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대한민국 불평등 극복을 위한 개혁과 정책 제안서!
이 책은 극심한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불평등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과 지식을 소개하고 그것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저항권, 노예제의 폐지, 투표권, 누진세, 노동자의 단결권, 의무교육, 공공부조, 건강보험, 노후 연금 등 시민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의 역사와 윌리엄 베버리지, 토마스 험프리 마셜, 리처드 티트머스, 마이클 영, 존 롤스, 아마르티아 센 등 중요한 사상가들의 주장을 검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불평등에 관련된 철학사상과 각국의 역사적 경험을 참고하고,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철학적, 사회학적, 정치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각국 정치제도와 권력 관계를 국제 비교한 저자는, 세계 각국의 불평등 수준이 다른 원인을 정부의 역할에서 찾고 정부의 정책 특히 조세제도와 사회정책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방향을 포용적 사회제도에서 찾고 있는 저자는,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고, 개인의 ‘역량 강화’와 ‘사회적 자유’의 확대를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해 누진소득세 강화, 보편적 사회보험 확대, 공공부조와 노인기초연금 인상, 청년수당의 도입 등 적극적인 공공정책의 제도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의 불평등은 세계 최고 수준
1960년대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한국은, 1980년대 군사정부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의 성공으로 자유로운 선거와 정권교체가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로 변했다. 오늘날 한국은 민주주의의 원조라고 불리는 영국과 미국에 못지않은 민주적 권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1992년부터 2022년까지 30년 동안 한국의 불평등은 역사상 유례없이 증가하였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 가운데 하나로 변화했다. 한국의 상위 소득 1%는 국민소득의 14.7%를 차지하며, 상위 10%는 46.5%를 차지한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50% 소득의 14배에 달한다. 소득 집중 수준이 미국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 자살률 그리고 한해 산재 사망자가 2000명이 넘는, 선진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다. 사회적 신뢰도 또한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의 불평등에 대해 갖는 2가지가 오해가 있다. 하나는 한국 사회가 원래 불평등했다고 생각하며 또 하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949년 농지개혁이 실행되고 지주계급이 소멸된 한국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평등한 나라였다. 그리고 불평등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가 아니라 외환위기 이전 한국 경제의 호황기였던 1992년부터였다는 사실이다.
불평등이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이다. 자유시장 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한국의 경제 관료들은 급진적인 시장주의 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을 추구했다. 그리하여 경제 자유화와 함께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커졌고, 중소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불평등도 지나치게 커졌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인구 비율과 출산율은 매우 낮으며, 남녀의 임금 격차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노인의 국민연금 수급 비중이 낮고, 노인 빈곤율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20년 후 한국 사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불평등 사회로 변화했다.
1980년대 정치적 민주화가 성공하자마자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했던 사실은 한국의 비극이자 뼈아픈 역사적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경제적 번영의 성과가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증거하고 있다.
불평등의 원인과 그 해법은?
불평등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세계화, 기술 진보, 인구 변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에 중점을 두는 구조적 관점과 둘째 기업지배구조, 기업의 전략,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역량과 같은 행위자 차원에 주목하는 정치경제학적 관점 셋째 사회제도, 선거제도, 정치 체제 등에 중점을 두는 제도적 관점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저자는 세계화, 기술 진보, 인구 변화 등 구조적 조건보다 기업, 노동조합, 정부 등 행위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사회제도가 불평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왜냐면 비슷한 구조적 조건에 처한 국가들도 나라별로 불평등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곧 기업지배구조, 기업의 산업 투자와 고용 전략, 노동조합의 권력 관계 등 권력의 역학관계에 따라 사회제도, 선거제도, 정치제도 등이 큰 영향을 받고 특히 정부가 어떤 조세정책과 사회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빈곤과 불평등 수준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불평등은 자본과 노동의 권력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워싱턴 합의’가 각국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면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공기업 사유화, 규제 완화, 조세 감면, 노동 유연화, 무역 자유화가 급속히 추진되었다. 그 결과 불평등의 심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자유시장 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파산을 맞게 되었고, 2011년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 유럽의 ‘분노하는 사람들’ 등 불평등에 맞서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정치적 저항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했다. 그러자 2012년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정치인들이 모인 세계경제포럼(WEF)에서조차 불평등을 가장 심각한 위기로 간주하였고, 2014년부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불평등에 맞서는 정부의 정책을 촉구하며 OECD는 각국에 ‘포용 성장’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사회에 공정하게 분배되고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포용 성장은, 이를 위한 해법으로 조세 개혁, 최저임금 인상, 사회안전망 강화를 각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진보 정부도 민주 정부도 실패한 한국의 불평등 완화
김대중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자본시장 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개혁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노동자와 빈곤층을 위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도입하고 빠른 속도로 복지예산을 확대했다. ‘생산적 복지’가 국정 방향으로 제시되고 복지예산도 김영삼 정부에 비하면 거의 2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공기업 사유화, 정리해고, 비정규직 입법, 부유층 소득세와 기업의 법인세 인하,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가 불평등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그사이 재벌과 부유층의 연봉과 재산은 급증하고 중산층과 노동자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줄어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한 ‘2만 달러 시대’ 구호를 받아들이고 의료 민영화, 비정규직법, 서비스산업법,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였다. 대신 국가재정 중 복지예산의 비중을 2002년 19.9%에서 2006년에는 27.9%로 급격하게 늘렸다. 아동 보육 예산을 확대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도 도입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빈곤과 불평등 심화를 막지는 못했고,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마저 여의치 않았다.
결국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법인세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를 감면하고 재정 부담을 최소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복지국가는 충분히 발전할 수 없었다. 상대 빈곤율과 불평등은 계속 증가했고,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에 이르는 등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았다. 여전히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 수준은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한국도 복지국가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에 더 빈곤과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것은 왜일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한국의 복지 지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부자 증세를 단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에 종합부동세를 무력화시켰지만, 소득세율 35%에서 38% 인상과 과표 구간 3억 신설로 ‘부자 증세’를 추진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부자 감세’에 제동을 걸었다. 또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자 증세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복지 지출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진보 정부가 경제위기의 악조건에서 새로운 복지제도와 정책을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복지예산을 증가했던 데 비해, 보수 정부는 기존의 복지제도와 고령화에 따른 소극적 대응이 주조를 이루었다. 또한 보수 정부는 자산조사를 통해 저소득층을 표적 집단으로 설정한 선별 복지에 치중했고, 민간주도 사회서비스의 영리화를 강화했다. 한국의 보수 정부는 대처와 레이건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와 같은 ‘복지 축소’의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제한적 복지국가를 추구했음이 분명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관점으로 국제 사회의 ‘포용 성장’의 주장과 유사하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 비율을 단계적, 점진적 방법으로 추진해 경제적 충격을 완화했어야 했다. 둘째, 한국의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매우 높기에 임금 인상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보험 지원, 지역상품권 등 다양한 보완적 정책이 필요했다.
2018년 이후 문재인 정부는 전통적인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 이념을 넘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포용 국가’를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 선택했다. 그리하여 최저임금 인상, 확장적 재정정책, 의료보장 확대, 아동수당 지급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국의 포용 성장 전략은 적극적인 증세 없이 재정정책을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하면서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전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 3만 달러가 넘는 오늘날에도 한국의 약한 복지국가는 불평등으로 야기된 저출생, 노인 빈곤, 자살률, 우울증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소득과 재산의 집중, 하늘로 치솟는 사교육비, 부동산 가격 폭등, 가계부채의 증가에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한편 각국 정치제도와 권력 관계를 국제 비교한 저자는, 세계 각국의 불평등 수준이 다른 원인을 정부의 역할에서 찾고 정부의 정책 특히 조세제도와 사회정책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방향을 포용적 사회제도에서 찾고 있는 저자는,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고, 개인의 ‘역량 강화’와 ‘사회적 자유’의 확대를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해 누진소득세 강화, 보편적 사회보험 확대, 공공부조와 노인기초연금 인상, 청년수당의 도입 등 적극적인 공공정책의 제도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의 불평등은 세계 최고 수준
1960년대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한국은, 1980년대 군사정부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의 성공으로 자유로운 선거와 정권교체가 가능한 민주주의 국가로 변했다. 오늘날 한국은 민주주의의 원조라고 불리는 영국과 미국에 못지않은 민주적 권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1992년부터 2022년까지 30년 동안 한국의 불평등은 역사상 유례없이 증가하였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 가운데 하나로 변화했다. 한국의 상위 소득 1%는 국민소득의 14.7%를 차지하며, 상위 10%는 46.5%를 차지한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50% 소득의 14배에 달한다. 소득 집중 수준이 미국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 자살률 그리고 한해 산재 사망자가 2000명이 넘는, 선진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다. 사회적 신뢰도 또한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의 불평등에 대해 갖는 2가지가 오해가 있다. 하나는 한국 사회가 원래 불평등했다고 생각하며 또 하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949년 농지개혁이 실행되고 지주계급이 소멸된 한국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평등한 나라였다. 그리고 불평등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가 아니라 외환위기 이전 한국 경제의 호황기였던 1992년부터였다는 사실이다.
불평등이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이다. 자유시장 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한국의 경제 관료들은 급진적인 시장주의 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을 추구했다. 그리하여 경제 자유화와 함께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커졌고, 중소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불평등도 지나치게 커졌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인구 비율과 출산율은 매우 낮으며, 남녀의 임금 격차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노인의 국민연금 수급 비중이 낮고, 노인 빈곤율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20년 후 한국 사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불평등 사회로 변화했다.
1980년대 정치적 민주화가 성공하자마자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했던 사실은 한국의 비극이자 뼈아픈 역사적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 경제적 번영의 성과가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증거하고 있다.
불평등의 원인과 그 해법은?
불평등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세계화, 기술 진보, 인구 변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에 중점을 두는 구조적 관점과 둘째 기업지배구조, 기업의 전략,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역량과 같은 행위자 차원에 주목하는 정치경제학적 관점 셋째 사회제도, 선거제도, 정치 체제 등에 중점을 두는 제도적 관점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저자는 세계화, 기술 진보, 인구 변화 등 구조적 조건보다 기업, 노동조합, 정부 등 행위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사회제도가 불평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왜냐면 비슷한 구조적 조건에 처한 국가들도 나라별로 불평등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곧 기업지배구조, 기업의 산업 투자와 고용 전략, 노동조합의 권력 관계 등 권력의 역학관계에 따라 사회제도, 선거제도, 정치제도 등이 큰 영향을 받고 특히 정부가 어떤 조세정책과 사회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빈곤과 불평등 수준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불평등은 자본과 노동의 권력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워싱턴 합의’가 각국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면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른 공기업 사유화, 규제 완화, 조세 감면, 노동 유연화, 무역 자유화가 급속히 추진되었다. 그 결과 불평등의 심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자유시장 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파산을 맞게 되었고, 2011년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 유럽의 ‘분노하는 사람들’ 등 불평등에 맞서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정치적 저항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했다. 그러자 2012년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정치인들이 모인 세계경제포럼(WEF)에서조차 불평등을 가장 심각한 위기로 간주하였고, 2014년부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불평등에 맞서는 정부의 정책을 촉구하며 OECD는 각국에 ‘포용 성장’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사회에 공정하게 분배되고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포용 성장은, 이를 위한 해법으로 조세 개혁, 최저임금 인상, 사회안전망 강화를 각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진보 정부도 민주 정부도 실패한 한국의 불평등 완화
김대중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라 자본시장 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개혁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노동자와 빈곤층을 위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도입하고 빠른 속도로 복지예산을 확대했다. ‘생산적 복지’가 국정 방향으로 제시되고 복지예산도 김영삼 정부에 비하면 거의 2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공기업 사유화, 정리해고, 비정규직 입법, 부유층 소득세와 기업의 법인세 인하,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가 불평등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그사이 재벌과 부유층의 연봉과 재산은 급증하고 중산층과 노동자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줄어들었다.
노무현 정부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한 ‘2만 달러 시대’ 구호를 받아들이고 의료 민영화, 비정규직법, 서비스산업법,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였다. 대신 국가재정 중 복지예산의 비중을 2002년 19.9%에서 2006년에는 27.9%로 급격하게 늘렸다. 아동 보육 예산을 확대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도 도입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빈곤과 불평등 심화를 막지는 못했고,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마저 여의치 않았다.
결국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법인세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를 감면하고 재정 부담을 최소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복지국가는 충분히 발전할 수 없었다. 상대 빈곤율과 불평등은 계속 증가했고,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에 이르는 등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았다. 여전히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 수준은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한국도 복지국가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에 더 빈곤과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것은 왜일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한국의 복지 지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부자 증세를 단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에 종합부동세를 무력화시켰지만, 소득세율 35%에서 38% 인상과 과표 구간 3억 신설로 ‘부자 증세’를 추진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부자 감세’에 제동을 걸었다. 또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자 증세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복지 지출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진보 정부가 경제위기의 악조건에서 새로운 복지제도와 정책을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복지예산을 증가했던 데 비해, 보수 정부는 기존의 복지제도와 고령화에 따른 소극적 대응이 주조를 이루었다. 또한 보수 정부는 자산조사를 통해 저소득층을 표적 집단으로 설정한 선별 복지에 치중했고, 민간주도 사회서비스의 영리화를 강화했다. 한국의 보수 정부는 대처와 레이건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와 같은 ‘복지 축소’의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제한적 복지국가를 추구했음이 분명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관점으로 국제 사회의 ‘포용 성장’의 주장과 유사하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 비율을 단계적, 점진적 방법으로 추진해 경제적 충격을 완화했어야 했다. 둘째, 한국의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매우 높기에 임금 인상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보험 지원, 지역상품권 등 다양한 보완적 정책이 필요했다.
2018년 이후 문재인 정부는 전통적인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 이념을 넘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포용 국가’를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 선택했다. 그리하여 최저임금 인상, 확장적 재정정책, 의료보장 확대, 아동수당 지급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국의 포용 성장 전략은 적극적인 증세 없이 재정정책을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하면서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전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 3만 달러가 넘는 오늘날에도 한국의 약한 복지국가는 불평등으로 야기된 저출생, 노인 빈곤, 자살률, 우울증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소득과 재산의 집중, 하늘로 치솟는 사교육비, 부동산 가격 폭등, 가계부채의 증가에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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