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곱 개 가방 (정미형 소설)

당신의 일곱 개 가방 (정미형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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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반복되고 빛나고 스러지는 포말 인생들의 이야기
정미형 작가의 소설집 『당신의 일곱 개 가방』에는 반복되고 빛나고 스러지는 바닷가 파도의 포말과 같은 인생들의, 그림자와 닮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소설이 [한국소설]을 통해 발표된 이후, 작가는 다수의 단편을 꾸준히 써왔고, 8편의 작품을 모아 첫 소설집을 내었다. 이 소설 가운데 대부분은 떠나는 자들이거나 혹은 어딘가를 거쳐 온 이들의 이야기였다. 마치 거품을 남기고 물러나는 파도였을까, 작가는 ‘그 파도가 휩쓸고 간 헛헛하게 남은 자국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듯 문장을 고르고 인물들을 매만져’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뒤이어 갈 수 있을까, 반문한다.
저자

정미형

1963년진해에서태어나부산에서성장.
부산대학교생물학과를졸업했다.
2009년《한국소설》에「당신의일곱개가방」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이후계간《작가와사회》,《좋은소설》등에다수의단편을발표했다.

목차

초록아보카도가있던방
불의하루
파이프
회색벽
자장가를불러주세요
나의펄시스터즈
다시마여자

출판사 서평

정미형작가의작품속인물들은,거미줄에매달리듯힘겹게살고있는사람들,파도치는바닷가의흩어지는포말처럼한순간부서지는사람들이다.하지만작가는자신의폐속의공기만큼이나소중한밀도로그사람들을숨쉬게한다.“인생의짧은순간을이어서연대기를쓰듯관통하다보면,마지막에무엇이남을까생각하다보니,‘이야기’가있었다”한다.앞서간사람들은다음에올무수한사람들에게삶의마지막에위트와윙크를보내주는것,그것이작가가이소설들에담은정서(무드)이자태도이다.
정미형작가는특이하거나극한의상황에처한보잘것없는존재가그상황을벗어나고자몸부림치는처절한모습을그리는작품들을쓴다.예를들어「초록아보카도가있던방」에서‘나’는눈에파묻힌공간속재앙의한가운데에서떠나려고하는자이다.기억나지않는자신의어린시절집으로가고자하는욕망을가지고있다.닿을수없는곳에이르고자하는인물이기도하고나약한존재이기도하다.「회색벽」에서는이혼한여자가남에게뒤처지고혼자늙어가는것에대한두려움에부동산의가치를좇아어느낯선시골의땅을보러왔다가창고속에갇히게되는불운을이야기한다.「자장가를불러주세요」에는취업에번번이실패하고삶의방향성을잃은남편을대신해일을하고있는여자의고단함도들어있다.작가는그들모두어쩌면모두낡은벽속에서소리낮춰서중얼거리고신음소리를내는것같다고한다.깊은밤잠못드는인물들같아,스스로도자신에게주어진억압으로느껴지기도한다.
작품들속의인물들은어떻게헤쳐나갈까?작가는「당신의일곱개가방」속어머니의입을빌려,“누구나태어날때가방을하나가지고오지.자기가태어날때가지고온가방에뭐가들었는지아는사람이세상떠날때도마음이편한거다.”라고한다.인생은조금씩시작이다르고그궤적도다르게흘러간다.그렇다고운명론자는아니다.하지만무엇을지향하고어떻게살아야하는지는우리가염두에두어야할것이다.생의문제가다답을가지고있지는않다고하지만,작가는말하고자한다.그렇게헤쳐나가고몸부림치는순간이그래도깨어있는자신을느낄수있을거라는점이다.생은결국실패할뿐이라말할수도있고,싸워이겨나가는것이라말할수도있지만,작가는궁극적으로삶은매일매일쌓아올리고그리고무너지는것임이자명하다고본다.그인물들의삶에서다말하지못한이야기,시간을놓친이야기는작가의몫이다.덧붙이면,작가가그린인물들은어쩌면물처럼형태만바뀌지본질은바뀌지않는환원적인물들임을말하고자한다.


작품소개

『당신의일곱개가방』에는표제작을포함해모두8편의단편이수록돼있다.작가가말하듯,대체로인물들은모호한공간속에서떠나와어딘가모를곳으로걸어나가는이들이많다.이곳을떠나는이들과지나간과거에서돌아오는이들이모여작가의소설속공간과시간을짜놓았다.작가는폐속의공기만큼이나소중한밀도로그사람들을숨쉬게한다.이소설집은오직그들이왔다간것을기록한것일뿐이라고말한다.

「당신의일곱개가방」은병환으로쓰러진어머니를간호하며,그어머니의젊은시절꽃피던이야기를소환한다.어머니의삶의조각들은평소에쓰던일곱개의가방에담겨있다.악어가죽가방,구슬가방,은색가방등등이다.생의한가운데에서각각의사연을담았던이가방들은어머니의삶의편린이되었다.어린시절어머니는항상신기한이야기를내게들려주었다.그리고칠순의어머니에게는일곱개의가방이,일흔개혹은칠백칠십칠개의이야기가담겨있을지모른다.하지만병환으로쓰러진이후어머니는오줌가방(주머니)을차게되고,경사침대에묶여재활치료를받아야한다.어머니가누워있는모습은,우주비행사의가방과거기에매달린은색끈을가지고몸을단단히매고있는우주정거장같다.어머니는어린시절내게신기한이야기를들려준다.우주복을입은우주인의등에는무엇인가들어있는가방이있고우주인은그가방에서긴끈을늘어뜨리고우주밖으로뻗어나간다.그러고는영원히손닿지않을곳으로떠돌아다닌다는것이다.나는소리내어울고어머니는놀래켜준것이미안한듯그랬다.“말이그렇다는거지,내가어디멀리가냐?”라고.앞서간사람들이다음에올무수한사람들에게삶의마지막에위트와윙크를보내주는것과같은정서가작가가그리고자하는것이다.
「초록아보카도가있던방」에서‘나’는눈에파묻힌공간속재앙의한가운데에서떠나려고하는자이다.기억나지않는자신의어린시절집으로가고자하는욕망을가지고있는,닿을수없는곳에이르고자하는인물이기도하고나약한존재이기도하다.폭설이재앙처럼한달가까이내려,사방천지가죽음같은눈에파묻혀있다.아버지의사설도서관을물려받아운영하는도서관장인‘나’는이곳을탈출하려하고,식당일을하는‘마재순’은결코이곳을떠나려하지않는다.겨우구호물품에의지해연명해가지만,폭설과겨울에전혀어울리지않는구호물품인초록아보카도처럼이곳은‘나’의지향해야할삶의공간과시간이아니었다.하지만직원인‘마재순’에게이곳은첫직장이자떠날수없는삶의공간이되었다.결국‘나’는옛연인의도움으로이곳을떠나게되었다.그리고초록아보카도가자줏빛으로익어가는이곳을떠올리며아쉬움과회한에젖는다.하지만도서관의책들을한권씩한권씩읽는재미에빠져있던마재순의독백을통해,‘나’의탈출은결국착각이라는게드러난다.탈출을위한설상차도없었고,옛연인은그녀의탈출을돕지도않았다.‘나’는그저눈터널사이로난산책길을다녀왔을뿐이었다.마재순의생각에,그모든것이다밤에읽는이책들덕분이라는것이고,아침에일어나면관장에게말하리라다짐하는것으로소설은끝이난다.소설의도입부와결말부의서사와관점이다르면서,누가환상에빠져있는지누가실상을살고있는지모르는채로말이다.
「불의하루」는자신의집요한생의의미,즉불의연구를하기위해사는가난한남편과그아내의이야기이다.조금은부조리한상황에서오직하나의가치관에매여서로가자신의앞만보고사는사람들의이야기일수도있다.
「파이프」는오랜시간알아도그사람의진실된내면의소리를알아차릴수없는삶의모순을,죽은친구가다시돌아와내게말을거는식으로썼다.친구인‘나’와‘너’는같이자라고같이공부했던사이지만,커서는가끔씩연락을주고받았다.‘너’는사업에실패한남편때문에생활이아주곤란했고,급기야병에걸렸다.급성뇌혈관부종.

나는너의머릿속을가로질러가는무수한파이프를떠올렸다.파이프속으로말들이떠다니고기억들이내밀한공간을건너가며번갯불처럼번쩍이다가조각조각사라져버린것을.어쩌면네가말한그파이프의물소리를듣는낯선여자는바로너의모습아니었을까?

‘너’의머릿속의파이프속으로는더이상말들이떠다니지않는다.기억들은사라져버린다.하지만,‘너’는죽고난후에,‘나’에게찾아온다.‘너’는죽기전에부동산중개인을했던까닭인지,‘나’에게살집을구해달라고하였다.무미무취이면좋겠다한다.하지만,사람사는집들은다똑같다.‘너’가구하는무미무취의아파트는아마찾아내기가어려울것이다.‘너’는이미네가한번죽었다는것을알고있을까?너는부동산사무소가늘어서있는상가앞에서서성거리고있지만,‘너’가찾는무미무취의집을가질수는없을것이다.너는다시나를찾아왔고,나는집하나를골라두었다.이곳아파트파이프속에너의작은방을마련해둔것이다.
급성뇌혈관부종,즉뇌의혈관을다니는통로가막혀버린병으로죽게된친구는,신산스러운삶에부대끼다세상을떠났지만다시세상에나오고싶은친구는,결국‘나’의아파트파이프속에안식처를갖게될것이다.아파트파이프는막혀버린뇌혈관과는다르게네가자유로이드나들수있을거고,어쩌면너는나보다더오래이곳을드나들며살게될거다.
「회색벽」는이혼한여자가남에게뒤처지고혼자늙어가는것에대한두려움에부동산의가치를좇아어느낯선시골의땅을보러왔다가창고속에갇히게되는불운을이야기한다.
「자장가를불러주세요」는취업에번번이실패하고삶의방향성을잃은남편을대신해일을하고있는여자의고단함이들어있다.어쩐지그들모두낡은벽속에서소리낮춰서중얼거리고신음소리를내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