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별을 쓸쓸이라 부른다- 불교문예시인선 64

나는 그 별을 쓸쓸이라 부른다- 불교문예시인선 64

$13.00
저자

유병란

저자:유병란
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문예창작과졸업.
2014년《불교문예》등단.
시집『엄마를태우다』『그러려니가있다』.
이어도문학상수상.
불교문예편집위원.

shell28y@hanmail.net

목차

시인의말

1부

서쪽하늘
안목
낯선하루
늦가을
환절기
물멍
그래도장미
폐사지
채혈의시간
무늬
시계는아침부터똑딱똑딱
습격
페이크
젤리피쉬레이크
난분분

2부

무인모텔
로그아웃
늦가을동창회
방폭
응급실벽에N극과S극이산다
깔끔한운구식
네바도데톨루카
실업
핑퐁게임
기린의방
달팽이
블랙아이스
고독,어디쯤
혹등고래
은자부호

3부

절벽의자
건초봉지를들고양의눈동자를바라볼때
왼손별자리
목련의뒤편
오래전봄이나에게왔다
포항초
파도를건너다니는말
겨울은어디쯤오고있을까
사각지대
누워있는버드나무
요즘세상
하염없이낮은부처
능소화엽서

4부

옛골목에우리의봄이살고있다
바닥
꽃가루
구월
보이지않는적
트롤퉁가
실업자
입춘
회오리
수빙
밀려나다
사람임을증명했습니다
그섬에당신이있습니다
당신과당신의새

해설
‘쓸쓸’이라는별|김춘식(문학평론가,동국대교수)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실업>

서랍속으로들어가는별이있다

반짝이는법을잃어버린별은
내방창문을넘어거실천장에붙어
어둠속에서말소리를엿듣곤했다

나는그별을쓸쓸이라부른다

어둠이깊어질수록별의눈에고이던눈물

아침이오면별똥별처럼떨어져나간양어깨에
희미하게드러나는돌기들
아무도눈치채지못하게숨소리를숨긴다

그별이푸른날개를펼칠때까지
나는넓은식탁에서밥을먹는다

가끔어둠을열어쓸쓸의얼굴을만져본다

새벽의고요가별그림자를밟고멀어지면
시린발을접어서랍속으로몸을숨긴다

<달팽이>

그는오늘도가판대안으로들어갑니다그가이거리에나앉은건오래전일이지요신문과껌과쓸쓸함을파는그곳으로들어갈때마다그는달팽이에요

작은네모에얼굴을내밀고하루종일앉아있어요네모밖은태어나고사라지는그들만의세상보이는것도보이지않는것도네모밖의일

가끔발가락이사라진비둘기가지나가요

몸을움직일때마다벽과벽이부딪치는한평은그의초원
서로헐뜯는세상은네모밖의일이라는듯하품을늘어지게할때도있어요

두팔을내밀어천천히구름을당겨봅니다노모의나긋한털실처럼줄줄이딸려오는그것들을가지런히그러모아가판대위에걸어놓아요

이곳은고여있는물같아요누군가삐죽이며지나가요그러거나말거나네모속달팽이는저녁이멀어질때까지초원에떠오를은하를기다려요

어쩌면달팽이집속에서는대평원을달리는말의등뒤로붉은노을이빛나고있을지도모르죠

달빛이플라타너스꼭대기에걸릴때쯤네모속달팽이는기지개를켜며천천히밖으로나옵니다

<당신과당신의새>

당신의새는늘한쪽으로기울어있었다

당신의날개를조그만더펼쳐보세요
날개속에또다른날개가자라날아가는동안
듬성듬성깃털이빠져나간곳마다없는계절이자라났다

언제부터였을까
기울어진날개에서로의날개를덧대고날아간다
내가날고싶은곳보다함께날아야만했던그곳은
수시로바람이불고비가내렸다

구름을뚫고나온새가날개를푸득이며
어디로불지모르는바람길을가늠해본다
공중을향해날개를펴며균형을잡는다

통증이굳은살처럼박여있는서로의날개를바라보며
지나온길을올려다본다

선명하게남아있는그길,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