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니가 있다

그러려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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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주변에서 만난 일상의 사소한 느낌도 시인의 “감각적 경험”으로 재구성될 때 번져가는 한줄기 “물결”이 된다. 유병란 시인은 세상을 구성하는 작은 것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의 “소중한 존재들”을 감각하게 해준다. 내 안에서 시들어버린 바람의 무늬와 표정을 알 수 없는 혀의 말들, 모서리가 떨어져 형체를 잃은 기억 마저 시인의 섬세한 “인식의 렌즈” 안에 들어와 있다. 시인의 시선은 마지막 열차가 떠나고 해고당한 노동자가 방황했을 철길에 앉아 볕을 쬐는 풀꽃에 닿는다. 척박한 마음 밭에 심은 모종 하나, 거친 비바람이 지나는 동안 그러려니에 묻혀 모종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만한 일상의 비애를 끌어내어 소멸되어 가는 “존재에 대한 상실감”을 사유하게 한다.
저자

유병란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14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 『엄마를 태우다』.
불교문예 편집위원.

목차

시인의 말

1부

빈틈
이별이 책갈피에서 걸어 나왔다
번아웃 증후군
알밥 먹으러 갈까요
그 공원에 꼬리 달린 남자가 살고 있다
출구는 없다
건넜거나 건너지 못한
양피파즈
갑골문 발굴지
빨강 내복의 반복
나도 노약자
절룩이는 꽃집
목련꽃을 나는 걸었네
피아노 독주
금요일의 터미널


2부

자라를 찾아서
내 몸은 오래된 악기
발자국이 발자국을 따라 묵언수행
옥수역을 지나 회기역에 도착하는 동안
고요도 마당을 한 바퀴 돈다
그러려니가 있다
열두 장의 시간을 걸며
불두화 보살
그녀의 사월
언니의 바다
미술관 입구
끝방
날파리 증후군
뒷방 노인
목소리


3부

가을, 능내역에서
산사에서
저물녘 바다 찻집에서
풍장風葬
닮아간다는 것
오후 두시
빈집, 물 위를 건너갈 때
가면은 힘이 세다
환승 바이러스
흉터
난독증을 앓는 계절
꽃살무늬 창살을 열며 보았지
눈 뜨고 자는 물고기
기억의 갈피마다 봄은 얼마나 짧고 깊었을까
기역자 부처


4부

융프라우 산악열차
벚꽃엔딩
감나무 변천사
선
입주 동기
매미
조기 퇴직자
밤의 무게
낮병동
달이 품은 종려의 이마는 높이를 가진 통증 같다
포대화상
주름치마 속
곱사등이 그 사내
1cm의 거리
마이너스 통장

■ 작품론 | 빈틈의 정신과 여유의 시학 |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