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두 마리가 아침을 먹는다 (양장본 Hardcover)

토끼 두 마리가 아침을 먹는다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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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상상의힘 동시집 9권. 섬세한 서정으로 아이의 마음속 고운 결을 잘 드러내는 시인 이화주가 새로운 동시집을 펴냈다. 특유의 온화하고 다감한 눈길로 아이의 마음속 파동을 온전히 그려내고자 천착해 온 시인의 노력이 또다시 소중한 결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한결같이 관계의 소중함을 어루만진다.

개미와 사촌이었던
벌들이 어떻게 날개를 갖게 되었냐고?

꿈을 이룬 거지.
날개를 갖는 게
벌의 꿈이었거든.

생각해 봐.
흙 묻은 발로
어떻게 꽃들을 찾아갈 수 있겠니?
_「벌들의 꿈」 전문

시인의 체를 통과하는 순간 벌들이 날개를 갖게 된 것은 그저 진화의 단면으로 멈추지 않는다. ‘흙 묻은 발’로 꽃들을 찾아갈 수 없다는 바람이, 오랜 꿈이 벌들에게 날개를 안겨주었다고 말한다. 새로운 깨달음이 들어차는 순간이다. 그 깨달음은 그저 발상의 신기함에 그치지 않고, 관계의 본질, 서로를 향한 배려를 담고 있다. 이 동시집에 실린 많은 시편을 읽고 부드러운 미소가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시가 그러하듯, 새롭게 보기 혹은 낯설게 보기 역시 시인 특유의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엄마!
우리 집에는
왜 문이 없어?

우리 집에는
백 개도 넘는 문이 있단다.
온통 열려 있을 뿐이지.

그 순간
사과꽃 향기가
노크도 없이 놀러 왔다.
_「아기 새와 둥지」 전문

문이 없는 새의 둥지를 역설적으로 수많은 곳을 향해 온통 열려 있는 공간으로 시인은 인식한다. 이를 통해 ‘사과꽃 향기’가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윤석중 문학상’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수상이 입증하듯 이화주 시인은 우리 동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시인의 새로운 동시집으로 우리 동시단은 한층 더 풍성해질 것이다.
저자

이화주

1948년경기도가평에서태어났다.춘천교육대학을나와41년간초등학교에서아이들과함께했다.1982년강원일보신춘문예당선,아동문학평론추천으로문단에나왔다.동시집《아기새가불던꽈리》,《내게한바람털실이있다면》,《뛰어다니는꽃나무》,《손바닥편지》,《내별잘있나요》,《해를안고오나봐》,《나는생각중이야》,《이화주동시선집》을냈으며그림동화《엄마저좀재워주세요》의글을쓰고그림을그렸다.동시「달밤」,「혼자있어봐」,「뒤꿈치드나봐」가초등학교국어교과서에실렸으며,현재동시「풀밭을걸을땐」이2학년교과서에실려있다.한국아동문학상,윤석중문학상등을받았다.춘천교육대학부설초등학교교장으로정년퇴임한뒤춘천교육대학교와춘천시립어린이도서관에서‘어린이문학창작’강의를하였다.지금은마음껏책을읽고글을쓰며지낸다.

목차

시인의말ㆍ8

1부토끼두마리가아침을먹는다
토끼두마리가아침을먹는다|아기새와둥지|진짜맹꽁이|흙|엉뿔|넌,왜입이없어?|철새들이받은문자|엄마,나가도돼요?|우주학교|벌들의꿈|물방개처럼잠속으로|달밤|산사나무물그림자에서열매를따다

2부눈물이맑아서
아기와의자|아기가지나가는곳에는|장래희망|모두멈춤|호수가얼기시작하는밤|거리두기|눈사람의비밀이야기|눈물이맑아서|빈항아리|손꼬옥잡고자볼까|벌연구하던날|기다린시간이얼마나긴지알겠지?|엄마연구

3부함박눈이깜짝놀라서
비밀의연못|목화네집|함박눈이깜짝놀라서|초록별지구의주인은누구?|왜흰구름만좋아했지?|빛과그림자|호수를사랑하는어느아이의기도|목련꽃은합창연습중|사랑|서휘의달력|말돌|내손의선생님이계신곳|산수유나무열매

4부손에서손으로
시간이사라진것이아니라면|여름과가을사이|한바퀴|이웃집대추나무가우리집으로대추를던지는까닭|첫받아쓰기시간선생님은왜‘어머니’를부르셨을까?|손에서손으로|백제공주님이되어본저녁|영불암부처님이산위에서안내려오는까닭|내동생세수시키는우리엄마처럼|그리운사람들이손전등을들고깜박깜박멀어져가면|심심하겠다.무덤속주인들|연날리기|어느봄밤

출판사 서평

둘레를향한따스한관심
이화주의동시는그무엇보다따뜻하다.자연과사람,관계에깃든아름다움을누구보다먼저알아채고,누구보다먼저언어로담아낸다.

“안녕하세요?”
내가인사할때마다
환하게웃으시는
우리아파트청소하시는아주머니

흰구름,파란하늘놀러오라고
아파트현관유리창말갛게닦으신다
내동생세수시키는우리엄마처럼
_「내동생세수시키는우리엄마처럼」〉전문

이동시에는궂은일을마다하지않고뽀득뽀득유리를닦는아주머니를묘사하고있다.시인은그이의행위를그저범상한노동으로보지않는다.동생을세수시키는엄마처럼따스함과진지함,진정성을함께담아낸다.「손에서손으로」에나타나는생면부지의사람들이오롯이한마음으로아이를건네고건넴으로써새로운삶을열어주는감동의순간도시인은놓치지않는다.아저씨의웅크린몸위에소복소복내리던눈이화들짝놀라내리기를멈추는「함박눈이깜짝놀라서」도다르지않을것이다.이러한마음들이모이고또모여,우리주위와이웃을환하게비춰주는것이다.

사물을보는새로운관점
이화주의동시는새로움으로충만하다.기존의상투적인의식을흔들어,눈이활짝열리는느낌을건네는동시들이가득하다.

할머니집뜰에
홀로서있는항아리
“할머니이거무슨항아리야?”
“응,빈항아리.”

뒤꿈치들고
빈항아리속으로얼굴을디민다.
“아아아아아〜”부르니
“아아아아아아〜〜〜”대답한다.

‘쌀항아리’,‘김치항아리’
이름을버리고나니
내말이잘들리나.
_「빈항아리」전문

비어있음에비로소모든것을담아낼여지가생길뿐만아니라더불어온전히소통할수있는가능성이열린다.문이없기에수많은곳으로열려있게되는「아기새와둥지」도다르지않을것이다.

느낌을생생하게묘사하는감각
묘사야말로동시를동시답게만드는힘이다.이화주의동시는시각적,청각적묘사가돋보인다.

어린잉어들
빨간열매따고싶어

온종일
호수속에비친
산사나무그늘을들락인다.

산사나무가
그림자속으로



열매를떨어뜨려준다.

와!
내가땄다.
와!와!
나도땄다.나도땄다.
_「산사나무물그림자에서열매를따다」전문

어린잉어들은빨간산사나무열매가갖고싶다.그빨간단단한반짝임을누군들가지고싶지않으랴.어린잉어들은시종그열매에서마음을거둘수가없다.그러던차에나무는열매를떨어뜨리고,어린잉어들은자신들이따낸것이라우쭐해한다.이작은풍경하나가이시에는호수,어린잉어,산사나무그늘,붉은열매가주거니받거니이미지를축조해낸다.열매가떨어지는소리와어린잉어들의외침도이미지의역동성을거든다.이단정하고아름다운동시야말로동시본연이서정이아닐수없다.
이화주시인의신작『토끼두마리가아침을먹는다』는보기드물게풍성한맛과멋을담고있는동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