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이시인의첫시집출간을축하하며
정주이시인은1952년에순천에서태어났다.학창시절에무용을하며꿈을키웠고,문예부로활동하면서시인의길을걷고싶어했다.
그녀는복받치는감정을시로표현하는게‘낭만과예술’이라고입버릇처럼말하곤한다.또시를창작하는일이자신의사랑이고자신의전부라고얘기한다.시를통해힘과위로를받고아픔과슬픔을다독이며눈물을흘린다는정주이시인.
필자가운영하는한실문예창작반에정주이시인이우연히들러같이담소를나누었고,시창작과시교정에대해토론한적이있었다.
그뒤로얼마간의공백이있었다.
어느날내가점심시간에차를몰고가는데,정주이시인이길을가고있었다.이름이언뜻떠오르지않아대뜸‘예말이요’라고소리쳤다.그때그녀는뒤돌아보며반가운미소를띄워주었다.이게인연이되어,그녀의닉네임이‘예말이요’가되었고,같이시창작하는동지가되었다.
함께재미나게신나게시창작활동을하던중,또다시그녀는자취를감춰버렸다.알고보니,친정어머니의병간호를위해칩거중이었다.
아쉬움을뒤로하고,각자따로문학의길을가던중,어느날그녀로부터연락이왔다.시창작생활을다시재개하겠다고했다.반가웠다.
이후그녀는필자가진행하고있는아프리카tv“낭만대통령의문학토크”에거의매일한편씩창작시를보내오는창작열정을선보였다.
정말놀라운그녀의시창작열정,끈기,의지,또시창작표현기법의점진적발전,그리고지칠줄모르는도전정신등이연신감탄을자아내게했다.
그러다월간지에신인문학상시부문에도전하여,신인문학상으로보란듯이문단데뷔를했고,내친김에시집까지발간하기로결심을굳히기에이르렀다.
인생을살면서,가장보람있는방향설정을하지않았나싶다.
행복한박수를보낸다.
자,그럼지금부터정주이시인의작품세계로들어가감상해보기로하자.
가을이익어가는낙엽사이로
함께했던시간들이
하나둘떨어진다
비쏟아져적시면
석양에걸린못다한사랑이
심한갈증토해낸다
허공에걸린붉디붉은노을한자락이
고독의언저리에맴돌다
매듭매듭얽힌추억들쓸어낸다
손톱밑에핏물어리도록
물컹해진침묵비틀어짜서
기억마다흉터쓰다듬는다.
-[어떤사연]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가을의낙엽위에서있다.거기서함께했던시간들이하나둘떨어지는것을지켜보고있다.비쏟아지고그친날은석양을바라보며서산마루에걸친못다한사랑이심한갈증을토해내는걸시리게지켜보기도한다.뿐만아니라허공에걸린노을한자락이고독의언저리에맴돌다얽힌추억들을쓸어내는것도지켜본다.그럴때마다시적화자는손톱밑에핏물어리도록물컹해진침묵을비틀어짜서기억마다흉터를쓰다듬는고통도맛본다.
시어들의배치솜씨가놀랍다.이미지구현위에펼쳐지는적절한시어배치능력이뛰어나다.가을이익어가는낙엽,석양에걸린못다한사랑,매듭매듭얽힌추억들,물컹해진침묵비틀어짜서등등의신선한표현이시상의흐름과시적형상화의기둥역할을해주고있다.시는낯설게하기를통한새로운해석,신선한표현이무엇보다필요하다는듯보여주는정주이시인의표현기법에먼저눈길이간다.
기다랗게깔린추억은적요만맴돌고
바람만불어도행여님이신가설렌다
마중나간그님은아니오고
젖은꽃잎만저리휘날린다
너울대는그리움지우려해도
뜨겁게내리는단비에
뼛속깊이외로움만자꾸칭얼댄다
문풍지사이로밀려오는초조함이
입술깨물며
진종일애태우고
갈매기치마폭에떠도는물거품이
머물다간자리
안개덮여가슴쓰리다.
-[기다림.2]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추억을기다랗게깔아놓고있다.거기에적요가맴돈다.사방이조용하다.그때자그만바람만불어도행여님이아닌가하여,가슴이설렌다.그런데마중나간그자리에님은오지않고젖은꽃잎만휘날린다.눈앞에너울대는그리움을지우려해도쉽지가않다.뜨겁게내리는단비에뼛속깊이외로움만칭얼대고있다.초조함은문풍지사이로밀려오고있다.입술깨물어보지만소용없다.진종일애태우며님을기다리는시적화자,그내면이안쓰럽다.갈매기치마폭에떠도는물거품이머물다간자리는안개가덮는다.그래서더욱가슴이쓰리다.
추상(추억,그리움,외로움,초조함,가슴쓰리다)과구상(기다랗게깔린,적요,바람,젖은꽃잎,너울대는,단비,뼛속깊이,문풍지,밀려오는,입술깨물며,갈매기치마폭,물거품,안개)의조화로움,촉각이미지(젖은꽃잎,입술깨물며,가슴쓰리다)와시각이미지(기다랗게깔린추억,저리휘날린다,너울대는그리움,문풍지사이로밀려오는,갈매기치마폭에떠도는물거품,안개덮여)의디코럼등이빚어내는시적형상화가맛깔스럽다.역시시는이처럼이미지들과손잡을때더욱빛나는것같다.
얽히고설킨매듭
허리에두르고
검푸른떨림으로
시간을내려놓는다
헐떡이는둥지는
초침위로뱉어내고
덕지덕지물든하얀고백은
허허로운불씨만
갈증으로다독인채
아릿한함성을
물그림자위에드리운다
가까스로얻어온시름도
길게자란추억도
덧문닫힌상흔도
가시처럼박혀
시린밤달구고있다.
-[달품은어느하루]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성가신매듭을허리에두른채떨림으로시간을내려놓는다.둥지는뱉어내고,고백은불씨만겨우갈증으로다독여놓고,함성을물그림자위에드리운다.시름과추억과상흔은가시처럼박힌채시린밤을달구고있다.
이시에서지각적이미지들이빛을발하고있다.시각이미지의그릇에검정(검푸른떨림)과하양(하얀고백)을배치해놓고,촉각이미지(아릿한)와청각이미지(함성)의결합,구상(길게자란)과추상(추억)의조화로움등등이빚어내는이미지구현이아주멋스럽다.
겨우내움츠린침묵은
깃발흔들어대며
향기로번져간다
잔설녹아든해묵은그리움
한움큼쥐고서
하얀속살파르르떨구며
무언의몸부림으로허물벗는다
가지에맺힌사연들을쓸어안고
신비로이꿈을수놓는다
산등성이에걸터앉아여유로움흩뿌리다
혀끝으로날아든설렘
전율되어
아릿한순수온몸에두르고
백년을하루같이하늘빛머금은잎새들은
졸고있는추억의여백을
일으켜세우고있다.
-[백목련]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겨울내내움츠리고있던침묵이깃발흔들어대며향기로번져가는것을지켜보고있다.잔설녹아든그리움한움큼쥐고서속살파르르떨구며그저몸부림으로허물벗고있는것도내려다본다.그러다사연들을쓸어안고꿈을수놓는다.하루는산등성이에걸터앉아잠시여유를즐긴다.그러다혀끝으로날아든설렘전율되어흐르자,순수를온몸에두른다.바로그때하늘빛머금은잎새들이졸고있는추억의여백을일으켜세우고있다.
보라,시어의현란한배치,그노련한표현기법을!잔설녹아든그리움을한움큼쥐고,무언의몸부림이허물벗고,산등성이에걸터앉아여유로움흩뿌리고,혀끝으로날아든설렘전율되고,아릿한순수를온몸에두르고,졸고있는추억의여백을일으켜세우고등등의표현기법이아주세련되어있다.이미지와상징과의미를시적형상화로빚어낼줄아는솜씨,이게정주이시인의손끝에매달려있으니,어찌놀라지않을수있겠는가.
못견디게보고싶어하던그대여
이세상에나없더라도
슬퍼하지마오
차가운손살포시잡아주던그대여
행여나못보더라도
마음아파하지마오
얼어붙은심장을
사랑으로녹여주던그대여
냉가슴숨죽이며애써설움참지마오
진한향기에빠져허우적대던그대여
훗날문득내가생각나더라도
아름답고황홀했었노라고
책갈피에고이접어간직하지마오.
-[당신]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사랑하는그대에게할말을하고있다.그동안가슴깊이새겨두고만있었던고백을드디어봇물처럼쏟아내고있다.못견디게보고싶은그대,진정마음다해사랑하는그대이지만,어느땐가헤어질지도모르지않는가.만일내가죽어세상을떠난다해도,그대여슬퍼하지말라.평소얼어붙은심장을사랑으로녹여주던그대여,진한향기에빠져허우적대던그대여,냉가슴숨죽이며애써설움참지말라.훗날문득생각나나를떠올리거든그저아름답고황홀했었노라고책갈피에고이접어간직하지말라.마지막반전도재미있다.
시상의흐름이자연스럽고,이미지위에이끌어나가는시적형상화,그리고반전의기법이시의생동감을유지시켜주는원동력이되고있다.그어떠한소재도표현기법위에빚어내는솜씨가예사롭지않다.
기다림의끝은
어디인가
아득히머언간절함이
기약없는추억더듬으며
헤일수없는메아리로서있다
높지도낮지도않은
그자리
냉기스민떨림이
터질듯한가슴틀어잡고서
차오르는목마름으로
짓무르는눈꺼풀엔
하염없이눈물만흐른다.
-[보고픔]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기다림의끝에관심을집중한다.간절함이추억을더듬으며메아리로서있다.그곳은높지도않고낮지도않은자리다.그렇지만기다림뿐이다.늘그립다.냉기스민떨림만이터질듯한가슴틀어잡고있을뿐이다.눈꺼풀이차오르는목마름으로짓무르고있다.그눈꺼풀에는하염없이눈물만줄줄흐르고있다.
여기서추상의구상화가눈에띈다.기다림의끝,아득히먼간절함,기약없는추억더듬으며,냉기스민떨림,차오르는목마름등이한결같이추상의세계를손에잡힐듯구상화로이끌고있다.그덕택에이미지의선명함이자리한다.
달빛그림자는
고요속에잠들고
실바람휘감는정적은
문풍지사이로스쳐가고
그리움으로지새는사연은
헛기침소리에놀라돌아눕는다.
-[새벽에]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그리움으로지새는사연을안고있다.주위는달빛이에워싸고있다.하지만달빛그림자는고요속에잠들어있다.어느순간실바람휘감는정적은문풍지사이로스쳐가고있다.또가슴에안긴사연은헛기침소리에놀라돌아눕고있다.
섬세한이미지구현의진수를보는듯하다.달빛그림자가고요속에잠들고,정적은실바람을휘감고,사연은그리움으로지새고,그사연은헛기침소리에놀라돌아눕고등등의표현이아주세련되어있다.‘달빛그림자’와‘정적’과‘사연’이모두의인화기법을사용하고있다.‘달빛그림자’(시각이미지)가‘고요’(청각이미지)와,‘정적’(청각이미지)이‘실바람휘감다’(청각이미지,시각이미지)와,‘그리움으로지새는사연’(추상)이‘헛기침소리’(청각이미지)와‘놀라돌아눕는다’(시각이미지)와각각어우러져아름다운하모니,멋스런이미저리를구현하는데성공하고있다.
한잔술에영혼달래며
희미한추억살포시
즈려밟는다
공허한마음보듬고서
긴긴그리움의여정
한올한올꿰어
허기채운다
결코닿을수없는
애틋함
가슴맨밑뿌리까지
적신다
알듯말듯
침묵의벽을허물며
까칠한심장
뜨겁게태운다.
-[어쩌다만나]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한잔술로영혼을달래며추억을떠올린다.마음은공허하지만,그리움의여정한올한올꿰어겨우허기를채우며살아간다.가슴의애틋함은어쩔수가없다.결코닿을수없는감성,그게때로는가슴맨밑뿌리까지적시기도한다.알듯말듯침묵의벽을허무는때도있다.그러면서까칠한심장을뜨겁게태우는시간을보낸다.
여기서도구상(한잔술,즈려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