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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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현대 성차별주의의 경제적 뿌리를 파헤치다
- 인간의 타고난 ‘젠더’는 어떻게 경제적 ‘성’으로 전락했는가?
페미니스트들은 말한다. 인간에게는 ‘성’만이 본래적이고 ‘젠더’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반 일리치는 말한다. ‘성’이 만들어진 것이고 인간은 처음부터 ‘젠더’로 태어나서 자라난다고. 1983년 출간 직후부터 숱한 오해와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오늘날의 성차별 문화가 근현대 자본주의 사회에만 있는 기이한 현상임을 밝혀낸다. 일리치는 주장한다. 원래 남자와 여자는 불평등한 게 아니라 비대칭적일 뿐이며, ‘젠더’라는 서로 비교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진 존재들이었다고. 일리치의 이 책은 현대의 성차별적 현실을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 조명한 역사서이자, ‘경제적 인간’의 탄생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

이반일리치

1926년오스트리아빈에서태어났다.로마그레고리안대학에서신학과철학을공부하고잘츠부르크대학에서역사학박사학위를받았다.1951년사제서품을받은후교황청국제부직이예정되어있었으나미국으로건너가뉴욕빈민가의아일랜드-푸에르토리코인교구에서보좌신부로일했다.1956년에푸에르토리코가톨릭대학부총장이되었고,1961~76년에는멕시코쿠에르나바카에일종의대안대학인〈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CIDOC)를설립하여연구와사상적교류를이어갔다.교회에대한비판으로교황청과마찰을빚다가1969년사제직을버렸다.80년대이후에는독일카셀대학과괴팅겐대학등에서서양중세사를가르치며저술과강의활동에전념했다.이책외에『학교없는사회』『공생공락을위한도구』『행복은자전거를타고온다』『그림자노동』『의료의한계』『누가나를쓸모없게만드는가』『과거의거울에비추어』등성장주의에빠진현대문명과자본주의제도에급진적비판을가하는책들로세계적인주목을받았고,사회,경제,역사,철학,언어,여성문제에도깊은통찰들을남겼다.2002년12월2일독일브레멘에서타계했다.

목차

감사의글

제1장성차별로이룬경제성장
세뇌된언어들/경제적중성의시대/성장을포기해야하는이유

제2장보이지않는성경제
보고되는경제/보고되지않는경제/그림자경제/그림자경제와성차별/빈곤의여성화

제3장젠더로이루어진세상
모호한상보성/사회생물학의성차별주의/사회과학의성차별주의

제4장토박이문화속의젠더
젠더와도구/젠더,지대,상업,수공업/젠더와친족/젠더와결혼

제5장젠더의공간과시간
젠더구분하기/젠더와가정/젠더와현실이해/젠더와말

제6장젠더의역사
젠더경계넘기-금기와‘파네’/동성애의역사/양심을발명하다/성의도상학

제7장경제적중성의시대
다시쓰는젠더의역사/과학으로지어낸과거/마지막이야기

주와참고문헌
해설:박경미(이화여대교수)

출판사 서평

■현대성차별주의의경제적뿌리를파헤치다
-인간의타고난‘젠더’는어떻게경제적‘성’으로전락했는가?

페미니스트들은말한다.인간에게는‘성’만이본래적이고‘젠더’는사회적으로만들어진것이라고.이반일리치는말한다.‘성’이만들어진것이고인간은처음부터‘젠더’로태어나서자라난다고.1983년출간직후부터숱한오해와논쟁을불러일으킨이책은오늘날의성차별문화가근현대자본주의사회에만있는기이한현상임을밝혀낸다.생식기만으로구분되는여자와남자란인류역사에한번도존재한적이없다.‘성역할’이라는이름아래남녀에게생산과소비의기능을각각부여하고,둘을끊어질수없는경제단위로묶은것이성(sex)이기때문이다.

일리치는주장한다.원래남자와여자는불평등한게아니라비대칭적일뿐이며,‘젠더’라는서로비교할수없는특징을가진존재들이었다고.따라서성에근거하여남녀평등을외치는오늘날의여성운동은성이근대경제체제가만든획일적인간형의표현임을망각하는경향이있다.성을동등한것으로주장한다고해서남녀가평등해지는게아니라언제든지대체가능한중성의경제적행위자‘호모에코노미쿠스’를강화할수있기때문이다.일리치는이책에서풍요롭고건강했던과거문화속의젠더를복원한다.다양한공동체들속에서어떻게젠더가서로를도우며삶의터전을일궈나갔는지를생생하게기술한다.일리치의이책은현대의성차별적현실을뿌리로거슬러올라가조명한역사서이자,‘경제적인간’의탄생에대한인류학적보고서이기도하다.

■‘젠더’란무엇인가?

이책『젠더』에서일리치가말하려는요지는책의첫머리문장으로요약된다.“산업사회는두가지신화를창조했다.하나는이사회가성적인계보에서나왔다는신화이고,다른하나는평등을향해나아가고있다는신화이다.”(본문15쪽)저자의말인즉,성차별이만연했던과거사회가오늘날성평등으로나아가고있는게아니라,남녀간차별이아닌젠더의차이에기초했던사회가오늘날성중심의사회로변했다는것이다.

그렇다면‘젠더’란무엇인가?흔히젠더(gender)는두번째성,곧태어날때부터가지는생물학적성(sex)에비해사회적이고후천적으로주어진성이라고설명한다.그러나일리치의생각은이지점부터다르다.인간은애초부터암수의동물로환원할수없는존재이며그렇게존재했던적이아예없다는것이다.성을원초적인것으로보는것은근대과학의획일적인동질화논리에서나온허구의관념일뿐이다.갓난아이는몸을뒤척이고손을뻗을때부터젠더의눈으로세상을지각한다.왜냐하면아이를둘러싼문화와환경이그렇게만들어져있기때문이다.(본문126쪽참조)인간을인간으로만드는문화와젠더는떼려야뗄수없는것이다.

그렇다면왜젠더는사라지고성이지배하는세계,그리하여성차별이만연한세계가되었을까?일리치는그이유를경제적측면에서찾는다.서로다른젠더가합심하여공유의환경을일구며살아가던세계에모든것을평평하게문질러균질화한화폐및시장의논리가침투하면서,젠더를상실한중성화된경제적행위자만이남게되었다는것이다.공동의생계를위해남녀가합심해일하는것이아니라,근대가발명한‘희소성’의가치를위해누구나똑같이상품을생산하고소비하는사회에서는재생산의경제적단위인‘성’이면충분하다.

■상보성과비대칭성의원리

일리치는과거의삶과문화가‘젠더’에의해가능했던이유로상호보완성과비대칭의원리를든다.어느문화에서나젠더사이에는뚜렷한경계가있어서함부로침범하거나넘나들수없었고,남녀는서로존중하는관계였다고한다.젠더경계는지역이나공동체마다모두달랐고,그덕분에공동체들은저마다독특한문화를일구었다.구성원들은누군가멀리서일하는것만봐도여자인지남자인지알았고,농사도구도서로달랐으며,걸음걸이조차달랐다고한다.이런역할들이한데어울려공동의생존조건을마련했으며,여기에우열은없었다는것이다.

이처럼젠더는경쟁과대립이아닌비대칭의상호보완적관계였고,어느곳에서도동일하지않은근본적이원성을이루고있었다.왼손없이오른손만으로할수있는일이없듯이,그러면서도양손의역할이똑같을수없듯이,남녀는다르면서서로어울렸던것이다.‘성’이하나에하나를더해정확히똑같은쌍들을만들어내는이원성이라면,‘젠더’는두부분이합쳐져언제나새로우며복제불가능한전체를만들어내는이원성이라고저자는말한다.그러나모두가동일한상품을생산하고동일하게필요를충족하는,‘교환가치’에바탕을둔산업사회에서는성을통해남녀를구분할필요가있었다.동일기준으로남녀를비교할수없는젠더사회에대해서는산업사회의공리를관철할수없기때문이다.따라서산업사회는필연적으로성차별적일수밖에없다.성적으로동등한남녀가희소성을둘러싸고경쟁하는한,여기서는어떤식으로든지배하거나종속되는성이나올수밖에없기때문이다.

■젠더와성으로바라본남녀관계의역사적조감도

이책『젠더』에서저자는젠더소멸과성으로의이행과정을설명하면서깊은역사적통찰력을보여준다.젠더사회가성중심사회로이행한데는시장의형성,자본주의침투,화폐와상품의존성의심화같은경제적이유도있었지만,가족,농촌공동체,교회등사회구조와관념상의변화도있었다.일리치는여러흥미로운사례를들어중세와근대초의젠더변화를보여준다.‘샤리바리’라는농촌공동체의자율적처벌관습,마녀가탄생한이유,개인의특이한습성정도로여겨졌던동성애문화,세계각지역의젠더구분관행등풍부한역사적예화들이등장한다.(제4장,제5장참조)이사례들은그자체로흥미진진한읽을거리를제공한다.

토박이젠더문화가근대의획일적성으로바뀐과정에는특히교회의역할이컸다고저자는지적한다.교회는‘혼인성사’제도를통해부부결합을표준으로만듦으로써부부중심가정이라는근대의관념을확립했다.공동체의기초가,집과토지와혈연을모두포함하는도무스(domus,domain)에서남녀로이루어진원자적부부로바뀐것이다.이와함께교회는남녀젠더가마땅히지켰던‘도리’가아닌인간보편의‘양심’을교리에도입하고고백성사를공식화함으로써,각가정의침대와개인의마음속까지밀고들어올명분을확립했다.이런돌봄과관리의체제가상품및서비스공급을중심으로한근대경제체제의초석이되었음은물론이다.(제6장참조)

■이반일리치가꿈꾼것

일리치의젠더이론은오늘날의페미니즘과는구별되는측면이다분히있다.과거의가부장제사회가현대의성차별주의와는전혀다른구조를가지고있었고젠더간의단순한권력차이에기인한것이라고해석한다든지,여성운동이허구의양성개념에기초해있는한성평등은이루기힘든목표로남을거라는비판이그러하다.사회적으로부여된젠더를인간의근원적존재양식으로보는것부터일리치는큰모험을감행하고있는셈이다.

일리치의이런주장들은그의관심사가성평등의실현만큼이나인간의회복에있었기때문일것이다.그는여성과남성에게서자립적생존의능력을빼앗고상품경제의예속적존재로추락시킨경제성장과효율성의이념을특히문제시한다.그러기위해서일리치는먼저산업사회의위조된성적계보와거기에근거한평등의신화를폭로해야만했다.젠더회복은결국일리치에게성해방만이아닌인간회복의문제였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