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상실의 시대, 서로의 풍경이 되다

타자 상실의 시대, 서로의 풍경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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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초연결 시대, 우리는 왜 갈수록 외로운가?
-밥상에서 AI까지, 환대 철학의 확장
신자유주의 체제는 모든 것을 효율과 성과로 환산하고,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며, 타자를 경쟁자로 만들고 관계를 거래로 바꾼다. 과거 규율사회에서 나를 억압하는 권력자는 눈에 보이는 타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주체가 보이지 않는 나 자신의 내부로 옮겨왔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벽까지 노트북을 붙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시작한다. 채찍을 든 감독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결정해서 일한다고 믿기에 이를 폭력이라 느끼지 못한다. 곧 성과 주체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노예다.
우리는 불편한 사람을 지우고 차단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나와 취향이 같거나 의견이 같은 사람으로 채웠다. 그런데 더 편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점점 더 외로운가?
타자는 낯설어서 불편하다. 그리고 낯설어서 설렌다. 그런데 불편함과 설렘은 사실 같은 곳에서 나온다. 그러니 불편함을 밀어낼 때 우리는 기쁨이 들어올 문도 함께 닫는 셈이다.
그렇다면 밀어낸 타자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밀어낸 타자를 다시 맞이하는 일, 저자는 그것을 환대라 부른다. 환대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더 놓고, 평상에서 한 뼘 자리를 옮겨 앉는 일처럼, 끝내 알 수 없는 사람 곁에서 계속 깨어 있는 것. 그렇게 내가 누군가의 풍경이 되고, 누군가가 나의 풍경이 되는 것이다.

서구적 사유의 환대를 한국적 맥락으로 확장 심화시킨 역작,
『타자 상실의 시대, 서로의 풍경이 되다』!

김현경의 『사람, 조건, 환대』가 사회적 성원권으로서의 환대를 서술하고 있다면,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타자의 추방』에서 타자가 추방된 현실을 냉정하게 고발하고 있다.
저자도 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사실 우리에게는 품앗이와 두레가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라는 테두리다. ‘우리’라는 테두리에 속하면 한국인만의 따스한 정(情)이 있지만, 그 테두리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가가 문제다. 저자는 뜻밖의 자리에서 답을 찾는다. 아무도 아는 척하지 않지만, 누구도 내쫓지 않는 편의점과 커피숍, 밥상 공동체, 자전거와 유모차와 취객이 부딪치며 지나가는 경의선숲길. 매끄럽지 않아서 오히려 환대가 되는 자리들이다.
게다가 원혼의 한마저 환대로 풀리는 과정으로 읽어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죽은 자들의 귀환으로 다시 읽는 한강의 문학. 이것도 저자만의 독특한 해석이다. 서구적 사유의 언어로 내려진 진단을 저자는, 한국적 맥락으로 확장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곁에 숨 쉬는 환대의 풍경을 복원한다!-품앗이에서 편의점까지
앞서 품앗이와 두레를 거론하며 ‘우리’라는 테두리에 갖힌 한국인의 정(情)을 지적했는데, 이는 레비나스의 무조건적인 환대와 정반대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조건을 넓혀가는 환대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 냄비에 여러 숟가락이 들어가는 밥상 공동체, 평상에 한 뼘 자리를 내주는 일, 사회적 무주의(어빙 고프만)가 지켜지는 카페나 편의점, 무거운 짐을 든 사람을 위해 문을 대신 열어주는 것, 매끄러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맟추며 가까운 이웃과 대화하는 것 등등
한국적 전통에서는 귀신도 서양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대개 억울하거나 말 못 할 사연을 품은 존재다. 그래서 무당은 북을 두드리며, “무엇이 그리 원통한가?”라고 묻는다. 서양의 퇴마가 질서 회복을 위해 ‘악’을 없애고자 한다면, 한국의 굿은 관계의 회복을 위해 억울함을 풀어주려 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종교적 차원이 아니다. 평생을 산 노부부가 “살아보니 더 모르겠어, 그래서 재밌지”하는 말처럼 환대의 몸짓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처럼 저자는 ‘서로의 풍경이 되어주는 환대’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던져 우리 곁에 숨 쉬는 환대의 풍경을 복원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고 희망이 섞인 한국적 실천을 다루고 있다.
저자

진성섭

필명노마드
인문학작가이자대중강연자.목회강단에서내려와글쓰는사람이되었고,경계를넘고떠나는삶에끌려스스로를'노마드'라부른다.그는어디를가든하나의물음을들고다닌다.무엇이우리를인간이게하는가?그는우리가타인을통해서만자기를볼수있다고믿는다.더연결될수록외로워지는시대에,그에게타자는불편함의원인이아니라삶에뜻밖의기쁨을데려오는존재다.개념을앞세우는대신밥상과평상,엄마의얼굴같은구체적장면에서환대의의미를길어올린다.
유튜브채널'노마드'를운영하며공공도서관과여러현장에서강연을이어가고있다.
고려대학교와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에서공부했다.
지은책으로『콤플렉스로읽는그리스신화』가있고,『사랑은오해다』가출간을앞두고있다.

목차

프롤로그-타자상실의시대

제1부타자의시선-거울앞에서다
1장|거울없이는볼수없는얼굴
2장|스크린너머얼굴들
3장|인정투쟁,혹은사랑이라는전쟁

제2부타자의얼굴을마주하다-불가능성의미학
4장|얼굴은사건이다
5장|번역되지않는마음들
6장|차이의반복vs동일성의지옥

제3부타자의추방
7장|타자상실시대-불편함의추방
8장|매끄러운표면의폭력
9장|추방의대가

제4부타자의귀환
10장|타자의귀환-케이팝데몬헌터스
11장|죽은자들의귀환-한강의문학
12장|문턱을넘어서
13장|귀환한자들의기쁨

제5부환대,서로의풍경이되다
14장|밥상공동체-받아먹으라,이것은내몸이다
15장|거주의윤리학-머무를권리
16장|서울병-의도하지않은환대
17장|레드카펫을깔다-너라는존재의입장(入場)

제6부환대의지평
18장|불가능한환대,그럼에도불구하고
19장|더정교한유한함-AGI라는타자를어떻게맞이할것인가?
에필로그-당신도누군가의풍경입니다

출판사 서평

경계인을환대하면도시도환대의풍경이된다

진우라는완벽한유령-〈케이팝데몬헌터스〉
400년전조선시대악공이었던진우는가족을먹여살리려다귀마의거짓에속아나락으로떨어졌다.‘가족을버린배신자’가된진우는애도받지못한유령(spectre)으로완전히살지도완전히죽지도못하는상태로400년을떠돌았다.현재그는K-팝아이돌로위장하고사람들을공격한다.
루미는악령을퇴치하는데몬헌터다.하지만진우의이야기를듣고진우의과거를들여다본후“너도피해자였구나”라고위로한다.그말을들은진우는죽는다.400년동안떠나지못했던곳을비로소떠난다.떠나는날루미는울며진우의죽음을슬퍼하고애도한다.
*그순간,진우의서사는완성된다.

여기서귀환하는타자를맞이하는방식은큰차이가있다.서양적상상력에의하면유령은질서를교란하는존재이므로제거하거나봉인하는것,그것뿐이다.곧유령에게허락되는것은이해가아니라퇴치다.반면한국적전통에서굿은전투가아니라통로이고,유령을몰아내거나봉인하는것이아니라풀어주는해원이다.억울함을풀어줌으로써평화에닿으려한다.

애도의윤리학,환대의윤리학-한강의문학
『소년이온다』에서죽은동호가묻는다.“형은나를버리고도망쳤어.”1980년5월광주.도청에남은소년과살아남은소년.동호는죽었고진수는살았다.
진수는“형은왜살았어?”라는이질문에답할수없다는것을알면서,평생답하려애쓴다.그리고동호를완전히이해할수없다는것을인정하면서도계속관계를맺는다.이것이바로환대다.끝내이해할수없는타자에게지는무한책임이다.결국한강이보여준죽은자의환대가산자의환대로이어진다.죽은자를제대로애도하는사람이,산자를제대로환대하는법이다.

우리가도시의풍경을만들고,도시의풍경이우리를만든다.
세상의풍경은경계인들이만든다.왜냐면두세계가만나는자리에서있기때문이다.전형적인경계인으로는청소년,이방인,실직자를들수있다.청소년은어른의세계와아이의세계사이에서있다.이이중적시선에서새로운언어가자라나고새로운문화가싹튼다.이민자가있는곳에서는두세계는처음으로서로타자로만난다.그것이새로운풍경을만드는힘이다.그러므로이들은사회의자산이며,통제해야할대상이아니라환대해야할존재다.
경계인에게필요한것은무엇인가?답은환대다.타자에대한환대다.실직된순간우리모두경계인이될수있다.이때경계인에게필요한것은‘당신이여기있어도된다’는따뜻한환대다.
도시는우리를닮는다.우리가경계인을환대하면도시도환대의풍경이된다.그러므로우리가매일만드는작은선택들이도시의풍경을만들고,그풍경이다시우리를만든다.

환대의건축을향하여-망치를든신부
2021년상파울루의시당국은노숙인들이고가도로아래서비를피하고잠을자는것을막기위해,바닥에뾰족한돌들을설치하였다.그러자줄리우란셀로티신부는망치를들었다.이사건은브라질전국으로번졌다.
노숙인들의대부란셀로티신부는스파이크,경사진바닥,불편하게설계된좌석들등을정면으로거부했다.그러자2023년,브라질연방의회는세계최초로적대적건축금지법을통과시켰다.(가장원초적인환대)한편2018년프랑스리옹과2021년보스턴에서도시민들이공공벤치의팔걸이를직접뜯어내는사건이있었다.그렇다.도시는모두의것이고누구나여기앉을수있어야한다.

서울에서발견한미시적환대
데리다는절대적환대를말했고,레비나스는타자에대한무한한책임을강조했다.그러나서울은다른류의환대다.한번서울을가보면다시가고싶어진다는중국의젊은여행자들사이에서생겨난서울병(首尔病)이랄까,사회학자어빙고프만이말한시민적무주의(civilinattention)곧도시인의무언의예의가지켜지는곳이다.
첫째,그것은평가없는인정이다.당신이누구인지,직업이무언지묻지않지만,당신이이도시의일부임을인정해준다.
둘째,그것은거리를둔배려다.엘리베이터에서층버튼을대신눌러주거나무거운짐을든사람을위해문을잡아주는것처럼도움을주되이름을묻지않는다.
셋째,그것은부담없는친절이다.곧보답을요구하지않는친절이다.
이런미시적환대가중요한이유는무엇인가?이가볍고짧고이름없는환대가도시의결을만들기때문이다.평가하지않으면서도무시하지않고,인정하면서도구속하지않으며,도움을주면서도관계를강요하지않는다.
레비나스의질문-“나를살인하지말라”
레비나스에게타자는“과부,고아,이방인”이며,윤리적으로“가장높은자들”이다.타인의얼굴은말한다.“너는살인하지말라.”레비나스는타자를무시하거나대상화하고,나의범주로환원하는것,그모든폭력을일종의살인이라했으며,타자에게대한무한책임을강조했다.
현재한국의“과부,고아,이방인”은누구인가?한국에체류하는외국인은250만명을넘어섰다.전체인구의5%이고,다문화가정학생은16만명으로전체학생의3.3%를차지한다.
한국사회는독특한‘정(情)’의문화가있다.정이들면서로돌본다.하지만이방인은‘우리’가아니며,정을나눌대상이아니다.레비나스의무조건적책임과한국의조건적‘정(情)’사이에는긴장이있다.또한국의서열문화도걸림돌이다.나이,학력,직업,출신지역에따라위계가정해져있다.이방인의위치는,백인영어강사가높고,동남아노동자는낮다.이것은레비나스가말한타자의‘높음’과정반대다.
레비나스도말한다.타자가불편한것은당연하다.그것은타자의본질이기때문이다.그러나그것은타자성이살아있다는증거이기도하다.

왜우리는이방인을받아들여야하는가?

합스부르크가문의왕조는혈통의순수함을지키기위해근친혼을반복했다.유전병이축적되었고,순혈주의는가문을멸망시켰다.지구상의모든치타는약1만년전개체수가급감하는유전적병목현상을겪었고,살아남은소수에서모든치타가번식했다.결과적으로치타는멸종위기에처했다.반대로열대우림의생태계를보면1헥타르에수백종의나무가자란다.한종이질병에걸려도전체숲은영향받지않는다.다양성은복원력(resilience)을만든다.1845년단일품종감자만재배하던아일랜드에감자역병이돌았다.100만명이굶어죽었고,100만명이이민을떠났다.전체인구의25%가사라졌다.1492년스페인이유대인과무슬림을추방한후금융,의학,과학에서핵심역할을하던이들이떠났다.결국스페인은쇠퇴의길로접어들었고,반대로이들을받아들인네덜란드와오스만제국은번영했다.
그러므로다양성이살길이다.한국인의DNA는북방유목민,남방농경민,해양민족등다양한집단의혼합임이밝혀졌다.게다가수많은한국인은해외에서,중국의조선족200만,구소련의고려인50만,일본의재일교포60만,미국의한인250만이이방인으로살았다.이역사적기억이우리안에있다.K-culture의성공도같은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BTS음악은한국적이면서도세계적이다.미국힙합,유럽일렉트로닉,일본아이돌문화를흡수하고재창조했다.결국순수성이아니라혼종성이한국문화의강점이된셈이다.
어떻게하면서로의풍경이될수있는가?-타자없이불가능하다
AI는내가원할때있고,원하지않을때는없으며나를기다리게하지않는다.이보다더편한관계는없다.그러나타자는나를예측불가능하게해불편하다.그러나같은이유로기쁘다.왜냐면불편함과기쁨은같은원천에서오기때문이다.그러므로그원천을막으면둘다사라진다.이렇게보면설렘을주고살아있다는느낌을주는것은,오직타자로부터온다.내가통제하지못하고,예측할수없으며,나를놀라게하는타자로부터.
그러면어떻게타자를맞이하며,서로의풍경이될수있는가?AI시대는AI가모든것을처리해준다.그러므로AI가처리할수없는것들이더귀해지는데,그것은바로불편한타자와의연대이고,만남이고,설렘이고,기쁨이다.결국인간의연대는AGI시대에오히려더귀해진다.다시말하면당신의이야기를끝까지들어주고당신이힘들때곁에있어주며당신과함께기뻐하는것은어떤AI도대체할수없다.이것들이삶을충만하게한다.
결국기쁨은타자가있어야만온다.AGI시대에도,그다음시대에도.우리는그렇게서로의풍경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