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에세이

무정에세이

$16.21
Description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마음으로 우리 삶의 뒷면을 바라보다
소설가 부희령은 그의 글을 잘 알고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곧잘 ‘철학자 부희령’으로 불리곤 한다. 사물과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깊이 숨은 듯하지만 늘 우리 가슴에 기거해온 진실을 붙잡는 남다른 힘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무정에세이』는 그런 작가의 눈과 기억에 새겨진 우리 삶과 세상의 장면들을 99편의 사색적 문장에 담아낸 책이다.

작가는 너무 빛나는 말보다는 조용히 귀 기울여야만 들리는 나직한 말로 우리 삶의 편린들을 이야기한다. 너무 지나친 열의와 호의, 또 그 반대편의 혐오들로 들끓는 이 유정한 세상을 껴안는 방법은 차라리 무정한 마음이다. 사소하고 시시해서 금방 삭제될지 모르는 언어들이 오히려 찰나적 진실들을 붙잡는 데 유용하다.

저자

부희령

서울대학교심리학과에서공부했다.1989년부터1990년까지인도에체류하면서명상과불교를공부했다.한국에돌아와경기도가평에서농사를지으면서살다가2001년단편소설「어떤갠날」로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었다.2004년부터영어로된좋은책들을우리말로옮기는일을하고있고지금은소설쓰는일과외국의좋은책을소개하는일을함께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청소년소설『고양이소녀』『엄마의행복한실험실:마리퀴리』『꽃』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살아있는모든것들》,《버리기전에는깨달을수없는것들》,《아미쿠스모르티스》,《타자기가들려주는이야기》,《아무것도사라지지않는다》등80여권의책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머리말

1부길위에서
그날밤,당진
동소문로의붉은달리아
박사장이팔아야했던것
귤이배달된저녁
분홍색보온주전자
행복한타일공
세상의중심
폭력의공범
기다리던버스가온다
단풍잎여자들
담배를피우는시간
햄버거를먹는사정
무외시
사랑발굴단
보고싶다
골목달빛
달에서온계피향
취한말들의시간
꿈을잡으려는꿈
가장편안한스웨터

2부여행의이유
어떤무해한삶

레이크사이드의건기
포카라는번다중
불청객은누구인가
슈뢰딩거의고양이
연인들의안녕
정릉로와보국문로사이
나를찾아서
별보배고둥
정체불명의사람1
영리한말한스
우연의목적
멀리,더멀리

3부기억에대하여
모든곰은자신이주인이다
우리집에살던백구
오리웃다
하얀새검은고양이
장소의기억
삭제할까요?
분실
물건들
이태원평행우주
앗,나의실수!
귀가
들려도들리지않는
빗방울이부딪친다
여름방학이끝나가고있다

4부세상에없는집
‘아라비아의로렌스’를보러가다
폭설
귀농실패기
미원의잣나무숲
내마음의호수
월식
달에게주문을걸다
응답하라
TV와아파트
낯선이들의집
새벽다섯시
101호는어디인가
맛없는딸기를사는법
세상에서가장맛있는음식
시장의기원
우체국가는길
당신의플란넬셔츠

5부우리들의안녕
1987
특별한졸업선물
안전지대
혐오바이러스
광장에서
영혼의침몰
가상시나리오‘3분’
〈김군〉을보았다
그보다는긴문장으로
슬프고잔혹한역사
상처받는능력
나는주인공
너없는평화
괴물이창궐하는세상에서사랑은

6부가깝고먼시간
사소한저항의기록
그래서사랑한다
어머니의눈물
병원복도에서
낙화유수
한여름밤의꿈
존재의중심
하얀깃털
축복
엄마가되는일
그의어머니
차가운바닥을닦는일
한뼘위의세상
두명의나
느리게,더느리게
운나쁜사람
문학이라는코끼리
나를사랑하고싶어서

출판사 서평

너무뜨겁지도차갑지도,늦지도빠르지도않은
마음으로우리삶의뒷면을바라보다

“계몽으로흐르지않고섣부른과시도없이,기품있는글이란어떤것인지보여준다.”부희령의글쓰기에대한이서희작가의평이다.작가요리사박찬일은또이렇게말한다.“읽으면서늘하게쓸쓸해지고,덮으면다시따뜻해지는기묘한문장들.”소설가부희령은그의글을잘알고좋아하는이들사이에서곧잘‘철학자부희령’으로불리곤한다.사물과인간과세상을바라보는그의시선에서,깊이숨은듯하지만늘우리가슴에기거해온진실을붙잡는남다른힘을보기때문일것이다.『무정에세이』는그런작가의눈과기억에새겨진우리삶과세상의장면들을99편의사색적문장에담아낸책이다.

작가는너무빛나는말보다는조용히귀기울여야만들리는나직한말로우리삶의편린들을이야기한다.너무지나친열의와호의,또그반대편의혐오들로들끓는이유정한세상을껴안는방법은차라리무정한마음이다.사소하고시시해서금방삭제될지모르는언어들이오히려찰나적진실들을붙잡는데유용하다.우리는작가처럼너무뜨겁지도차갑지도않은손바닥의온도로,또는너무이르지도늦지도않은오후3시쯤의마음으로그것을잡을때,비통하고억울한이세상을껴안고마침내내삶의의미까지도수긍할수있다.좋은에세이를읽는다는것은바로그러한마음을배우는것인지도모른다.

머뭇거리며기다릴줄아는
마음에만보이는것들

이책『무정에세이』는작가가2001년등단후2012년소설집『꽃』을내고(그전후에몇권의청소년소설과교양서,수십권의번역서를냈지만)다시7년만에독자들에게선보이는첫산문집이다.2015년부터2019년까지국민일보,한국일보등의신문과기타매체에선보인글들가운데가려뽑은것이다.글을쓴시점은최근이지만,글속의시간은작가의어린시절부터현재까지,공간적으로는서울그리고경기/강원어름의깊은시골에서부터네팔,슬로베니아등의먼이국땅까지아우른다.

수십년의시간과공간속에서작가가만난사건,인물,장소,사물들에대한소회와사색이조각보처럼이어져있다.그조각들에는밤길에서만난여인,어릴적여름방학의기억,사회를흔든사건들,여행지의폐가등이포함된다.그조각들은사소하고하찮을지모르지만작가의손끝에와서깊은속내를드러내고,우리에게세상과삶을반문하는물음표구실을한다.왜우리삶은이렇게어색하고부끄러운가?우리는어디까지가난할수있고어디까지욕망할수있는가?우리는타인에게진심으로다가갈수있는가?작가는이물음들에굳이결론을내리지않는다.문학이소구하는목표가그러하듯이,사물의표면과당신의문앞에서서성이며진실의실체가서서히떠오르기를기다린다.부희령의글쓰기는이산문집에서그렇게발휘된다.

우리삶의아름다움과서정은,
현실이가진비애에서온다

부희령의글은무엇보다쓸쓸하고서럽다.슬픔은분명우리들의중요한감정이다.하지만부희령의글에서그감정은강요되지않고우연한사건들과먼기억들에서자연스럽게소환된다.작가는스스로집도없고직업도가진것도없는누추한일상을가볍게고백하고,그런삶의가치도너무열띤욕망을버린다면느슨하고즐겁게이어질수있음을보여준다.너무나시끄럽고뜨거워서유정하지만누군가에게는무정하기만한이세상을,무정한마음으로건너가는법을가르쳐준다.

확실히우리가사는세계의무능력과불의는참을수없는것인지도모른다.그러나또한그현실이보여주는비애속의아름다움과서정은이세상의한계를절실히인정하는사람에게만보일것이다.외롭고쓸쓸하지만그럴수록따뜻하게느껴지는등불처럼.

여섯가지테마로엮은,
우리들시시한존재에깃든큰의미들

부희령의『무정에세이』에는이러한정조로이어지는여섯가지글묶음이실려있다.1부‘길위에서’는작가가오가던길목에서,또는우연한낮과밤의시간에서만난사람들의이야기를다룬다.일찌감치늙어버린젊은여자,다정한할머니들,목이늘어진스웨터의소설가친구에게서작가는자신의얼굴을본다.2부‘여행의이유’는여행지에서불현듯작가에게틈입해온삶의감상(感傷)과이유에대한이야기다.네팔의지진,포카라궁의도인,슬로베니아아파트의빈고둥이우리의존재를소환한다.3부‘기억에대하여’는시베리아타이가지대의곰신화에서부터삭제된핸드폰사진과어릴적빗속의달음박질까지,작가자신을만들어온기억들을스케치한다.그기억들을통해영영사라지는시간과공간은없다는깨달음을건져낸다.

4부와5부는좀더사회적인이야기에집중되어있다.4부‘세상에없는집’은우리가머무르고살아가는‘집’이라는공간과관련된이야기들이다.작가는일상의대부분이벌어지는그공간을내것으로갖지못한사람들에대한공감을표현하고,그럼에도여전히부단하게이어지는삶의다채로운색깔들에대해말한다.5부‘우리들의안녕’은이사회가가하는불의와잔혹함의피해를가장크게입은사람들,그영혼들에대한애도와응원의글들을묶은것이다.작가는거기서이사회만이아닌나자신의불의를보고,그래도남아있는선의와희망을본다.마지막6부‘가깝고도먼시간’은작가자신의이야기다.어린시절결락의경험,늙은아버지와의화해,작가자신의삶에대한부정과긍정을통해우리들각자의존재에대해서도따뜻한위로의말을들려준다.

추천사

부희령은평범한사람들사이에오고가는사소하고느슨한선의에대해쓴다.바람이지나가는길,햇살이꺾어지는골목어귀에남아있는기억에대해쓰며,코끼리,혹은내가아닌존재의눈으로세상을바라보는경이로움에대해쓴다.물론그해커다란배가침몰할때덩달아침몰한우리영혼의일부에대해서도.책을다읽고나서약간은시크한그녀의이름을새삼혀에올려보았다.“그래,이사람이부희령이지.”이제많은사람들이이이름을기억하게되리라.김남일(소설가)

부희령의글을가끔읽었다.그럴때마다촉수낮은등이하나씩마음한켠에켜졌다.그렇게모은등이어느덧마음을데우고길을밝혔다.그이가한글자씩타자기를두드렸던공력이었다.그렇게희미한등을의식하면서가로등도없는어두운길을걸었던사람들이있었을것이다.작가란본디그런의무를지고있기도하지만,남의길에빛을비추는일의공덕을잊을수있겠는가.다만작가가짚단처럼성긴속을허물어태운빛이늘아슬아슬해보였을뿐.나는염치있는마음은언제나위태로운법이라고생각했던것같다.그렇게다시작가의염치를생각한다.여기실린글들은어쩌면늘실패하고곤란에처해살아가는우리에게보내는작가의따뜻한작은불빛일것이다.그불이설령꺼질지라도,다시잘살아야겠다고다짐한다.박찬일(요리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