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이상의 소설)

김유정 (이상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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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들 한 번쯤은 읽어본 작가지만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이상의 소설
우리는 이상의 소설 하면 대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날개〉를 떠올린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이 작품만으로 한국 문학 최고의 모더니스트 이상을 다 읽었다고 대개는 착각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절친’을 대상으로 쓴 소설이 있다는 걸 들어본 적 있는가? 이상은 무려 김기림, 박태원, 정지용, 김유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구상했다.

암만해도 성을 안 낼 뿐만 아니라 누구를 대할 때든지 늘 좋은 낯으로 해야 쓰느니 하는 타입의 우수한 견본이 김기림이라.
좋은 낯을 하기는 해도 적이 비례非禮를 했다거나 끔찍이 못난 소리를 했다거나 하면 잠자코 속으로만 꿀꺽 없이 여기고 그만두는 그러기 때문에 근시 안경을 쓴 위험인물이 박태원이다.
없이 여겨야 할 경우에 “이놈! 네까진 놈이 뭘 아느냐”라든가 성을 내면 “여! 어디 뎀벼봐라”쯤 할 줄 아는, 하되, 그저 그럴 줄 알다 뿐이지 그만큼 해두고 주저앉는 파에, 고만 이유로 코밑에 수염을 저축한 정지용이 있다.
모자를 홱 벗어 던지고 두루마기도 마고자도 민첩하게 턱 벗어 던지고 두 팔 훌떡 부르걷고 주먹으로는 적의 볼따구니를 발길로는 적의 사타구니를 격파하고도 오히려 행유여력行有餘力에 엉덩방아를 찧고야 그치는 희유의 투사가 있으니 김유정이다.

소설 〈김유정〉의 서두 부분이다. 이상은 이 작품만을 남긴 채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가 되어버리고 말아, 안타깝게도 우리는 김기림과 박태원, 정지용이란 소설은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동반자살을 도모할 정도로 절친이었던 ‘희유稀有의 투사’ 김유정만은 소설 속 인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이 아니 좋은가. 모쪼록 독자들도 이 즐거움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 아울러 연인 금홍과 권순영, 아내 변동림으로 이어지는 그로테스크한 로맨스와 이를 통해 전하고 있는 이상의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만나는 즐거움까지 함께 누려보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문득.
문득은 공명의 문학 브랜드 스피리투스가 야심차게 소개하는 문학 시리즈다. 시대를 초월해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을 다시 호출해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글文을 얻을 수 있는得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득 시리즈는 앞으로 프란츠 카프카, 에드거 앨런 포, 허먼 멜빌, 세르반테스, 김동인, 현진건, 채만식 그리고 김유정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을 수 없었던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장이 되고자 한다.
저자

이상

본명은김해경金海卿.1910년서울종로구사직동에서태어났다.경성고등공업학교졸업후조선총독부내무국건축과기수로일하다심한각혈로그만두고서울종로1가에다방‘제비’를개업한다.이후제비가망하자인사동에서‘카페쓰루’를,이후종로1가에서다방‘69’,‘무기’,‘맥’등을열지만연이어실패한다.그사이동거하던금홍마저떠난다.계속된사업실패,실연그리고쇠약해지기만하는몸으로인해자살충동에휩싸여김유정에게동반자살을제안하기도하지만그해말‘창문사’에서문예담당으로일하게되는한편,변동림과짧은동거후결혼한다.결혼후석달만에김기림과함께프랑스로가겠다는꿈을안고돌연일본으로갔으나점점악화되는결핵과가족들에대한부채감,그리고생계문제로고통을당하던중스물여덟,짧은생,잔인하게찾아온죽음이프랑스로의꿈을대신한다.사인은폐결핵.사망일은1937년4월17일새벽4시.유언은“멜론이먹고싶소······.”
‘이상’이라는필명은건축공사장인부들이해경을김씨가아닌이씨로잘못알고‘이상李樣’이라고부른데서연유했다고한다.잘못불린이름이이름이된,처음으로활자화된자신의시인〈이상한가역반응〉처럼‘거울속엔없는나’와같은삶을살았던이상.이후‘박제가되어버린천재’라는그자신이소설에서쓴말이‘한국문학최고의모더니스트’라는이름과함께그의또다른이름이되었다.

목차

지주회시會豕
날개
봉별기逢別記
동해童骸
공포의기록
종생기終生記
환시기幻視記
실화失花
단발斷髮
김유정

출판사 서평

이상의소설《김유정》의내용및특징

그로테스크한로맨스에감춘인간의여러모습

이상은흔히실험적구성과파격적문체를통해혼란스럽고불안한인간의내면심리를형상화한작가라는평을듣는다.일견맞는말이기는하지만구성과문체의측면만이라면모를까이런평가는그의소설이가진다양한스펙트럼을너무단순화하는평가기도하다.그의시가그렇듯이상의소설들은우리가피상적으로생각하고있는것보다훨씬더다양한세계,정확히는다양한인간의모습을우리에게보여주고있다.
이상의소설들은그내용을기준으로볼때크게두종류로나눌수있다.아니평론과소설과수필사이에있는그래서그장르규정의문제가오랫동안학계에서논란이되었던〈김유정〉을제외한다면이책에실린이상의소설들은모두하나의이야기틀을기반으로다양한변주를보여주고있는일종의변주곡들이라할수있다.즉〈김유정〉을제외한이상의소설들은금홍,또는변동림과의연애,혹은동거를소재로삼은일종의로맨스소설인것이다.이책의첫작품〈지주회시〉는물론이어지는작품〈봉별기〉와〈날개〉,〈동해〉와〈종생기〉,〈공포의기록〉과〈단발〉이모두그렇다.〈실화〉와〈환시기〉또한마찬가지인데다만전자는연애의대상이다른작품보다모호하고후자는연애의대상이권순영이며금홍과의연애가배경이되고있는로맨스라는점이다를뿐이다.물론말이로맨스지그내용은모두그로테스크하기까지한치정극(?)이다.
하지만틀이같거나비슷하다해서담고있는세계도그렇다는것은아니다.즉이상의소설들이단지불안한인간의내면심리만을보여주고있는것은아니라는것이다.예들들어이상이김기림에게‘소설을쓰겠다’고단호하게선언한뒤대표작〈날개〉와거의동시에발표한〈지주회시〉는두남녀의가학적이자피학적인동거라는연애담을바탕으로하되자본주의사회에편입한‘오’의모습과그에편입하지않거나혹은편입하지못한‘그’를통해자본주의사회에대한비판을가하고있다.사실이작품은작가이상의현실에대한비판이시를포함한다른여타의작품들에비해직접적으로표현된아주드문작품인데,천생시인이었던이상본인은그런직접성이탐탁지않았는지이를거미(지주)와돼지(시)라는비유를통해우의적으로드러내고있다.

“‘박제가되어버린천재’를아시오?”라는너무도유명한구절로시작되는〈날개〉또한‘금홍’과의동거생활,좀더정확히표현하자면‘동서(同棲,다른종류의동물들이한곳에서같이살아감)생활’을그린소설이다.우리는대개이소설을읽을때‘박제’의삶에집중한다.그러나이소설이우리에게전하고자하는것은정작다음구절,“나는유쾌하오”다.잘알다시피이작품의끝엔정오사이렌과함께찾아온“한번만더날아보자꾸나”하는나의외침,정확히는나의외치고싶은의지가자리한다.한마디로말해이작품은‘동서생활’로부터벗어나려는‘나’의내적몸부림을담은작품인것이고,그렇기에‘박제가되어버린천재’를인식할때만큼은나는유쾌한것이다.
한편앞의두작품만큼직접적이진않지만역시나금홍과의연애담을그배경에깔고있는〈공포의기록〉같은작품은이상의여타작품과는확연히다른인물의모습을보여준다.이작품의주인공인나는“단편적으로나를찾아오는‘생활비슷한것’도오직‘고통’이란요괴뿐”인,그래서“입때자살을안하고대기의열자세를취하고있는”만신창이다.나는요양차작은집에가있는데,그곳에서육체의고통에서비롯된“사람을싫어하는버릇”이심해져내육친인작은어머니까지미워하게된다.이런정도의전개는이상의다른작품들과큰차이가없다.그러나놀랍게도이작품의주인공은닭들을관찰한뒤인간의‘번거로움’에대해깨닫는다.그리고이깨달음은이어지는우여곡절과그에대한고민혹은성찰끝에급기야“어둠컴컴한방안에표본과같이혼자단좌하여창백한얼굴로”후회를기다리는자세로까지발전한다.한연구자가‘고통과야유라는분열된내면’을표현한소설로해석한이작품은다른관점에서보면타인과세계,나아가스스로와화해하고자하는의지를‘후회’라는감정으로표현하고있는인물을그린것이다.

하지만〈김유정〉만은앞에서이야기한이상의다른작품들과전혀다른세계를보여준다.〈김유정〉은‘교만의예술’이라이름붙일수있는이상의예술론이라할수있고,‘희유의투사’김유정이주인공인소설이라할수있으며,‘이상이기억하는김유정’정도의수필이라고도할수있는작품이다.내용은간단하다.주인공유정을포함한세명의술꾼들의드잡이를그린관찰자의이야기,곧이상이그린‘삼국지’인것이다.중요한것은서문에서도느껴지지만이작품이김유정에대한극진한애정을보여준다는점에있다.

“김형이그저두달만약주를끊었으면건강해지실텐데.”
해도막무가내하더니지난칠월달부터마음을돌려정릉리어느절간에숨어정양중이라니,추풍이점기漸起에건강한유정을맞을생각을하면나도독자도함께기쁘다.

〈김유정〉이그새로움만큼이나그를사랑하는독자들에게귀한작품이될수밖에없는이유가바로이구절에담겨있다.함께자살을도모할정도로절친이었던소설가김유정을주인공으로한이소설은이상이한번도보여준적없는인간에대한애정과함께,그자신의삶(생명)에대한애정을에둘러보여주고있기때문이다.하지만이구절은그가죽음으로산화된프랑스로의꿈대신이곳조선의소설가의삶을선택했다면,그래서기림,태원,지용이주인공인소설까지우리에게전해줄수있었다면하는지극한아쉬움과안타까움만을우리에게전해줄뿐이다.

사랑하라그리고창조하라,죽음이곁에있으니

이책에실린이상의소설은〈김유정〉을제외하고는모두자신의연애를바탕에둔기괴한로맨스다.이자기복제적인,더극단적으로말해동어반복적인작품들을어떻게해석해야할까?이질문앞에서우리는어쩔수없이“나날이축가는몸”(〈지주회시〉)때문에“으슴푸레하게나마내수명에대한개념을파악하였다고스스로믿고있는”(〈공포의기록〉),그리하여“하루치씩만잔뜩”(〈지주회시〉)사는생(生)을영위할수밖에없다고생각하는“만신창이의나”(〈공포의기록〉)로서의이상을떠올리지않을수없다.
이상에겐한편으론스스로칭했던‘천재’로서의현재혹은미래와다른한편으로는촉망받을수있었던건축가혹은미술가를이어갈수없게했던건강의문제가양립했다.물론그의삶을지배한건후자였다.이에더해이상에게는‘오입쟁이’로서의삶이있었다.그런데이둘은한뿌리에서나온두개의열매였다.즉절망적인건강이그를연애에몰두하게했고,죽음을예감하고사는자로서의공포가연애마저이별에대한공포로변화시킨것이다.박태원이“당당한오입쟁이이상도몸과마음을그대로내어놓은연정에는스스로소년과같이수줍고애탔다”고썼던이유가바로여기에있으며,그의로맨스가조감도鳥瞰圖가아닌‘오감도烏瞰圖’처럼쓰일수밖에없었던이유또한여기에있다.
그런데바로이점,즉이상소설의오감도같은세계는그의소설을해석하는두번째관점을우리에게제공한다.그것은바로‘실제의시뮬라크르의창조라는모순’이다.평론가신형철이말했듯이상의소설들은소설을위해사실을희생한다.사실보다허구가더그럴듯하다면사실을희생하겠다는것이이상의소설관이며,그희생시킨사실로서의허구가진짜라고말하고있는것이바로이상의소설인것이다.그런데이는소설에만그치지않는다.‘조감도’가‘오감도’로잘못인쇄되었을때그것을그대로받아들인점이나잘못부른이름을자신의필명으로삼은점등을통해볼때이상은삶과현실이라는실제를마치허구인소설처럼바라본것이다.
“그렇지만나는임종할때유언까지도거즛말을해줄결심입니다”〈실화〉와그의실제유언인“멜론이먹고싶소……”는얼마나닮아있는가?무엇이소설이고무엇이현실인것인가?물론이런해석들에대한판단은이책을읽는독자의몫이다.1929년경성고등공업학교졸업사진첩에쓴“보고도모르는것을폭로시켜라!그것은발명보다는발견!거기에도노력은필요하다.李箱”이라고쓴이이상의글이참고가되지않을까싶다.

[이상에대한평가]

오늘에와서생각하면상箱은실로현대라는커다란모험에빠져서십자가를걸머지고간골고다의시인이었다.
_시인김기림,〈고故이상의추억〉중에서

당당한오입쟁이이상도몸과마음을그대로내어놓은연정에는스스로소년과같이수줍고애탔다.
_소설가박태원,〈이상의비련〉중에서

어떤이는이상을보들레르와같이,자기분열의향락이라든가자기무능의실현이라생각하나그것은표면의이유이다.그들도역시제무력,제상극을이길어떤길을찾으려고수색하고고통한사람들이다.
_시인임화,〈세태소설론〉중에서

나는이상의작품(시나소설이나수필을막론하고)에대해서그것이문학적으로높이평가된다는데대해서는언제든지반대의입장에서는사람이지만그의여상如上과같은우리의근대정신사적인위치에있어서의그의존재는퍽귀중하고중대한의의를남기고있다는것만은깊이믿는사람의하나이다.
_문학평론가조연현,〈근대정신의해체-고故이상의문학사적의의〉중에서

그렇지만그가그어쩔수없이착복한귀기와아울러지니고있었던가장귀중한것은마지막극한점……아마하늘밑땅위에생겨났던문인들속에서는제일마지막극한점에놓였던그가겪은진통하는사람의모습이다.이무렵의우리민족의꼬락서니의가장처절한상징으로만보이는그진통하는사람의모습이다.
_시인서정주,《노자없는나그네길》중에서

이렇게연구자의야심을줄기차게불러일으키는이상문학이란과연무엇인가.이런물음은,이땅의문학을아끼고사랑하는사람들에게는피할수없는장벽이자또한가슴한아름받아들일수밖에없는꽃다발이다.
_문학평론가김윤식,《이상문학전집》중에서

상은이생을긍정키위해시대적인수난을몸소아무소리없이겪은작가다.그의작품은그의세계이며동시에우리의세계다.타인과만나려는-그러나언제나실패하는자기를절망적인눈초리로바라보는나의얼굴은상의얼굴이며우리의얼굴이다.
_문학평론가김현,《김현예술기행/반고비나그네길에》중에서

연구자들은이상의모더니즘을어떻게해석할지모르겠으나,나는느닷없이찾아오는질병과도무지내뜻대로진행되지않는연애의관점에서그모더니즘을이해한다.
_소설가김연수,《소설가의일》중에서

이상문학은그자체로20세기한국문학사에내장된최고의형이상학적스캔들이다.
_시인장석주,《나는문학이다》중에서

이상에대해말할때사람들은늘이상을미래로열려있는텍스트라고평했다.그는‘예언의작가’였고그의문학은‘선취의문학’이었다.새로운방법론이도입되고새로운시각이습득되면이상은어김없이다시호출되었다.
_문학평론가신형철,《몰락의에티카》중에서