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변홍철 시집)

사계 (변홍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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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별의 자전과 공전, 사랑의 영구혁명을 위하여”
변홍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계』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어린 왕자, 후쿠시마 이후』(2012)에서, “현실의 모순을 지적하면서도 삶을 추스르는 태도를 더불어 유지하려 애쓴” 시인은 “강인한 의지의 껍질을 가지고 안으로 삭힌 서정의 속살”(이하석)을 보여주었다. 신작 시 61편을 엮은 이번 시집에는 계절과 절기에 따른 삶의 모습과 서정이 담겨 있다.

자연의 순환, 땅에 속해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감각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우리 삶은, 그래서 근원적인 상실감과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온 변홍철 시인에게 ‘사계’는 삶과 죽음, 끝없는 노동과 투쟁에 대한 은유로 다가온다. 그것은 인간에게 ‘천형’이자 ‘구원’의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 오래된 순환의 감각과 겸허함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 시의 새로운 임무일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러한 시적 분투를 ‘사랑의 영구혁명’이라 말한다. 사랑이야말로 영원한 혁명이며, 혁명은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는가.

논에 옮겨 심은 모들이 자란다 / 줄을 맞추어 땅을 움켜쥔 잔뿌리들의 / 저 촘촘한 노동 / 이 별의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을 가능하게 하는 영구동력은 무엇일까 / 언제나 궁금하였다 / 광활한 어둠 속에 산산이 부서지지 않고 버티는 / 푸른 원주(圓周)의 안간힘 (「하지」 전문)
저자

변홍철

1969년경남마산에서태어나대구에서살았다.고려대국문과에서공부하며동인지『저인망』으로시작(詩作)활동을시작했다.현재도서출판한티재편집장으로일하면서,동국대경주캠퍼스국문과겸임교수로출판에관해강의하고있다.시집『어린왕자,후쿠시마이후』,산문집『시와공화국』이있다.대구경북작가회의회원.

목차

제1부
영주행/무언곡/순천만/겨울나무/입춘/이불빨래를널며/회춘/봄눈1/봄눈2/통영/벚꽃아래에서/작업의기술/곡우/빈자리/혀끝에서걱대다/율동역/입하

제2부
유월/골목에서/망종무렵/하지/붉은달/대한문/부드러운가시/소서/설거지/감꽃/
자유/잔치국수의보수성/대서/배롱나무에부치다/로드킬/입추/깃발/석류1/석류2

제3부
수제비/낮잠/백로무렵/숨비기꽃/추분/붉은시월/경쾌한산책/해장국/상강/툭/국화차/단풍/쏙독새

제4부
입동/러브로드/소설무렵/그방에서/사막으로부터/겨울판화/우리의비무장지대는/점멸/동지/대한무렵/세밑/그런시

발문ㆍ김용찬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계절의형상과현실에대한응시

시인이노래하는계절의형상은“계절들이환기하는일반적인이미지를탈피하여,시인이응시한현실과긴밀하게결합되어있다.현실은아직‘희망’을노래하기에녹록치않지만,그의작품들에는힘겨운현실을살아가고있는주변사람들에대한신뢰가짙게묻어있다.때로는계절의형상을통해안타까운역사를소환하여제시하고,현실에대한비판적인시선을거두지않는화자의모습도발견할수있다”(김용찬,발문).

무성한여름의성(城)이여//너희를무너뜨릴힘이/슬픔의단층을따라이미움직이고있다//꽃잎이질때마다,꽃잎이질때마다/삼켜진울먹임의에너지를감지하지못하는/신록의낙관이여//계절이돌고돌아,또다른꽃이필때마다/새로운바람은불것이다//저못자리에서자라나는싱싱한저주(咀呪)//그러므로나의직업은/영원한파멸의서기(書記)라도좋다//여름은또한번의패배여도좋다(「입하」전문)

시인에게절기와계절은단순히반복되는것이아니라,어떤특정한시간속에놓인삶의의미를찾는것이라할수있다.단순히시간의흐름을따르는것이아니라,자신이경험한계절의의미를자신의방식대로그려내고있다.

“부디모든아픔은나에게로”
순정한시로가난한세상을부축해일으켜세우다

네칸짜리우리기차는마주오는기차와비켜가기위해잠시정차했다가겠다고하면,평소스쳐지나가던간이역과그뒤의비구름두른산들,향나무아까시들이차창가로우르르모여들어서는저마다광주리에담긴이야기,아무도들어주지않던상처난열매같은얼굴을한번맛이나보라고코앞에들이밀고,떠나지못한허한어깨위로김이피어오르는늙은이팝나무몇,뚝배기를슬며시내미는아침,아직피지않은밤꽃향기도저만치저희끼리숨어웃는(「율동역」전문)

또한시인은이웃들을보듬어안으며,“순정한시로가난한세상을부축해일으켜세운다”(문태준,추천사).상처난열매같은얼굴을한이웃들과함께하며,“부디모든아픔은나에게로”(「무언곡」부분)라고뜨겁게말한다.“장례식장에서오랜만에만난벗들과/조용히나누는악수같은/호들갑스럽지않고다만/굳은살같은”(「그런시」부분)시를쓰고싶어하는시인의“강기(剛氣)가있으면서도한없이여린”(문태준)마음을이번시집에서만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