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와 정념 (양장본 Hardcover)

현대시와 정념 (양장본 Hardcover)

$22.18
Description
『현대시와 정념』은 이상, 서정주, 박목월, 김종삼, 김수영, 최승자 시인의 시를 통해서 살펴본 인간과 정념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하나의 정념은 유일한 것이고, 그것을 다른 말로 대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념의 연구는 끊임없이 개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완벽할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탐구되어야 하는 정념의 의미와 역할은 인간의 숭고한 의지와 삶을 밝혀주는 등대와 같다고 할 수 있다.이 책은 문학의 영역에만 고립되어 있던 문학비평의 협소함에서 벗어나, 새롭게 인간과 문학의 접점을 찾으려는 진지한 노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엄경희

저자엄경희는1963년서울출생.1985년에숭실대학교를졸업한이후이화여대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음.2000년조선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매저키스트의치욕과환상-최승자론”으로등단.현재숭실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저서로는『빙벽의언어』,『未堂과木月의시적상상력』,『질주와산책』,『현대시의발견과성찰』,『저녁과아침사이詩가있었다』,『숨은꿈』,『시-대학생들이던진33가지질문에답하기』,『전통시학의근대적변용과미적경향』,『해석의권리』등이있음.2014년제3회인산시조평론상을수상하였음.

목차

서론―‘정념’은왜문제적인가005

감정관련용어들013
정념Passion/파토스Pathos/정동(情動)Affect/감정(정서情緖)Emotion/감정(느낌)Feeling

이상의육친(肉親)시편과수필에내포된‘연민’의복합적성격023
불우한개인으로서이상/육친에대한이율배반적정념/불완전한유사성과인접성의세계/기아(棄兒)로서자기인식-‘제웅’의상징성/맺음말

보론연민이생겨나는곳047
‘연민’의조건들/‘나’와무관한타자의경우/자기연민의경우

이상의시에내포된소외와정념066
소외에대한개념정의및이론적토대/사물화된관계로서남편과아내/권리(자격)양도와소외/소외의감각으로서‘극한(極寒)’과소외의정념으로서무력감/맺음말

서정주시에나타난성애(性愛)의희극적형상화방식과시적의도099
연구의필요성/기대의불일치를야기하는여성성―①괴력의육체성②외설적마술성/탈관(脫冠)에의해격하된남성성/맺음말

서정주의『질마재神話』에나타난웃음유발의원리와효과122
연구의필요성/웃음유발의전제로서연민과경건성의제어/이중의격하/기대의불일치/맺음말

박목월의생활시편에담긴‘긍지’와‘소심’으로서정념149
연구의필요성/이론의토대로서데이비드흄의‘정념’개념/‘소심’과연합된정념의여건과원인들/‘긍지’와연합된정념의여건과원인들/긍지와소심의역학관계가빚어낸생활시편의진실과그의의

김종삼시에나타난유미적(唯美的)표상과도덕감정의유기성180
도덕감정의개념정의/도덕감정으로서존경과자각의식으로서수치심/도덕적동기로서연민과환멸감/맺음말

김수영시에내포된자발적소외와‘설움’의정념207
두가지개인사적사건/‘생활’세계에대한대응으로써의식의‘이질화(異質化)’/
소외의‘위치’로부터파생한‘설움’의정념/맺음말

보론김수영의산문에나타난‘생활’과‘예술’에대한사변(思辨)의역학성232
연구의필요성/생활과위치―돈과처세의내면화/생활과비참의위상―‘모호성’의기능/이행(履行)과실천의양상―‘침묵’의기능/맺음말

최승자시에내포된열정적사랑의역설과존재의비극성264
문제적테마로서‘사랑’/전투적방식으로서열정적사랑/거짓대상이내포하는역설/숭고미의해체와존재의비극성/맺음말

참고문헌288
찾아보기297

출판사 서평

왜우리는정념에주목해야하는가?

어떤감정은일생을풍요롭게하지만또어떤감정은일생을파멸로몰아가기도한다.누구나다지니고있는너무나인간적인이자질은즐거움의근원인가아니면넘어서야할장애인가?

이상,서정주,박목월,김종삼,김수영,최승자시인의시를통해서살펴본인간과정념에대한진지한통찰!

1.왜정념인가?


정념(情念)이란무엇일까?국어사전에따르면“감정에따라일어나는,억누르기어려운생각.”이라고설명되어있다.이러한사전적설명도감정의실체를확연하게드러내기에는부족하다.‘감정’이지칭하는바의내용이무엇인지분명치않기때문이다.그러나우리는,일상에서희로애락의다양한감정을경험하고,그것을직·간접적으로표출한다.감정에의해촉발된,억누르기어려운생각으로서의정념은이성에의해제어되어야하는대상으로여겨지는것이보편의인식이다.이성적존재로서의인간이라면,자신의행동(정념의분출)을이성을통해제어하지않으면안된다는것이합리주의철학의금과옥조다.합리주의철학은감정과이성의불필요한(비생산적인)대립과싸움을야기하여인간의삶이지닌풍요의시간을이성의황량한들판으로내몰아간다.
‘이성’만이절대적이라는합리주의철학의‘거만함’에대해,정념이란이성과상충되는것이결코아니라는논증을통해정념의가치를새롭게조명한철학자가바로데이비드흄(DavidHume)이다.흄은정념과이성의논박이란엄밀하지도않고철학적이지도않다는진단을바탕으로“이성은정념의노예이고또노예일뿐이어야하며,정념에게봉사하고복종하는것외에어떤직무도탐낼수없다.”(『인간본성에관한논고2-정념에관하여』,이준호역,서광사)는(다소격해보이는)주장을내새운다.이성이정념의노예라는,(본인스스로도밝힌바처럼)다소“의외로여겨질수있는”그의주장은“정념이거짓가정에기초를두거나또는의도적목적에불충분한수단을선택했을때가아니라면,어떤의미에서든정념을결코불합리하다고할수없으므로,이성과정념은결코상반될수없으며의미와행동을지배하기위해싸울수도없다.”는내용으로요약된다.정념을이성의테두리에가둬억압하려는것은이성이모든생각과행동의원천이라는위험한(?)독단으로귀결될수있다.정념이란의지를훼손하는걸림돌이아니라의지의유력한동기가될수있다는것이흄의주장이다.
그렇다면왜우리는정념에주목해야하는가?이에대해저자는“이천년대이후시의서정성이급격히축소되는현상은시의문제가아니라현실의문제이기도한것이다.풍요로운감정은다양한관계로부터생겨난다.따라서이러한현상은관계의매개가,우리들의관계가축소되고있음을뜻한다.적어도내게이러한현상은쓸쓸한일이다.아주먼미래에정념론은이미낡은인간론에불과할지도모른다.그럼에도아직은,여전히중요한문제라믿고싶다.”라고강조한다.정념의축소는인간의왜소화를야기한다.저자가『현대시와정념』을통해우리에게전하고자바는현대시의문제가아니라인간의의지전반에대한점검일것이다.

2.감정은진정해소되어야만하는것일까?
―이상,서정주,박목월,김종삼,김수영,최승자의시를통해서살펴본인간과정념의문제


엄경희의『현대시와정념』은,정념이의지나이성의대립물이아니라는데이비드흄만이아니라아리스토텔레스,칸트,바흐친,베르그송,에릭프롬,앤서니기든슨등서양철학자들의다양한견해를규명·정리하고,그결과를다시한국현대시에나타난정념의문제로수렴해서분석하고있다는점에서남다른의미를지닌다.특히분석에앞서‘감정’과관련용어들을‘정념Passion’,‘파토스Pathos’,‘정동(情動)Affect’,‘감정(정서情緖)Emotion’,‘감정(느낌)Feeling’으로분류·구분하여그것들의사전적어원을밝히고있어정념이라는개념이지니고있는의미의진폭을구체적으로가늠할수있게해준다.

사랑은무엇이며,억제할수없는슬픔과기쁨·분노·우울·공포·연민·외로움·질투심·시기심·존경심은어디로부터생겨나는가?그리고이다양한감정들은왜나자신의의지나지성능력과상관없는행동을낳는힘으로작용하는가?‘앎’이도움이되지않는당혹스러운내면의사태앞에서의지와이성은왜패배를선언하는가?그런데감정은진정해소되어야만하는것일까?이러한문제제기를토대로해서『현대시와정념』은이상의육친(肉親)시편과수필에내포된‘연민’의복합적성격과소외의양상,서정주시에나타난성애(性愛)의희극적형상화방식과시적의도,박목월의생활시편에담긴‘긍지’와‘소심’으로서정념,김수영시에내포된자발적소외와‘설움’의정념,최승자시에내포된열정적사랑의역설과존재의비극성을진지하게탐구하고있다.

저자가『현대시와정념』에서다루고있는시인들과그들의작품은예술과인간이어떻게접목되고있는지를일상의다양한정념의양태를통해서술하고있다는점에서새로움을준다.저자는분노와억울함,슬픔,죄의식등과같은정념의다발속에서세계에대한연민으로괴로워했던천재시인이상,도덕적절제의위선을벗어던진본능적방출을통해경직된삶을이완시킨서정주시인,가난한생활현실을긍지와소신의정념으로돌파했던박목월시인,생활에좌우되지않는자기만의소외위치를만들어'서러운긍지'를내면화한김수영시인,세계로부터추방당하고소외된자로서의수치를아름다움을통해도덕감정으로승화시킨김종삼시인,생산과소비로점철되는자본주의적삶의논리와자기파멸로향하는최승자시인의열정적사랑이란개인의특수한정념이라기보다는이시대를살아가는,아니삶을영위해가야만하는인간의고유한보편의정념이라는것을알려준다.

3.유일하고대체불가능한정념

정념의문제는자연과학의연구처럼논리와논증으로엄밀하게밝혀질수있는성질의개념은아니다.그렇다고완전하게비과학적인영역도아니다.이러한점이정념연구의어려움이라는점을저자는다음과같이밝힌다.

“시의연구영역에서정념은주로‘서정’이라는말로막연하게서술되거나,아니면정념이시의행간에너무도당연히존재하기때문에오히려미흡하게처리된면이없지않다.아울러외로움과부끄러움·분노감·사랑등을언급한경우는무수히많지만그것의실체를끝까지추적해보고자했던논의또한매우드물다고할수있다.사실개별시인의시에내재된정념을정확하게설명한다는것은불가능한일이다.하나의정념은유일한것이고그것을다른말로대체한다는것자체가불가능하기때문이다.그럼에도정념의실체에육박할수있는설명의틀을만들어보려했던것이여기에실린몇몇글인데,고백하자면이글들은의도만큼만족스럽다고할수없다.정념에관한철학적논의들을읽어가면서그것의실체를밝힌다는게쉽지않은일임을절감했기때문이다.우리가상대의마음을완벽하게읽어낼수없는것처럼어떤정념을규정하고그것을바탕으로대상의정념을완벽하게해석하는일또한가능하지않다는게솔직한결론이다.따라서각각의글에내린결론은완결된결론이라기보다유보적맺음말이라할수있다.(중략)아주먼미래에정념론은이미낡은인간론에불과할지도모른다.그럼에도아직은,여전히중요한문제라믿고싶다.”

하나의정념은유일한것이고,그것을다른말로대체한다는것자체가불가능하기때문에정념의연구는끊임없이개진되어야한다는것이저자의생각이다.완벽할수없지만지속적으로탐구되어야하는정념의의미와역할은인간의숭고한의지와삶을밝혀주는등대와같다고할수있다.『현대시와정념』은문학의영역에만고립되어있던문학비평의협소함에서벗어나,새롭게인간과문학의접점을찾으려는진지한노력의모습을보여주고있다는점에서그의의를지닌다고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