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산책자 (파리, 베를린, 도쿄, 경성을 거닐다)

도시와 산책자 (파리, 베를린, 도쿄, 경성을 거닐다)

$20.00
Description
지금 도시의 산책자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 벤야민,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나혜석을 통해서 본 산책자들의 초상
이 책 『도시와 산책자』는 그 자신 명민한 산책자들이었던 20세기 초의 발터 벤야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등의 시선을 통해 근현대 산책이 가진 의미를 탐색한다. 거북이를 끌고 한가하게 걷던 댄디 지식인의 산책은 바쁜 현대의 직장인, 오피스레이디, 외국인 여행자의 여가활동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이렇게 달라진 대도시 산책의 풍경에서 꽉 짜인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적 욕구와, 정신적 안식처를 구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동시에 읽는다. 20세기 초 파리, 베를린, 경성, 동경의 산책자들도 이러한 유목과 정주의 이율배반적 꿈을 함께 추구한 존재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민족, 계급, 성별의 전통적 범주를 넘어 우리들 ‘산책자’의 일상을 구성하는 탈근대성, 대도시 사회문화, 현대적 삶의 정체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으로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려는 희망이 현대의 유목적 삶에 여전히 녹아있음을 확인한다.
저자

이창남

경북대학교독어독문학과교수.연세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같은대학원을졸업하고,베를린자유대학비교문학과에서낭만주의와발터벤야민의비평이론에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부산대한국민족문화연구소전임연구원,한양대비교역사문화연구소교수를거쳐현재경북대에재직하고있다.프랑크푸르트사회연구소연구펠로우,영국랭커스터대학사회학과방문교수로도활동했다.주로문학비평과장르론,도시문화와도시사회학에관심을두고있다.

지은책으로는『아테네움시대의문학』(PoesiebegriffderAthen?umszeit,FerdinandSch?ningh2005)이있고,『이중언어작가』,『폭력과소통』,『발터벤야민과21세기도시문화』를비롯한다수의공동저서를출간했다.국제적공동저술로는TheTransnationalFl?neur(Soci?t?s2017/1)와TheDetectiveofModernity(Routledge2020)가있다.그밖에『독서의알레고리』,『꽃가루방』,『폴드만과탈구성적텍스트』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프롤로그/산책은끝났는가?
서장/도시산책자와유목적대중

Ⅰ부도시와산책자
1장오스만과근대도시파리의경관
2장19세기꿈의집들
3장파리의산책자와오페레타

Ⅱ부직장인의문화적유목
4장베를린오디세이
5장크라카우어의‘직장인’
6장집없는자들의헤테로토피아
7장유동적공동체의형상

Ⅲ부국경을넘는도시산책자
8장제국의메트로폴리스와로컬도시
9장1930년대경성의공간과자아
10장글로벌도시의외국인산책자

에필로그/도시산책자와탈근대의일상
후기

부록/페터한트케의시「산책의종말」전문

참고문헌및인용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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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금도시의산책자들은무엇을꿈꾸는가?
-벤야민,크라카우어,이상,박태원,나혜석을통해서본산책자들의초상

사람들은도시를걷기를좋아한다.도시대로변을걷고,상점들과음식점들이늘어선가로수길을걷고,공원과골목길을특별한뜻도목적도없이걷는다.산책자는무엇을꿈꾸며그길을걷는가?19세기말과20세기초에도도시를걷는이들이있었다.파사주(아케이드)진열창에정신이팔려,지나가는행인을구경하며,군중과소음을뚫고걸었다.산책은오래된행위이다.그러나루소가말한‘고독한산책자의몽상’이가능했던시대는끝나고,현대의산책자들은고립을벗어나거나,반대로자기만의고독을확보하려길을나선다.산책자는뭔가를찾으려도시를걷지만,그도시는오히려산책자의내부를점거한다.도시와산책자가산책을통해맺는관계는이처럼변증법적이다.

이책『도시와산책자』는그자신명민한산책자들이었던20세기초의발터벤야민,지그프리트크라카우어,이상(李箱),박태원등의시선을통해근현대산책이가진의미를탐색한다.거북이를끌고한가하게걷던댄디지식인의산책은바쁜현대의직장인,오피스레이디,외국인여행자의여가활동으로바뀌었다.저자는이렇게달라진대도시산책의풍경에서꽉짜인체계에서벗어나려는해방적욕구와,정신적안식처를구하는현대인의불안을동시에읽는다.20세기초파리,베를린,경성,동경의산책자들도이러한유목과정주의이율배반적꿈을함께추구한존재라는점에서는다르지않았다.이책은민족,계급,성별의전통적범주를넘어우리들‘산책자’의일상을구성하는탈근대성,대도시사회문화,현대적삶의정체를묻는다.그리고그답으로개인의자아실현과공동체적유대를회복하려는희망이현대의유목적삶에여전히녹아있음을확인한다.

■산책의종말인가,부활인가

『도시와산책자』는도시문화와도시사회학에오래도록관심을기울여온저자가지난10년의시간을쏟아완성한노작(勞作)이다.저자는과거지식인­예술가의산책과현대일상인의산책또는유목적삶에어떤차이와공통점이있는지물음으로써오늘날의산책이가진의의를조명한다.느린보행과깊은사색으로대표되는과거의산책은합리성과효율성으로조직된현대도시적삶과함께종말을고했다.그러나산책은사라졌는가?

한세기의시차가있지만,벤야민,크라카우어,이상,박태원,나혜석등은전혀다르게변한산책의양상과의미를초창기부터예민하게의식한이들이다.저자는이들이남긴퍼즐조각들을통해학계에서자주무시되곤하는현대의‘일상성’을다시구성한다.‘도시’그리고‘산책자’는그일상성을밝혀주는키워드들이다.과거의산책하던소수는사라졌지만거꾸로그것은도시대중의일반적행위유형으로확산되었고,대중의개체화는심화되었지만그들에게서상실된공동체적관계는거리의만남과유대속에서재발견된다는것이다.저자는산책의역사,도시경관의변화,정치경제적조건등을빠짐없이고려하여이과정을재구성하고있다.

■일상인의유목,그이중적의미

산책의존재론은우선‘도시’라는시공간을고려하지않고서는쓸수없다.산책의현대적형태는19세기프랑스의나폴레옹3세와오스만남작의대대적인파리재정비사업에서비롯된다.‘바리케이드’로상징되는대중의잦은폭동을무력화하고근대국민국가의국가주의이념을고취하려는목적으로파리에는관통대로가뚫리고기념비적건축물과거대광장이들어선다.여기에토지개발에따른부르주아들의투기붐도가세하여마침내‘상품자본의신전’(벤야민)이라할만한파사주의등장으로이어진다.[1장/2장]

벤야민은그의『파사주작품』을통해파사주와백화점처럼시공간상에구현된판타스마고리(Phantasmagorie,幻燈像)가어떻게산책자들을도취시키고상품의물신주의에빠지게하는지기술한바있다.같은시대에활동한지그프리트크라카우어역시베를린을중심으로관료화된체제와소비적도취가함께하는대도시생활을『직장인』이라는작품속에서묘사한다.[4장/5장]저자는이들의논의를소개하면서현대의산책이한편으로는국가와자본이심어준물신적도취의계기를갖지만,다른한편으로는여행,춤,영화관과같은탈출의계기도동시에내장한것으로파악한다.벤야민과크라카우어모두집밖을방황하는일상인의‘문화적유목’에서뿌리뽑힌대중의초상을읽으면서도,체계로부터의해방과새로운사회적유대의가능성을보고있다는것이다.별무리를뜻하는벤야민의‘콘스텔레이션’은그유대를회복하려는대중의경향성을가리키는개념이다.[6장/7장]

■글로벌시티를걷는트랜스내셔널산책자들

현대의유목은초국경적양상을띠고있다는점에서도과거의산책과궤를달리한다.벤야민과크라카우어도이미만국박람회,놀이공원,현대식호텔을통해이국적이미지가촉발한일상인의월경적(越境的)꿈을포착한바있지만,20세기초경성과동경에서그것은제국도시의모방이나식민지적자아의문제와같은좀더복잡한양상으로전개된다.

저자는20세기초일본을방문한독일여행작가베른하르트켈러만의시선을통해서구제국주의가동아시아대도시에와서어떻게모방되고변형되었는지상술한다.[8장]또한제국도시의로컬버전인동경의또다른복제도시경성에서이상,박태원,나혜석과같은지식인산책자가겪은상황과고민을,역시선진문물에대한동경과식민지인의우울이라는‘이중적’측면에서조명한다.이상의「오감도」와「날개」는화려한도시안에서느끼는식민지지식인산책자의공포와소외를표현한작품이며,박태원의『소설가구보씨의일일』은근대도시의풍경을경멸과동경이라는‘양가적’감정으로대하는산책자의태도를잘보여준다는것이다.또한나혜석은여성산책자로서경성의가부장적공간보다는차라리서구적근대에서해방의가능성을꿈꾸었다는점에서,식민지근대인의초상을좀더종합적으로보아야할단서를제공한다.[9장]

19세기말에서부터시작된근현대일상인의산책또는유목은현재이민,취업,여행등을통해다국적도시를넘나드는글로벌한양상으로펼쳐지고있다.저자는20세기후반동경의외국인산책자였던슈테판바크비츠의기록을통해새롭게펼쳐지고있는글로벌산책의국면을조명함으로써,유목또는산책의현재적의미를완성하고있다.[10장]다국적산책자의유목은현대적획일화가글로벌차원으로확대된결과이지만,이방인과타자에대한경계짓기를허무는긍정적계기도갖고있다는것이다.

■‘산책’의테마로밝혀내는현대성또는탈근대성

이책『도시와산책자』에서저자가말하려는것은‘현대적’혹은‘탈근대적’(post-modern)이라부르는현대의일상이가진의미는무엇인가하는점이다.국가와로컬의안팎을넘나드는정주와유목은이제우리의사회적삶에서서로대립된것이아니라변증법적으로교차하는일상이되었다.오늘날우리의삶은끊임없는유동성으로이루어져있지만,그유동성속에서정주를찾고정주속에서유동하는변증법적과정을보여준다.다시말해서‘대도시’로대표되는자본과국가의완강한체계에서벗어나고자하면서도또다른정주의장소를희구하는,그러한탈출과회복의과정을현대의유목적삶에서발견할수있다는것이다.현대의일상에대한명시적결론을내릴수는없으나,‘산책’이라는한가로운주제를저자가천착하는이유가여기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