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성 없는 소립자들 (전경린 산문집)

사교성 없는 소립자들 (전경린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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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설가 전경린의 단 하나뿐인 산문집!
아무것도 없음 위에 떠 있는 한 점의 실존이라 할,
그 검은 자유의 자리가 내 글쓰기의 시원이었다.
저자

전경린

저자전경린
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사막의달]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아무곳에도없는남자],[내생에꼭하루뿐일특별한날],[난유리로만든배를타고낯선바다를떠도네],[열정의습관],[검은설탕이녹는동안],[황진이],[언젠가내가돌아오면],[엄마의집],[풀밭위의식사],[최소한의사랑],[해변빌라],[이마를비추는,발목을물들이는]과소설집[염소를모는여자],[바닷가마지막집],[물의정거장],[천사는여기머문다]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문학동네소설상,21세기문학상,대한민국소설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현진건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1새들도비를맞고있구나
K에게보내는편지-13/생의방향을바꿀때-19/폐왕성지-22/내곁의아주먼곳-29/상실과부재의공포-32/생의질서를정직하게재편하는날-37/눈물의냄새-41/이숲속의나뭇잎중에흔들리지않는나뭇잎이있을까요-44/나무와나무사이의고요-48/아프게피어난봄꽃들-52/누구의삶이든-55/내속의동반자미스타페오-58/나의가장사랑스러운적-62

2.세상이,물에젖은얄팍한비스킷같아
에치고유자와그리고‘눈바램’-69/글쓰기,나와내삶을일치시키는일-74/카프카,내문학의신화-80/진실한것은시간과경쟁을벌인다-84/그희미한그림자가정말나였을까-87/
내가슴에장미를심어-93/오직삶에서만너의영감을이끌어내고-97/한남자의뒷모습-99/욕망이데려다준인생의낯선장소-102/검은자유의자리,문학-109

3아직은,아무도나를보았다고말하지않았으면좋겠어
서랍속의꽃들-123/생에대한자존심-129/고요한내면의폭풍-138/여름날해뜨기전에쓴편지-142/사람이살고지나가는장소는바람에펄럭이는천막무대처럼아프다-146/
조나단의방-150/아름다움과서정-153/우리의머릿속을춤추게하는것-156/11월에160/미소가떠올랐던평범한순간들-165

4우리가가만히포개어졌을때조차
아직이름붙여지지않은어떤것의시작-175/최후의식민지-179/아름다운여자,케테-183/모래의여자-188/바그다드카페-191/여자정혜-194/프리다칼로,고통을그리다-198/여성성의시간-201/바다의선물-205/모르는곳으로가기를원해-208/여자는어디에서오는가-211/카페의가수-213

5잠든씨앗처럼사랑을기다릴때
물의정거장-217/생애최고의업적-223/순간에완성되는사랑이있을까-227/운명은파멸로부터시작한다-230/완전한사랑의내부-237/신의지붕위로오르는황금사다리-240/우리존재의우울한주소-244/돌이킬수없는단어-248

Epilogue
숨은연못속에나홀로-253

출판사 서평

훌륭한작가가되려한게아니라,나와내삶을일치시켜자신을구하려했다

소설가전경린의유일의산문집《사교성없는소립자들》은작가활동을하는동안잡지와신문사에기고했던글들을모은것으로,53편의글로이루어져있다.

언뜻연관성없어보이는글들을이어보니내사색의지도같기도하고지나온생활의궤적같기도하다.때로는젊은날의푸른호흡이고스란히담긴문장들이대견했고,때로는낡은앨범속에들어있는빛바란젊음처럼그때의내가지금보다더늙은사람같았다.사람을담는시대란그런것일까.그러니새로움이란얼마나아픈것인가.또다른방법을찾기위해,다른시간으로건너가기위해우리는늘깎이고잘리고생채기가나고자기상실을겪는지도모른다.그렇게해서우리는나이들어가면서동시에새로워지는중인것이다.
_‘작가의말’가운데

산문집《사교성없는소립자들》에는소설속에서는독자들과만날수없었던작가의체취와육성이생생하게담겨있다.문학이란무엇이고,글쓰기란작가에게어떤의미인지,불안정하고일회적인삶속의고민과열정이진솔하게담겨있다.

작가는상식을넘어새로운시선으로삶을바라보고있으며,삶의깊숙이들어가잃어버린우리의욕망과고통스런진실에마주한다.불륜이알려지는날이‘생의질서를정직하게재편하는날’이될수도있다는작가의말은가식에갇힌세상의진부함을깨트리며서늘한진실을우리에게건넨다.

김훈의추천사
아마도,전경린의글쓰기는자신과이세계사이에직접성의관계를세우려는소망이다.
전경린은이세계를육체화해서그날것을주무르고끌어안는다.전경린은감각과관능으로세계를만져서그내용을사유하고언어화하는데,세계로다가서려는말의길은늘우원迂遠한것이어서,전경린의글은만져지지않는세계의슬픔을토로한다.
전경린은자신의결핍을스스로느끼는힘으로,타자에게건너간다.이길위에서마음의소립자들은서로부딪쳐서깨어지고만나고태어난다.소립자들은명멸한다.전경린의글속에서결핍과충만은같은운명의다른표정이다.전경린의사랑은갈애渴愛이다._김훈

문학은삶의고통과상처를뚫고존재의진실을보려는눈을통해도달하게되는어떤지점

나는삶속에서보다지속적인것,보다영원성에가까운것,절대적이고,결코반복되지않는것을찾아방황했습니다.그것이나에게는문학이었습니다._〈검은자유의자리,문학〉

문학은현실의지도를따라길고어렵게우회하는동안철저히간접화법으로본질의그림자를일으켜세우는것이라고말하는것같다.희망도없이과도한허무도없이끊임없이상실되어가는현재를담담하고매혹적으로그려내는그것은아마도지성적감수성의힘일것이다._〈그희미한그림자가정말나였을까〉

삶의한가운데서이제피하고싶었던불편한질문을해본다.나는왜문학을하는가.피로와숨쉬는아픔을느끼며,동시에초연한평화와이상한광휘속에서대답한다.그것은,이
제나의일이다.일이상도이하도아닌,그객관화된지점에문학에관한새로운고통과의지가자리한다._〈글쓰기,나와내삶을일치시키는일〉

글을쓰면서나이드는동안나도이제이치의지엄함과만인만상의가치와존재의끝없는무게와살아있는것들사이의다정함을알게되었다.이질기고무상한삶은욕구로사는
것도아니고왜,무엇을위해서,같은질문으로사는것도아니고,생명가진것들의끌어당김으로산다는것도알게되었다.그렇게삶이란외지면서도따스하고아름답고도힘겹다.
_〈글쓰기,나와내삶을일치시키는일〉

소설은한마디로이삶과타자와의관계속에서개인의욕망과세계사이의긴장과미궁을자신만의독특한방법과시각과문체로질서화하여보편적진실을얻어내는언어예술이라고나는생각합니다.존재의고통이가장첨예한현실의한지점에서출발하여현재를의심하고구체적이고도설득력있게극복하거나부정하거나초월하면서,방황하는존재의새로운자리를모색하는작업,그를통해세계의부조리와불가능성,혹은새로운비전을제시함으로써세계의전혀새로운모습,새로운가능성을감동적으로드러내는작업인것입니다.
_〈검은자유의자리,문학〉

글쓰기란,그무엇보다도이세계의중력을전신으로마주서서버티는한개인의흐트러지지않는고독한자세,그자체라는생각이듭니다._〈검은자유의자리,문학〉

만유인력의지배아래있는이삶을어쩔것인가.그게없으면삶도사라지는이세계의불가피한가난도이제는긍정한다.우리는누구나삶에눌리는힘으로살면서동시에이삶을초월해서살수있는통로를구하려한다.신이든,사랑이든,이타적헌신이든,업무를업적으로까지발전시키는열정이든,그것은삶을넘어가기위해의지하는저마다의방법이다.우리는땅바닥에서생존하는것만으로는살수없는존재인것이다.생존이라는목을죄는짧은사슬을잊을수있는저마다의초월이필요하다.내게그것은글쓰기였다.그외에삶은저절로되는것이어야했다.그토록자연스럽고그처럼쉽고어디에도얽매이지않는당위적인것이어야했다._〈글쓰기,나와내삶을일치시키는일〉

글쓰기란내속의잠자리맹수를건드리는것과비슷하다.나를매혹시키는어떤점때문에나는공포를느끼면서짐승을건드릴것이다.일단짐승이깨면피투성이가되도록싸워야하고싸우면이기는수밖에는없다.지면영영그의배속에서나오지못할테니까.
_〈내가슴의장미를심어〉

삶에구멍을내기,삶을비우기,삶에바람을지나가게하기,삶을가볍게하기

나는원래삶을최소한만사는사람이다.그래서인지어느정도나이가들어서는
형편껏사회에거리를두고자기중심적으로사는것을축복이라여긴다.이제자신과함께살아가는때이고자기느낌에충실할수있는때이다.그리고스스로의필요와자기에게맞는방식으로조용히일을할수도있는때이다._〈11월에〉

가다보면약수터를만나목을축이기도하고졸음에겨우면늙은나무에얼굴을대고잠시
눈을붙이기도한다.그런때문득삶이내게허용해줄절대량을알것같고머릿속이맑고몸이가벼워지면서어떻게행복해져야할지도저절로깨닫게된다._〈내곁의아주먼곳〉

긴장감이가장적으면서생에대한자존심을지키고,가장간소하면서결코남루하지않고,나자신을즐기면서불안없이미래로나아갈수있는생활의견고한바탕을정하고싶다.
그래서결코상대적으로마음과몸이가난해지고초조해지는일이없는자긍심을가진삶을살고싶다.때로결핍을느낄때면무엇을더가지려고하기보다차라리먼곳까지교신하는혼신의춤을추어서떨칠수있으면좋겠다._〈생에대한자존심〉

주어진삶을받아들이고그자리에서역할에충실하게사는사람이있다면,나는그를존중할것이다.이토록불합리하고불공정하고폭력적인삶속에서그런인내와의지와자기단념은종교적인원죄의식과희생을연상시킨다.그리고자기의욕망을따라다른삶의방법을찾아움직이는사람도있고나는그역시존중한다.어느쪽이든흔들리지않고흐느끼지않고분노하지않고좌절하지않고사는인간은없다.어느쪽이든고독하지않은인간도없다._〈생의방향을바꿀때〉

그리고본질적으로황무지인이세계에서등에진짐을내리고생의방향을바꾸어야할때는40대에도50대에도다시온다.어느날부터한발도나가지못하고제자리걸음을하고있을때,정신차려보니사면벽에홀로갇혀있을때,아무리계획을세워도더이상몸과마음이움직여지지않을때.그런때에사람은바깥이아니라자신의안쪽에귀를기울여욕망의뿌리에서꿈을건져올린다.잔인한봄인줄알면서도,다시움직이기위해,밭을갈아엎고욕망을깨워일으켜야하는것이다.욕망이아니고서는이잔인한삶의중력을이기고다시가벼워질방법이없다.욕망이란다름아닌자기안의능동성이다.
_〈생의방향을바꿀때〉

근본적으로폭력적이며생로병사가들끓는이상처투성이삶속에서사랑에빠진연인들과자족을아는유목민들은거창하거나세속적인꿈을꾸지않는다.오히려무언가를버리는것같은가볍고,단순하고,영속적이고상처에붕대를감는것같은평화로운소풍을꿈꾸는것이다.우리의꿈이,마음속의무언가를버리는데있다는역설이이마를서늘하게한다._〈생의질서를정직하게재편하는날〉

이제는진실하지않아도좋다고생각한다.견딜수만있다면살아가는동안차례차례오는타협과단념과평화가진실일지도모른다.도면위의납작한진실이아니라,삶이라는입방체의진실이란균열을안고가는안간힘이라고.종종어둠속에서깨어나면깊은틈의이쪽과저쪽을본다.그사이에는가늠할수없는심연이있다.나는심연을안고나아가야한다.양쪽팔이떨어져나갈것만같다._〈진실한것은시간과경쟁을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