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나 (이명순 시집)

또 하나의 나 (이명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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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반에 흐르고 있는 섬세한 감성이 독자들에게 다가와 대화하거나 속삭이고 있다. 이미지 구현을 통해 선명한 그림을 그려 독자 앞에 시의 밥상을 차려 놓으니, 감상의 맛도 좋고 행복하다.
시는 이렇듯, 선명한 이미지로 시의 밥상을 차려 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참신한 발상, 즉 낯설게 하기,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면 더 멋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리듬을 살려 낭송할 때 입안에 착착 감기는 시어 배치를 하면 더욱 멋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읽고 나면 머리에서 등줄기로 훑고 내려가는 감동, 감흥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이명순 시들이 이러한 시의 특질에 가까이 접근해 있고, 또 독자의 감성에 전율을 주고 행복을 안겨 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창작하여, 이미지 시를 모아, 참신한 해석의 시를 모아, 그리고 감동을 주는 시를 모아, 제2, 제3 시집을 펴내기를 바란다.
-이명순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중에서
저자

이명순

전남담양출생
1948년생
[문학공간]시부문신인문학상당선
광주도재대표이사
푸르른문학회회장
한실문예창작회원
탐스런문학회회원
꽃스런문학회회원

목차

1장상사화

2장그대생각이나면

3장봄오는길

출판사 서평

■평론
이명순시인의첫시집출간을축하하며

하루는그림그리는데필요한도구를사러다니다,우연히도자기재료도매상점에들르게되었다.온화한미소를지은한여인이아주친절하게안내해주고설명해주었다.
대화도중혹시시를써본적이있느냐고물었다.그때그녀는미소지으며,수줍게노트한권을내밀었다.거기에는낙서들이사색들과수다를떨고있었다.그낙서들이오늘이렇게그녀를시인의길로들어서게해주었다.

그만남이후꾸준히한두편씩시를써서카톡으로보내왔고,나는그에대한시평을간략히해주었다.그게쌓이다보니,어느덧그녀는시인이되어있었고,신인문학상을받아시인으로문단에데뷔하게되었고,내친김에이렇게시집까지발간하게되었다.
이보다더멋스런일이세상에또있을까.이게행복한여생이라는생각이드니,나도덩달아기쁨과보람을느낀다.
자,그러면이명순시인의시세계로들어가,고요히감상해보도록하자.

어머니젖가슴같은
씨알하나땅속에묻고
몽달처럼긴꽃대쑥올려
뜨겁게탄가슴토해내는꽃술
그리워애타는가슴에꽂힌사랑
한지붕두살림그리움이맺혀
애달픈사랑가서글프게부른다.
-[상사화]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상사화와하나되어노래하고있다.
어머니젖가슴같은씨알하나땅속에묻고기다린다.어느덧몽달처럼긴꽃대쑥올리더니뜨겁게탄가슴을토해내는꽃술에행복해한다.하지만,그리워애타는가슴,거기꽂힌사랑때문에그리움의시간이지속된다.
한지붕두살림을했던그옛추억이다가와애달픈사랑가를부르게하고,감당못할만큼의무게로그리움이맺혀짓누른다.
기존의상사화시와는사뭇다른분위기로접근하고,묘사해내는솜씨가수준급이다.멋진시인으로발돋움하고있는이명순시인,앞으로의시들이더욱기대가된다.

백발이성성해도
아직은못다핀청춘인데

싹트며불러주는이름에
슬픔이가슴속헤집는다

서러움움켜쥔속마음
햇볕에바래어가고

외로움토닥이며걸어가는
길동무가그립다

찾아오는이도없지만
수줍은미소로옛노래부른다

고운천에빨갛게물들며
목에갇힌숨몰아쉬고

은어의비늘처럼
은빛솜털쭈삣서고

그리움삼킨입술
촉촉이이슬적시고

시원한바람줄기마다
너울너울웃음고이고

세상살이허무함
달래고삭히며사느라

봄이벌써저만치
가는줄도몰랐구나.
-[할미꽃]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할미꽃에자신을이입시킨다.
백발이성성해도아직은못다핀청춘이할미꽃이다.할미꽃은싹틀무렵부터자신에게이미붙여진꽃이름에꽤나불만이다.슬픔이가슴속을헤집을만큼.
서러움움켜쥔속마음마저햇볕에빛바래간다.때론외로움토닥이며걸어가는길동무가그립기도하다.찾아오는이없는외딴구석,하루는수줍은미소로옛노래를부르며허전한마음을달래본다.
고운천에빨갛게물들이며,목에갇힌숨몰아내며,은빛솜털쭈삣세우며,그리움삼킨입술은촉촉이이슬로적시며,시원한밤에너울너울웃음날리며,허무함은달래고삭히며살다보니,봄이저만치가는줄도모른다.
한적한곳에피어있는할미꽃과시적화자를동일시여기면서,표현해내는이미지시가독자의시선을은은히사로잡고있다.

속비어
시원한마음거칠데없고

날때부터비워내어
더채울것도없다

마디마디품은소리
사랑가로토해내고

하늘하늘춤사위
휘어질듯다시온다

사시사철푸른잎
무슨꽃인들부러울까

잎사귀에청정이슬받아
살포시씻은뒤

새순처럼
청빛팔랑이며

맑은대숲에
사랑의햇살아낌없이나눠준다.
-[대나무1]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대나무찬가를부르고있다.
속비어시원한마음거칠데없어좋다.날때부터비어있어살면서더채울필요도없다.
마디마디품은소리는사랑가로토해내니좋고,하늘하늘춤사위휘어질듯다가오니아름답다.사시사철푸르니무슨꽃인들부럽겠는가.이파리에는청정이슬받아살포시씻고새순처럼청빛팔랑이며살아가면서,이따금길손들에게맑은대숲에머무른사랑의햇살아낌없이나눠주며살아가는대나무가참좋다.
대나무예찬,대숲예찬이곧시적화자의내면고백처럼들린다.이런대나무처럼살고싶은시적화자,이런대나무처럼살면서시를쓰고싶어하는시인,모두멋스럽고우아하다.

칠십여인생살이
술잔에담으니

붉게타는노을
잔속에타들어가고

눈도노을이고
마음도노을이련가

주름진내남은인생중
가장젊은날
노을에곱게물들어간다.
-[노을에물든인생]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인생노년의삶을시로묘사해내고있다.
칠십여인생살이를술잔에담는배짱,붉게타는노을이다가와함께불태운다.그때눈도마음도가슴도노을이된다.가만히내려다보니,주름진인생,앞으로살아갈인생,지금놓여진이인생중가장젊은날이오늘바로지금인것을깨닫는다.
그깨달음도노을과함께불탄다.이윽고,노년의삶도,지금의인생도,노을도함께붉게타고있다.무엇보다도더이상슬퍼하지않고,앞으로다가오는인생을담담하게즐겁게행복하게받아들이며살것같은예감이든다.그러면됐다.그만하면됐다.그깨달음이있는한실패한삶이아니니까.

난꽃보다
네가좋아

햇볕에서일하느라
까맣게탄얼굴에
미소포근한어머니가
거기서있어서

평소에도
항상너를생각해

땀방울이주르르
등타고내릴때도

손깊숙이집어넣어
젖가슴만지면
너의따스한정이흐르곤했지

출렁이는검은파도는
낮부터밤까지꽃이피었고

젖냄새나는잔속의그향은
오래전부터포로로잡혀버렸지.
-[커피2]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꽃보다커피가좋다고고백한다.
왜그럴까?햇볕아래서일하느라까맣게탄얼굴,거기에미소포근한어머니가서있기때문이다.평소에도항상커피를생각한다.왜?땀방울주르르등타고내릴때도손깊숙이집어넣어젖가슴만지면느껴지는그따스한정이커피속에는흐르고있기때문이다.
인생을뒤돌아보면,출렁이는검은파도가늘위협했고,낮부터밤까지괴롭혔지만,젖냄새나는잔속의그커피향은오래전부터마음을사로잡고놓아주지않았다.그런커피,그런커피향이좋다.늘함께하고싶다.영원히친구처럼같이가고싶다.
시적화자의커피찬가는밤새워이어질듯하다.

눈맞춤인사끝나면
두툼한입술의강건넌다

뜨거운잔이입술깨물어
검게익어간다

눈길마주치는그좁은사이로
향이끼어들어넋두리한다

뜨겁게잡는손안에
머리카락같은질긴파닥거림이노닌다

발목붙잡고스며든찻잔속추억
언제보아도깊은맛얹는다.
-[커피3]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커피입장에서사물을내려다보고있다.
눈맞춤인사를끝내고나면두툼한입술의강을건너야한다.뜨거운잔이입술깨물때는검게익어간다.눈길마주치는그좁은사이로커피향이끼어들더니넋두리를시작한다.
뜨겁게잡은손안에는머리카락같은질긴파닥거림이노닐고,덩달아발목붙잡고스며든찻잔속추억이슬며시다가와깊은맛을얹어놓는다.
언제나그렇다.커피한잔마시는동안,느낌과분위기와향과맛을동시에포착해내고있는솜씨가놀랍다.아주세련되어있고,이미지구현이자연스러워감칠맛이난다.시의특질쪽에아주가까이다가가시향과손잡고속삭이는듯하다.훌륭한시인의길을걸어갈것같아,믿음직스럽고부럽다.

엄마는바다다
치맛자락잡고어리광부리면
부엌에서는뭔가꼭나온다

염전은
하얀메밀꽃처럼흐드러져
반짝반짝빛난다

비상을준비하는독수리모습
새파란생금밭은
나비처럼날아돌아오고

배가끌고온
바다내음은
짭쪼롬한맛깊은향품는다

항구없는마을에퍼붓는물결
굼실굼실출렁거리는파도
각자의집으로퍼간다

숙성된파도가
고향을잊어갈때
옛향기담은추억깨워

간장담그고
김칫감도절여서
날마다바다의추억먹고살아간다.
-[비금도]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엄마에대한회상을시적형상화로꾸며놓고있다.
어린시절엄마치맛자락을잡고어리광부리면부엌에서뭔가가나왔다.하얀메밀꽃처럼흐드러져반짝이는염전,거기서도비상을준비하는독수리가있다.새파란생금밭으로나비처럼돌아오는향수가있다.거기엔배가끌고온바다내음도있다.
짭조름한맛깊은향을품고있는내음.거기마을사람들은출렁거리는파도를각자의집으로퍼가지만,숙성된파도는고향을점차잊어간다.항구없는마을에서,향기담은추억깨워간장도담그고김칫감도절여서날마다바다의추억을먹고살아간다.
고향을떠나외지로떠나지내면서도향수에젖어살아가는현대인의모습을아련한향수로그려내고있는시,이런시를쓰는이명순시인이새삼소중해보인다.

방어막하얗게겹겹이쌓아놓고
칼바람앞세우는겨울끝

저만치서너울너울
바람과그네뛰는버들아씨

가지마다
고운연둣빛물고서있다

개나리노랑빛
밤새워물어오는물안개

흐드러지게핀들꽃들의향기
두루퍼지는들녘

풀꽃잎한잎두잎
곱게접어

그리운님에게
꽃편지를보내면

제비가답장물어오겠지
우체통도꽃인양덩달아단장한다.
-[봄1]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봄이오는길목에서서봄을따스한눈길로관찰하고있다.
방어막하얗게겹겹쌓아놓고칼바람앞세우던겨울을이겨내고,저만치서너울너울바람과그네뛰고있는버들,가지마다연둣빛물고있는모습이사랑스럽다.
개나리노랑빛은밤새워물안개물어오고있고,흐드러지게핀들꽃향기는들녘저멀리까지두루퍼지고있다.시적화자는풀꽃잎한잎한잎곱게접어그리운님에게꽃편지를보낸다.그리고소망한다.부디제비가답장물어오기를.그러자,우체통도꽃인양단장하기시작한다.
동심처럼아름답게배경을이루고있는시심,그안에서펼쳐지는선명한이미지구현은시의맛과멋을한껏느끼고즐기게해준다.

큰등에
물비늘반짝반짝

파도가부서진다
매번저리스러져가도
다시되온다

출렁이는물살에
모래들의속삭임지난자리
새들의발자국으로지우고
밤새자장가로재운다

기다림의시간은
끝없이
얼룩진묵은향만전한다

갯바위에부딪혀부서지고
깨진아픔을
파도소리로토해내어

되살아온추억그리며
철썩철썩
사랑노래구성지게부른다.
-[바다1]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바닷가에서서파도를바라보고있다.
파도의큰등에물비늘이반짝거리고,파도는부서졌다가다시되오길반복한다.출렁이는물살에모래들이속삭이고,그속삭임이지난자리는새들의발자국으로지운다.그리고는밤새자장가로재운다.
기다림의시간은얼룩져묵은향만전하지만,갯바위에부딪혀부서지고깨진아픔은파도소리로토해내버린다.되살아온추억을그리며철썩철썩사랑노래를구성지게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