스트레스로무기력을겪고있는직장인들,인간관계에시달리며‘세상과단절되고싶다’고생각하는사람들,그런그들에게잠시들러숨통을띄워주는공간이있다.소요공방이그곳이다.이소설이그곳이다.

부드러운흙처럼,서로의허술한손길을기꺼이포용해주기를.두려워말고,소중한것을소중하게대하는법을배워가기를.언젠가각자의‘우리’를온전히담아낼움푹한모양새의그릇을발견하기를.도자기처럼천천히,하지만뜨겁게삶을구워낼당신께이소설을보낸다.―작가의말

작가가전하는메시지는분명하다.이시대사람들의아픔을오롯이품으며위로와힐링을주고싶다.씁쓸한젊음에달콤한아이스크림같은소설이되고싶다.독자는책장을넘길때마다주인공정민에게소리없이스며들게될것이다.과하지도덜하지도않지만편안한울림을주는그녀의삶에공감할것이다.소설을읽다보면자신의고단한삶에인생의새로운문이열리는것을깨닫게될것이다.온기가가득한도자기공방소요에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