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scription
주변에서 만난 일상의 사소한 느낌도 시인의 “감각적 경험”으로 재구성될 때 번져가는 한줄기 “물결”이 된다. 유병란 시인은 세상을 구성하는 작은 것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의 “소중한 존재들”을 감각하게 해준다. 내 안에서 시들어버린 바람의 무늬와 표정을 알 수 없는 혀의 말들, 모서리가 떨어져 형체를 잃은 기억 마저 시인의 섬세한 “인식의 렌즈” 안에 들어와 있다. 시인의 시선은 마지막 열차가 떠나고 해고당한 노동자가 방황했을 철길에 앉아 볕을 쬐는 풀꽃에 닿는다. 척박한 마음 밭에 심은 모종 하나, 거친 비바람이 지나는 동안 그러려니에 묻혀 모종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만한 일상의 비애를 끌어내어 소멸되어 가는 “존재에 대한 상실감”을 사유하게 한다.

그러려니가 있다 - 불교문예시인선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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