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리더들이 선택한 최고의 [처세의 명저] [불멸의 리더학]
일본 유학의 태두이자 거물로 꼽히는 사토 잇사이(佐藤一齊)의 『언지록』 개정판이 산뜻한 장정과 제책으로 출간되었다. 사토 잇사이는 ‘백세(百世)의 홍유(鴻儒)’라고 일컫는 유학자이며, 메이지 유신과 일본 근대화에 지대한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끼친 사상적 스승이다. 『언지록』은 그가 40년 동안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쓴 책으로 자신의 마음공부와 사색, 자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당대의 유학자들은 물론이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오히라 마사요시 등 현대 일본을 좌우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꾸준히 읽고 인용했던 책이다. 수천 년 동양 철학의 진수를 4권에 모은 아포리즘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2500년 동양의 가장 위대한 지혜를 담은 최강의 인생 지침서
“중국에 『채근담』, 로마에 『명상록』, 프랑스에 『팡세』가 있다면
일본에는 『언지록』이 있다!”
조선의 퇴계 이황이 1558년 58세에 인생 체험의 지혜가 우러나오는 『자성록』을 썼듯이, 사토 잇사이(佐藤一齊, 1772~1859년)가 42세부터 82세까지 장장 40년 동안 써내려온 1133조의 금언들을 모은 책인 『언지록』에는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낸 사람만이 통찰할 수 있는 ‘짧은 말, 큰 뜻(言志)’들로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지혜가 가득 차 있다.
동양에서는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이 수상록 분야에서 스테디셀러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채근담』이 여성적 아포리즘인 데 반해 『언지록』은 동양적 예지가 풍부한 ‘동양 최고의 남성적 아포리즘 수신서’라고 한다. 사토 잇사이는 지행합일과 마음을 중시하는 양명학을 평생 동안 연구하며 장수를 한 덕분에 40년 동안 자신의 명상, 고백, 사색, 참회, 수신, 처세, 정치 등등에 대한 ‘남성적(웅대하고 힘찬) 뜻(志)’이 가득한 동양적 예지의 세계를 ‘시처럼 짧은 말(言)’로 후세에 펼쳐 보인 대작을 남겨주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뜻을 높이 세우고 지도자로서 마음가짐을 공부하는 데는 『언지록』이 최고”(일본 전 수상, 오히라 마사요시)라고 본다.
그렇다면, 왜 200년이 되도록 일본의 리더들은 『언지록』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오며 “최강의 인생 지침서” “책상 맡에 두고 읽어야 할 좌우명의 책” “일본 어록의 백미”라고 부르는 것일까?
동양의 남성적 아포리즘의 절창을 토해내기 시작하다
저자 사토 잇사이는 ‘백세(百世)의 홍유(鴻儒, 위대한 유학자)’라고 일컫는 유학자이다. 에도 시대 도쿠가와 막부의 최고 학문 기관이자 직할 교육 기관인 쇼헤이코(昌平?)의 최고책임자였다. 요즘으로 치면 국립 도쿄대학 총장에 해당하는 대학자였다.
그는 어린 시절, 밤에 유흥가로 나가 취객을 때리고 도망치거나 한 제법 난폭한 사무라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될 무렵 분연히 뜻을 세우고 수양에 전념하며 이른 장년기에 학문이 원만한 군자로 불리게 되었다. 『언지록』은 바로 그의 수양의 땀이 스민 잠언 어록이지 단순하게 머리로만 쓴 관념적인 수상록이 아니다. 사토 잇사이는 도쿠가와 막부 말기에 시문에 능한 문장가로서도, 동양 고전에 밝은 한학자로서도 이름을 크게 떨치며 저술과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이다 1859년 여름 무렵 병에 걸려 9월 23일 밤에 쇼헤이코 관사에서 향년 8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언지록』은 그의 나이 42세부터 82세 때까지 장장 40년 동안 자신의 마음공부와 사색, 자성(自省)을 마치 자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기록한, 혼불과 같은 필생의 역작(lifework)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사무라이가 살던 에도시대로부터 샐러리맨이 사는 지금까지 200년이란 세월의 더께를 초월하며, 독자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불후의 명저가 되었다.
그래서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시부사와 에이치(???一) 그리고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일본 전 수상 등등. 메이지 유신 거물들과 일본의 리더들은 이 책에 심취했고, 오늘날에도 일본인들은 책상머리에 늘 꽂아두고 읽으며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마음공부가 학문의 원점, 먼저 참다운 인간이 되고자 하는 뜻을 세워라!
『언지록』의 요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네 가지로 간추릴 수가 있다. 첫째 인간의 가치는 ‘남을 위해 어느 정도 사는가!’에 달려 있다. 둘째 지위와 명예 그리고 외관상의 성공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셋째 남을 따스하게 대해주는 정(情)과 배려하는 서(恕) 그리고 ‘가진 자의 사회적 의무’가 우주만물을 하나로 만드는 ‘사회 통합의 주춧돌’이다. 넷째 그 무슨 일이든지 사람을 상대로 하지 말고, 하늘을 상대로 하라.
인간은 환경에 의해 변화를 하기도 하지만 그 환경을 좋은 쪽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것은 뜻(志)을 지닌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뜻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훌륭한 스승과 친구를 찾아 은혜를 입고, 그리고 공부하며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의식적으로 창조할 줄 안다. 인생을 좋게 하는 것도 나쁘게 하는 것도 모두 이 ‘뜻’ 나름이라는 것을 『언지록』은 충분히 가르쳐주고 있다.
가령 『언지록』 제33조에서는 “뜻이 있는 사람은 예리한 칼날과 같아 사악한 것들이 꽁무니를 뺀다. 뜻이 없는 사람은 둔한 칼과 같아 어린 아이들도 업신여기고 깔본다.”라고 하였다. 이는 함석헌 선생이 50여 년 전 『사상계』에서 “뜻이 있으면 사람, 뜻이 없으면 사람 아니다. 뜻 깨달으면 얼, 못 깨달으면 흙, 전쟁을 치르고도 뜻도 모르면 개요 돼지다.”라고 하며 늘 강조하던 그 “뜻이 있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잠언을 떠오르게 한다.
『언지록』에는 ‘뜻(志)’이라는 말이 계속하여 등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뜻은 과연 무엇일까? ‘입신출세’라든가 ‘입신공명’ 혹은 ‘부자아빠 되기’ 등등, 세속적인 함의일까? 물론 뜻을 품고 한평생을 열심히 살다 보면 그 결과로서 입신출세를 하가나 부자아빠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뜻(志)’의 본래 의미는 ‘마음(心)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意志)’이다. 달리 말해 ‘존양(存養, 양심을 잃지 않도록 착한 성품을 기름)’, 거경(居敬, 늘 마음을 바르게 가져 덕성을 닦음), 함양과 체찰(體察, 성찰) 등등의 마음공부로 인격적으로 품위가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뜻을 일컫는다.
『언지록』이라는 책 제목의 출전으로 생각되는 『논어』에서도, 자로가 공자에게 “선생님의 뜻을 듣고 싶습니다(愿聞子之志).”라고 하자, 공자는 “노인들은 편안하게 해주고, 벗들은 신의를 갖도록 해주고, 젊은이들은 감싸 보살펴 주고자 한다.”고 말하였다. 이처럼 『언지록』에서 ‘뜻’은 야망을 가져라, 대망을 품어라, 입신출세 하여라, 부자가 되어라 하는 풍으로 ‘명리와 금전 등에 관한 이기적 욕망’을 북돋는 말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몸소 실천해 이루어야만 하는 목표·목적·결심’ 등을 가리킨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사랑과 헌신’일 것이고 불교식으로 말하면 ‘자비와 해탈’일 것이며, 유교적 수신서인 『언지록』은 당연히 인의예지(仁義禮智)라든가, 덕(德), 경(敬), 성(誠), 충(忠), 효(孝), 신(信), 서(恕), 격물치지(格物致知) 등등을 가리킨다.
그래서 『언지록』에서 가장 출전이 많은 것이 사서(四書)에서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순이고, 오경(五經)에서는 『역경』, 『서경』, 『시경』, 『예기』 순이다. 이 밖에 병가와 도가의 책들도 거론되는 등 백가제자의 설이 모두 인용되고 있다. 저자의 학문세계는 유학을 주로 하고 그 밖에 제자백가의 학설에까지 미치고 있다.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이 인용된 동양 고전은 『논어』이고 그 다음으로 『맹자』, 『역경』, 『서경』, 『중용』 등이다. 또한 『역경』에 정통하여, 이 책의 곳곳에서 역리로 사람의 처세에 관한 지혜를 깨닫게 해준다.
특히 저자는 ‘양주음왕(陽朱陰王, 양명학陽明?을 신봉하면서 표면적으로 주자학자인 척함)’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언지록』은 지행합일 즉 ‘앎과 행동은 함께 굴러가는 두 바퀴’라는 것을 특히나 강조하는 왕양명의 학문과 사상에 관한 내용이 적지 않다. 위에서 열거한 고전 외에 송·원·명·청 시대의 유학과 중국사, 게다가 일본의 유학 등도 언급하며 활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언지록』은 짧은 잠언 형식으로 쓴 동양의 거의 모든 사상사에 대한 수상록이자 명상록 그리고 주석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생사ㆍ우주ㆍ정치ㆍ충효ㆍ학문ㆍ인생ㆍ인간ㆍ문학ㆍ도덕ㆍ치세ㆍ경영ㆍ수양ㆍ교육ㆍ직업ㆍ대인관계ㆍ리더의 조건
『언지록』은 수양의 양식이자, 처세와 교육의 깨달음을 주는 감명 깊은 마음의 책이자 조언의 모음집이다. 유교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교훈의 말과 사토 잇사이의 인생 체험에서 우러난 의미 깊은 말들로 가득 차 있다.
“동양의 도덕과 서양의 예(藝, 기술)가 일치해야 한다”고 말한 이는 사토 잇사이의 제자인 사쿠마 쇼잔이다. 이는 학문에는 도(道)와 예(藝)가 있다는 말인즉, 도는 자신의 마음을 수련해 얻는 ‘사람 됨됨이(인격)’이고 예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생존의 기술’을 뜻한다. 도는 철학ㆍ사상ㆍ문학으로 인간과 인생을 탐구하게 학문이고, 예는 법률ㆍ의학ㆍ과학 등 지식을 파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양립하는 게 본래의 학문이었고 이 두 가지를 병행해 가르치는 게 이른바 전인교육이다.
그래서, 『언지록』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지식은 그것을 배우는 자의 마음에 동화가 되고 또한 그 사람의 인격에 반영되어 나타나야 참된 지식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는 갈수록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생존의 기술로서의 지식만을 배울 뿐 마음(인격)을 닦는 배움은 내팽개쳐버린 실정이다. 취업의 편리를 위해 기술의 학문만을 배우며, 인덕을 닦는 도의 학문은 잃어버렸다. 퇴계 이황의 『자성록』이나 『언지록』이 공히 중요시하는 공부론인 인성교육 즉 ‘인간의 마음을 닦는 학문(德育)’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탓에 매스미디어에는 연일 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