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스파이 (양장본 Hardcover)

오키나와 스파이 (양장본 Hardcover)

$19.00
Description
김숨의 12번째 신작 장편소설 출간
구메지마 조선인 일가족 참살 사건, 최초로 소설화!
이 시대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김숨의 12번째 신작 장편소설 『오키나와 스파이』가 출간됐다.

그는 그간 “독특한 소재와 형식, 특유의 매혹적인 이미지들”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 작품들에 이어 역사를 소재로 시대의 아픔과 내몰린 자들의 고통을 특유의 서사와 언어로 써왔다. 그의 문학세계는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상상력의 ‘확장’을 보여줬다. 일본군‘위안부’를 다룬 일련의 작품들에서 동아시아로 상상력을 펼쳤고 중앙아시아로(『떠도는 땅』), 일본 ㆍ 중국 ㆍ 만주로(『잃어버린 사람』) 사유의 폭을 넓혔다. 마침내 이 소설에서는 오키나와로 확장됐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이 반도와 대륙을 넘어 아시아의 남도에까지 뻗쳤다.

이번 신작은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본섬 서쪽의 작은 섬 구메지마(久米島)에서 실제로 벌어진 참혹한 학살 사건을 다룬다. 일본군이 선량한 주민 20명을 미군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살해한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이 소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문학계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
저자

김숨

저자:김숨
1997년『대전일보』신춘문예와1998년『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등단했다.소설집『나는나무를만질수있을까』,『침대』,『간과쓸개』,『국수』,『당신의신』,『나는염소가처음이야』등과장편소설『철』,『바느질하는여자』,『L의운동화』,『한명』,『흐르는편지』,『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숭고함은나를들여다보는거야』,『떠도는땅』,『듣기시간』,『제비심장』,『잃어버린사람』등이있다.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동인문학상,김현문학패,요산문학상등을수상했다.접기

목차


1부9명
2부
3부
4부1명
5부
6부
7부
9부3명
10부
11부
12부7명

발문:숫자와공백|오세종(류큐대학인문사회학부교수}
해설:시대의참상을증언하는문학의용기|박혜경(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학살당한20명의주민,그중에는
갓난아기를포함한조선인일가족7명도있었다!

김숨은이소설을쓰기위해방대한참고자료를탐독했고,구메지마를비롯해오키나와여러곳을수차례답사했다.여러작품들에서그가꾸준히보여준,보이지않는과거(역사)를현재로소환해재현하려는‘기록’과‘증언’의문학적실천이다.그는이소설에서일본제국의광기어린폭력이인간의기본적인권을유린한역사의현장을정면으로마주한다.

1945년오키나와전투당시구메지마는차마감당할수없는폭력과죽음이난무했다.생명과삶이가차없이파괴된무간지옥이펼쳐졌다.스파이혐의로민간인들이일본도와총검에처형됐고,살해당한이들의가족이비통함에스스로목숨을끊었다.십대소년들이이웃들을무자비하게칼로찔러죽였다.전쟁의폭력과스파이공포증이이섬을뒤덮었다.“미군삐라를줍는사람,미군에게겁탈당한여자,미군에게포로로잡혔다풀려난사람.오키나와말을해도,섬사투리를써도스파이다.군인들보다좋은음식을먹어도스파이다.”(122쪽)“기무라총대장이스파이라고하면스파이다.”(99쪽)

일본군은우군이아니었다.주민전체를잠재적스파이로간주해스파이혐의를씌울자들을찾는데혈안이었다.그리고‘스파이장부’에이름이오른자들을인정사정없이처단했다.그중에‘구중회’(具仲會,일본명다니카와노보루)의일가족7명도있었다.

구중회(소설에서는‘조선인고물상’으로등장)는오키나와여성과결혼한후오키나와본섬에서구메지마로흘러들어온51세의성실하고선량한조선인이었다.리어카를끌며고물상을해가족의생계를꾸리던그는전쟁이나자남의논밭에품을팔거나해초를줍고구걸을해목숨을부지했다.그에게스파이혐의가씌워진이유는어처구니없었다.“구중회는누구처럼미군과동행한적도,미군에연행된적도없었다.스파이혐의를씌울만한것이전혀없었지만,굳이찾자면마을을이리저리떠돌아다닌것이이유라면이유랄까.(…)거기다조선인은위험한존재라는주민들의편견도한몫했다.”(오세종의발문,361쪽)

‘조선인고물상’의가족중에는아직호적에올리지못하고이름도지어주지못한젖먹이도있었다.‘조선인고물상’과아내,두아들과두딸,갓난쟁이이7명이한밤중에들이닥친군인들과‘인간사냥꾼’(스파이들을색출해죽이는사냥꾼.십대의소년들이었다)들에게무참히학살됐다.그날은일본천황이항복선언을한지5일이지난때였고,오키나와의추석명절이었다.주민들은전쟁이끝났다고안심했으나,구메지마의일본군총대장은스파이사냥을멈추지않았다.“내가총대장으로있는이섬에서는끝나지않았어.총대장인내가죽기전에는아무도이전쟁을끝내지못해.”(304쪽)

전쟁의폭력과죽음이겹겹이쌓인오키나와
전쟁이낳은비극중이보다더참혹한비극이있을까

역사적기록과생존자들의증언을토대로쓰인이소설은당시섬의상황과전쟁의양상을정치하게그려내고있다.오키나와에서는당시일본군의비인간적인폭력과전쟁의참상을고발하는증언과연구가지금도이뤄지고있다.구메지마는오키나와전투의상징과같은장소다.

이섬에서는다양한층위의폭력이존재했다.일본군의일차적폭력이난무했고주민들간에도‘스파이공포증’이불러일으킨여러폭력이혼재했다.십대의어린소년들이군국주의사상에혼을빼앗겨무고한주민들에게스파이혐의를씌워찢어죽이는모습은상상하기힘든폭력의극악함을보여준다.들리지않는폭력의목소리,보이지않는폭력의아우성이요동쳤다.작가김숨은이역사의지층한가운데로뛰어들어전쟁의폭력에영혼과육신이유린되고소멸되는사람들의비극을적나라하게그려낸다.소설을읽다보면이보다더참혹한전쟁의비극이또있을까싶다.

전쟁의참상과상흔을드러내는방법에서작가는창의적이다.우선차례가눈에띈다.총12부로구성된이소설은네개의부에만제목이붙어있다.1부「9명」,4부「1명」,9부「3명」,12부「7명」.다른부들은공백으로두고네개의부에만씌어진이숫자들은섬뜩함을불러일으킨다.각각의숫자는스파이혐의로참살당한주민의수다.미군에잡혔다풀려난것을일본군에고하지않았다는이유로,항복을권고하는미군의서신을전달했다는이유로,미군은선량한주민들을죽이지않는다며주민들에게집으로돌아갈것을권유했다는이유로,그리고조선인이라는이유로,조선인의가족이라는이유로모조리스파이혐의가씌워져살해당했다.

소설의시작인9명의처형장면과마지막인7명의살해장면에대해문학평론가박혜경은“영화[전함포템킨]의오데사계단장면처럼한장면한장면몽타주하듯서술”(373~374쪽)했다고설명했다.학살의현장묘사가너무나생생해제의적장면처럼보인다고덧붙였다.

이소설은인물과시공간의배치에서도독특하고개성적이다.이번소설에서김숨은구술을통해묘사나서술을구사하는대신서사에집중하는태도를보이는데그방식이인상적이다.중심인물들이전면에서줄거리를이끌어가지않고,여러인물들이종횡으로등장하며최후의비극을향해스릴넘치게사건이전개된다.또‘아홉명이처형되기이틀전’,‘아홉명이처형되기열달전’,‘아홉명이처형되기일년전’과같이소설속시간구성을입체적으로설정함으로써당시의긴박한상황속으로빠져드는데긴장과몰입을배가시킨다.김숨의다른작품에서는볼수없는기법으로,그가이번소설에얼마나심혈을기울였는지를보여준다.그는바늘로살을찌르는것같은고통을참으며한글자한글자고혈로찍어썼다.

한국문학에서전쟁소설의영역을확장한역작

오키나와전투당시구메지마의주민학살은‘스파이’라는한단어만으로설명하기어려운복잡한사태였다.동아시아에서벌어진전쟁의참화가겹겹의층으로쌓여있었으며,다양한균열과모순이가득했다.김숨은이섬에진동하는전쟁의폭력과죽음을둘러싼다층적인당시상황을특유의예리한상상력과범상치않은통찰력으로파헤친다.

「작가의말」에서그는“너무도분명한악과악행과악인을상상하는것이,쓰는것이쉽지않다.그런데이소설을어떻게든끝맺기위해서는,상상하고싶지않은것을상상해야했고쓰고싶지않은것을써야만했다”(392쪽)라고했다.너무도끔찍한죽음의실상을똑바로바라보기가얼마나고역이었는지짐작할수있는말이다.이번소설은분노와무력감이혼재하는복잡한감정에시달리며기어이써낸역작임이분명하다.

김숨은이소설에서‘기억의채록자’,‘역사의채록자’를자임했다.일본과오키나와문학계에서도,한국의문학계에서도다뤄진없는구메지마주민학살사건을정면으로응시하며용기있게써낸이소설은전쟁이남긴상흔과참혹한죽음들을잊지않고기억하겠다는그의강한의지를보여준다.‘기록너머의기록’이며‘증언이상의증언’이다.또한국문학에서전쟁소설의영역을보다넓게확장시킨작품이라고할수있다.

그가이소설을쓴이유는분명해보인다.전쟁의비극을환기시키고증언하는것,폭력의얼굴을적나라하게드러냄으로써‘반폭력’의문학적메시지를전하는것,오키나와를통해식민과전쟁이라는한국의역사적현실과겹쳐서사유하는,그래서식민과전쟁의상흔을공유하는것,결국역사의절망속에서희망을발견하는것.전대미문의전쟁폭력에고통받은오키나와,이른바‘오키나와문제’는지금도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