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19.00
Description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미술관 이용법
그림보다 더 흥미진진한 미술관 이야기
요즘 미술관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화관이 쇠락하고 서점도 하나둘 문을 닫고 레코드점은 일찌감치 사라졌지만 미술관은 전성기다. 국립미술관의 분관도 속속 개관하고, 아트페어도 셀 수 없이 늘어났다. 인기 전시는 이제 아이돌의 콘서트 못지않게 성황을 이루며 제때 표를 구하려면 부지런함 이상의 열정과 노력을 바쳐야 한다. 미술관은 가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거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미술관의 매력은 뭘까? 도대체 미술관의 정체는 뭘까?
미술관이야 그림이나 조각을 감상하러 가는 장소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관은 물밑에서 팔과 다리를 세차게 휘젓는 싱크로나이즈 수영 선수처럼 쾌적하고 평온한 풍경 이면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우선 전시를 열기 위해서는 작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연구해야 한다. 새로 소장할 가치가 있는 작품을 판단해야 하고, 관람자들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슨트도 양성해야 한다. 소장한 예술품들을 더 오래 잘 보관하기 위해 수시로 수리하고 복원해야 하고, 작품과 관람자가 더위와 추위에 영향받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관리하고, 작품과 전시 공간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미술품은 포장과 운송도 전문적이어야 한다. 미술관은 이 많은 일들을 수행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기관이며, 무엇이 미술인지를 정하는 하나의 제도이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장품들로 굿즈를 만들어 팔고, 카페와 식당도 운영하며, 요즘은 관람자들이 인증 샷을 찍어 올리는 포토존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미술관에 관심을 가질수록 시시콜콜한 궁금증이 더욱 발동한다. 온도, 습도, 공기 질까지 상큼하게 유지되는 공간인데도 전시장을 돌아다니면 왜 이내 피곤해질까? 루브르 박물관을 제대로 보려면 정말 일주일이 걸릴까? 그렇다면 작품을 보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까?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는 게 좋을까? 아니면 아무런 정보 없이 작품을 감상하는 게 좋을까? 작품에 붙어 있는 라벨을 하나하나 꼭 읽어야 할까… 미술관은 이 모든 것을 관람자의 몫으로 정해둘 뿐 아무런 지침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교양 있게 미술관을 관람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책을 뜯어봐도 이토록 사소한 지침은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술관에 다가갈 수 있는 좀 더 가볍고 유쾌한 방법을 찾아 골몰했다. 온갖 사소한 것에 질문을 던졌고, 한번 호기심이 일자 궁금한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그리고 그 사소한 호기심들이 미술관을 구석구석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로 다가왔다.

“이 책은 미술관의 가장자리를 더듬어 그 진지하고 육중한 본체를 가늠해보려는 시도다. 미술관들은 왜 약속한 듯 월요일에 쉬는지, 다른 날에 쉬는 곳은 없는지 궁금했고, 전 세계에서 제일 멋진 미술관 카페는 어디인지 찾아봤다. 전시는 설렁설렁 봐도 아트 숍에선 심사숙고하는지라 숍을 중심에 놓고 미술관을 살펴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 사소한 호기심들이 미술관의 정체를 살며시 엿보게 해주었다. 먼지 한 톨 없이 말끔한 청소 비결이 궁금해서 박물관용 청소기를 찾아보고, 청소용품 쇼핑몰을 기웃거리다가 먼지 청소야말로 미술관 업무의 고갱이로구나 싶어 깨달음을 얻은 듯 혼자 환호하기도 했다.” (10쪽)

저자

이소영

저자:이소영

대학에서역사교육을,대학원에서현대미술사를공부했다.예술서점매니저,잡지기자,웹기획자로일하며과학칼럼을썼다.과학의눈으로미술을읽고,화가의도구와기술을중심으로미술의역사를새롭게바라보는과감한시도를하고있다.

미술분야의저서로『실험실의명화』(문화체육관광부우수교양도서),『화가는무엇으로그리는가』(세종도서교양부문),『화가의친구들』이있고,독일의생태도시프라이부르크여행기『엄마도행복한놀이터』(세종도서문학나눔)를썼다.

책방‘마그앤그래’를운영하며그림으로글을쓰고,책으로사람을잇는일을하고있다.

목차


Intro어디서도알려주지않은미술관이용법

Side1전시를본다는것
작품걸기:살롱전,눈높이를차지하라
피로:미술관에선누구나피곤하다
관람시간:루브르박물관의최단관람기록
관람동선:동물원을닮은미술관
전시환경:화이트큐브딜레마
전시조명:빛이죽이는그림빛으로살리는그림
작품라벨:예고편으로볼까,리뷰로볼까
오디오가이드:관람객손에쥐어진소리나는기계
도슨트:작품해설,로봇도가능할까?
건축적산책:걸어야지,미술관이니까

Side2관계자외출입금지
항온항습:전쟁이남긴유산
공기정화:그림이편히숨쉴수있도록
CCTV:메트로폴리탄미술관으로가출하기
운송:<게르니카>의여행
청소:2백년동안쌓인먼지의무게
지진:흔들려도쓰러지지않는조각상을위해
화재:미술관이불을끄는방식
보존:<다다익선>은언제까지에이에스가되나요?
수장고:비밀의공간,수장고는왜문을여나

Side3미술관이과거를기억하는방법
기원:장식장에서태어나다
오르세미술관:기차역이미술관이될때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궁과미술관의서먹한동거
테이트미술관:발전소혹은감옥,미술관의과거
메트로폴리탄미술관:월요일,아니일요일은쉽니다
스페인내전:프라도미술관에서보낸전쟁의밤
피렌체홍수:물에잠긴르네상스
집혹은무덤:작품이오래사는집

Side4가장자리에서보는미술관
입구:미술관이시작되는계단
복사정책:드가와피카소의미술학교
복제:런던에있는다비드상
아트숍:미술관이알려주는쇼핑하는법
카페:윌리엄모리스가꾸민세계최초의미술관카페
실험공간:앉아서관람하는미술관이있었다
정치적시위:미술관은광장이될수있나
디지털미디어:옆사람이미워지지않는공간
가상현실:미술관에선멀미에주의하세요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어디서도알려주지않는미술관이용법
그림보다더흥미진진한미술관이야기

요즘미술관은승승장구하고있다.영화관이쇠락하고서점도하나둘문을닫고레코드점은일찌감치사라졌지만미술관은전성기다.국립미술관의분관도속속개관하고,아트페어도셀수없이늘어났다.인기전시는이제아이돌의콘서트못지않게성황을이루며제때표를구하려면부지런함이상의열정과노력을바쳐야한다.미술관은가히우리시대를대표하는문화거점이되고있다.하지만진심으로궁금해진다.사람들을끌어들이는미술관의매력은뭘까?도대체미술관의정체는뭘까?
미술관이야그림이나조각을감상하러가는장소가아니냐고반문할수도있다.하지만미술관은물밑에서팔과다리를세차게휘젓는싱크로나이즈수영선수처럼쾌적하고평온한풍경이면에서쉴새없이움직이고있다.

우선전시를열기위해서는작품을체계적으로분류하고연구해야한다.새로소장할가치가있는작품을판단해야하고,관람자들이작품을더잘이해할수있도록도슨트도양성해야한다.소장한예술품들을더오래잘보관하기위해수시로수리하고복원해야하고,작품과관람자가더위와추위에영향받지않도록온도와습도를일정하게관리하고,작품과전시공간은먼지한톨없이깨끗한상태를유지해야한다.미술품은포장과운송도전문적이어야한다.미술관은이많은일들을수행하는복잡하고거대한기관이며,무엇이미술인지를정하는하나의제도이다.심지어여기서끝이아니다.소장품들로굿즈를만들어팔고,카페와식당도운영하며,요즘은관람자들이인증샷을찍어올리는포토존도만들어야한다.
그런데미술관에관심을가질수록시시콜콜한궁금증이더욱발동한다.온도,습도,공기질까지상큼하게유지되는공간인데도전시장을돌아다니면왜이내피곤해질까?루브르박물관을제대로보려면정말일주일이걸릴까?그렇다면작품을보는데어느정도시간을보내는게좋을까?오디오가이드를빌리는게좋을까?아니면아무런정보없이작품을감상하는게좋을까?작품에붙어있는라벨을하나하나꼭읽어야할까…미술관은이모든것을관람자의몫으로정해둘뿐아무런지침을제공해주지않는다.교양있게미술관을관람하고싶어서이런저런책을뜯어봐도이토록사소한지침은알려주지않는다.
이책을쓴저자는미술관에다가갈수있는좀더가볍고유쾌한방법을찾아골몰했다.온갖사소한것에질문을던졌고,한번호기심이일자궁금한것들이꼬리에꼬리를물고따라왔다.그리고그사소한호기심들이미술관을구석구석즐길수있는매력적인포인트로다가왔다.

“이책은미술관의가장자리를더듬어그진지하고육중한본체를가늠해보려는시도다.미술관들은왜약속한듯월요일에쉬는지,다른날에쉬는곳은없는지궁금했고,전세계에서제일멋진미술관카페는어디인지찾아봤다.전시는설렁설렁봐도아트숍에선심사숙고하는지라숍을중심에놓고미술관을살펴보기도했다.신기하게도그사소한호기심들이미술관의정체를살며시엿보게해주었다.먼지한톨없이말끔한청소비결이궁금해서박물관용청소기를찾아보고,청소용품쇼핑몰을기웃거리다가먼지청소야말로미술관업무의고갱이로구나싶어깨달음을얻은듯혼자환호하기도했다.”(10쪽)

사소한호기심이미술관을더욱매력적으로만든다!

이책은저자가던지는질문에“나도나도궁금했어!”라는작은탄성을지르게한다.그리고그답을찾아가는과정에서어디서도알려주지않는새롭고신기한사실을발견하게된다.어떨때는“흠,그랬단말이지!”하는감탄이절로나온다.이를테면이런것들이다.
전시를보러가면일정한간격으로눈높이에하나씩걸려있는작품들이원래부터그렇게걸렸던것처럼당연시여기지만애초에미술관에서는바닥에서천장까지빼곡하게작품을걸었다는사실.이른바'살롱걸기'이다.
미술관이일정한온도와습도를유지하는에어컨디셔닝시스템을갖춘건과학의발전에따른자연스런결과인듯하지만실상은전쟁이계기였다!제2차세계대전의대공습을피해런던의내셔널갤러리가마노드채석장으로작품을옮기면서일정한온도와습도를유지하는것이작품을덜손상시킨다는교훈을얻었던것.
미켈란젤로의<다비드>상은방금조각한듯희고깨끗하지만,그런모습으로대중에게선보인건겨우20년전<다비드>상이제작된지어언5백년만에장장일년에걸쳐대청소를했기때문이다.요즘도두달에한번씩먼지를털어준다는사실을알고있는지?오르세미술관이원래기차역이었고테이트모던이발전소였다는건알만한사람들은다아는사실이다.하지만영국이자랑하는명화를전시하는테이트브리튼이과거에감옥이있던자리에세워졌다는건잘알려져있지않다.그것도수감자를미치게만드는악명높은밀뱅크감옥이있었다는사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의얼굴이라할백남준의<다다익선>은늘그자리에브라운관을켜고있는것같지만,2016년에가동이중단되어2022년재가동되기전까지장장6년동안불이꺼진상태로있었다.과연<다다익선>은언제까지지금모습대로감상할수있을까?
이책이인쇄되던2024년1월29일,프랑스의농업정책관련시위대가루브르의<모나리자>에수프를끼얹는사건이발생했다.이책에서는최근몇년간세상을놀라게한시위들이미술관의작품을볼모로삼은사례를소개한다.2022년에는내셔널갤러리에전시중인반고흐의<해바라기>가토마토통조림세례를당했다.왜다빈치와고흐의작품이시위의표적이되는걸까?

“책을쓰면서던진질문들이다미술관의매력포인트가되어돌아왔다.작품옆에붙은라벨을한결다정하게살펴보게됐고,작품을보고나면고개를젖혀천장의조명을보고,그조명의각도를조정했을누군가를생각하게됐다.이책을통해미술관을구석구석더알고싶은마음이생기면좋겠다.“가고싶다,미술관!”이라고외치며책장을덮는당신을그려본다.”(11쪽)

이책을읽고나면,미술관에놓여있는은색소화기하나조차예사롭게보이지않을것이다.먼지하나없이깨끗한미술관바닥을보면서이곳을청소했을누군가를떠올릴것이다.그리고미술관이이처럼깨끗한이유가,여름에시원하고겨울에따뜻한이유가,관람자인우리보다먼저작품을위한것이라는사실에야릇한웃음이지어질지도모른다.미술관의주인은결국오랫동안그자리에있는‘작품’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