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루덴스:게임의미학과문화』는2023년국립현대미술관에서진행된포럼〈사이버루덴스:미래게이밍,테크놀로지,미학의토포스〉로부터기획되었다.이포럼에서단행본으로이어지는1여년간의여정에게임을탐구하는각분야의전문가,예술가,연구자들이참여했다.문화연구-데이터공학-미디어아트-AI-미디어로연결되는장대한학제간교류끝에8명의필자가함께해『사이버루덴스:게임의미학과문화』를출간하였다.이책은게이밍을인간ㆍ사회의진보를향한기술적,미학적기획으로이해하고,‘호모루덴스’에서‘사이버루덴스’의잠재태를발굴하고자쓰였다.
그간한국사회에서게이밍을기술과문화,미학의관점에서다루고자하는학술적시도는거의없다고봐도무방하다.게임은미래기술문화의토대이자,장소-공간,행위자-행위성을가로지르는상호작용적인어셈블리지(assemblage)다.최초로게임을발명한컴퓨터공학자들은게이밍을기술과인간을가로지르는사회적연대의실천으로상상했다.디지털게임은단순히〈퐁〉이나〈스페이스인베이더〉를만들어내는데그치지않고,자유소프트웨어와오픈소스,그리고해킹문화를창발했다.TV앞에서,오락실에서,그리고전자아케이드에서게임을즐기던소년소녀들은월드와이드웹과사이버스페이스를건설했다.게이밍은문화적으로는‘디지털가상’을,그리고기술적으로는사이버네틱스의시공간을형성하는데결정적인단초가되었다.우리는게임과플레이를단순한향락이아니라주체와사회를변환시키는문화기술혁명의대상이자실천으로이해해야만한다.
오늘날게이밍은상상력의자유와이성의질서가결합하고,예술과기술의복잡성이교차하는시공간으로전화한다.생성AI,샌드박스,물리엔진,그리고블록체인에이르기까지오늘날게이밍은기술과떼어놓고생각할수없다.또한,키네틱,상호작용성,오픈소스소프트웨어-하드웨어요소들과미디어아트를분리할수도없다.문학과영화와마찬가지로게임은하나의미디어이기도한데,우리는게이밍의독특한시각ㆍ서사ㆍ에르고딕(ergodic)의측면들을게임그자체의미학으로탐구해야만한다.이에대한통섭적이고교차적인연구를통해우리는미래인간삶의합목적적유희문화를재발견할수있을것이다.
『사이버루덴스:게임의미학과문화』는이처럼게이밍을중심으로공통감각이되어가는기술과예술,그리고문화의연결된직조구조를조망한다.경제ㆍ산업적인프레임으로는포착될수없는기술적상상력,그리고놀이와미디어의생태계를보고자하는것이다.게임을즐기는플레이어들은스스로탐색하고,건설하며,자신의신체와플레이공간의감각을게임의질서속에연동시킨다.게임에몰두하는사람들은소위‘중독’상태가아니다.그것은일종의미학적코마상태이다.플레이는사건을신체화하는감각인동시에주어진물질과공간을변화시킬수있는대상으로파악하는조형행위에더가깝다.플레이어들은공간을탐험하고,대상들을변화시킬뿐아니라게임을둘러싼“시장논리ㆍ터부”로만작동되는권력의기호계를역으로공격한다.게임을즐길줄아는사람들은민주적소통과질서를추구하고,동시에이를어지럽히는사람들을배척한다.‘게임의룰’은사회의계층ㆍ인종ㆍ성별ㆍ지역ㆍ세대등불균등하게주어진사회계약과다르게누구에게나동등하게주어져있고,모두가게임에서성공할수있다.게이밍은문화의원형이자,민주주의공동체안에서대화를하기위한첫조건이기도한것이다.
게임을잘하기위해서는대상을이해하고,구조를파악하며,손으로직접변화시키는세계에대한감각을익혀야만한다.우리는어린아이의장난감놀이와소꿉놀이가물질을변형하고창조하는“월드메이킹(worldmaking)”의원천이었음을알고있다.게임을즐기는게이머,게임을변주하는모더(moder),그리고해커,예술가들,그리고개발자들은그런의미에서가장성숙한‘플레이어’일것이다.이수많은플레이어가쌓은웃음과연대의지층위에서우리는진정으로감정구조에접속할수있을것이며,동료들간의끈끈한결속이어떻게사회적연합을만들어내는지보게된다.놀이하는뉴런(neuron)은노동하는반사신경의정반대편에서신호를보낸다.즐거운게임은경쟁보다는협력을,적대보다협상을,도생보다협생이더중요하다고가르쳐준다.플레이어는데카르트좌표계를벗어나미래에우리가도달해야만하는세련된감각,더진보된기술,그리고더나은현실을시뮬레이션한다.
이책은총4부로구성되어있다.1부“문화코드와기술미학의게임양식”에서는게임속에서기술미학이재현되는양식,그리고문화적코드에대해살핀다.
1장(이동연,「서드라이프:포스트게이밍을상상하는예술미학」)에서는가상개념에서확장되어,새로운삶과지혜가펼쳐지는시공간으로서게임을‘서드라이프’로파악하고,현실의잠재적인변화소들과협상하는동시에모순과단절하고자하는게임플레이의문화코드를이야기한다.그간분리된영역으로간주했던과학기술의경이가미학적혁신과교차하면서제3의삶의공간,‘서드라이프’가창발되는과정을그려낸다.
2장(신현우,「에르고딕,그리고대중미학의인식적지도그리기:디지털게임과컴퓨터-문화조형행위」)에서는게임을‘대중미학’인동시에게임이기존의재현양식들과차별화하는독특한자원을‘에르고딕’이라고정의한다.대중미학이자컴퓨터-문화조형행위가된게임플레이는게임에몰두하는층위를넘어,사회구조모순을비판적으로그려내고어떤정치를만들어내는실천행위로포착된다.이를바탕으로‘미학적대중주의의에르고딕적양식’이된게이밍은플레이의미학이지닌공통감각,그리고컴퓨터-조형행위의현상학적실재에대한인식적지도그리기가완성된다.1부의논의들을통해우리는게임의미학적이고문화적인(따라서정치적인)형태소들을하나의추상으로구획한다.
2부“루도퍼블릭:게이머에서사회적담론ㆍ문화로의확장”은미디어ㆍ커뮤니케이션문화연구의관점에서게임을더심층적으로탐색한다.
3장(진예원,「플럭서스:포스트디지털문화에대한고찰과개념의제안」)에서는게이밍문화를‘포스트디지털시대의플럭서스’라규정하고,그대표적인징후로청년문화의주류가된이스포츠를주목한다.라틴어어원처럼‘끊임없는흐름과변화,움직임’이된이스포츠는게임을매개로놀이/향유의경계가희미해지는우리시대디지털풍경을소묘한다.이안에서플레이어와이스포츠팬덤은미디어기술의동학과결부하면서느슨하게흩어진확장,‘메타미디엄(metamedium)’그자체가된다.
4장(서도원,「능동성과수동성의이분법을넘어서는게이머의존재론적지위에관한고찰」)은이처럼행위자인동시에행위성그자체가된팬덤ㆍ플레이어공동체가게임회사ㆍ개발자와의비대칭적관계를재정향하는양상을탐구한다.루카치가소설을읽는독자가누구인지논하고,고다르가관객이어떤사람들인지연구했듯이‘게이머’란누구인지를살펴보는것이다.새로워진미디어환경에서게임을즐기는방식을현실의모순을비판하는방식으로옮겨오는게이머들은단순히즐기는자에서능동적인입법자로승급된다.
5장(이경혁,「게임저널리즘과이용자공동체는미디어를어떻게변화시키는가」)은이들게이머가자아내는담론구성체의과정,‘게임적저널리즘’을그려내고있다.게임플레이는단순히개발자와이용자가주고받는피드백루프에서그치지않는다.게임플레이는게임문화를둘러싼다양한헤게모니쟁투의장(게임담론)이자언어의질서(비평)가만들어지는공간으로화하는데,5장은한국사회에서이러한지형이만들어지는프로세스들을자세히그려낸다.
3부“미디어아트,플레이수행성의새로운가능성”에서는게임과미디어아트에깊숙이상호침투한기술적유희가논의된다.실제게이밍의테크놀로지를전유해작업을펼치는동시대아티스트들이3부집필에참여했다.
6장(김아영,「광학적이미지의황혼,유령망막의여명속에서」)은‘광학적미디어의황혼’의역사적인테제로서게임이호명되고,‘포스트광학적-이미지’를생성하는핵심테크놀로지가게임의기술과결부해있음을알려준다.제4의벽은게임테크놀로지와미디어아트의이종교배과정에서재구성된다.VR,생성AI,자율주행자동차센서라이다는인간의망막을기계와합성할뿐아니라게임엔진과결합하면서‘유령망막’을생성한다.우리는무엇을보는가?응시는어떻게만들어지고,우리는어떻게‘가지고노는가’?유령망막이펼쳐내는머신비전(machinevision)은인간과기계,그리고새로운미디어의출현을예고한다.이제인간문화의유한하게닫힌집합은게임테크놀로지의중력장안에서리믹스와피드,그리고인식외연의파열을시도하게된다.
7장(안가영,「유희와노동의기술법,랩삐의〈강냉이털어국현감〉」)은그파열속에서대두되는새로운개념,‘플레이버’를몸소실천하는대담한실험이다.게이미피케이션,비물질노동의헤게모니속에서게임플레이의물밑을노동이배회한다.자유로운의식적활동은가치를생산하는노동과결합하며,게임의결과인보상은상품과이중결합한다.게임플레이가생산이자노동이되고게임의결과물은화폐이자상품이된다.‘게이미피케이션’은결국놀이를‘놀이노동’으로변환하는데,7장은놀이노동을다시유쾌한노동의즐거움으로되돌리기위한프로젝트의가능성을타진한다.
4부“법과규제,게임담론의제도적전선”은실질적으로‘사이버루덴스’혹은삶이곧예술이자놀이의문화가될수있는가능성을제도ㆍ정책차원에서타진,철저하게비판한다.‘중독’‘폭력성’의무한한루프에갇힌게임이새로운예술의언어를말하기란매우어려운일이다.
8장(이동연,「게임콘텐츠,규제와질병사이:2000년대이후게임과몰입규제정책의변천과정」)은‘세계보건기구(WHO)’에의한게임의질병코드화를‘의료화’라고비판하고,국내의무질서한게임규제(게임중독법)및법기술적규정에대해강력히반대한다.강제적게임셧다운제의맹점및게임과몰입을중독으로명명하는언론과법기술의세태가드러나며,게임규제정책이문화정책을넘어사회적관리장치로이용될수있음을경고한다.
9장(윤태진,「게임포비아의역설:한국게임문화는어떻게의료화되었는가」)은한국사회가게임을중독및병리로부르는독특한문화적ㆍ사회적맥락을게임에대한사회적공포,금기인‘게임포비아’로개념화한다고예리하게지적해낸다.전문가-셀러브리티,정신의학의대중화,그리고게임포비아의확산이하나로집약되는지점이‘게임의의료화’라고볼수있다.이는단순히게임에대한규제만을의미하는것이아닌,자유로운문화적향유가도구적합리성에예속되는상황을연출하며사회지배층의도덕적공황을은폐하고자하는시도로해독된다.시민사회차원에서‘게임의의료화’에대응하지않으면,이는미디어생태계자체를파괴하는결과를낳을수도있다고4부는이야기한다.
『사이버루덴스:게임의미학과문화』는게이밍의기술,예술,그리고자유로운문화적실천이미학적인기획속에서자유롭게횡단할수있음을보여주는책이며,게임을학술적으로탐구하는데중요한이정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