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18.50
Description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여자 그리고 죽음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고전 작품 속 파괴적인 사랑을 파헤친다!
시선 총서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는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기획이다. 그 세 번째 기획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는 공연 현장에서 취재와 비평을 병행해온 저자가 주로 공연 무대에서 활발하게 재해석되고 있는 고전 작품들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시 읽은 책이다.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
사랑은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

결국 이 책에서 내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은 필연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질문과 이어지는데,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와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 사랑이 그토록 칭송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중략)
나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열다섯 편을 ‘여성’, ‘죽음’, ‘사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어보았다. 고전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앞서도 언급한 책 《여성, 신체, 공간, 폭력》에서 영화 〈별들의 고향〉을 ‘(대중문화에서) 죽는 여자의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 된 작품이라고 쓰며 생략한 질문인 “‘죽은 여자의 시대’는 어디서 기원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한편 이 고전 속 죽음들은 영화와 연극, 오페라와 발레 등으로 현대의 창작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창작되며 재현되는 ‘죽음의 무한순환’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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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단우

작가.칼럼니스트.인터뷰어.주로공연을보고글을쓰고여자들을만난다.개인을길러내는사회의물길이어디로흘러가는지,개인을움직이는마음의물길은또어떻게흘러가는지에관심이있으며,여자가인간으로사는법에대해고민하고있다.쓴책으로는《기울어진무대위여성들》,《여성,신체,공간,폭력》,《꽃이아니다,우리는목소리다》,《결혼파업,30대여자들이결혼하지않는이유》등이있다.

목차

추천의글|예술안과밖의여자들
프롤로그|나는아름다움을위해죽었다

Part1|미치거나병들어죽는여자들
보답받지못한사랑의끝은_오필리어
셰익스피어〈햄릿〉
죽어서도당신을사랑해요_지젤
고티에〈지젤〉
아름다움으로는사랑을지킬수없다_마농
프레보《마농레스코》
죽은연인이예술에서되살아날때_마르그리트
뒤마피스《춘희》
인형이되기를거부해유령이된여자_버사혹은앙투아네트
브론테《제인에어》,리스《광막한사르가소바다》

Part2|여자에게사랑이없는삶은죽음
사랑없이는살수없다_안나
톨스토이《안나카레니나》
연애,닿을수없는머나먼이상향_엠마
플로베르《보바리부인》
홀로남겨지느니함께죽으리라_줄리엣
셰익스피어〈로미오와줄리엣〉


Part3|남자에겐죽일권리가있다
죄가있다면당신을사랑하는죄일뿐_데스데모나
셰익스피어〈오셀로〉
당신을다시사랑하는건불가능해_카르멘
메리메《카르멘》
목적을달성했군요,저를죽였으니_아내
톨스토이《크로이체르소나타》
나의가장큰죄는여성이라는것_마타하리
코엘료《스파이》

Part4|남자를죽이는여자들
금기를깨트린벌은죽음뿐_운디네
푸케《물의요정운디네》
당신은나를보려하지않았어_살로메
와일드《살로메》
그의목숨을구해준대가로얻은것_메데이아
에우리피데스《메데이아》,볼프《메데이아,악녀를위한변명》

에필로그|모든것에는항상다른면이있다

참고자료
본문에인용된도서목록
본문에삽입된그림목록

출판사 서평

현대사회의새로운종교가된사랑
감정의불평등은사랑의불평등으로이어진다

사회학자에바일루즈는저서《사랑은왜아픈가》에서개인의자율성이중시되는현대의사랑에있어서도여성과남성이처한상황이다르다고지적한다.현대문화에서남성에게가해지는압박이심리적자율성이나경제적성공과같은지위혹은위치와관련이있다면여성에게는남성과달리결혼과임신,출산,육아의과업이가임기의시한이라는제한된신체성과결부되어시간적압박으로가해진다는것이다.이처럼성별에따라다른형태로가해지는문화적압박은여성과남성이동등한지위에놓여있다고간주되는애정관계에있어서도기회의불균등을낳는다.나이가제약으로작동하지않는남성에게는선택의기회가큰차이없이유지되거나혹은나이가들수록기회가많아지는반면여성은나이가들수록선택의기회가줄어드는결과로나타난다.그리하여이렇듯시간에쫓기는여성의감정세계는남성의감정세계에지배당하게된다.이같은감정의불평등은사랑을불평등한것으로만든다.
이같은에바일루즈의분석은사실그리새로운게아니다.사랑이발명되고나서가족제도속개인이부각되기시작했고낭만적사랑은신화화되었다.사회변화에따라개인의성장이매우중요한가치가되었고사랑은개인의선택가운데최상위의지위를누리게되었다.부부사회학자울리히벡과엘리자베트벡은공저《사랑은지독한혼란》에서이같은현상에대해“수많은사람들이과거수백년동안신에대해얘기하던것과똑같은방식으로사랑에관해이야기하고있다”며현대사회에서사랑이신흥종교가되었다고설명한다.그러나현대사회에서달라진것은종교의반열에오른사랑의지위이지사랑안에서여성과남성의지위가아니다.사랑안에서도여성은가부장제안에서와마찬가지로불평등한지위에있다.사랑역시가부장제안에서작동하기때문이다.고전속사랑이현대의독자들에게도별위화감없이폭넓은공감을얻는것은자유와평등이보편적가치가된현대사회에서도사랑의당사자들인여성과남성의지위가여전히불평등하기때문인지도모른다.

여성의죽음으로사랑을다시읽는다

햄릿,오셀로,지젤,카르멘,춘희,안나카레니나,보바리부인,살로메,메데이아…….시대도나라도작가도모두다른이작품들의공통점은사랑을다룬고전이라는점이다.이들고전은세계문학사에서정전(正傳)의지위를누리는것은물론사랑이종교가된시대에사랑을다룬바이블로서도새로운권위를가지며오늘날까지충성심높은독자들의애정속에계속해서다시읽히고있다.그뿐아니라이들은후대의창작자들에의해영화와공연등으로도재창작되며끊임없이새생명을얻고있는작품들이기도하다.그러나이작품들의또다른중요한공통점은여성이사랑의희생자로서다뤄지고있다는것이다.저자는이책에서우리에게친숙한고전열다섯편을‘여성’,‘죽음’,‘사랑’이라는세가지키워드로다시읽어낸다.
이들작품속여성들의죽음은매우다양하다.안나카레니나처럼사랑에희망을잃고스스로목숨을끊는경우도,카르멘처럼사랑하는남자에게살해당하는경우도,마르그리트고티에처럼사랑하는남자에게버림받고병들어쓸쓸하게죽는경우도있다.책에서는이죽음들을유형별로나누어1부에서는〈햄릿〉의오필리어,〈지젤〉의주인공지젤,《마농레스코》의마농,《춘희》의마르그리트,그리고마지막으로다른작품의동일인물인《제인에어》의버사와《광막한사르가소바다》의앙투아네트를‘미치거나병들어죽는여자들’이라는주제를부여해함께다루었다.
2부에서는《안나카레니나》의안나,《보바리부인》의엠마,〈로미오와줄리엣〉의줄리엣을스스로를살해하는여자들의이야기로한데모으고,3부에서는그반대로남자의손에살해되는여자들의이야기로《오셀로》의데스데모나,《카르멘》의카르멘,《크로이체르소나타》의아내를다루었다.3부마지막장에서다뤄진마타하리는실존인물이지만그의생애가예술작품으로활발하게재창작되고있는데다,남성집단에의한여성개인의죽음의의미를다시금살펴보고자작품속인물들과나란히놓았다.
마지막으로4부에서는‘남자를죽이는여자들’로《물의요정운디네》의운디네,《살로메》의살로메,역시다른작품의동일인물인《메데이아》와《메데이아,악녀를위한변명》속메데이아이야기를살펴보았다.4부의이‘죽이는’여자들은‘죽임을당하는’여자들에비해관심도는현저히떨어지지만이서로다른방향의죽음들을비교하며읽어보는것도적잖은의미가있을것이다.

여성과남성에게사랑의파국은서로다른형태로도달한다.
사랑이파국에이르렀을때왜여성은그자신을죽이고남성은여성을죽이는가.

저자는전작《여성,신체,공간,폭력》에서무용작품과대중문화속에서특정전형을만들어낸‘죽는여자’의상을현실속여자들의죽음과연결지으며죽음이하나의문화가된사회상을파헤친바있다.후속작인《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것은죽은여자다》에서는고전작품속에서이죽음들의원형을찾는다.저자는이들고전을다시읽기위해‘여성’,‘죽음’,‘사랑’이라는세가지키워드를제시하며여성의죽음으로완결성을갖는이이야기들에서사랑의다른한축인남성의부재를묻는다.
저자는《카르멘》,《춘희》,《마농레스코》등이여성이죽은뒤살아남은남성의목소리로전해지고있음에주목하는데,작가뒤마의자전적이야기로알려진《춘희》에서작중모델이된실제인물마리뒤플레시의생애가왜곡되어있음을지적하고《제인에어》를《광막한사르가소바다》와겹쳐읽으며작중버사메이슨의목소리가어떻게지워졌는지를따라간다.이를통해독자들이여태까지여성의목소리를제대로듣지못했음을,이이야기들이남성에의해교묘히편집된이야기였음을밝혀낸다.
여성들이사랑이파국에이르러죽음으로대가를치르는것과달리편집된이야기에서남성의역할은빠져있다.사랑하는여자를위해목숨을바칠각오가되어있다던《마농레스코》의데그리외가둘에게닥친경제적어려움을해결하기위해마농이코르티잔이되는걸무력하게지켜보고,《카르멘》의호세가자신이아니라카르멘의목숨을취한다.《보바리부인》에서도불륜에드는비용을감당하다파산에이른엠마는죽음을선택하지만불륜상대인레옹에게는그피해가닿지않는다.미치거나병든여자들인오필리어나지젤,마르그리트,버사등은남성에게어떠한위협도되지않는‘무해한’죽음을맞이한다.여자들의죽음이매우생생한반면그죽음이후남자들의삶은더없이흐릿하다.
한편저자는이별살인가해자임에도‘나쁜여성의유혹에넘어가창창한미래를잃은청년’으로프레이밍되는호세나아내를살해하고도질투하는자가아니라사랑하는자로자신의비극을완성한오셀로에게더감정이입하는독해를지적한다.이는남성이성폭력을저지르거나여성혐오적행위를했을때오히려여성피해자보다공감과연민을받는힘패시(himpathy)현상과도연결된다.저자는또한에필로그에서김영하의《나는나를파괴할권리가있다》와《검은꽃》에서묘사하고있는여성의아름다운죽음과그악스러운삶을대비시키며유독여성들의죽음에만미학적인포커스를두고있는창작의태도에도질문을던진다.
이책은표면적으로는“사랑은왜여성의죽음으로완성되어야하는가?”라는질문을던지고있지만결국이질문을통해묻고자하는것은여성과남성에게다른형태로도달하는파국을언제까지사랑의속성이나본질이라기만하며외면할것인지다.혹시남성의존재를가부장제의주인이자이성애연애의중심축이라는이유로어쩔수없는자연재해처럼받아들이는시각을비판없이수용하고있는것은아닌가.저자는여성이라는렌즈로고전을다시들여다본이책을통해원작이말해주지않는‘다른면’을발견해보라고권한다.그리고말한다.“이처럼오랜세월동안무수히죽은여자들을만나온우리에게는이제살아남은여자들이필요하다.아주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