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친구들과어울리고놀았던삶의이야기!
이책은지난5년동안우리가장애인친구들과어울리고놀았던삶의이야기이다.우리는이친구들과놀면서힘들기도했지만,재밌거나신선한때도많았다.이런소재로시트콤을만들거나소설같은걸쓰면재밌겠다는생각도하곤했다.이책을쓰면서는동화를만들어볼까하는생각도했다.그렇지만장애인친구들의생각과행동을더널리알리고공유하면좋겠다는생각이더우선이며이책을쓰는이유도그때문이었다.
우리사회도삶의질이나아지면서전에는보이지않았던것들을보는여유가생겼다.이제는장애인문제에쉽게다가가고친근해지기를바라는마음에서,우리의경험담이독자들에게장애인의삶과익숙해지는하나의좋은계기가되길바란다.
마구선심쓰는지훈이가유일하게무서워하는사람
1)발달장애인이지만사회성이있는지훈이는다른사람과일반적인대화와교류가안되니까,돈으로물건을사서선물하는것으로관계를맺는다.새벽에눈뜨자마자만원을달래서나간다.커피,과자,음료수등을사서아는사람들한테인심을쓴다.심지어길가의택시기사에게도선심을쓴다.그러다돈이떨어지면또돈을받으러온다.안주면막화를내니까,부모는말그대로돈으로시간을때운다.어떤날은하루에5만원까지쓰기도한다.
돈만많이쓰는게아니다.엄마아빠한테막말도하고행패도부린다.타이르거나달래거나혼내도소용없다.정말대책이없다.이제힘도빠진육십대부모는그저당하기만하고,하루하루무사히시간만지나기만바랄뿐이다.
2)그런지훈이는다른사람이화내는걸무서워한다.낯선사람들이나만만하지않은사람들이나처음만나기싸움에서진사람들은무서워한다.주간보호센터의유신부님이그예다.그러나엄마아빠는무서워하지않는다.무한정엉겨붙는다.하지만자기를돌보는주간보호센터의샘과나는무서워하지않지만,적당히말은듣는다.자기가막나가면이사람들이자기랑안놀아줄거라고생각하기때문인가보다.
지훈이를감당하는건부모에게너무힘들다.사람들과제대로교류하지못하고,오로지부모만괴롭히는삶을얼마나계속될것인가?지훈이가독립하는날은올수있는것일까?
3)가게도내거,차도내거
자전거를잘타는지훈이는50미터쯤떨어진,엄마가하는가게를갈때도자전거를타고간다.엄마는중고옷가게를하는데,가게이름이‘지훈이네’다.그래서지훈이는그가게가자기거라고한다.“이거내거예요~.”이런자랑을할때지훈이의얼굴표정은참밝다.차도자기거라고한다.“이차도내거예요.”
4)끝없는전화
나는지훈이친구000가전화를안받는이유를짐작한다.지훈이는아는사람에겐끝없이전화를건다.아마그날밤과다음날새벽에걸쳐지훈이는수십번전화를했을것이다.친구는처음몇번은받았겠지만,너무심하니까그다음부터는아예무시했을것이다.어쩌면‘수신거절’을걸어놨을지도모른다.나한테도지훈이는계속전화를한다.하고또하고,정말수없이전화를한다.결국지훈이가전화를걸수있는유일한사람은아빠엄마뿐이다.
5)영화모임은놀이터
하지만이렇게놀아줄사람도,전화할사람도없는지훈이에게영화모임은아주흥미로운동네다.여럿이모인다는것자체가즐거운일이다.게다가지훈이가정말좋아하는여자애들도있고이모들도있다.이상하게도엄마아빠말은잘안듣지만,이모임에서는사람들이나여자동생들말은무서워한다.정말무서워서그런건지,말을안들으면그사람들이자기랑안놀아줄까봐그런건지는잘모르겠다.
흑염소없는거,보러가요!
1)자폐성발달장애인인새벽이는남과어울리는건잘안(못)한다.그림을그리거나음악을듣거나혼자걷는다.그렇게돌아다니다가발견한게동네흑염소축사다.우린자주흑염소를보러가곤했다.그런데어느날부터무슨사정인지흑염소들이사라져버렸다.하지만새벽이는계속흑염소를보러가자고졸랐다.없는흑염소를막무가내로보러가자는새벽이에게나는설명해도짜증을내도안되어드디어화까지냈다.그러자새벽이는“흑염소없는거,보러가요”하는것이었다.‘흑염소들이놀던그장면을잊지못해그장소를계속가보고싶은건가?’
2)나리네집에서연기나는걸본새벽이는이렇게말했다.
“나리네집불안나!”
이말을곰곰히생각해보면,새벽이는지금눈앞에불이나지않는게맞다는자신의생각(원칙)을말하며,이렇게말하는게아닐까?“불이안나야하는데,지금나리네집에불나고있어.그러니까가서꺼야해!”라고.
3)백반집에서새벽이한테뭘먹을거냐고물었을때였다.새벽이는“삼겹살!”이라고답했다.그러나삼겹살이없는식당이기에나는“여기는삼겹살없어”라고답하며다른메뉴를권유했다.그러나새벽이는“삼겹살있어!”라고우기며주장을굽히지않았다.다음에삼겹살을사주기로약속하고간신히설득해백반을먹을수있었다.하지만이후에새벽이는한번도이약속을거론하면서삼겹살사달라고떼쓴적이없다.약속을기억하지못하는걸까?아니면그약속을근거로자기주장을펼칠표현능력이없는것일까?
4)식사후새벽이는습관적으로화장실을찾곤하는데,어느날식당옆미용실에서소동이벌어졌다.미용실사장이화가잔뜩나서말했다.“덩치큰녀석이불쑥들어오더니,다짜고짜화장실어디냐고하는거예요!”나가라고해도듣지않고힘으로자기를밀어붙였다는것이었다.나는계속미안하다고만변명을했고결국다음날새벽이엄마가선물을사들고미용실을찾아가사과하여소동을마무리지었다.식당화장실은새벽이가평소자주이용했던곳인데,왜미용실화장실까지가서소동을벌였을까?참으로미스테리다.
5)일산에서장애인가족모임할때였다.화장실에남자중학생을따라들어간새벽이가소변보는그학생의고추를들여다보는사건이있었다.덩치큰낯선남자가그러니어린학생은깜짝놀라소동이일었다.
6)새벽이는보통사람들이없을때주차된자동차문을열어보는습관이있다.어쩌다문이열려있으면이것저것뒤져한두개를무단으로가져온다.그야말로별거아닌,화장지나생수,라이타등사소한것들이다.작고예뻐서갖고싶은것일까?
심심찮게일어나는이런일은보통상대방이양해하면별문제가안되지만,가끔까다로운상대를만나거나자칫하면나나새벽이부모는곤욕을치른다.
장애인문제공감하기
장애인문제는전에는관심을두지않아하찮게여겨졌던문제였다.그러나잘이해되지않는장애인친구들의행동이나사고방식도누구에게나나타나는삶의모습이었음을나는장애인들과직접부대끼며느꼈다.그리고자세히보고오래보면예쁘고따뜻한또하나의삶과사랑의이야기일수있다는생각이들었다.이런깨달음에비춰나자신을뒤돌아보기도했다.
우리사회환경이전보다많이나아지기는했지만,여전히장애인문제는어렵고힘들다.솔직히나도장애인돌봄일에서도망가고픈생각이들었던때가많았다.그러나자주보고익숙해지면편해지고,어려운문제도서로나누면덜힘들어지는것처럼,장애인문제는우리모두가생활속일상처럼느낄필요가있는것같다.
돌봄과정에서느낀점들을쓴이글들은장애인을이해하자는차원도있지만,우리의어린시절이나현재우리를되돌아보게된다.장애인의행동을통해비장애인인우리의삶도되새겨볼수있는것같다.
장애인문제의해법은있는가?
지역사회가품어주는장애인문제해법
“내가얘보다더늦게죽었으면좋겠어요.”장애인부모들이한결같이털어놓는넋두리다.부모가죽으면누가장애인자녀를돌봐주겠느냐는걱정이다.믿을만한시설도없고,어쩌다괜찮은곳이있다하더라도들어갈때드는비용이버겁다.또비용도부담이지만,장애인들만많이모아놓고돌보는시설이옳은가에대한의문도든다.
새벽이와놀다가보면힘들고지쳐서그만두고도망가고싶은생각이들때가많다.어릴때하던말‘36계줄행랑!’처럼말이다.그러나나는도망갈수있지만,도망갈수없는새벽이부모는어떻게견딜까?죽기전에는멈출수없는그고통을말이다.
나는그해답을지역사회에서찾고싶다.지역사회가그것을품어줄수밖에없다고생각한다.그래야새벽이가사람들속에섞이게할수있기때문이며,그한편의시도가사회적농업활동일수있다고본다.다대다돌봄농장같은지역사회기관이그역할을할수있을것이다.
사회적농업등을통해장애인들이지역사회와어울리면장애인과지역주민모두에게익숙해지는효과가있고,어려움이분산되는효과도있다.곧지역사회가부모와도우미들의고통과헌신을나눠부담하게되는것이다.이런방향으로나아가면장애인문제를견디지못하고극단적인선택을하거나불행해지는사람도적어질것이다.이런점에서장애인을비롯한여러사회적약자와모두가함께어울리는다대다돌봄농장이활성화되면좋겠다.
일대일돌봄보다는다대다돌봄방식
우리나라의기존사회복지제도는1:1돌봄지원방식이다.이는장애인이나활동지원사모두에게만족도를굳이따져본다면그다지크지않은것같다.장시간장애인과활동지원사가일대일로같이있다보면둘다지치고따분해진다.그뿐만아니라다대다돌봄지원방식에비해예산대비효율도높지않은것같다.
다대다돌봄방식인네덜란드의돌봄농장은우리나라에비해규모가꽤크다.농장주변에사는장애인,노인,술중독자,어린이등사회약자들이주로낮에농장을찾아서로사귀고,식사도하고,적당히노동도한다.농장은농축산물과가공품생산도하고,일반인(비장애인)을상대로영업도한다.정부는사회약자들이그농장을이용한시간에비례해예산을지원한다.
장애인들도비록사회성은많이떨어지지만텃밭농사를하든,문화활동을하든,다른경제활동을하든장애인도여러사람을만나교류하고싶어한다.이런점에서여러사람을만나게되는다대다돌봄농장이일대일돌봄보다더유리하다.
따라서현재일대일대응인우리나라의사회복지제도에비해네덜란드의돌봄농장모델이훨씬효과가좋다.우리나라의사회적농업역시이를참고하여시행되고있는데,사회적농업차원에서장애인은여러사람을만나게된다.그리고기존사회복지제도에비해예산대비효율도훨씬높다고본다.
결국다대다돌봄은장애인만을모아놓고돌보는것이아니라,노인과어린이등사회적약자들이다함께모여서로를돌보는방식이다.마치한아이를키우기위해서온마을이필요한것처럼,지역사회전체가함께하는여건을만들어가는것이다.
지역사회에서어떻게장애인을보듬어안을것인가?
‘농업회사법인강화밝은마을’은발달장애인가정들이모여서만든회사다.강화의농산물을외지에파는일을하면서,장애인들과함께영화모임과음악모임을하고,지렁이농장에커피찌꺼기를수거해운반해주는일도함께해왔다.
2년전부터는농림축산식품부에서선정하고지원하는사회적농장이되었다.이는서유럽의네덜란드,이탈리아,아일랜드등에서하는사회적농업을많이참고한사업인데,농업과농촌을활용해지역사회의사회적약자들에게일자리,교육,돌봄등을제공하는사업이다.정확히말하자면,지역사회서비스공동체다.강화밝은마을과다른4개기업이함께장애인과노인등사회약자들을위한일을하는사업이다.
이사업은지역사회에서장애인을비롯한사회약자들이어울리도록하자는농림축산식품부의정책사업인데,몇년전부터시행하는,보건복지부가주관하는발달장애인주간활동지원센터도비슷한방향성을지향한다.장애인만따로모아돌보기보다지역사회프로그램을적극활용하여참여하자는취지다.오래전부터해온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장애인과지원사가1대1로만돌보게하고,지역사회와의연계는전혀다루지않았다.그러나발달장애인주간활동지원센터는1대1돌봄만이아니라여럿을모아함께돌보는것도가능하도록했다.
강화밝은마을도사회적농장으로선정되면서,일이지난해보다훨씬많아졌다.장애인가정들이토요일마다모여텃밭농사를짓고,혼자사는어르신들에게식사재료를나눠주는일도한다.영화모임과음악모임횟수도더많아졌고,지렁이농장에서재활용하기위해커피를수거해오는카페수도두배로늘었다.어르신들의불편한점을조사하는일도하고그결과를분석해서실제도움이되는서비스를할계획이다.
현재강화에는사회적농장업체가5개있는데,이는전국90여개사회적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