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많아질수록사회는점점불평등해진다.
자동차를위한경제학에서인간을위한경제학으로!
1970년대일본사회를흔든대중경제학서
“동아시아인문서100권”선정도서
1가구1자동차시대라고한다.집집마다승용차한대쯤있는것은흔한풍경이되었다.그러나자동차보유가아무리개인의자유라고해도자동차에서얻는편의만큼개인들이그비용을충분히감당하고있을까?각자가부담하는기름값,통행료,자동차세를말하는것이아니다.막대한도로건설비,공해,교통사고로인한인명손실,그리고자연파괴까지자동차들을도로에서달리게하기위하여사회가떠안아야할비용은헤아릴수없다.자동차소유자는과연그비용을공정하게치르고있을까?
『자동차의사회적비용』은자동차보급이급속히증가하던1970년대일본에서출간되어큰충격을안겨준책이다.저자우자와히로후미(宇澤弘文)는노벨경제학상유력후보로자주물망에오르던경제학자로,이책에서‘사회적비용’의문제를대중적필치로해설함으로써일본사회에일대각성을불러일으킨바있다.이책은자동차에감춰진사회적비용을지적하는데그치지않는다.자동차가도로,주거환경등의‘사회적공통자본’을독점하는데따른폐해가어떻게약자들에게집중되는가를밝힘으로써완전경쟁을신봉하는시장자유주의에일침을가한책이기도하다.‘자동차’가상징하는시장경제의불평등구조는오늘에와서오히려심화되고있는형편이다.뒤늦은번역이지만이책이이제라도우리사회에서읽혀야하는이유이다.
‘자동차’의문제를경제학의영역으로끌어들이다
이책은원서상태로도이미국내의진보적경제학자,환경운동가등에게꽤알려져있는책이다.길지않은분량에쉬운필치로쓰여있음에도읽는이들을각성시키고많은생각거리를던져주기때문일것이다.이책에서제시한모델에따라한국에서도혼잡비용,대기오염,교통사고손실액등을따져30~57조의사회적비용을추산하기도했다.(한겨레신문2015.9.14.경제면)저자는책출간후30년이지난2005년“자동차가유발하는‘사회적비용’문제는현재에더욱긴급성을갖는다”고말했다.책의번역은다소늦었지만꼭필요한책이라할만하다.
저자우자와히로후미는자유주의경제학의아성인시카고대학경제학부교수와도쿄대교수로있으면서세계에이름을알린일본경제학계의거장이다(2014년타계).그는1960년대신고전파경제학에서시작하여70년대에는제도주의경제학으로연구방향을일대전환하였는데,『자동차의사회적비용』은그계기가된책이기도하다.‘제도주의’란시장경제의작동을추상화된수학적모델에서연역하여해설하는주류경제학과달리각사회의문화,제도등경제외적조건이만든결과로이해해야한다는입장으로서,소스타인베블런,칼폴라니등을대표적인물로들수있다.이책은주류경제학의비용편익분석(costbenefitanalysis)의사고에서는간과되기일쑤인‘사회적비용’의문제를경제의핵심요소로다루었다는점에서(40~41쪽)제도주의경제학의대표적저서라할수있다.
‘사회적비용’이란무엇인가?
그렇다면‘사회적비용’이란무엇일까?한마디로그것은“어떤개인이나기업의경제활동이다른경제구성원들에게뜻하지않은손실을입히고도그에대한정당한대가를치르지않는것”(27쪽)을말한다.저자가특히자동차를문제로삼은까닭은,자동차가유발하는사회적비용이야말로막대한규모임에도시장경제바깥의일로치부되어아무도책임을지고있지않기때문이다.저자의계산에따르면,그비용은1970년대도쿄를기준으로자동차1대당1,200만엔(연간200만엔)이라는어마어마한수치라고한다.(182쪽)왜이토록엄청난비용이지금껏무시되어왔을까?
거기에는경제성장을위해자동차산업을지렛대로삼고자한정부의입장,투자대비효율만으로경제의건전성을평가하는신고전파경제학의오랜사고방식등이복합적으로작용했다고할수있다.자동차소비세를자꾸만낮추고도로건설에국가재정을쏟아부어자동차소유를부추기는데는이런사고가숨어있다.그러나자동차소유자가누리는편익과는별개로그비용이사회경제적약자에게집중되고있다면?그리하여경제적불평등을심화시키는원인이되고있다면?이책의놀라운점은시장경제가근본적으로안고있는불평등구조를‘자동차’라는일상적사례로부터캐내고있다는것이다.
자동차는경제적불평등을낳는다
이책은2장과3장에걸쳐자동차가어떻게현대산업의중추적지위를누리게되었는가,그리고어떻게사회의형태까지바꿔놓았는가를미국과일본의자동차역사를통해살펴본다.자동차는20세기초미국의포드주의가대두하면서무수한연관산업을가능케하는국가경제의상징으로여겨져왔다.따라서국가정책은자동차생산과소비를촉진하는데집중되었고,시민의삶과사회형태마저자동차에적합하도록바꾸어버렸다.자가용통근에따른도시의확장,공공교통(철도/버스)의쇠퇴,부유지역과빈곤지역의분리,도시내부의슬럼화는자동차보급의또다른그늘이다.미국의이런사례는인구조밀국인일본,한국에와서는주거지에마구잡이로침투한도로,극심한혼잡현상,교통사고빈발등또다른문제를낳고있다.
그러나더큰문제는이런자동차의폐해가사회적약자들에게집중된다는사실에있다.왜그럴까?개인의경제능력에따라이피해를회피하는데차이가있기때문이다.자동차를운전할수없는노약자,어린이는물론이고주거지를옮길능력이없는경제약자들은피해를고스란히겪어야한다.그래서맑은공기,편리한공공교통,쾌적한주거환경등모두가누리던‘사회적공통자본’은점점고갈되는반면,경제적약자는의료비,교통비등더많은비용을안게되어점점더빈곤해진다.(136~138쪽)
저자는자동차가빚어낸이런결과들을단순한관찰이나편향된경험만으로보고하는것이아니다.거기에는오랜시간가다듬은경제학적통찰이숨어있다.그것은신고전파의주류경제학에대한고발이기도하다.
근대경제학의한계를넘어서
저자는이책에서이른바‘근대경제학’이라고일컫는신고전파이론의문제점을지적하는데상당한부분을할애하고있다.신고전파이론이‘일반균형이론’이라는모델을근간으로한다는것은잘알려진사실이다.일반균형이론은생산수단을사유한개인들이시장가격으로평가되는보상을얻기위해합리적선택을하므로,완전경쟁상황이이루어지면수요와공급은균형가격에서최적의일치에이른다고주장하는이론이다.(124~129쪽)
그러나우자와교수는이이론이개인의합리적선택이나생산수단의탄력성(가소성)등여러허구적가정에의존하고있다고비판한다.개인은문화와제도적영향에따라결코합리적이지않으며,생산수단은아무런비용없이언제든전용할수있는것이아니다.그러므로일반균형상태에서분배또한최적에도달하리라는기대역시근거가없고,오히려생산수단(능력)의편향에따른불평등의심화를결과로얻게된다는것이다.(131~136쪽)
‘사회적공통자본’의사상
저자는이와함께신고전파이론이등한시하는‘사회적공통자본’의역할에강조점을둔다.저자는훗날『사회적공통자본』(2000년)이라는명저를출간한바있거니와,이생각의뼈대는이책『자동차의사회적비용』에서구체화된것이다.‘사회적공통자본’이란대기,하천,땅과같은자연환경,도로,전력망과같은사회인프라,의료,교육,금융과같은제도자본을말하는데,이사회적자본들이제공하는서비스는모든이의생활에필수적일뿐만아니라희소성으로인한혼잡현상을일으키기때문에절대로시장경쟁에맡겨서는안된다는것이다.(143~149쪽)
우자와교수는평등주의적시장경제가실현되기위해서는‘사회적공통자본’이제공하는서비스를유지하는것이무엇보다중요하다고말한다.그는여기서공공투자에의한최저소득보장이라는케인스주의적소득재분배론의한계도아울러지적한다.마이너스소득세같은세제정책으로가난한사람의최저소득을아무리보장한다해도,그들은소득의대부분을사회적공통자본과같은필수적인희소자원에쓸것이기때문에선택적소비를할수있는부유층에비해계속가난할수밖에없다는것이다.(153~156쪽)따라서이런사후적처방보다는‘사회적공통자본’의혜택을사전적으로보장하는것이분배에훨씬효과적이다.저자의이런생각은생존권의기준을넘어시민모두가문화적생활수준을누려야한다는적극적인‘생활권’의사상을뒷받침한다는점에서도큰의의가있다.(166~170쪽)
‘동아시아인문서100권’에선정된현대의고전
『자동차의사회적비용』은2010년“동아시아인문서100권”에선정된책이기도하다.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의명망있는출판인들이모인〈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여러출판인,학자들의자문을받아1950년이후동아시아지역에서출간된인문학명저들을선정,발표하였는데,이책이일본의대표적명저26권의하나로뽑힌것이다.
이책은‘자동차의사회적비용’이라는표면적주제를넘어서우리가사는사회의모습에대해많은질문을던지는책이다.명시적으로밝히고있지는않지만,경제성장과생태주의가왜양립할수없는지를경제학적으로도십분이해할수있다.또한성장과효율을앞세워의료,교통(철도와공항),교육등을자꾸만민영화하려고애쓰는한국의정치현실에도시사하는바가크다.자동차가길과환경을점유함으로써커다란사회적비용을만들어내고있듯이,사회적공유재가시장에맡겨질때불평등이심화된다는것은이책으로어렵지않게배울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