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니가 있다 - 불교문예시인선 58

그러려니가 있다 - 불교문예시인선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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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주변에서 만난 일상의 사소한 느낌도 시인의 “감각적 경험”으로 재구성될 때 번져가는 한줄기 “물결”이 된다. 유병란 시인은 세상을 구성하는 작은 것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의 “소중한 존재들”을 감각하게 해준다. 내 안에서 시들어버린 바람의 무늬와 표정을 알 수 없는 혀의 말들, 모서리가 떨어져 형체를 잃은 기억 마저 시인의 섬세한 “인식의 렌즈” 안에 들어와 있다. 시인의 시선은 마지막 열차가 떠나고 해고당한 노동자가 방황했을 철길에 앉아 볕을 쬐는 풀꽃에 닿는다. 척박한 마음 밭에 심은 모종 하나, 거친 비바람이 지나는 동안 그러려니에 묻혀 모종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만한 일상의 비애를 끌어내어 소멸되어 가는 “존재에 대한 상실감”을 사유하게 한다.
저자

유병란

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문예창작과졸업.
2014년《불교문예》등단.
시집『엄마를태우다』.
불교문예편집위원.

목차

시인의말

1부

빈틈
이별이책갈피에서걸어나왔다
번아웃증후군
알밥먹으러갈까요
그공원에꼬리달린남자가살고있다
출구는없다
건넜거나건너지못한
양피파즈
갑골문발굴지
빨강내복의반복
나도노약자
절룩이는꽃집
목련꽃을나는걸었네
피아노독주
금요일의터미널

2부

자라를찾아서
내몸은오래된악기
발자국이발자국을따라묵언수행
옥수역을지나회기역에도착하는동안
고요도마당을한바퀴돈다
그러려니가있다
열두장의시간을걸며
불두화보살
그녀의사월
언니의바다
미술관입구
끝방
날파리증후군
뒷방노인
목소리

3부

가을,능내역에서
산사에서
저물녘바다찻집에서
풍장風葬
닮아간다는것
오후두시
빈집,물위를건너갈때
가면은힘이세다
환승바이러스
흉터
난독증을앓는계절
꽃살무늬창살을열며보았지
눈뜨고자는물고기
기억의갈피마다봄은얼마나짧고깊었을까
기역자부처

4부

융프라우산악열차
벚꽃엔딩
감나무변천사

입주동기
매미
조기퇴직자
밤의무게
낮병동
달이품은종려의이마는높이를가진통증같다
포대화상
주름치마속
곱사등이그사내
1cm의거리
마이너스통장

■작품론|빈틈의정신과여유의시학|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