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미술 : 피처 에디터의 내밀한 미술일기

내 곁에 미술 : 피처 에디터의 내밀한 미술일기

$23.00
Description
이우환의 작품이 소장된 토스카나의 와이너리부터
세계적인 아트 축제, 베네치아 비엔날레까지
현대미술 현장의 생생하고 내밀한 이야기
지난 20여 년간 유명 패션 매거진의 피처 에디터로, 십여 년 전부터는 미술 전문 에디터로 활동해온 저자가 미술 현장의 내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미술 애호가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장막 뒤의 이야기다.
흔히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말하는데, 이 말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하는 곤란함이 묻어 있다. 왜 장미꽃을 그리게 되었는지, 왜 유화물감이 아니라 구아슈를 사용하는지, 왜 돌멩이에 집착하는지, 왜 하필이면 비누를 찍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왜, 왜, 왜가 많아질수록 현대미술은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작품을 창작한 아티스트에게,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에게, 수천만 원의 퇴직금을 작품 하나에 몰빵한 컬렉터에게 우리를 대신해 온갖 질문을 퍼붓고 그 대답을 읽기 쉽게 글로 쓰는 사람, 그가 바로 피처 에디터다.
이 책은 미술에 진심으로 몰입한 피처 에디터가 다종다양한 미술계의 내외부를 ‘미친 팽이’처럼 떠돌며 ‘아트 모먼트’를 수집한 매우 사적인 기록이다. 저자는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에서 아티스트나 큐레이터를 직접 만나고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미술에 관해 이런저런 주제로 수다를 떨고,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을 컬렉팅하고, 이우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토스카나의 와이너리부터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비롯한 전 세계 미술 이벤트를 직접 취재하러 간다. 진지한 작품 해설이나 심오한 비평은 거의 없다. 그 대신 동시대 미술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받아들인 생생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나도 미술에 관해 뭔가 이야기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들만의 리그처럼 담장이 높아 보이던 현대미술의 세계가 한결 친숙하게 다가오는 기분! 이 책의 마법 같은 장점이다.

“이 책에 담긴 글은 내가 ‘살아 있는 생명체’로 받아들인 동시대 미술과 관련한 얘기들이며, (…) 미술을 매개로 시시각각 펼쳐진 삶의 조각을 꿰어놓은 기록이다. 또한 미술계 내ㆍ외부를 미친 팽이처럼 떠돌며 경험한 ‘아트 모먼트’를 수집한 기록이자, 매사 우왕좌왕하며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십 대 여성이 미술에 나를 투영하며 써 내려간 내면 일기이다.”(8쪽)

저자

안동선

인천에서나고자라대학에서는사회학과심리학을공부했다.패션지『코스모폴리탄』,『바자』등에서15년간피처에디터로일했다.퇴사후에는프리랜서로다양한활동을하고있다.『바자』에서펴내는미술전문지『바자아트』를비롯해여러매체에미술에관한글을기고한다.1인콘텐츠제작사인‘식신술’을운영하며유니클로,이솝,현대백화점등클라이언트의요청에따라인쇄물기반의콘텐츠를만든다.영국...

목차


프롤로그

PART1삶의틈을메우는미술
사랑,상실그리고내가입은옷들
사주명리학으로미술읽기
손끝의감각
미술에서시작해인생으로끝나는
진정한장소
카츠와바젤리츠

PART2지극히사적인역사,컬렉션
위안과정화의불꽃
어떤존재의무게
내컬렉션의테마
반가사유상레플리카
빈자리

PART3공간에스며든작품들
서촌에살았던정직한화공
시간을달리는미술
인왕산그리고돌이라는사유의파트너
처서에보는그림
죽은자의세상

PART4아트투어,세상에서가장우아한핑계
테루아를담은미술
뉴욕만한곳이있으려고
2017년의그랜드투어
2022년의그랜드투어
보이지않는세계를좇는여정
아트데스티네이션#좌표공유

에필로그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이책에담긴글은내가‘살아있는생명체’로받아들인동시대미술과관련한얘기들이며,(…)미술을매개로시시각각펼쳐진삶의조각을꿰어놓은기록이다.또한미술계내·외부를미친팽이처럼떠돌며경험한‘아트모먼트’를수집한기록이자,매사우왕좌왕하며인생의갈피를잡지못하는사십대여성이미술에나를투영하며써내려간내면일기이다.”(8쪽)

세계적인아티스트들과인터뷰하며
직접나눈이야기들

르네상스시대나인상파의회화를보면입에침이마르도록찬탄하다가도남성의소변기에‘R.Mutt1917’이라는낙서같은서명만달랑있는마르셀뒤샹의작품을보면일자로입을다문다.무엇을어떻게보아야할지난감해작품을보는순간방향을잃어버리기때문이다.루이즈부르주아의작품을깊이이해하려면우선그녀의트라우마를알아야하고,신라이프치히화파를대표하는네오라우흐와로자로이의작품을제대로감상하려면그들이살고있는라이프치히라는도시의역사적배경을알아야한다.한국의스타작가양혜규의작품을진심으로들여다보려면한국의무속을비롯해아시아전반의샤머니즘,유럽의신비주의를이해해야한다.요즘의아이돌스타들이‘서사’와‘세계관’을중요시하듯이현대미술도마찬가지다.이른바아티스트의‘서사’와‘세계관’은작품에빠져들게하는무엇보다중요한요소이다.이책에서저자는아티스트의이야기를듣거나궁금한것을질문하면서작품을창작하게된그들의내적동기,즉서사와세계관을집요하게파고든다.

저자가선택한작품이나작가는그녀의개인적인취향을고스란히반영한다.‘좋아하는옷은제2의피부’라고생각할만큼옷에대한각별한관심은루이즈부르주아,프리다칼로,조지아오키프의옷이야기로자연스럽게흘러간다.사주명리학에대한관심은음양오행에대한이해로이어지고,무속과신비주의에대한애호로발전되어미술을이해하는특별한연결고리가된다.양혜규의종이무구를사용한〈오행비행〉,〈황홀망恍惚網〉같은작품에서는내적친밀감을느끼고,한국춤의‘폼’에대한질문을던지는이양희작가의퍼포먼스나‘고요함을찾아가는리듬’을중시하는박한샘작가의산수화,심지어박서보작가의단색화를감상할때는동양예술의세계를감지하는지렛대가된다.

2010년부터『바자』에서일했기때문에저자는거의매년파리에가서타데우스로팍,페로탕갤러리같은메가갤러리를방문했다.또한국에온세계적인작가와큐레이터를기자간담회에서만나거나직접혹은서면으로인터뷰한경험은현대미술을이해하는중요한자산이되었다.게오르크바젤리츠,알렉스카츠,네오라우흐와로자로이,마이클크레이그마틴,엘리엇헌들리같은세계적인작가들과인터뷰한내용은그들의작품세계를좀더가깝게이해할수있는텍스트를제공해준다.특히핵심을찌르는저자의날카로운질문이읽는재미를더한다.

달라진한국현대미술의현장
영민한영컬렉터의등장

코로나19가전세계를휩쓸때,한국은홍콩을대신해새로운미술시장으로급부상했다.국내최대아트페어인키아프와세계적인아트페어인영국의프리즈가함께열리고,타데우스로팍,글래드스톤,에스더쉬퍼등유명한메가갤러리들이잇달아한국에진출했다.MZ세대의열렬한지지를받은‘아트부산’은2022년에최대규모의매출을올렸다.

이처럼미술시장이급변하면서,미술품컬렉팅에대한대중의인식도달라졌다.거금을쥐고전문가의도움을받아유명작가의작품을구매하던이전세대의컬렉터와달리이들은자기월급에서일정부분을떼어내자신이좋아하는작품을구매하거나,매년6월에열리는스위스의아트바젤에가기위해악착같이휴가를모으거나,수천만원의퇴직금을한작품에몰빵하는영리하고기민한소비자다.

직업상유명작가와작품을만날기회가누구보다많지만,저자는‘쇼핑’으로작품을소장하지않겠다는결심으로컬렉팅을자제해왔다.그러다가이수경작가의개인전《오!장미여》를보러갔다가홀린듯이카드를긁었다.평소좋아하던작가천경우의작품이명성에비해겸손한가격에출품됐다는‘톡’을받고는바로현금을인출했다.거친파도위에연필을부여잡은손을형상화한임소담작가의세라믹작품을보고는‘계시와같은매혹’을느껴또다시카드를긁었다.컬렉팅한작품들은책꽂이에딱알맞게세워두거나캣타워를치운벽에걸어두거나책상에올려두고보기에좋은사이즈다.남들이부러워할만한유명작가의값비싼작품은아니어도‘내곁에서’위안과정화의순간을선사하는작품이다.컬렉팅의묘미는바로이런것이아닐까.미술애호가라면너무나공감할수있는요즘컬렉팅이야기가신선하다.

좋아하는작품을보기위해서라면
카드빚도불사하는아트투어

토스카나의한와이너리에는루이즈부르주아,아니시카푸어,미켈란젤로피스톨레토,그리고이우환의작품이소장돼있다.인왕산의선바위부터경주남산신선암의마애보살반가상,심지어무령왕릉과투탕카멘의부장품까지도감상의대상으로경외할만큼저자는‘장소특정적인’작품을좋아한다.그러니이와이너리는절대로놓칠수없는미술의보물단지였다.지하저장고의녹슨사다리를타고내려간곳에서마주한루이즈부르주아의대리석여성상,자갈길에둘러싸인바닥과벽에대칭적으로설치된이우환의회화는한동안말을잊게할만큼매혹적이었다.

“나는작가가특정장소에영감을받고,그곳을위해만든작품을말하는‘장소특정적미술site-specificart’이좋다.현대미술에서이용어는다소난해하고복잡한함의가있지만나는단순하게작품을온몸으로만나는생생한체험이좋다.마치‘장거리연애’를하는애인을만나러가는것처럼오로지그작품을생각하며떠나고여운을곱씹으며돌아오는미술여행에는집중된기쁨이있다.”(222쪽)

유럽에서그랜드투어의전통이사라진지는오래됐지만,요즘미술계에서는이용어가다시활성화되고있다.카셀도쿠멘타,베네치아비엔날레,뮌스터조각프로젝트,아트베젤등유럽여러도시에서열리는아트이벤트가겹치는해에떠나는여행을지칭하는용어로‘그랜드투어’가사용되고있기때문이다.저자는2017년과2022년에그랜드투어를다녀오며경험한전세계미술축제의현장을생동감있게소개해준다.특히2022년베네치아비엔날레를보러갔다가영혼의친밀감을느끼는페기구겐하임과영적도킹을시도하는장면은웃음이절로나기도한다.

“미술애호가는항상길위에있다.수년간미술을취재하면서느낀바로는,미술을좋아하는일은미술을보기위해어딘가로떠나고,돌아와서는본것을되새김질하듯공부하고,다음여정을위해열심히돈을벌고,또다시새로운여행계획을짜는일의무한반복이다.그리고그랜드투어는말하자면성지순례와도같은것이다.(…)이처럼유럽대륙에서미술계주요행사들이다발적으로펼쳐지는특별한해의여름에는미술애호가라면카드빚을내서라도비행기표를끊어야하는것이다.”(240~241쪽)

미술에대한열정과사랑,즐거움으로가득한책

올해5월,저자는책을마감하는와중에도힐마아프클린트와몬드리안의2인전《FormsofLife》를보기위해과감하게런던으로떠났다.“그림은나를통해서,밑그림도없이,엄청난힘으로그려진다”라며보이지않는존재가전한메시지를바탕으로그림을그렸던힐마아프클린트의전시는,저자가온생애를바쳐기다려온작가다.그러니아무리책출간이급하다고한들런던행항공권을끊을수밖에없었던것이다.

이책은처음부터끝까지미술에대한열정과집착,애틋함과사랑스러움,삶의비기와마주한듯한즐거움으로가득하다.현대미술에관해쓴책중에서가장열렬하고뜨거운책이라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