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시인의 사부곡

어느 늙은 시인의 사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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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임상갑 시인의 시집 『어느 늙은 시인의 사부곡』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풍등』 『감포에는 촛불 하나 밝히셨는가』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호스피스 병동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보고 “병동 침대 위에 햇빛이 한 줌 엎질러져 있다”(「상속」)고 희망 한 줌을 애써 발견한다.
그러나 그 긴 시간을 끌고 달리던 아버지는 멈추게 된다. “큰 딸의 양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누워/ 댓잎 같은 소리로 숨을 고른다/ 큰아들은 옆에서 잔잔하게 기타를 연주하며/ 가시는 길 무섭지 마시라며 운다(「어느 늙은 시인이 사부곡」).
누구나 보내는 사람이 어느 날 가는 사람, 멈추는 사람이 되어 삶이 상속되기 마련이다. 이런 삶의 굴레 속에서 시인은 ”죽음과 함께 걸어가는/ 긴 꿈에서 깨어나 허공 되는 날/ 실체가 없고 아무것도 아닌,/ 상상으로도 표상되지 않는,/ 그것을/ 나는 신이라 부르겠네(「허공 되는 날」)“라고 말한다.
임상갑 시집은 전체적으로 삶의 진솔한 면면들을 살펴볼 수 있고,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까지 생각하게 하는 시집이다.
저자

임상갑

충남 공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 『풍등』 『감포에는 촛불 하나 밝히셨는가』
강화 검도 관장

목차

시인의 말

1부

배추벌레의 서사
거미줄
대놓고 말은 못하겠고
이해 불가
슬픈 것들아!
새벽닭이 울면
종을 알 수 없는 생물에게
하늘이 없다
바람 불고 비 오고 해 나고
갈 곳 없는 영혼
자벌레
종놈
그 분이 거居 할 곳은
살아보니


2부

구안와사 1
구안와사 2
구안와사 3
산지기 그녀
새벽 손님
신비
잃어버린 기억과 시간들
어느 늙은 시인의 사부곡
소멸
몰락
푸석거리는 보리밥처럼
상속
그 집에는 귀신이 산다
묵은 언어와 행위들
달이 빛난다 별이 반짝인다
2023년 그 여름


3부

어느 슬픈 별 이야기
북극성 저 너머 새로운 집을 찾아
구름도 사고 바람도 사고 향기도 사고
기억
달 떠오르면
허공 되는 날
늙었다는 것
비구니 스님의 연정
못자리
농사
무게
가뭄
무지랭이의 부황 뜬 하루
그냥저냥 살 걸 그랬어


4부

小路네 집
벚꽃 핀 봄밤
생명
머리와 가슴이 나누는 대화
도깨비바늘의 편지
구절초
가을 바다
어리연
속노란 고구마
존재
책값
연蓮
개복숭아
시가 오지 않는 날은
여뀌

■ 작품론 | 하늘이 없는 시대 하늘 보기 | 황정산(시인 〮 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 평론

임상갑 시인의 시는 직설적이다. 현란한 수식어로 아름다움을 과장하거나, 중층의 비유나 이미지로 복잡한 사유를 가장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사유의 경지를 보여준다. 어찌 보면 조금 투박해 보이는 그의 언어가 가진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 힘은 삶의 진정성에서 온다. 삶의 현장이 그의 언어가 되고 시가 된다. 그렇다고 임상갑 시인의 언어가 이런 삶의 현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그치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그 현장에 없는 ‘하늘’을 꿈꾸는 곳에서 시인의 언어가 만들어 진다. 하늘이 없는 곳에서 하늘을 생각하고, 하늘이 아닌 곳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그래서 암울한 현실을 허공으로 만들고 절망을 허무로 승화한다. 바로 이 허무의 경지가 시인의 희망이고 또한 그의 시 그 자체이다.
-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